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78
78화 ep26. 여정, 하늘로 (5)
* * *
잘 벼려진 검처럼 빛나는 비늘,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교한 날개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과학적인 원리가 느껴질 정도였다.
지적인 창조자가 가장 완벽한 존재를 설계했다면 그게 바로 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엄이 넘치고 아름다운 자태.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이따가 출발하자고 권유하고 싶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자태가 말 그대로 환상이 현실에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으니까. 조금 더 찬찬히 구경하고 싶었다.
“…….”
「무엇을 하느냐! 불멸자를 기다리게 하는 필멸자라니, 네놈은 무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느냐!」
우렁찬 그 목소리에 잔뜩 차올라 있는 기대가 느껴졌다.
하늘을 바라보는 용의 눈에는 빛이 가득했다. 이계인들이 자주 말하는 ‘뜨거운 빛’이라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저 눈빛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잠시만요!”
나는 아래에 기다리고 있을 렐릭시나를 향해서 소리 질렀다.
“렐릭시나!”
용의 기운을 느끼고 잔뜩 흥분했는지, 렐릭시나는 불안한 듯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따로 집에서 만나자!”
“……?”
“우리는 용 타고 갈 거야!”
“크르르……!”
“어허!”
렐릭시나가 잠깐 투정을 부렸지만, 사실 별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녀석을 처음 받은 순간부터 느꼈는데, 들어간 영혼이 영혼인지라 성격이 굉장히 독립적이었거든.
고개를 휘적이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렐릭시나를 바라보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저 아래에는 금은보화가 잔뜩 쌓여 있다는 사실을.
나는 돌아가서 키호테에게 말했다.
“저 밑에 있는 보물들, 영감님 건가요?”
키호테는 목을 돌려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네놈이 이곳에 왔을 때, 내가 왜 대화의 기회라도 줬는지 아느냐?」
“오래 혼자 계셔서? 그 정도로 혼자 있었다면 꽤 심심했을 거 같긴 한데.”
「네놈이 그 보물을 건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
아마도,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첫 시험 같은 모양인데.
“하마터면 영감님이 자유를 얻을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 뻔했네요? 솔직히 손 안 가는 건 아니었는데?”
“아니, 그쪽이 중요해? 우리가 죽을 뻔했다는 거잖아.”
리리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그 표정 뒤에는 경직을 숨기려는 일말의 노력이 보였다.
키호테를 만난 순간부터 리리는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열풍으로부터 리리를 보호하면서 느꼈다.
기생체 앞에서도 평온을 유지했던 그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리리는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애를 쓰고 있었다.
저게 불멸자를 대하는 필멸자의 공포라는 걸까?
나는 다시 키호테를 바라보았다.
“……그런 건 모르겠지만, 압도적인 모습이긴 하네요.”
「불멸자 앞에서 뭔 혼잣말을 그렇게 하느냐!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지어다!」
불멸자가 오랫동안 염원했던 하늘을 앞에 두고 날 기다린다는 사실이 내심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느낌과 행동이 일치하면 안 될 때가 있다. 이런 이유로 기다리게 한다면, 그건 정말로 무례한 게 맞으니까.
“타도되겠습니까?”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라!」
키호테가 몸을 낮추고, 나는 그 비늘을 조심스럽게 잡고 올라갔다. 첫 손길은 조심스러웠으나, 이내 과감해졌다.
그 견고함은 내가 무엇을 예상하든 그 이상이었던 거다.
“리리.”
아래로 손을 내밀었다. 리리는 그걸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불멸자시여.”
용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정면을 바라보았다.
「영광으로 여기거라.」
“그럼요. 용 등에 탄 게 영광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너희들은 용이 뭘 보며 살아가는지 알게 되는 첫 번째 필멸자가 되는 것이다. 그걸 모르겠느냐?」
그 말과 동시에 키호테는 날갯짓을 시작했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나 거대한 거구가, 제자리에서 공중으로 뜨기 시작한다.
이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유튜브 같은 데에서 본 거 같은데.
이계는 지구의 불가능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곳이다.
그게 좋은 점이고.
“으으…….”
리리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얘는 눈을 꼭 감고 내 옷깃을 붙잡고 있었다.
“무서워?”
“하늘을, 하늘을 나는 게 세상에 어디 있어. 우리가 새는 아니잖아.”
이것도 지구와 이계의 격차인가?
나는 비행기를 굉장히 많이 타 봤다. 그래서 하늘을 난다는 사실 자체에는 큰 무게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리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이곳은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아직 꿈인 세상이다.
리리와 나는 느끼는 게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꽉 잡아라.」
나는 이 말에 조금 방심했다.
너무 상투적인 대사였으니까.
쿠아아아—!
용의 거체가 로켓처럼 천장을 관통하기 전까지는.
순간적으로 그 비늘을 붙잡고, 리리를 팔로 꽉 안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떨어질 뻔했다.
다행히 그 가속이 길지는 않았다. 피가 순식간에 쏠려 잠시나마 몽롱해질 정도였다.
