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5
5화
거칠고 습한 이계의 숲, 나뭇잎이 우거져 태양 빛이 잘 들어오지도 않는 어두운 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불씨의 나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마르카마 투 로스토 데 모스marlkaama to rosto de mohs.
대충 직역해보자면 ‘불꽃의 형태를 띠어 숲의 심장을 추적하라.’ 정도가 되겠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룬 언어는 문장으로도 구성할 수 있었다.
여기서 ‘숲의 심장’이란 이번 시험의 목표인 ‘검은색 수정’을 의미했다. 이계인들은 그걸 숲의 심장이라고 불렀지만, 아직 지구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 검은 색 수정의 정체가 뭔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되겠지.
“참, 위험한 시험이네.”
단순한 허가증 시험인 만큼 위험 요소가 전혀 없고, 길을 잃어도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 확신에 가득 찬 말은 오히려 이계 숲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다섯 시간. 세 시간 안에 통과하면 80점 이상, 넘기면 추가 시험도 2차까지 봐야 했다. 그리고 난 추가 시험 따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부츠 끈을 동여맨 뒤 불씨가 나열된 방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 수 층 높이의 암벽과 마주쳤다.
저 멀리에 모인 세 명이 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귀를 기울이자,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처음부터 이러네.”
“우리가 시작한 장소가 운이 좀 안 좋네요.”
“어차피 실기는 체력 시험도 겸하니까요. 이거 말고도 꽤 만나게 될 거예요.”
“이쪽이 맞긴 하겠죠?”
“글쎄요. 다들 등반 장비 꺼내세요. 제가 올라가면서 못을 박을게요.”
“여기에서 30분은 쓰겠네··· 큰일이네요.”
“우선, 해봅시다.”
상대 평가가 아닌 만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협동을 중시했다.
“협동이라···.”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할 수 있다면 하는 쪽이 이계에서의 생존에 유리했다. 그러니 이 시험도 일부러 경쟁 요소를 배제했겠지.
그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날 바라보는 한 남자의 시선은 그야말로 이상했다.
탐험용 가방조차 챙겨오지 않은 내 모습이 꾀나 이상해 보인 듯했다. 어쩌면, 멋모르고 참가한 초짜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 같기도 했지.
“확실히, 저런 걸 챙겨오면 편하긴 했겠네.”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나는 이계에서 저런 장비의 도움 따위 한 차례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탁, 탁.
손뼉을 두 번 치고 마음을 다잡은 뒤, 암벽에 튀어나온 돌멩이를 움켜쥐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턱-
그리고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시선을 느낀 참가자들은 하나둘 고개를 들더니 입을 떡 벌렸다.
“아··· 어?”
“언제··· 올라가셨대?”
“등반 장비 없지 않으셨나?”
여전히 맨 몸인 내 모습에 꽤 혼란스러운 듯했다.
“몸조심하세요!”
떠나려던 차였다.
“거 학생도 조심하쇼! 이제 늪지대로 가야 할 텐데! 거기 꽤 고생일 거요!”
“늪지대요?”
발걸음을 옮기려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내가 두 번째 시험인디, 첫 시험 본 곳이 이 근방이었거든? 좌측으로 가시면 늪지대가 하나 있어요!”
“그래요?”
“검은색 수정은 그 건너편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 수정 탐지기에 아직 안 잡히긴 하지만··· 첫 시험 때 그 근방에서 감지했었으니까.”
“아하···.”
고개를 들어보니, 실제로 불씨가 좌측을 향해 산개하고 있었다.
수정체의 위치는 나도 대략 알 수 있었지만, 늪지대가 있다는 건 큰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늪지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미리 준비해야 할 게 있었으니까.
“아저씨들!”
“왜 그러쇼?”
“등반 못 하고 밧줄, 이쪽으로 던져보세요.”
그들이 건넨 밧줄을 나무에 단단히 묶고, 땅에 못 두어 개를 깊게 박아 매듭 지었다.
이중 삼중으로 이루어진 안전장치. 정석적 암벽등반 안전줄이지.
“바로 줄 타고 올라오시면 됩니다! 낙상 조심하시고!”
“고맙구만! 합격하쇼!”
“아저씨도 합격하세요!”
