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8
38화 ep15. 산요정 (1)
***
그날 밤 OWIC이 찾아와 하운드의 시신을 수거해갔다.
저 회사의 영향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정말로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기업이 맞긴 할까?
그날은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적당히 만지작거리다가 멈췄다. 솔직히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 몸의 피로는 콜드 포레스트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쉬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서울로 향했다. 목적지는 종로의 한 대형 서점이었다.
“할인해서··· 6만4천 원입니다.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포인트 카드요? 아, 괜찮아요.”
무심결에 되물었다가 번쩍했다.
이계에 그렇게나 오래 있었던 거 치고는 이상하게 서울에 잘 적응했지만, 그래도 사소한 부분에서의 혼동은 가끔 있었다.
탐험은 의외로 서점 갈 일이 많은 일이었다.
지도를 읽는 법이라든가, 열악한 환경에서의 응급처치, 그리고 목적지의 생태적 특성까지.
의외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이계의 야생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점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전부 몸으로 부딪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차원문을 넘어 이계로 향했다.
“어? 길드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서울은 점심이던데.”
이전에 하운드에게 시달렸던 여관의 종업원, 윤민지가 게으른 손놀림으로 앞치마를 두르며 하품을 했다.
“이계는 이제 해가 떴으니까 아침이죠. 으, 해가 안 뜨니까 아직도 졸려요.”
“그나저나, 길드장이요?”
“길드장이시잖아요. 탐험가 길드 길드장.”
아니, 그건 솔직히 반쯤 장난이었다. 애초에 진지하게 시작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길드장밖에 없는 길드는 좀 이상하지 않나?”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선후 씨는 그렇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여기도 사장 없는 여관이에요. 하여간 미친 변태새끼.”
베이스캠프의 종사자들은 이제 전부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약간 무슨 느낌이냐면, 한적한 동네의 시장이나 상가 같은 느낌이다. 서로서로가 다 알고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그런 시장.
“민지 씨는 이계에서 꽤 오래 있으시네요.”
“저는 컨디션 좋으면 한 달은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뭐, 속 좀 울렁거리면 서울에서 하룻밤 자고 오면 되니까. 할 수 있으면 바짝 벌어야죠. 요즘 같을 때.”
독기를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적다. 하지만 이건 상대적인 이야기고 이계 업무에 활동적으로 종사하는 사람 중에서는 많은 편이었다. 애초에 몇천만 인구 중에서 거르고 걸러 그런 사람들만 남은 셈이니까.
알고 보니까 차소희가 좀 심하게 적은 편이더라.
“그거 책 뭐예요? 두꺼워 보이네.”
윤민지는 내가 한 아름 안고 있는 책 세 권을 가리켰다.
<현대 활의 변천사>
<궁술의 정의>
<무기의 역사 – 중세, 근대 편>
이걸 산 이유는 명확했다. 맨 처음으로 얻은 황금의 유물. 그 기념비적인 물건이 다름 아닌 활이기 때문이었다.
“독서도 하세요? 진짜 다 가지셨네? 누구 남자려나 몰라.”
“일 때문에 산 거예요. 일.”
윤민지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나중에 밥 먹으러 와요. 요즘 잘 안 보이시더라.”
“시간 나면요.”
적당히 인사를 받아준 뒤, 바로 외벽을 넘어 오두막으로 향했다. 내 오두막은 나무들 사이에 있었다. 숲이라고 말하기는 민망한 규모였지만, 어쨌거나 들어오면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왔어?”
텃밭을 가꾸던 리리가 날 반겼다.
솔직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탐험은 외로울 때가 많고, 아무리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도 대책 없는 혼자는 견디기 버거울 때가 있는 법이다.
말 상대를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일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지.
“텃밭은 어때. 잘 돼가?”
리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한 눈으로 각종 씨앗이 심어진 텃밭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남쪽 마을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었다.
돌아와서 맨 처음 한 일은 씨앗을 채취하고, 밭을 일구는 거였다.
