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2
32화 ep12. 선지자요? 내가요? 왜요? (3)
“죽여라!”
“광인님. 말씀만 해주시면 이 이교도를 아주 요절을 내버리겠습니다.”
“광인님! 이번 기회에 제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당신 능력이 뭔데요?”
“해체를 잘합니다!”
요원의 턱이 그냥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강선후 님! 저, 저는 OWIC 전략기획본부 소속 성지호라고 합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를 포함한 우리 회사는 절대로 강선후 님께 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귀하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두두다다 말을 내뱉은 요원.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채 으르렁대는 이계 광신도들.
그리고 그들이 섬기는 게 바로 사당의 의자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
코미디가 따로 없다.
리리가 살짝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네··· 마을 사람 같은데. 나랑 이렇게 있는 거 들켜도 괜찮은 거야?”
불안한 표정이었다.
“나야 멀리 도망쳐버리면 그만이야. 그런데 당신은 아니잖아. 그 마을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거잖아.”
“내가 걱정되는 거야?”
“알아서 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오두막에 있었던 시절 리리는 지구인들이 올 때마다 계속해서 몸을 감췄었지. 나는 마을에서 경험한 나쁜 일 때문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을 내에서의 내 입지를 생각해준 모양이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부인과 접촉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어.”
이계인을 허가 없이 마을에 들여서는 안 된다.
지구의 정보를 이계인에게 발설해서는 안 된다.
규칙은 이 두 개가 다였다. 이 규칙을 지킨다는 전제하에서는 뭘 해도 문제가 없다고 인증까지 받았지.
하지만 이걸 리리에게 설명해주기는 애매했다.
“어쨌든, 걱정할 건 없어.”
“그럼 다행이네.”
리리는 그 말을 빠르게 납득하고는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세 전환이 참 빠르단 말이지.
나도 눈앞에 묶여 있는 요원을 바라보았다.
“명을 내려주시지요. 광인이시여.”
“살려주세요!”
이계인들의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것 정도는 쉽게 유추한 모양이었다. 요원은 다급한 표정으로 내게 사정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낮추고 작게 말했다.
“요원 아저씨.”
“네, 네! 듣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당신이 죽으면 내가 귀찮은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 말을 듣고 사색이 되는 요원. 사람 얼굴이 저 정도로 하얘지는 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거의 뱀파이어인줄 알았네.
“사, 살려주십쇼! 살려주세요! 가, 강선후 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약속합니다! 제발!”
“농담이에요.”
웃으면서 마을 사람들을 내보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 바로 납득하고는 속박을 풀어주더라.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물러갔다.
사당에는 나와 리리, 그리고 요원이 앉아있었다. 이계의 건물은 채광도 별로고 이렇다 할 조명도 없어서 이렇게 앉아있노라면 취조실 분위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느라 침묵을 유지하자, 본인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착각했는지 요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그··· 통보하지 않고 이렇게 관찰했던 점은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강선후 님을 감시하는 게 목표였던 건 아닙니다. 이 마을은 원래부터 감시 대상이었는데, 강선후 님이 이곳으로 온다는 통보를 따로 받지 못해서······.”
내가 좀 날카롭게 대했나? 사실 나는 OWIC에게 딱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은데, 이 사람은 자기가 밉보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상관없어요.”
“예?”
“당신들이 나한테 뭘 할 수 없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이전의 버뮤다 숲 사건을 계기로 감을 잡았다. OWIC은 나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응해줄 생각은 없지만, 그 태도가 내 입장에서 나쁜 상황은 절대로 아니잖아?
그리고 애초에 OWIC이 마을을 염탐하든, 내 꽁무니를 쫓든 알 바 아니었다. 내 관심은 오직 이거 하나였을 뿐.
“조금 전에, 저한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죠?”
“그랬었죠.”
“그거나 한번 들어봅시다.”
“······.”
요원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딸깍하고 옷에 달린 클립을 풀어내었다.
그게 녹화 장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름대로 진심이라는 의미겠지.
