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ep70. 신의 묘지 (2)
아다마와 하바. 아주 오랜 옛날 강선후가 명계에서 끌고 올라온, 한 번 죽었던 인간들. 지금은 새로운 종족 나크샤론의 선조가 된 이들.
그들은 자손들과 마탑 안에서 죽음을 연구하고 있었다.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는 걸 알았으나 불안해 하지 않고 평소대로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버지가 원하는 바일 테니까.
그러던 중, 아다마와 하바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 하얀 얼굴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서쪽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바는 말했다.
“……죽어 명계로 간 영혼은 오래되지 않아 곧 명계의 기운에 동화되어 흩어져 버린다는 말. 기억하시나요.”
“네, 어머니.”
“하지만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모든 공포와 허무를 극복하여 영구히 존재하는 영혼 역시 존재할 수 있답니다. 영혼의 소멸이란 본질적으로 의지의 소멸이니까요.”
“그게 대체 어떻게 가능하…… 죠?”
“그만큼 강렬한 열망이 존재한다면, 정신을 잃지 않고 그 열망이 현실이 될 때를 기다린다면…… 가능해요. 죽음이라는 거대한 허무 앞에서 현실은 다른 이야기지만.”
아다마가 말했다.
“엘더 스피릿. 영혼들의 우두머리. 그 존재가 현세에…… 명계왕이 허락했다는 건가?”
“그렇겠지요. 왕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 * *
세계의 끝 너머, 세상을 비추는 별과 신마저 가리는 절대적인 어둠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죽은 자의 영혼들이 희미한 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주변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영혼을 느끼는 능력이 뛰어난 로얄 블러드 태생의 리리마저 영혼보다 그 빛을 먼저 느낄 정도였다.
성좌가 하늘의 빛이라면, 명계에서 현세로 올라온 영혼은 땅의 별이었다. 어둠이 낮게 깔린 곳에 찍히는 푸른 점처럼, 영혼들이 발하는 차가운 빛들이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다리 위를 빼곡히 수놓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한 데 모인 이곳은 밝게 빛났다.
죽은 이들의 사념으로 둘러싸인 이 순간, 리리는 모순적이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명계의 존재들이 조금이나마 어둠을 몰아내었기 때문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맹수들이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것들 모두가 살아생전 통제를 받아 본 적이 없는 포식자들이었으며, 죽음과 삶, 그리고 영혼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미물들이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이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야성과 본성에 충실한 이들은 죽어 영혼이 되었음에도 그저 그럴 뿐이었다.
영혼이라는 굴레에 묶여 엘더 스피릿의 명령을 받아 현세로 올라왔으나, 그 짐승들의 뜻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리고 강선후를 바라보며, 또 일부는 신의 묘지기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거나, 경계하거나,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다.
강선후는 그들을 둘러보고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옛날 생각 나네.”
리리는 강선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 옛날 이런 야성의 중심에서 살아남은 이었다.
끝내 그들을 구성하는 피라미드의 최정상에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간 이였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그 증거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포식자의 송곳니』
고대 왕의 간택 없이 스스로 지배자를 쟁취한 광인의 유물. 최상의 포식자이자 명계의 왕을 극복한 이의 증거.
강선후는 그 물건을 손에 꽉 쥐고, 다시 삽을 드는 헤이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어, 존슨.”
이제까지 강선후가 겨울 계곡 늑대에게 내린 모든 명령은 친구의 부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린 명령은 포식자 유물의 힘을 빌려 파동처럼 울려 퍼졌다. 절대적인 명령.
지배자와 한때 함께했던 친구는 그 상하 관계로 이루어진 명령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절대적인 명령은 힘이 되고, 그걸 받아들인 이의 잠재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존슨은 푸른 바람이 되었다. 살아생전 바람의 추종자였던 늑대는 죽어 바람이 되었다. 몸을 일으키며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높이로 올라간 묘지기 헤이마의 삽을 휘감으며 회오리바람처럼 올라갔다.
그 바람은 효시가 되었고, 수많은 짐승의 영혼들이 일제히 헤이마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삽을 타고 기어오르는 푸른 영혼의 무리를 바라보다가, 강선후는 고개를 내려 행동에 들어갔다.
“리리, 여기에서 아르고를 지켜 줘.”
“저, 저는, 저, 저, 저는 괜찮습니다……! 영웅에게 방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아르고.”
아르고는 말 위에 올라탄 영웅을 올려다보았다. 영웅은 가방 속에서 유리병을 여러 개 꺼내 아르고에게 건넸다.
“푸른색 병은 숲의 뿌리에서 추출한 수액이에요. 상처를 급속으로 치유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스릉— 강선후는 다시 위를 올려다보며 쿠크리를 뽑았다. 그리고 렐릭시나의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누군가 부상을 입고 복귀하면 그걸로 빠르게 치료해 주세요. 그리고 리리가 힘에 부칠 때마다 뒤에서 얘한테 뿌려 주고요. 노란 병은 폭발물이에요. 만약에 저 묘지기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집어던져요. 순간적으로 몰아내거나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테니까.”
