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9
39화 ep15. 산요정 (2)
하운드 협회.
하운드 협회는 협회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리직의 영향력이 없다시피 했다. 애초에 조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협회가 아니었으니까.
이들은 그저 목소리의 크기를 키우고 싶을 뿐이었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하운드 이계 활동내역 공개 의무화되나? 야당 법안 발의.」
라는 기사가 나올 경우.
“서민에게 주어지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기득권층! 표심을 위한 갈라치기!”
“기득권의 횡포를 멈춰라! 서민에게 주어진 기회를 존중하라!”
“존중하라!”
“존중하라!”
협회를 구심점으로 그때그때 모여서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광장에서, SNS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적극적이었다.
이 사회 속에서 행동하는 목소리는 옳고 그름을 떠나 강력한 힘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수천, 수만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이 목소리에 각계는 눈치를 보았다.
세상은 점점 더 눈치 보는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이걸 이용하는 건 하운드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협회는 하나의 뜻으로 모인 곳이 아니기에 그 안에서도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그들 중, 등 떠밀리듯 부협회장 직을 맡은 20대 중반의 4급 하운드, 도준혁.
“에휴. 진짜.”
본인의 개인 사무실 안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기 싫다고······.”
이딴 거 관심 가지기 싫은데. 복잡한 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돈 벌고 싶은 건데.
협회의 장은 총대일 뿐이었다. 실질적으로 이득을 보는 자와 자리에 앉은 자가 다른 경우가 많았고, 도준혁 역시 그런 케이스였다.
‘너 몇 달만 그 자리에 있어. 월급도 나오잖아.’
‘왜 하필 저예요?’
‘ 넌 실력도 있어. 마스크도 좋아. 이미지도 나쁘지 않아. 머리도 좀 돌아가는 편이고. 너만한 인재가 어딨어? 그리고 가게 홍보에도 도움 될걸?’
이 사탕발림에 넘어갔으면 안 됐다.
후회해봤자 늦었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있어서 꼭 나쁜 건 아니니까.”
업계 소문의 싱크홀이 된 느낌이었다. 듣고 싶었던 이야기부터 그러지 않은 이야기까지 전부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남고 출신 동창, 7등급 하운드 박준이 아주 흥미로운 눈을 한 채 웃고 있었다.
“너 그 소식 들었냐?”
박준이 입을 열었다. 또 시작이구만.
“무슨 소식.”
“서지아 똘마니들. 그 지태호였나? 그 새끼들 싹 사라졌대.”
“······?”
사라져?
이건 흥미가 좀 동하는 이야기였다.
“얘기해 봐. 죽은 거야? 지들끼리 싸움이라도 난 거?”
“진짜로 사라졌어. 전원 실종. 경찰은 내사종결. 개쩔지 않냐? 시발.”
박준은 눈을 반짝였다.
“OWIC이 드디어 움직였나 봐. 선을 한참 넘긴 했어. 그렇지?”
“···아닐 거 같은데.”
도준혁은 조금 더 이 업계에 대해서 아는 게 많았다.
“아니라니?”
“OWIC은 그런 식으로 안 움직여. 지태호 부하가 삼십 명은 되었을 텐데 그게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너무 괴팍해.”
“OWIC은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데?”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잖아? 규제 걸고, 트집 잡고 하면서 말려 죽이면 그만인데. 그리고 OWIC에서 지태호한테 신경이나 썼을까?”
박준은 소파에 늘어져 있는 자세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 반대로 생각해 봐. 이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회사가 OWIC 말고 더 있어?”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OWIC 스타일의 일 처리가 아닌데, OWIC밖에 못하는 일이라니.
순간 도준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변화에 예민한 하운드였다.
이 변화는 사소했으나, 확실했다.
확실하다면 사소하다고 무시해선 안 됐다. 세상의 변화는 항상 사소함의 불씨에서 타오르는 법이니.
“OWIC이 태도를 바꾸었다···.”
그렇다면 그 변화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도준혁은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강선후일까?”
“강선후? 아, 이번에 그 탐험가 길드 만들었다는 사람? 개지리긴 하던데.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지태호가 이번에 강선후를 죽이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어.”
“그래서 강선후가 지태호랑 그 똘마니들을 다 조져버렸다고? OWIC이 그 뒤처리를 해준거고?”
“그럴 가능성이······.”
박준이 호탕하게 웃었다.
“네가 말하면서 안 이상해? 부협회장 일이 많이 피곤했나 보네. 우리 K-셜록홈즈가 이상한 소리를 다 하고.”
“······.”
박준의 반응은 일리가 있었다. 도준혁도 이게 얼마나 우스운 소리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박준은 도준혁의 추론을 지적했다.
“이번에 지태호가 모은 떨거지가 서른 명이래.”
“뭘 하려고 그렇게 조직을 만든 걸까.”
“나야 모르지? 아무튼, 강선후가 하루아침에 서른 명 하운드를 쓸어버렸다는 얘기가 되잖아? 하루아침도 아니지. 세 시간만에?”