매번 채집하는 것보단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게 손이 덜 가니까.
리리는 원예가 취미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의외는 아닌데, 이제까지 보인 모습 때문에 의외라는 느낌이 좀 들기도 했다. 거친 모습들을 자주 보여줬으니까.
“이거 봐봐.”
리리가 가리킨 흙더미에서 싹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리리의 여전히 건조한 표정에서 약간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리리가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말은 이 일을 리리에게 전담시켜도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신경 쓸 게 하나 줄어든다는 의미지. 조금은 여유가 생기겠네.
“근데, 당신이 이번에 가지고 온 발광 버섯. 그건 지하실을 만들어야 할 거 같아.”
애초에 나무가 우거진 습지에서 자생하는 버섯이라 어둡고 습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한다. 포자를 채취해서 몇 번 시도해봤는데 다 실패했다고.
지하실이라는 거지.
그건 또 내가 만드는 법을 알지.
우선 이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 당장 해야 할 게 있었다.
황금 지침을 꺼내서 뒤에 박혀 있는 녹색 보석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약간의 정신집중.
파악—!
손가락 틈 사이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유려한 활이 되었다.
리리도 완전히 일어나서 내 쪽을 바라보았다.
“리리. 이 물건에 대해서 아는 건?”
“황금의 유물. 다른 말로 지배자의 증명. 열두 지배자마다 자신을 상징하는 물건이 하나씩 있어.”
“어, 그럼 그거 내 거도 있는 거야? 내가 포식자라며?”
“당신도 있고, 나도 있고. 찾아야 하겠지만.”
다시 시선을 활로 돌린 뒤 무게감을 느끼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황금색이지만, 막 번쩍이지는 않고 은은한 광택이 아름답다.
정 가운데에 맞춰 손가락 위에 올려보았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무게 중심까지 신경 써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것.
대체 누가 이런 물건을 만들었는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계는 정말로 신이 존재하는 세계인 걸까?
그 신비함이 내 감성을 더욱 자극했다.
“이건 그럼 어떤 지배자의 증명이야?”
“나도 다 아는 건 아닌데, 활의 형태를 한 건 들어본 적이 있어. 방랑자의 증명이라는데.”
“자기한테 맞는 물건을 가지면 더 좋은 거야?”
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증명은 걸맞은 지배자의 손에서 모든 힘을 개방해. 사실 싹 다 전설이라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리리는 내가 ‘포식자의 상’을 지니고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증명을 찾는다면,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겠지.
다시 활에 집중했다. 리리는 이 물건이 방랑자의 증명이라고 말했다.
“방랑자의 상이라.”
서지아는 이 물건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사용해본 적도 있는 것 같았는데.
“음···.”
하지만 지배자 어쩌구 하는 거에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 물건을 내가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을 펼쳐 화살의 종류가 적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머릿속에 연상하자.
파악!
왼손에 빛이 모이고, 쭉 늘어나며 화살의 모양이 된다. 나는 타이밍을 맞춰 그걸 잡는다.
과정은 좀 길었으나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셈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우선 조준은 신경 쓰지 말고 나무에 대고 막 쏴봤다.
핑핑핑—
빠른 속도로 아무렇게나 시위를 당기는데, 그 속도에 맞춰서 왼손에 계속해서 화살이 생성되었다.
발사된 화살은 1~2분 뒤에 천천히 사라졌다.
화살을 미리 만드는 편법은 불가능하단 뜻이다.
어쨌거나, 무한 화살. 이 활의 첫 번째 특수능력이다.
“편하겠다.”
리리의 한줄평.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 활의 진짜 능력은 이거였다.
나는 책에서 본 불화살의 표준 모형을 상상했다.
그러자.
파앗!
바로 만들어진다. 그 끝에 기름을 먹인 하얀 천이 둘둘 감겨 있다.
책에서 본 불화살 모양 그대로다.
그렇다면······.
이런 것도 되나?