영웅은 아르고를 바라보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할 수 있죠?”
아르고는 그때 깨달았다. 이 전투에서 자신의 몫이 있다는 걸, 영웅은 그걸 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눈빛에서 두려움을 몰아내진 못했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선후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할게요.”
그 말을 남기고 달려나갔다. 들어 올려지는 삽을 향해 도약한 후, 말은 그걸 타고 수직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리리는 엘신을 바라보았다.
“……엘신님.”
“네.”
“별이 된 필멸자의 의지를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서 사과드릴게요.”
리리는 손을 거칠게 깨물었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깊게 파고들었고, 곧이어 피가 흘러나왔다.
피는 붉은 증기가 되어 리리를 맴돌았다.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
야수나 다름없던 시절 뱀파이어의 상징이자 그렇기에 금지된 기술.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유혹에 시달리며 본성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는 금술.
엘신은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무언가를 위해 희생하는 행위를 그 누가 모욕이라고 할 수 있나요.”
엘신은 손을 뻗었다. 하늘에서 푸른빛이 내려와 활이 되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별이 아닌걸요. 우리는 서로 동등한 위치에 서서.”
활시위를 당겼다. 언제 뽑았는지도 모르는 화살 한 발이 걸려 있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니까요. 그 노력하는 이의 명예는 평등한 법이니.”
리리는 그 말에서 안토니오의 조언을 떠올렸다.
「황금을 추구하는 이의 명예는 평등하다.」
엘신은 황금의 시대보다도 이전 사람인데도 황금의 시대 인물인 안토니오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리리는 그런 엘신을 올려다보았다. 엘신은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헤이마가 아니라 강선후에게 향했다.
빠르게 달려 올라가는 강선후를 추월한 화살은 그의 옆에 도달하자마자 빛을 뿜었다.
빛은 강선후를 둘러싸 반투명한 방어막을 만들었다.
“……고대 엘프의 주술.”
전설로도 잘 남아 있지 않은, 미신에 가까운 기술.
엘신은 그 시절을 살던 엘프였다.
리리는 이 시점에서 자신 역시 움직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아르고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방금 손상된 나무다리를 수복할 거예요. 알아들었죠?”
“네? 아, 네!”
“이 싸움이 우리 마지막 싸움이 아니니까. 이다음까지 생각해야 해.”
리리는 방금 전까지 삽이 박혀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상처가 패인 상황이었으며, 그곳으로 막대한 양의 정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출혈과 다름없었다.
리리와 아르고는 그곳으로 달려나갔다.
언제 다시 공격이 들어올지 몰랐지만, 목숨을 아끼기 위해 몸을 사릴 때가 아니었다.
* * *
강선후는 순식간에 삽의 꼭대기에 올라왔다. 비로소 헤이마의 손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검은 우주를 유리로 둘러싼 형태의 재질처럼 느껴졌다.
이 존재는 스스로를 하나의 우주처럼 여기고 있었다. 불멸자도, 신도 아니지만 신의 시체에서 비롯된 어떤 존재였기에 이미 신화의 영역에 있었다. 얼굴의 깨진 부분 안쪽으로는 차갑게 식어 얼어붙은 별이 자전하고 있었다. 이 존재는 과거에 성좌였던 걸까?
강선후는 헤이마의 팔을 타고 이동했다.
“약점은…… 아마 얼굴이겠지.”
모든 존재는 급소를 가지고 있다. 이는 불멸자조차 피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법칙이었다. 오랜 기간 투쟁을 하며 살아온 덕에 그 사실에 확신을 가졌다.
팔을 타고 그대로 쇄도했다. 헤이마의 유리처럼 느껴지는 표면에 푸른 불꽃의 발자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선후는 어깨에 도달했다. 렐릭시나는 도약했다. 그들은 곧, 헤이마의 얼굴 정면 허공에 위치했다.
녹색 보석을 뽑았다.
『방랑자의 활』
활시위를 당겼다. 그때, 아래에서 엘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안은 우주예요. 화살이 별까지 닿기는 힘들 거예요.”
“알아요.”
하지만 기억한다.
서지아가 쏘아 올렸던 하나의 화살은 중력에 떨어지는 일 없이 직선으로 우주의 영역까지 닿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화살은 이 여정이 시작되기 전, 서지아가 강선후에게 건넸었다.
지금 시위에 걸린 화살은 방랑자 활의 효과로 창조된 게 아니었다.
그건 단 세 발밖에 없었던, 승천하기 직전에 엘신의 별빛이 담긴 화살이었다.
우주를 관통하는 화살.
“……이 싸움을 오래 끌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말이야.”
삽을 올라가는 그 순간부터 모든 계산은 끝났었다.
헤이마를 타고 올라온 짐승의 영혼, 그리고 엘더 스피릿은 강선후의 옆에서 그와 함께 날아오르고 있었다. 푸른 구름에 둘러싸인 모양새로, 강선후는 몸을 돌려 시위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허공에서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끼며, 자유낙하에 몸에 의존한 채 온 신경을 손가락과 어깨에 집중했다.