“······.”
“데스나이트도 아니고. 그게 가능할 리가······.”
그때,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포니테일의 동갑의 여자 하운드가 들어왔다.
박준, 도준혁의 하운드 동기 한윤아였다.
“야! 대박 속보! 미친! OWIC 내부발 속보!”
“왜.”
“강선후가 지태호하고 그 똘마니 다 죽여버렸대! 미친 거 아냐?”
“······.”
박준과 도준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게 다가 아니야. 이번에 OWIC에서 강선후를 특수 변칙 개체로 지정한대!”
“특수 변칙 개체?”
OWIC이 예산을 들여 특별하게 관리하고 조사하는 이계의 존재를 의미했다.
변칙 개체라는 말처럼,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계의 존재에만 지정되는 설정이었다.
OWIC이 강선후를 변칙 개체로 지정했다고?
이건 하나를 의미했다.
OWIC이 강선후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맞은 거 같은데?”
도준혁은 의기양양해졌고, 박준은 그저 어벙한 표정으로 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하운드 정보통으로 이번 일에 관한 이야기를 흘렸습니다.”
“일부러요?”
정지훈의 말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왜 굳이? 물론 OWIC이 어련히 뒷감당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유가 궁금한 건 여전했다.
“왜요? 굳이 그래야 했나?”
“하운드는 공식적인 통보를 잘 따르지 않습니다. 뭔가를 강제하면 반발하는 게 사람 심리니까요.”
정지훈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오히려 무서운 헛소문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잖습니까.”
“그런가. 그 소문이 저한테 문제가 될 가능성은요?”
“그럴 리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헛소문 아니겠습니까? 그걸 진지하게 문제 삼는 건 음모론자들뿐이겠죠. 바보 취급받는 그 부류들이요.”
이 사람이 말하는 게 뭔지 대충 이해는 갔다.
알면 알수록 소름 돋는 회사잖아?
“이제 한동안 하운드 협회는 강선후 님을 절대 못 건드릴 겁니다. 애초에 그럴 놈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신경 안 쓰고 있었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그럼, 이번 의뢰도 잘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강선후 님께는 항상 기대가 큽니다.”
“그쪽에서 나한테 기대할 게 뭐가 있어요?”
정지훈은 미소를 지었다.
“같은 인간이지 않습니까.”
“···그런가.”
— 개척자의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발전이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생각이 복잡해지는 답변이었다. 이게 진짜 발전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쓸데없는 생각이다. 정지훈이 떠나는 걸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짐을 챙겼다.
“리리.”
“응.”
리리는 나뭇가지 위에 서 있었다. 그것도 한 발로 서서, 팔을 좌우로 펼쳐 중심을 잡고 있었다.
“너 왜 그러고 있어?”
“운동. 이거 생각보다 운동 돼.”
“나도 알아.”
내 반응이 재미없었는지 폴짝 뛰어서 바닥에 착지하는 리리. 고양잇과 동물이 연상되는 움직임이었다.
“또 어디 가려고?”
“서쪽.”
“또? 당신 보름 동안 거기 갔다 온 거 아니야? 또 갈 일이 있어?”
보름 동안 자리를 비웠다.
따라온다는 리리를 만류한 채 혼자 움직였다. 굳이 같이 다닐 이유를 못 느꼈거든. 위험한 곳을 가는 것도,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는 그냥 한두번 살펴보고 끝낼 일이 아니라서. 규모가 장난 아니라서 사전 답사는 중요해.”
“산의 뿌리가 그 정도야? 나는 말로만 들어서.”
산의 뿌리.
말 그대로 산이 이 대지에 내린 거대한 뿌리를 의미한다.
나도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건 어마어마한 규모로 서로 얽혀 있는 지하 굴의 연속이라는 것, 그리고 중간중간 거대한 공동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아래로 농도 짙은 에너지가 이동한다는 것.”
산의 뿌리란 일종의 거대한 송유관이었다.
기름이 아니라 거대한 산의 정기가 이동하는 송유관.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사전 답사도, 준비도 없이 달려든다? 이제까지처럼 배낭 하나 짊어지고 설렁설렁 소풍 가는 느낌으로 들어간다?
이건 내가 용납 못 한다. 모험은 자살과 동의어가 아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이번에는 오래 안 걸릴 거야.”
“이번엔 나도 갈래.”
“좀 쉬는 게 낫지 않겠어? 본게임 들어가면 이번엔 진짜 장난 아닐 텐데”
리리는 그 흑발이 휘날리도록 고개를 가로저었다. 쉬라고 했는데도 난리네.
“인도자의 의무를 지켜야 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굳이 데려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첫 답사 때를 떠올렸다.
서쪽 폐광에 도착한 뒤, 메두사들을 피해서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지하로 수십미터 들어가는 구멍을 만났다.