예전에 본 만화책에서, 이런 화살이 있었는데.
“···빛이여···?”
반응하지 않는다.
반응하는 건 민망한 리리의 눈빛 뿐.
“무슨 의도였어?”
“아무 것도 아니야.”
이건 안 되네.
그 후,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알았다.
실제로 존재할 법한 화살의 형태, 내가 화살이라고 인지하는 형태 정도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화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선 안에서 형태 응용은 가능한가 보네.”
가장 마지막으로 소환한, 끝이 흉악하게 갈라진 화살을 보면서 리리가 말했다.
내가 투창형 과대 화살, 전설 속 게이볼그, 인도 여행 중 들었던 브라흐 어쩌구, ICBM 미사일 같은 걸 상상하면서 몸 비틀었다는 건 딱히 리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만 해도 충분하지.”
앞으로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우선 짐을 줄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한데,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었다. 이 물건의 활용성이 더 성장할 여지가 남은 셈이었다.
“···좀 쏴볼까.”
이번에는 막무가내가 아니라, 미리 만들어둔 표적을 정성스레 조준했다.
피잉—!
정 중앙은 아니지만, 표적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리리가 다가왔다.
“당신 활 쏠 줄 몰라?”
“배우진 않았지.”
“잠깐만.”
리리가 내 팔과 어깨를 잡으며 자세를 교정해줬다.
“몸을 많이 돌리면 안 돼. 어깨는 평행하게. 등 펴.”
리리가 손바닥으로 날개뼈 가운데를 꾹 눌렀다. 등이 굽은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팔 힘이 아니라 등 힘으로 당기는 느낌으로. 화살은 눈이랑 일직선으로. 응. 이제 쏴 봐.”
피잉—!
화살이 정 중앙에 꽂힌다.
“생각보다 잘 쏘네.”
“쏴본 적은 많으니까.”
배운 적은 없지만, 이계에서 살 때 활을 많이 썼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덫의 의존도를 더 높이긴 했지만.
나는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몇 발 더 쏴봤다. 앉아서도 쏘고, 조금 몸을 틀어서도 쏘고.
“아, 알겠어. 사냥꾼의 방식이구나.”
“응?”
“내가 괜히 참견했네. 사냥꾼이 정자세로 쏠 일은 별로 없을 텐데.”
나는 그냥 내 마음대로 쐈는데, 리리는 혼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쏘면서 느꼈다. 이 활은 특수능력을 빼도 아주 훌륭한 물건이라는 걸.
그렇게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저, 바쁘십니까.”
조금 살집이 있는 중년의 남성이 사무소로 찾아왔다. 입고 있는 옷을 보아 평범한 방문객은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선후 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남자는 명함을 건네며 내 손에 있는 활을 계속해서 힐끔거렸다.
“소문대로···. 업적이 굉장하신 분이군요.”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명함을 바라보았다.
「(주)OW리소스」
「대리: 박광석」
“무슨 회사예요?”
“저희는 이계쪽 채광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입니다. 최근에 강선후께서 서쪽의 폐광에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그곳은 이계 생물에 점령되어서 개발이 중지된 곳인데, 강선후 님께서 그곳을 자유롭게 통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거기에 있는 메두사를 이용해서 동화석을 만들었었지.
“그곳의 탐사 및 조사를 의뢰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
이번 의뢰 내용은 이랬다.
사실 내부적으로 서쪽 개발이 중지된 이유는 단순히 메두사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메두사가 위협적인 동물이긴 해도 인간이 밀어버리자고 마음먹으면 못할 것까진 없었으니까.
모든 건 돈 문제였다. 군사력을 투입해서 그곳의 메두사를 밀어버리는 게 그 투자비용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회사는 그게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메두사 때문이 아니라, 그 내부에 있는 거대하고 미로 같은 공동이 문제였으니까.
“여러 검사 업체에 의뢰해서 그곳에 다량의 미확인 광석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까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조사원을 파견해서 조사를 몇 번 했는데······.”
