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7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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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한 섬광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걸 조금 참고 나니 확 하고 하얀빛이 덮쳐왔다. 이계의 태양이 뿜는 빛이었다.
이번에 이동하는 인구는 서른 명 남짓이었다. 왜 각자 들어가지 않고, 사람을 모았다가 한 번에 들어가는 걸까?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의아함이 없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도자가 아주 새하얘진 얼굴로 인원을 점검했다.
“다, 다들 도착하셨죠. 각자 동료 확인하시고 건강상태 체크···. 우웁···!”
인도자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짐을 내팽개친 사람들이 따라갔다.
“아이고···.”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계 독기에 면역이더라도, 그 독기에 갑작스럽게 노출되는 순간의 부담을 몸이 견디지 못하는 거다. 진정되기 전까지는 눈이 돌아갈 정도의 두통, 그리고 메스꺼움에 시달리겠지.
그러다 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 통제하기 위해서 모은 뒤 출발하는 모양이었다.
‘시험도 뭔가 허술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처도 엉성해.’
차원문에 대한 관할을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차소희에게 들었었다. 이건, 정부에서는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 아니면···. 받은 게 있나?
···뭔가 뒤가 구린 거 같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신경 쓸 건 아니기에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 고생을 하면서까지 이계에 들어오려 하는 이유가 뭘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솟아났지만 지금 온 신경은 이계 측 베이스캠프의 풍경에 쏠려 있었다.
내가 천천히 풍경을 구경하는 사이 어떤 아저씨가 제일 먼저 시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토하기 위한 시설이 차원문 옆에 설치되어 있다니.
“으, 이거 진짜 싫구만.”
비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더니 ‘어?’ 하고는 다가왔다.
“그쪽은 괜찮아요?”
“네? 아, 네.”
“우와···. 혹시 패스파인더요?”
“패스파인더요? 그 이계 가이드요? 아니요.”
“패스파인더 중에서도 완전히 멀쩡한 사람은 없다는디···. 혹시 정부 비밀 요원이라도 돼요?”
“아뇨. 아니에요.”
탐험 재킷에 탐험 바지, 그리고 작은 가방. 누가 봐도 요원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잖아?
“그냥 뭐··· 구경 왔어요.”
이 대답이 적절했을까? 이 아저씨가 ‘그렇구만.’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애초에 선천적인 독기 면역자가 아니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이를 악물고 살아남은 끝에, 후천적으로 이계 독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니,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건 어쩌면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일 수도 있다.
아저씨는 그 ‘후처리’ 시설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세월 저러겠구먼. 다들 초짜인가벼.”
“그나저나, 여기가 어딥니까?”
도무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 여기? 희한하쥬? 중세시대 같기도 하고요.”
이 근방 전체가 하나의 마을처럼 꾸며져 있었다.
생존 일기를 찍던 시절, 이계의 마을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딱 그런 모습이었다. 중세 판타지를 소재로 한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묘사되는, 변방의 마을 모습 그 자체.
문제는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전부 이계인이 아니라 현대 지구인들이었다는 거다.
“테마파크 컨셉인가요?”
“이계인들을 속이려고 이렇게 만든 거랍니다. 이것저것 비품이나 먹을 것도 팔고, 모텔도 있고 그래요. 중세 여관 컨셉이지만.”
“이계인들한테서 차원문을 숨길 생각으로요?”
“위장인 거죠. 이계인들이 차원문의 존재를 알게 되면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까.”
이계 변방의 마을처럼 잘 꾸며놨다. 왕국 단위의 방문 시도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으나,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싶었다.
“독하다···. 정말로.”
단순하게 이 생각만 들 뿐이었다. 이계 지성체에게 우리의 존재를 모르게 하려고 이 모든 작업을 한 거다. 진짜 독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럼, 먼저 출발해봅니다.”
“아저씨는 어디로 가시는데요?”
“나? 저어짝으로 반나절 가면 있는 미명강. 아시는감?”
“뭐 하시게요?”
“낚시지. 이계 물고기들 손맛이 뒤진다니께.”
상상도 못 했네.
“허허허, 낚시 좋아하믄 한 번 생각해봐요. 저는 먼저 가요. 고생하세요.”
웃으며 걸어 나가는 아저씨의 등에는 길고 튼튼해 보이는 낚시가방이 매여 있었다.