“……영감님.”
키호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왠지 웃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 예의 없는 건 조금 죄송했네요. 사과합니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벌을 줘야 후회하는구나.」
“하지만 그래도, 좀 봐주세요. 우리는 당신처럼 그렇게 단단하지 않다고요?”
「이 몸이 고작 떨어지는 필멸자 하나 잡지 못할 거 같으냐?」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작 그런 것에 겁먹을 시간에, 네놈에게 주어진 이 영광을 즐겨라.」
조금 진정이 되고 나서야 눈도 좀 트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확 들어온 빛에 잠시 새하얘졌던 세상이 점차 제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리리도 손을 가리고 눈을 찡그렸다가, 조금씩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크게, 더 크게 떠졌다.
그 입이 벌어졌다.
“이건…….”
나도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공섬이 우리 뒤에 있었다.
구름이 지평선을 가렸다.
바람은 북풍보다도 차가웠다. 기도가 얼어붙는 것 같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대단하네요.”
우리의 아래에는 천공섬, 그 아래에는 설산.
산맥은 북쪽으로 쭉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알 수 있었다. 북쪽 너머는 거대한 산악 지형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동굴 천장을 빼곡히 들어찬 종유석이 거꾸로 박혀 있는 듯한 풍경, 가까이서 바라보면 하나하나가 오래된 산이겠지.
이 높이에서는 그저 찰흙에 새겨진 손가락 자국처럼 보였다.
나는 지금 처음 알았다.
눈이 쌓인 산맥을 이 정도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태양 빛을 반사하는 광택이 느껴진다는 걸.
“…….”
키호테도 어느새 말이 없었다. 의기양양하게 ‘보아라! 이게 불멸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라는 말할 줄 알았는데, 그저 아무 말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유를 잊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키호테가 인내했던 시간.
수천 년이라는 말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수만 년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확실하게 수만 년이겠지.
키호테는 이야기했다. 용들의 마음의 고향은 하늘이라고.
마음만 먹었으면 날갯짓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키호테의 날개는 하루아침에 낡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도 키호테는 그곳에서 문을 지켰다.
로크 벨라가 몇 번이나 울렸는데도 친구의 부탁을 잊지 않은 채.
뭔가 낯 뜨거워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키호테에게 여의주를 준 이유 중 하나였다.
신념을 지킨 이에게는 그에 걸맞은 보답이 있어야 한다.
나는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가 좋으니까.
“고생하셨네요. 영감님.”
「……그놈의! 영감! 주둥이를 태워 버려야 그만할 테냐! 불멸자에 대한 존중을 한 톨이라도 보이란 말이다!」
키오테는 짐짓 커다랗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시선은 여전히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어 나도 가만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리리와 눈을 마주쳤다.
“…….”
리리의 눈가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리리.”
“……응.”
“어때.”
“이런 풍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용 등에 타길 잘했지?”
리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세하게, 그 고개가 끄덕이는 걸 봤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걸 보았다.
“……음?”
천공섬, 그곳의 난간에는 벽이 없다. 즉, 마음만 먹으면 뛰어내릴 수 있다. 그런 짓을 할 미친놈이 어디 있겠냐마는.
근데…….
“렐릭시나?”
“왜 그래……. 어?”
리리도 나를 따라 뒤를 돌아보다가 탄성을 뱉었다.
성에서 나온 렐릭시나가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뛰어내렸다.
“어어어?”
저놈이 나한테 항의하는 건가? 그렇다고 몸을 던져 버리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라고 생각했는데.
렐릭시나는 그대로 설산의 능선에 발을 닿자마자, 기교 있게 쭈우욱 미끄러졌다. 눈발이 거칠게 산발하며 그 몸을 가렸다. 마치 스키 점프의 착지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균형을 잡다가 바위에 도달하자마자 다시 도약, 순식간에 산 아래까지 내려와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저 말, 저렇게 빨랐어?”
렐릭시나의 몸에서 섬광이 인다는 착시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 갈기와 발굽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불꽃이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졌다.
내가 탈 때는 저런 속도를 내지 않았었는데.
아니, 어쩌면 낼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저렇게 거칠게 땅을 박차면 리리도 나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렐릭시나는 이제까지 우리를 배려해 주고 있었던 거다.
지금은 거의 용의 비행과 같은 속도로 달린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렐릭시나는 지금, 우리랑 경주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저건 말의 본능인 건가?
「네놈의 말은, 네놈의 건방짐을 배운 모양이구나.」
“……리리.”
“응.”
리리는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위기를 직감했다.
우리는 조금 더 꽉 잡았다. 뭐든,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 * *
“고생하시네요.”
진서연은 누워 있는 서지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쪽은 왜 계속 여기로 오는 거예요?”
“당신들이 여기서 무료 캠핑하는 거 배 아파서죠.”
서지아는 헤드폰을 내려놓으며, 강선후가 항상 누워 있곤 했던 긴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 이제는 안 숨기는 거예요?”