“사실 이번에 복귀한 후 보고 1순위였던 정보입니다. 후··· 이건 진짜 큰 소동이 일어날 거 같아서, 복귀 전에 조금 더 조사해볼 참이었습니다. 중요할 사항일수록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니까요.”
오.
리리는 알아듣지 못해서 멀뚱멀뚱 앉아만 있었지만, 나는 이 요원의 태도에서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녹화 장치도 끄고, 표정도 굉장히 진중했다.
나한테 상대적으로 밀릴 뿐이지, OWIC의 정보력이 그렇게 낮은 편은 확실히 아니었다. 나중에 복귀하고 나서 제대로 물어볼 거지만, 남쪽으로는 생각보다도 더 멀리 진출한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 어쩌면 베이스캠프 근방만 돌아다닐 거라는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귀가 쫑긋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경청할 준비를 끝냈다.
“···이 마을에 오는 지름길이 있습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숲길을 거치는 겁니다.”
이건 알고 있는 이야기다. 내가 거쳐온 경로가 바로 그 숲길이었으니까.
“···그곳에서 새로운 룬 언어를 발견했습니다.”
“···?”
뭔가 상황이 이상했는데 우선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변칙 이계 생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망원경을 이용해서 원거리 관찰 결과 그 개체의 등에 룬 문장이 적혀있는 걸 발견했죠. 그 개체를 움직이는 힘은 분명 룬 언어입니다···! 이계의 마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지도 모릅니다.”
“······.”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반응할 수가 없었다.
요원은 자신이 내뱉는 정보에 푹 빠진 듯 혼잣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 변칙 개체는 아마 절벽의 한 틈에서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 본사에 드론 사용을 허가받은 후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
“혹시 몰라 말씀드리지만, 호기심 때문이라도 그 안에 들어가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신중하게 행동해주세요. 그 변칙 개체들의 전투력은······.”
“하······.”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게 전부예요?”
“아, 네. 전부입니다.”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요원은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 룬어가 지금 내 머릿속에 있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지만 구태여 밝힐 이유도 없었다.
관리직도 아닌 말단 현장 요원한테 뭔가를 바란 내가 멍청이지.
얘들 실력이 미어캣 수준은 되는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인가? 그냥 무슨 개미네 개미.
“다른 건 없어요?”
“다른 거라···.”
“그게 저한테 크게 도움이 될 이야기는 아니라서요. 아무거나. 다른 거.”
“음······.”
무언가라도 얻어갈 생각에 요원을 추궁했다.
“지구에 관한 소식이라도 괜찮다면···.”
이라고 말하며 리리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리리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최근 하운드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난 듯합니다. 조사 결과, 하운드 조직 중 하나가 이계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모양이더라고요. 그게 이제 갈등의 원인이 되는 모양이고요.”
그렇단 말이지.
좀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나 그렇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계가 열리고 나서 지구에 도는 소문의 절반은 헛소문이었으니까.
나는 이 멍청이가 테이블 위에 비장하게 올려둔 녹화 장치를 바라보다가 손에 쥐었다.
빠각—.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죠?”
“···압니다.”
“오늘 여기에서 본 걸 가서 뭐라고 떠들든 당신 자유야. 그건 안 막아요. 어차피 숨길 이유도 없으니까. 근데 영상은 뭔가 기분 나쁜 건 사실이잖아? 그쵸?”
“그렇습니다.”
숨기고 말고를 떠나서 어차피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없는 모양이었다. 영상만 없앤다면 신경 쓸 거 하나 없다는 뜻이지.
“가세요.”
“어, 그냥 가도 됩니까?”
“네. 녹화 장치 부서진 건 적당히 변명하시고.”
“저도 눈치 있으니 안심하세요. 사실 우리 OWIC은 강선후 님을 아주 긍정적인 파트너로 삼고 싶습······. 어?”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획에 변동은 없었다. 나는 오늘 오후 바로 베이스캠프로 출발하기로 했다.