어차피 상대 평가가 아니다. 다시 말해 남의 탈락이 내 합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 더욱이 먼저 도움을 준 사람이라면 한 번 더 신경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찌뿌드드하던 몸은 암벽등반을 기점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탄성이 붙은 근육은 용수철처럼 내 몸을 앞으로, 앞으로 더 빠르게 밀어냈다.
***
“우웁···.”
동쪽 균열에서 시작된 4명의 참가자는 눈 앞에 펼쳐진 늪지대를 바라보며 헛구역질을 했다. 조금은 더 멘탈이 단단해 보이는 다부진 남자조차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숨기지 못했다.
“여길··· 건너야 할까요?”
“아무래도 이 방향이 맞을 거 같아요.”
전방에 서 있는 여자도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돌아가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으··· 우웩.”
늪지대에서 풍겨오는 썩은 냄새에 이들은 차마 발을 담그지 못했다.
“이거··· 깊이도 장난 아닌데요.”
늪 한가운데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의 끄트머리를 보며 가늠했다. 어쩌면 수 미터가 될 수 있는 깊이. 잘못하면 빠져나오지 못할 위험도 있었다.
단순히 비위 문제가 아니라, 불가능의 유무까지 가늠해야 하는 상황.
“어떻게 하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푸하!”
“으아아아!”
그들의 발치 아래 늪 속에서 누군가 머리를 내밀었다.
4인방은 놀라서 움츠러들었다. 이계 동물인가? 악어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히익···? 어? 사람?”
“이계 생물일 수 있어요! 조심···.”
그동안 땅 위로 기어 올라온 남자는 잔뜩 묻은 진흙을 대충 털어냈다. 그리고 근처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다른 참가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손에 들고 있는 도끼를 들어 올렸다.
“···도끼?”
“도끼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나요?”
“아뇨, 날붙이는 10센티 나이프로만 제한돼요. 폭력 위험이 있어서··· 저건 뭐지?”
“저거··· 날 쪽이 특이한데요?”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철 날이 아닌, 푸르고 투명한 수정으로 만들어진 날.
저 수정의 정체는 모두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푸른 수정?”
“수정 탐지기에 잡히는 그거 아닌가요? 그거 안 부서지잖아?”
부술 수 없기에, 위치 파악의 기준점으로 삼는 물건.
그런데 저 남자는 그 물건으로 즉석에서 도끼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는지, 남자는 손에 침을 퉤 뱉은 뒤 도끼를 단단히 부여잡고 늪 가장자리에 높게 자라난 이계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다들 조심하세요.”
그리고.
팍—!
도끼로 나무 밑동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한 번의 휘두름에 몇 센티씩이나 파이는 나무 기둥, 타격될 때마다 톳밥이 세차게 흩날렸다.
뭘 하고 싶은 걸까? 참가자들은 그 모습을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팍- 퍼억- 퍽! 퍽!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섬세한 계산이 들어간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끼이이익—
거인처럼 솟아있던 나무는 정확히 늪의 반대편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풍덩—!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되어 있었다. 늪지를 그대로 때린 나무의 출렁임이 멈추기도 전에, 남자는 그 위를 빠르게 달려나갔다.
“허어···.”
순식간에 건너편에 도착한 남자는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어휴, 냄새. 안 건너와요?”
“네, 네?”
“저 그렇게 쫌생이 아니니까, 그 나무 써도 뭐라 할 생각 없거든요? 중심 잡기 힘들면 튜브처럼 붙잡고 천천히 오세요. 여기 깊어요.”
“아, 네. 가, 감사합니다!”
***
룬 언어에는 ‘숲의 심장’이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숲의 심장을 추적하는 요술을 부릴 수 있었다. 거리가 멀 때는 그렇게 정확하지 않았으나, 가까울 다가갈수록 mohs의 불씨는 더 명확하게 목적지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제 슬슬 도착이겠네.”
숲의 심장이 있는 곳 주변은 그 풍경만 보고도 어느 정도 추측을 할 수 있게 된다. 무슨 특징이 있는지 딱 잘라서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오랜 기간 이계에서 살다 보니 그런 ‘감’이란 게 생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굳이 따져보자면, 우선 근처에 썩은 낙엽이 조금씩 드물어지기 시작한다. 누가 치우지 않는데도 말이다.