“당신들 규칙을 내가 배려할 이유를 못 느끼겠어서.”
그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차소희.
“안의 세항헤 엘흐가 하훟흐를!”
“다 먹고 말해요.”
“엡!”
차소희는 서지아가 만들어 준 엘프식 빵을 입에 구겨 넣은 채 웅얼거리다가, 가슴을 치고는 물을 꿀떡 넘겼다.
“후……. 이거 맛있어요. 진짜 괜찮은데?”
“……다행이네. 당신 친구는 맛없다고 그렇게 지랄을 하던데.”
“선후요? 그놈 은근 입 까다로워요. 아니, 밖에서는 도마뱀 주워 먹는 놈이 들어오면 꼭 그런다니까요?”
“하.”
진서연은 그 모습을 보며 웃고는 짐을 풀었다.
“선후 씨가 떠난 지 이제 한 달째인가요?”
서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인상을 조금 쓰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려면 한참 걸리겠네요. 지도 보니까, 말을 타도 세 달은 거뜬히 걸리는 거리던데.”
“그놈, 저 천공섬으로 간 거 같은데 세 달로 될까요?”
차소희가 지평선 끝에 미세하게 걸쳐 있는 점 같은 섬을 가리켰다.
“그놈은 제가 잘 아는데, 목표를 한 번 정하면 끝장을 보기 전까지는 안 돌아와요. 예전에 중남미 처음 갔을 때, 그놈 거기에서 반년 있었어요. 비자 문제까지 아득바득 해결해 가면서요. 연락도 한 통 안 하고. 에효.”
서지아는 생각했다.
만약에 정말로 강선후가 천공섬을 향하는 거라면, 세 달로 될까?
당장 올라갈 방법부터 찾아야 할 텐데, 서지아의 상식선에서는 그게 가능한지도 회의적이었다.
그렇다면, 반년, 어쩌면 일 년이 넘을지도.
“……잠깐.”
서지아는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지금 공기를 가르는 이질적인 소리에 주목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 소리 안 들려?”
“어떤 소리요? 아쉽게도 난 엘프가 아니라서.”
진서연이 흥미를 느끼고 서지아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가 바라보는 쪽에 시선을 평행 시켰다.
“……모르겠는데.”
“아닌데, 이건, 착각이 아니야. 저쪽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어.”
서지아가 인상을 썼다. 진서연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다가, 탐사용 휴대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정지훈에게 졸라서 조사팀의 것을 하나 받아 온 것이었다.
서지아가 말한 게 뭔지 확인하기 위해 망원경을 펼친 그 순간.
화아악—!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구름에 원형의 구멍을 뚫었다. 아니, 구름을 꼬리에 달고 다가오고 있었다.
한 번 보이고 나니, 그게 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 저, 저건…….”
스릉—
서지아는 자신의 단검을 품속에서 뽑아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불멸자의 영혼이 가지고 있는 위압과 공포는 필멸자의 무의식에 새겨진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단검을 들고 있는 서지아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서지아였지만, 공포는 전염되었다. 진서연도, 차소희도.
“……저건 뭡니까.”
막 이곳에 도착한 정지훈도 마찬가지였다.
저 존재는 빠른 속도로, 너무나 빠른 속도로 이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건.
“용…….”
용이었다.
고대의 언젠가 모습을 감췄다는 불멸의 종족이, 지금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체 왜.”
서지아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떠오르는 건, 저 방향이 바로 강선후가 떠났던 방향이라는 사실.
“지, 지, 지, 지, 지훈아! 공습, 공습경보!”
“최고 위험 단계 발령. 통제실에 긴급 신호 넣었습니다. 당장 베이스캠프로 가세요!”
대피할 시간은 없었다.
용은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이미 수백 미터 전방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붉게 빛나는 거체, 불을 머금은 입.
어쩌면 베이스캠프에 버금가는 크기의 날개에서는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힘이었다.
용은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보기만 해도 혼절할 정도의 눈빛으로.
서지아는 단검을 꺼내서 내밀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성은 소거되었고, 공포만이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다.
용이 입을 열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뭐든 좋으니, 이 용이 우리의 목숨에 일말의 가치를 느끼기를.
서지아는 앞뒤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바람만을 품었다.
그 순간.
「……어떠냐! 그놈의 그 천박한 갈기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감히 나랑 속도를 겨루려 해?」
“……?”
「고얀 놈 같으니! 감히 필멸자의 탈것 주제에 하늘의 지배자에게 승부욕을 느껴! 이 무슨 무례한 생각이냐! 하나 내 명예를 아는 자이니, 살려 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길지어다!」
용은 뒤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감님. 지금 좀 젊은 시절로 돌아가신 것 같아요.”
「뭐! 지금 날 모욕한 거냐!」
“젊어졌다는 게 나쁜 말은 아니잖아요.”
이건 익숙한 목소리였다.
여기서는 보이지도 않는 용의 그 거대한 등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무슨 짓을 하고 온 거야.”
그 뒤에서 뛰어내리는 강선후를 보며, 서지아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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