***
마을 사람들은 내가 떠난다니까 아주 통곡을 하기 직전까지 갔다. 잠시 자리를 비울 뿐, 앞으로도 꽤 자주 찾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나서야 비로소 납득했지.
그들이 끝까지 건네려 했던 각종 선물은 우선 마다했다. 가방의 용량은 한계가 있으니, 가장 필요한 것 위주로 채우는 데에 집중했을 뿐이었다. 어차피 다음에도 올 거잖아? 남쪽으로 탐험할 때 좋은 거점이 되어줄 거 같았으니까.
한 번 개척한 길은 되돌아가기 훨씬 쉽다. 배낭이 무거워진 터라 리리의 발걸음은 살짝 느려졌지만, 오히려 여정을 진행하는 속도는 갈 때보다 훨씬 빨랐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저 멀리 베이스캠프가 희미하게 보이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30분 정도만 더 가면 도착이야. 업어줘?”
“···인도자의 의무 첫째, 짐이 되지 마라.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런 훈련을 받았겠어?”
겉보기에는 고작 20대가 되어 보이는 외형이다. 뱀파이어가 나이를 어떻게 먹는지는 모르지만, 말하는 걸 들어보면 우리랑 크게 다르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안주머니에서 금빛 회중시계를 꺼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거 금일까?”
“글쎄.”
햇빛이 닿으면 거의 발광하는 것처럼 찬란한 빛을 발한다.
좌측의 버튼을 누르면.
딸깍—
뚜껑이 열리고 화살표가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건 시계가 아니라 지침인 셈이지.
“대체 뭘 가리키는 거야?”
“화살표는 왕의 자격자들이 왕이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리켜. 나도 실제로는 처음 봐. 전설 속에만 나오던 물건인데···.”
“왕의 자격?”
“모든 물건을 찾은 뒤, 마지막으로 가리키는 곳은 황금의 왕국일 거야.”
“······.”
간단히 말해서 이 물건이 황금의 왕국으로 가는 핵심 키가 되어준다는 말이다.
···리리도 전설 속에서만 봤다는 이 물건을 건넨 누군가는 성좌, 바로 윌슨이랬지.
“···예전에 조난생활을 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황금의 왕국을 보면서 의지를 다졌었어. 그게 멘탈 건강에 정말 좋았거든.”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황금의 왕국이란 허상의 존재는 내 로망이자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윌슨은 내가 매일 밤 황금의 왕국을 바라보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겠지?
“···대체 그 녀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궁금했지만, 앞으로도 알 기회는 많았기에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한 단계씩 하는 거다.
“···왕에는 관심이 없는 거야?”
리리가 옆에서 넌지시 물었다.
“왕의 자격이란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안 하길래. 지난번부터 그랬잖아. 당신은.”
왕의 자격을 지닌 자들이 황금의 왕국으로 모인다는 이야기.
이계인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전설인 모양이었다.
“글쎄?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 근데 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야.”
“왜? 모든 인종의 꿈 아냐? 왕이 되는 거.”
“생각 안 해봤어. 그냥 단순히 내 마음이 왕보다 왕국에 더 반응하는 거야.”
“······.”
리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 오묘했다.
“당신은 진짜 특이한 사람이네. 정말··· 특이해.”
“그건 좋은 평가인가?”
“글쎄, 생각 안 해봤어. 나쁜 건 아닌 거 같아.”
“그럼 됐지.”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걷는데에 집중했다. 베이스캠프는 이제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그저 할 말이 없어서 침묵을 유지했지만, 베이스캠프가 가까워질수록 흥분이 올라와서 입을 열 수 없었다.
“···당신 아까부터 왜 그래? 도착했어.”
내 오두막에 도착하고 리리가 짐을 내려놓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황금 지침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침은 이제까지 명확하게 흔들림 없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
리리가 그걸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침은 목표물이 가까울수록 흔들리기 시작해. 어느 정도 근접하면 완전히 원을 그리며 움직이니 그때부턴 직접 찾아야 한다고 하던데······.”