저벅 저벅—
숲의 심장은 주변 유기물의 부패를 가속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숲의 심장이 사용할 양분을 얻기 위해서지.
저벅 저벅—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썩은 낙엽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썩기 시작하면 그만큼 빨리 썩게 되니까.
저벅 저벅—
그리고, 그리고 또···.
아무리 생각해도 사색할만할 환경은 안 되는 거 같아서 관뒀다. 그리고는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앗.”
“아, 안녕하세요. 헤헤.”
나와 눈 마주친 사람이 멋쩍게 웃었다.
“뭐야. 너도 이번 시험 참가했어?”
“어, 너, 너도?”
“쉿, 조용히 해. 저분 집중하는 데 방해된다.”
아니, 방해되는 건 아니야.
어느새 내 뒤를 얌전하게 따라오는 사람이 십수 명이었다. 약 백 명 정도 참가한 시험이니, 대충 십 퍼센트가 지금 내 뒤에 있는 거다.
방해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사람이 열 명 모이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까. 동굴을 막고 있는 바위를 함께 치웠고, 그렇기에 빙 돌아가야 하는 바위산을 관통할 수 있었지.
그렇게.
“어? 저기 보인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탄도 같이 들려왔다.
“···또야?”
“아니, 이번엔 진짜 너무 높은데?”
절벽.
이번에는 내려가는 절벽이다. 오르는 것보단 차라리 낫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높이면 다들 시간 좀 쓰겠구만.
“30분은 넘게 걸리려나······.”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딱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저기, 아저씨.”
“아, 네?”
“저 장갑 하나만 빌려줄 수 있을까요? 목장갑 그거요.”
“아, 네. 하나 가지세요. 도움 많이 받았는데 이 정도 못 드릴 리가.”
남자가 준 목장갑을 받고, 손목 부분을 단단하게 묶어 벗겨지지 않게 작업한 뒤.
“먼저 갑니다!”
“으앗?
뛰어내렸다.
물론 내가 히어로물의 초인은 아니었다. 이 정도 높이에서 바로 바닥까지 닿아버리면 다친다.
처음부터 나는 절벽에 가깝게 자란 나무들을 목표 지점으로 잡고 있었다. 떨어지면서 날카롭게 나뭇가지들을 훑어본 뒤, 가장 적절해 보이는 걸 붙잡았다.
우지끈!
부러졌지만, 그만큼 내 낙하속도를 줄여주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했다.
턱—
착지한 뒤 위를 올려다보았다. 몇 명은 빠르게 안전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고, 또 몇 명은 입을 떡 벌린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연이니 손이나 한번 흔들어주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게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날 내려다보는 이들의 머리 뒤, 하늘을 가로질러 천천히 날아가는 저거······.
보통 사람이라면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멀었지만, 이계에 사는 기간 동안 내 감각은 왜인지 더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안보는 게 나을 수도 있었는데.
“···윌슨?”
쟤가 왜 저기서 저러고 있어.
왜 아직도 멀쩡한 건데.
“······.”
다시 뒤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뇌가 정지된 느낌이었으나, 중요한 건 이 시험을 통과하는 것, 그리고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는 것뿐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상할 거 없어.”
이계에서는 말이야.
내가 생존하는 동안, 멘탈을 부여잡기 위해 끊임없이 되새기던 말이다.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달려갔다. 이제 다들 방향은 잡았겠지만, 아마 여기에서 많이들 탈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가자들과 목적지의 사이에는 거대한 가시덤불 군집이 있었으니까.
***
시험이 시작 되고 텅 빈 강당에는 적막함이 가득 들어찼다. 담당 감독관 둘은 대충 현장을 정리했다.
“상균아. 탈출용 균열 생성기 가져왔어? 슬슬 열어야 해.”
“아, 네. 저기 위에 올려뒀어요.”
감독관은 금고 다이얼처럼 생긴 그것을 조작하여 탈출용 균열을 발생시켰다. 불쾌한 소리와 함께 불규칙한 모양으로 발생하는 차원간 균열.
“지금부터 세 시간 동안 유지되니까 이제 기다리면 되겠네. 얼마나 지났지?”
“참가자들 들어가고 정확히 한 시간 이십 분 지났습니다. 음······.”