“······.”
현대의 사람들이 이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강 하류라면 붉은 이끼를 조심해야 할 텐데.”
한두 번 가본 듯한 모습은 아니니, 어련히 알아서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건.
“버뮤다 숲 외곽에서 채집해와야 할 샘플 두 종.”
그리고.
“안녕하세요! 은수리티비입니다! 오늘은 원래 버뮤다 숲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는 콘텐츠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그 전에, 버뮤다 숲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준비 과정을 한 번 촬영해보려고 해요!”
저 유튜버였다.
이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튜버가 있다는 건 첫날부터 알 수 있었다. 그러니 특별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저놈이 가지고 있는 열매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잘못 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코가 말하더라. 착각한 게 아니라고.
시큼하면서도 매콤, 매캐한 냄새가 스며 나왔다. 너무나 희미해서 나 말고는 아무도 그 냄새를 맡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내가 만약에 이곳의 관리자라면, 저 열매의 반입을 예외 없이 금지했을 테니까.
저건 이계의 동물들을 광분시키고 유인하는 호르몬을 뿜거든.
“저는 사실, 이미 두 번이나 숲을 방문한 사람이거든요? 흔히 말하는 베테랑··· 인 거죠? 히히. 다 촬영을 위한 사전 조사지 않겠습니까?”
그래. 저건 거짓말이 아닐 거다.
숲이 먹이를 유인하는 수단이 바로 저 열매니까. 어떤 경로에서든 숲에서 얻은 거겠지.
근데, 굳이 저 열매를 숨기고 들어온 이유는?
그렇게 몰래 챙겨온 열매를 이용해서 무슨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려고?
“······.”
차원문이 열리기 전에도 있었다. 극소수지만,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범죄, 조작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시나리오가 내 망상일 뿐이기를 바랐지만, 망상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움직이기로 했다.
***
홍은수, 채널명이자 유튜버로서의 활동명은 은수리.
그는 최근 경쟁 유튜버들을 보면서 큰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다 시바 조작이야.”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인기 유튜버들을 보면서 그렇게 시기했다. 조작일 거라고, 연출해서 어그로를 끄는 거라고.
그게 그의 세계관이었다 자신이 아는 대로만 타인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폄하했다.
그렇기에 그 또한 그런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남들도 다 하니, 나도 한다.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이는 효과적인 합리화 수단이었다.
얼마 전에 버뮤다 숲을 방문했을 때, 그는 숲의 심장, 검은색 수정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근처에 잔뜩 열린 붉은 색 열매를 찾아내었다.
그 열매가 동물들을 유인하고, 또 흉포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많은 대가를 치렀다.
그렇기에 그 보상을 받길 원했다. 유튜버로서 꿀 빨고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조회수, 이슈.
무슨 짓을 해도 주목받지 못한 그의 채널을 살릴 커다란 어그로.
“이게 만들어줄 거야···.”
그렇게 확신했다.
— 어차피 베이스캠프는 경비대가 있잖아?
— 숲이랑 베이스캠프랑은 한나절도 넘게 걸리는데, 괴물들이 오면 얼마나 오겠어?
— 나는 우연히 그 상황에 휘말린 거고, 우연히 그걸 촬영한 거야.
자기합리화는 빠르게 결론으로 다다랐다.
“이건 대박일 거야.”
그는 서둘러 마을 변방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이 열매의 냄새를 맡지 못할 곳으로.
통나무와 진흙으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 사이를 통과해서 흙길을 가로질렀다. 각자 할 일 하느라 바쁜 사람들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계의 풍경이었지만 현대 사회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현대 지구인들이었으니까.
별문제 없이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다. 눈앞에 황량한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지평선을 드리우는 버뮤다 숲이 희미하게 보였다.
품속에서 피처럼 붉은 열매를 꺼냈다. 저도 모르게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그리고 육수용 양파를 쥐어짜듯 엄지손가락을 쑤셔 넣어 열매를 벌렸다.
“우윽···. 콜록, 콜록!”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 뒤에는 지독하다고 느낄 정도의 단내가 풍겼다. 피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한 붉은 액체가 그의 손등을 타고 땅에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쉬이이이—
상온에 노출된 액체질소처럼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는 잠시 이계의 신비에 매혹되어 넋을 놓았다. 이 세계는 정말로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그리고 신기한 건 돈이 되지.’