고정되는 활, 흔들림이 멈춘 시위.
별빛과 대자연의 정기를 동시에 품은 엘신의 화살.
성좌의 불멸성과, 대자연의 필멸성을 품은 화살.
여기에 하나의 개념이 더 더해진다.
“탈레talle, 모드레스moddreth.”
탈레는 죽음을 상징하는 룬.
모드레스는 섞이지 않는 것들의 조화를 불러오는 룬. 강선후는 물과 기름을 강제로 섞을 때 이 룬을 사용하고는 했다.
죽음의 개념이 화살에 삽입되었다.
서로 충돌하는 세 개의 힘이 하나로 뒤섞였다. 화살이 창백한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존슨.”
위대한 습격자는 중요한 순간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먼 옛날 사냥할 때의 습성이었다. 그저 가만히 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릴 뿐이었다.
“너한테 맡길게. 미안해. 너무 힘든 일을 시켜서.”
강선후는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제 주인에게 보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엘더 스피릿은 환희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활시위를 놓았다. 강선후를 따라온 모든 영혼이 일시에 화살에 담겼다.
화살은 헤이마의 얼굴 경계선을 넘어, 안으로 파고들어 우주를 유영했다. 창백한 푸른빛은 부풀더니 허공을 달려나가는 거대한 늑대의 형상이 되었다.
엘더 스피릿은 화살을 품고 거칠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얼어붙은 별에 달려들었다.
강선후는 더 이상 그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없었다. 끝없는 어둠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으니까.
“크어어!”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헤이마의 가슴을 타고 내려오던 렐릭시나가 강선후를 향해 도약했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 옷깃을 거칠게 물었다. 엘신의 화살을 쏜 충격에 강선후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휘청이는 삽을 타고 다시 내려온 렐릭시나는 거칠게 강선후를 내려놓았다.
엘신이 빠르게 상태를 확인했고, 다시 돌아온 리리는 혈술로 강선후를 감싸 안았다.
“……다친 데는 없는 거 같아요.”
엘신이 말했고, 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니…….”
리리는 강선후가 활을 쏜 순간, 번쩍이는 푸른빛과 막대한 영혼의 에너지를 보았다.
대체 뭘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인간은 어느 경지에 도달하려고 하는 건가?
처음에는 그저 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품었던 평범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이 아니면 그 누가 왕좌에 앉을 수 있는 거지?
리리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우웅—!
뒤로 넘어가던 헤이마의 손이 거칠게 나무다리를 부여잡았다. 엄청난 진동에 아르고는 그대로 넘어져 땅을 굴렀다. 리리와 엘신은 몸을 낮춘 뒤,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헤이마의 얼굴은 앞에서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오직 그 얼굴만이 드러났다.
깨진 구멍 안, 자전하던 별은 자전을 멈춰 있었다.
누가 봐도 큰 손상을 입은 게 확실했다.
하지만 헤이마는 죽지 않았다. 크라켄과 싸우던 시절, 심장이 완전히 멈춘 뒤에도 여전히 움직였던 그 거인처럼.
거대한 존재는 소멸하는 순간마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다들 피해.”
리리가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피할 구석이 없는 곳임에도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헤이마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냉기가 세상을 얼리기 시작했다.
* * *
서지아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서쪽에서 불어오던 산들바람의 성격이 바뀌는 걸 엘프이기에 제일 먼저 느꼈다.
베이스캠프는 폐쇄 수순을 밟는다곤 했지만, 차원문은 언제나 큰 문제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함부로 철수를 할 수조차 없었다.
이 마을은 지구인들의 이계 진출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의 존재를 숨기는 가림막이 되기도 했으니까.
여러 공사가 검토되었지만 아직 결정된 건 하나도 없는 사항이었다.
“왜 그래? 갑자기 분위기가…….”
진서연이 서지아에게 다가간 그 순간.
서쪽에서 영하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바닥의 자재가 날아다니고 나무가 휘청였다. 순식간에 바닥에 서리가 내렸고, 나무의 표면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으앗! 뭐, 뭐야? 들어가! 들어가요! 지훈아!”
세상을 순식간에 겨울로 만드는 바람.
서지아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격동의 사계.”
황금의 시대가 되기 전, 세상을 시험하기 위해 몰려온다는 전설 속 계절.
끝의 겨울이 도래한 순간이었다.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거야.”
강선후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 바람은 서쪽에서 불어오고 있었고, 강선후가 향한 방향 역시 서쪽이었다.
여기에서도 이렇게나 차가운데, 그 발생지에서 이 바람을 직접 맞는다면.
서지아는 가슴속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거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잘할 거야. 언제나 그랬던 녀석이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던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열기. 그리고 화산이 폭발한 듯한 붉은빛.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평선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하늘을 두 동강 내고 있는 불꽃의 길을 보았다.
불꽃의 길은 그걸 만들어 낸 존재가 순식간에 멀어지는데도 비행운처럼 하늘에 오래 남았다.
서지아는 그 불꽃이 서쪽으로 향한다는 것과, 불꽃의 구름을 만들어 내는 정체가 붉은 새의 거대한 날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