후임 감독관은 선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 안 고프십니까? 점심도 걸렀는데. 써브웨이 가서 하나씩 조지시렵니까?”
“음······.”
“아무리 빨라도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은 조용할 겁니다. 후딱 해치우고 오죠. 선배님 오늘 커피도 한 잔 못 마셨잖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래는 자리를 지켜야 했지만, 원래 일이란 게 적당히 유도리있게 하면 되는 법. 굳이 깐깐한 선배 캐릭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그럴까? 잠깐 그럼 이거 작성만 끝내고······.”
그때.
파지직—!
균열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선임 감독관은 펜을 집어 던지며 펄쩍 뛰었다.
“으, 으아! 뭐야!”
그 자리에 서 있던 건 단발 정도로 긴 머리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한 명의 남자였다.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손에는 버드나무의 가지처럼 보이는 게 들려 있었다.
“······.”
“······.”
선임, 후임 감독관 모두 잠시 얼어붙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엉망진창의 남자는 그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얼굴에 묻어 있는 진흙을 쓸어내린 후 입을 열었다.
“저, 제가 뭐 잘못했나요?”
“아, 아니, 아닙니다. 자, 자, 잠시만요.”
감독관들은 항상 타이머를 들고 있어야 했다. 참가자들이 도착했을 때 그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야만 했으니까.
선임 감독관은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타이머를 뒤늦게 들어 올렸다.
찰칵.
“저, 참가자 맞으시죠?”
“네.”
“어··· 성함이?”
“강선후요.”
“상균아 가서 그··· 기록용 용지 하나만.”
“네네!”
후임 감독관이 기록용 용지를 가져오고 나서야, 선임 감독관은 타이머의 찍힌 시간을 바라보았다.
<1시간 21분 12초>
다섯 시간짜리 시험. 세 시간 안에 도착하면 추가 점수로만 100점에 근접하는 시험에서, 1시간 21분이라는 기록.
“······.”
시험이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비슷한 기록을 찾을 수조차 없을 정도.
“저 집에 가도 돼요?”
“아, 네네. 합격입니다. 로비에서 임시 증서 발급해드리니 받아가시고요. 허가증은 후에 자택으로 발송될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네. 수고하세요.”
꾸벅하고는 떠나는 남자. 그가 지나간 길에 진흙으로 이루어진 발자국이 찍혀갔다. 청소 거리가 추가되는 바람에 짜증이 나는 게 먼저였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모든 상황에 정신이 팔려 그런 생각을 할 틈조차 없었다.
“뭐야···. 한 시간 반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상균아.”
“네.”
“밥은 이따 먹어야겠다.”
“···알겠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경각심이 생겨버려 자리를 뜰 생각이 쏙 사라졌다.
***
“···한 시간 이십 분?”
“그러네요.”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기록인가요?”
“···감독관이랑 결탁한 거 아냐?”
“부정행위요? 흐음.”
옆자리의 직원도 그 말에 바로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만간 부정행위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체력 테스트는 부정행위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잖아요? 부정 물품 반입이면 모르지만···. 소지품 검사라면 감독관이랑 결탁해서 될 일이 아니니까요.”
“흐음······.”
“그리고 부정행위를 한다고 쳐도, 저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기지 않아요. 너무 노골적이니까.”
맞는 말이었다.
“이 사람 누구야? 혹시 패스파인더나 하운드가 장난으로 시험 보는 거 아냐?”
“강선후. 이번이 첫 시험이네요. 정규 탐험가라면 예전 시험 기록이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 사람 중에서도 이 정도가 가능한 사람은 없을걸요?”
“흐음··· 오늘 합격률도 쪼끔 높은 거 같은데?”
이십 퍼센트.
평균 합격률 십팔 퍼센트와 비교하면 오차 범위 내였지만,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두 시간 반 이내로 통과한 사람은 강선후 뿐이었다.
“아, 그거요. 제가 오늘 상균이한테 들었거든요?”
옆자리의 직원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남자가 도와줬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대요. 가방 하나, 나이프 하나 안 들고 왔다던데, 거의 불도저처럼 직진만 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책임자는 이번 시험 결과에서 커다란 이질감을 느꼈다.
“······강선후 이 사람. 상부에 내용전달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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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은 그대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