그 말뜻은.
“목표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 아냐?”
나와 리리는 동시에 지침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당신 마을이네.”
리리는 베이스캠프라 생각했지만, 나는 조금 더 정확한 곳이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지침은 정확히 차원문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차원문 건너.
아마도 서울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떠올렸다. 아까 요원이 말해준 이야기를.
하운드 중 하나가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그 헛소문을 말이다.
***
서지아의 헤드셋.
그 머리에 여전히 반듯하게 얹어져 있는 그것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
잔뜩 피에 젖은 탓이었다.
평소에 그녀의 옆에서 굽신거리던 한 남자, 7급 하운드 지태호는 팔다리가 묶인 채 옆으로 쓰러져 있는 서지아를 낄낄대며 내려다보았다. 그 주변에는 다섯의 장정이 연장을 들고 서 있었다.
“센 척은 오지게 털더니만, 강선후? 그 새끼한테 꼬리나 치고 다니더라. 가오 안 살게. 그러면 우리가 뭐가 되니?”
인간 사회 속에서의 하운드 정보력은 어쩌면 이계의 정보보다도 강했다. 서지아가 강선후와 일종의 협상을 했다는 사실은 금방 소문이 되었고, 그녀를 따르는 부하들 입장에서는 품위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끝발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서지아의 부하 중에서는 체계적인 규칙이 아니라 힘과 위엄을 따르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이 서지아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 순간 배신은 예정된 사항이었다.
지태호는 그 헤드셋을 붙잡아 서지아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서지아는 눈을 치켜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와 시팔. 이거 이렇게 잡아도 안 벗겨지네. 뭘 어떻게 고정해놓은 거야? 나이 쳐먹고 이런 거 하고 다니고 싶냐? 컨셉질도 적당히 해야지.”
서지아도 물론 무작정 이들을 믿었던 건 아니었다.
“···니들 자신 있어? 내 뒤를··· 커흑, 누가 봐주는지 알 텐데.”
“오윅? 그 새끼들 무섭지. 무서워. 마음만 먹으면 법 위에 서는 새끼들이니까. 아이구 무서워라.”
그리고는 낄낄대는 지태호.
“병신년아. 그 새끼들이 왜 이계가 좋다고 막 선동하고, 막상 관리는 허술하게 하는지 알아? 일부러 그러는 거야. 사람들 계속해서 그짝으로 튀어나가라고. 그게 그 새끼들이 원하는 거니까.”
“···그게 너희들이랑 무슨 상관인데.”
“너 따위 죽어도 아무런 상관 안 한다고. 너는 그냥 이계 정찰 셔틀이었다니까?”
뒤에서 연장을 들은 채 낄낄대는 부하가 입이 근질거렸는지, 가까이 다가와 말하기 시작했다.
“네년 금고만 털고 중국으로 뜰 거야. 중국은 차원문이 사막 한가운데에 열려서 골치 아팠다는데, 최근에 깡으로 주변 개발 시작했다면서? 역시 대륙입니다. 그렇죠. 형님?”
“씨발놈아 아가리 간수 잘해라.”
“어차피 뒤질 년인데 뭔 상관입니까? 여기 카메라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다음 자리는 어차피 중국 쪽 차원문일 텐데.”
이들은 이미 중국의 브로커와 거래를 끝낸 상황이었다.
음침하게 웃던 지태호는 거칠게 서지아의 머리를 바닥에 꽂았다. 고여 있었던 피가 튀어 올랐다.
“그러니까, 그 황금 보물 넣어놨다는 금고 번호만 좀 부르라고! 그것만 털면 얌전히 죽여줄······ 어?”
그때 비로소 서지아의 헤드셋이 벗겨졌고.
드러난 그 귀를 이곳의 모두가 보았다.
“······.”
지태호의 얼굴에는 오묘한 미소가 띄워졌다.
“···너, 이쪽으론 어떻게 넘어왔냐? 엘프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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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참을 인 세 번이면 도리는 지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