“미로였나요?”
대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습니다. 움직이는 미로였어요. 1차 조사 때와 2차 조사 때가 지형이 다르더군요.”
그랬겠지.
대리의 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조사원들은 전부 돌아온 뒤 일제히 이상해졌나요? 정신적으로?”
“···네.”
“전부 퇴사했겠네. 메두사도 그 안에서 튀어나왔겠네요. 어디에서 온 게 아니라.”
“맞습니다. 정말 소문대로네요.”
대리는 손바닥을 비볐다. 드디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한 기분인 모양이었다.
“혹시, 조사를 의뢰할 수 있겠습니까? 그 안쪽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는지 조사만 하시면 됩니다. 너무 위험한 곳이라 저희가 아는 대로 솔직하게 말해드리는 겁니다. 강선후 님에게 폐가 될 수는 없으니.”
왠지 내 기분을 최대한 맞춰주는 화법이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첨언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비용은 최대한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우선 계약금 이 천, 의뢰 해결 내용에 따라 잔금도 이 천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가 의뢰를 요청드릴 수도 있고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돈도 중요하긴 한데, 제 조건은 그게 아니에요.”
나는 예전에 남쪽을 찾아갈 때 가지고 갔던 베낭에서 약초를 몇 개 꺼냈다.
“가지고 가세요. 당시 조사원들을 전부 찾아가서 이걸 끓인 물을 먹이세요.”
“네?”
“그 사람들, 몇 달 뒤면 죽을 거예요.”
그냥 죽으면 다행이지.
“정신착란에 시달리다가 주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서둘러야 합니다. 이 약속을 지킨다면 의뢰도 받아들일게요.”
“···지금 당장 본사에 보고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산속에 거대한 공동이 있고, 그게 서로 미로처럼 얽혀있으며,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전부 제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이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모든 상황이 파악되었다.
“···산요정.”
산의 뿌리와 편리 공생을 하는 토착종이다.
녀석들은 아주 가끔 지상으로 올라와 횡포를 부리고는 했다. 내가 살던 숲에서도 한 마리 살았었지. 엄청나게 싸웠는데, 어느 순간 얌전해져서 기억 저편으로 넘어갔다.
사실 실체도 본 적 없었다. 여러 증거를 겪으며 그런 녀석이 있다는 걸 눈치챘을 뿐이었다.
나는 그 미지의 존재를 소환사라고 부르고는 했다. 흙을 통해서 여러 생물을 빚어내는, 정말 이상한 녀석들이었으니까.
활을 내려다보았다.
이 활이 실제로 얼마나 쓸모 있을지 시험할 좋은 기회다.
***
“산요정?”
리리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산요정’이라는 명칭은 내가 지은 거다. 리리가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지.
산 속에서 살고, 산과 소통해서 뿌리와 공생하고, 이상한 생물들을 만들어내는 녀석.
나는 솔직하게 모든 정보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냥용 나이프를 다시 들어올렸다.
“어···.”
근데 뒤에서 듣고 있었던 리리의 반응이 살짝 이상했다.
“스프리건 말하는 거 같은데. 정령 중 하나야.”
“네가 알면 이야기가 더 쉬워지겠네.”
“싸울 생각인 거야?”
“왜?”
“그럴 필요 없을걸.”
준비하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리리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거, 당신 편일 수도 있어.”
“···?”
“스프리건은 지배자를 섬겨. 스프리건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정령은 대부분. 우리 왕국도 동맹 정령이 있었어. 우리는 인도자의 가문이고, 인도자도 열두 지배자 중 하나니까.”
“···?”
지배자의 상을 섬긴다고?
“섬기는 지배자가 없는 정령은 일종의 욕구불만에 빠지거든.”
“뭘 할 줄 아는 애들인데?”
“음, 최고의··· 정찰꾼? 산의 뿌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스프리건은 그걸 타고 다니니까.”
리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러면 계획을 좀 바꿔야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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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산요정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