불빛에 의지해서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마주한 건 어마어마한 규모의 갈림길과 거대한 공동, 절벽과 무너진 돌다리의 연속이었다.
“이건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들거든.”
“근데 왜 혼자 가려고 했어?”
리리는 아직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
어두운 밤, 황무지와 돌길을 따라 걸었다.
“저기. 잠깐만.”
리리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도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당신? 이거 이렇게 가도 되는 거야? 혹시 잊은 건 아니지?”
“뭘?”
“여기서부터는 메두사의 서식지잖아. 몸을 숨기거나, 대비를 해야할 거 같은데.”
맨 처음 서쪽 폐광에 뭐가 사는지를 말하자 리리는 기겁했었다.
이해가 안 가진 않았다. 눈빛에 노출되기만 해도 단단하게 굳어버리는 마수. 위협적이지 않을 리가 없지.
“당신이 금속 부식 능력이 있다곤 해도···. 메두사가 많으면 좀 얘기가 달라지잖아? 그 녀석들은 무리 지어서 사는 습성이 있어.”
“그렇더라고.”
“이제 슬슬 위험해질 거 같은데.”
리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조금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눈빛을 다잡고 고개를 휘저었다.
“당신을 믿어.”
“···내가 그렇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었나?”
“뱀파이어는 영혼 연결을 한 상대를 믿어. 믿다가 죽더라도.”
“너무 호구인데.”
“호구 아니야! 이건 뱀파이어의 명예야. 당신은 이해 못 해.”
왜 버럭하고 난리야? 깜짝 놀랐네.
그러면서 이제는 의연하게 걷기 시작했다. ‘믿기로 했다.’라는 다짐이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물론 난 저 믿음에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
바보같이 메두사의 존재를 까먹었겠어? 난 그 정도로 아마추어는 아니었다.
“···어.”
거대한 바위산이 가까워지자, 리리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저기에 빛이 있을 리가 없는데. 당신이 설치해놓은 거야?”
고개를 가로저었다.
“···뭔가, 시끌시끌.”
리리는 확실히 보통 인간보다는 귀가 좋은 편이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져서 실루엣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순간, 리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당신 이거 즐기는 거야?”
“뭐가.”
“당신 왕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어이없다는 듯 내뱉는 리리의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왕에는 관심이 없지.
하지만.
“광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광인님!”
좋은 손발을 낭비할 수는 없잖아.
철저하게 선별한 백 명 남짓한 장정들.
그 주변에 흐트러져 있는 메두사의 시체들.
인파의 사이로 체구가 큰 노년의 엘프가 지팡이를 짚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의 사제복이 아닌 사냥꾼이었던 시절 입었던 튼튼한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광인이시여.”
남쪽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서 오셨네요.”
“저희가 당신께 쓸모가 있음을 증명할 기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어나세요. 귀찮은 절차를 좋아하진 않아서.”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당신들이 해줘야 할 건 스프리건의 서식지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겁니다. 위치만 알아내면 그 뒤로는 저와 리리만 출발할 생각입니다.”
리리가 ‘이런 식으로 하려 했다고?’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혼자 해결해서 오래 걸일 일은,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운용해서 나쁠 거 없잖아.
사제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나, 지금 저희 신도들은 남은 흉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흩어져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이곳으로 모이라고 명령하겠습니다.”
“제가 할게요.”
나는 황금 지침에서 녹색 보석을 꺼내 쥐었다.
파악—!
방랑자의 활.
내가 붙인 이름이다.
사제도 이걸 알아보는 듯했다.
“그건···. 지배자의 증명.”
안 그래도 날 바라볼 때마다 광기에 가득 차 있었던 사제의 눈빛은 이제 초롱초롱해지기까지 했다.
징그러.
“지배자셨던··· 겁니까?”
손은 대체 왜 떠는 거야.
다음 말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성좌의 창조자가 지배자시기까지 하다니, 당신은 어디에서 오신 분입니까!”
“오오, 광인!”
“광인!”
호들갑은 나중에.
나는 이전에 책에서 봤던 화살 중 하나를 떠올렸다.
빛이 모여들고, 왼손에 화살이 떠오른다.
오오— 하는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살.
평범한 나무 화살처럼 보이지만, 그 끝에 달린 건 날카로운 촉이 아니라 상아로 만들어진 호루라기였다.
효시(嚆矢) 라고 하던가?
활을 높게 치켜들고, 활시위를 당긴 다음, 놓는다.
피이이이이—!
청명한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곳 모두가 절로 하늘을 바라볼 정도로 커다란 소리.
“모스mohs.”
그와 동시에 날아가는 화살에 불이 붙어 하나의 조명탄이 된다. 곧, 사라지는 불빛.
그리고 하나둘 흩어졌던 신도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내 앞에 고개를 조아린다.
이처럼, 이 화살이 가진 가능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활을 든 채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갑시다.”
정확히는 명령이 아니지. 나도 갈 거니까.
이렇게 재밌는 걸 어떻게 참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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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산요정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