그 생각에 닿자마자 미소가 흘렀다.
증거를 남기면 안 되니 뭉개진 열매는 안주머니에 슬쩍 넣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을 안쪽으로 도망치면 되겠지.
카메라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그 순간.
구그그그그—
섬뜩한 땅 울림이 느껴졌다. 단순히 발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이 아니었다. 귀로도 분명히 들리는 소리.
다시금 고개를 든 그의 시선에 들어온 건 모래 먼지였다.
모래 먼지를 일으킬 정도로 세차게 달려오는 십수 마리의 스캐븐 울프 무리였다.
“···?”
그는 몰랐다. 이 세계의 맹수는 숲에만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거기에 더해, 이 열매의 효과는 순식간에 숲에 닿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뭐, 뭐야···.”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충격에 얼어붙어 버려 제때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스캐븐 울프 무리는 순식간에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왔다.
수십 개의 송곳니, 그 사이로 줄줄 흐르는 자색 침. 본성이 흉포한 그 맹수의 눈빛은 완전히 맛이 가 있었다.
지금 순간, 그 머릿속을 휘젓는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도, 도망쳐야······.”
그때.
— 루디나ludina
어느새 찰나의 거리까지 다가온 스캐븐 울프와 그의 사이에 섬광이 터졌다.
퍼엉—!
“으악!”
대단한 섬광은 아니었으나, 갑작스러운 탓에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까무러친 건 홍은수뿐만이 아니었다.
“키이잉!”
달려오던 맹수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서 멈췄으며,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땅을 구르기도 했다. 이어서 홍은수의 뒤에서 무언가 바람처럼 쇄도해 스캐븐 울프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남자의 손에는 투명한 푸른색의 도끼가 들려 있었다.
그는 울프 중에서도 곰처럼 몸집이 크고 털이 억센 녀석에게 달려들어.
빠각—!
있는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피가 튀었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각-! 빠각-!
예상치 못한 섬광에 놀라 판단을 잃은 맹수의 빈틈을 저 남자는 놓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그 머리를 가격했다. 주변의 울프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으나.
타다다다다닥—!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보이는 폭죽이 연달아 터지자 달려들던 녀석들이 신음을 흘리며 다시금 놀라 자빠졌다.
그리고.
빠각—!
최후의 일격으로 스캐븐 울프 우두머리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았다.
위이이잉———
뒤늦게 경비대의 대피 경고 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경비대가 홍은수에게 다가갔다.
“화기함 개방해! 후발대에 총기 소지해서 합류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자신을 부축하는 경비대의 손에 이끌려 일어난 홍은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
오 분 대기조가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걸 판단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무리를 지어 으르렁대는 스캐븐울프를 목격했을 때는, 그들 역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기도 없이 이계의 맹수들과 싸우는 건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끼이잉—.”
스캐븐 울프들은 차마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건 조잡한 도끼를 들고 있는 남자 한 명뿐이었는데도, 공포에 질린 듯한 눈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예상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꺼져.”
으르렁거리는 남자의 발밑에는 피투성이가 된 우두머리 스캐븐 울프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우두머리를 잃으면 단합을 상실하고 제 목숨만 생각하게 되는 스캐븐 울프의 습성.
저 남자는 그걸 알고 있는 듯했다.
끝내.
“컹!”
“컹! 컹컹!”
스캐븐 울프들은 몇 번 짖는 걸 끝으로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
경비대 조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아무리 알고 있어도······.”
실행에 옮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스캐븐 울프의 우두머리는 사실상 곰과 비슷한 수준의 맹수였으니까.
게다가, 습성은 절대적인 게 아니었다.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해도 다른 스캐븐 울프들이 도망칠 거라는 확신까지는 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인간 한 명이 그 시체를 밟고 서 있는 모습은 그만큼이나 비현실적이었다.
“저··· 선생님?”
오분대기조장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이게 다 무슨 상황입니까?”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조장을 지나쳐 유튜버에게로 곧장 향했다. 자신을 지나쳐가는 그의 눈빛을 봤을 때.
“허억······.”
조장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무표정, 그 눈빛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맹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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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은 그대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