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81
81화 ep27. 휴식, 이 또한 여정 중 하나 (2)
* * *
이계에는 아홉 신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항상 볼 수 있는 건 두 개의 태양과 두 개의 달.
리리의 말을 들은 진서연이 의문을 품었다.
“신화에서의 태양이 세 개라면, 왜 항상 볼 수 있는 건 두 개예요?”
“나머지 하나는 검은 태양. 태양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신.”
“악신이에요?”
리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양이 세 개였던 시절, 그 신격이 너무 강해 피조물이 힘겨워하는 걸 보고 스스로 빛을 포기한 신.”
“와…….”
차소희는 지금 술맛에 감탄하는 건지 리리의 이야기에 감탄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도 술잔을 내려다봤다. 여관에서 빌려 왔다는 고급스러운 온더락 글라스에 다크 브라운의 술이 담겨 있었다.
술집에서 직접 만들어 낸 술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비싼가 물으니 실력 있는 하운드 하나가 남쪽 먼 곳에서 가져온 뿌리식물 추출액을 블랜드한 위스키라고……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맛은 이제까지 마셔 본 어떤 술보다도 훌륭했다.
물론 난 술을 잘 못 하니 입술만 적시는 선에서 더 나아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닥불의 일렁임이 술잔에 담겨 파도치는 모습만으로 이 잔을 계속 들고 있을 가치가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계의 하늘은 짙은 보랏빛 파도가 출렁이는 검은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가만히 바라보면 오묘하게 흔들리는 미묘한 그 색감, 거기에 자리하고 있는 별.
아홉 신 중 두 개의 달이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운데라하고 라 시마라고 하던가.”
“크고 빠르게 움직이는 달이 라 시마. 작고 한 군데에 고정되어 있는 달이 운데라.”
“라 시마가 운데라를 가리면 일어나는 현상이 와일드 헌트지?”
“우리는 그렇게 안 부르지만, 아무튼 맞아.”
운데라는 명계로부터 물질계를 지키는 신이라고 한다.
라 시마가 운데라를 가리면, 그 보호력이 약해져서 명계의 존재가 현실을 덮친다고 한다. 그걸 나는 와일드 헌트라 부른다.
이 이야기가 왜 나왔냐면, 마지막으로 용이 하늘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그 용은…….”
진서연이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일 줄은 몰랐다. 감정적으로 반응할 것 같았던 차소희가 오히려 침착하게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친구의 부탁이라는 기억만으로 계속해서 그 문 앞을 버틴 거예요?”
“그렇죠.”
홀짝.
이 술 엄청 독하네.
“얼마나요?”
“제 생각에는, 최소 만 년. 이만 년일 수도 있어요. 정확히는 아무도 몰라요.”
“최소 석기 시대 때부터네요.”
진서연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로 오늘 낮, 용은 유성이 되어 저쪽으로 올라갔다.
“여의주를 준 이유가 뭐였어요? 왜 그런 보물을 기꺼이 넘기셨어요?”
진서연이 그렇게 물었다. 저 질문에는 다급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항상 ‘왜?’라는 질문에는 멈칫하게 된다.
나는 그런 걸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니까. 단순히 그쪽에 마음이 더 내켰을 뿐이었다.
술잔을 내려다보던 리리가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그런 결말이어야 하니까.”
진서연과 서지아를 포함한 모두가 리리를 바라보았다.
“신념과 숙명을 지킨 이들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니까.”
“이계인들의 사고방식이네요.”
정지훈은 이렇게 말했고.
“……오히려 신선해요. 우리 세상에서는 조금 흐려진 가치인데.”
진서연은 이렇게 말했다.
신념, 숙명.
이계인들은 거기에 기꺼이 인생을 바친다.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진서연은 리리의 대답이 싫지 않은 분위기였는지 미소를 짓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용은 동족을 찾을 수 있을까요?”
“모르겠네요. 본인도 힘들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니까, 저는 잘 모르지만 어려운 길을 떠난 거 아닐까요?”
“찾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용이 귀환할 때 그걸 이렇게 올려다볼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네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리리는 끝내 경계하던 잔에 입을 데었다.
그러고 보니, 리리가 술을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안 줬으니 당연할지도 모르지.
좋아하나? 내가 신경을 너무 안 썼나? 그런 생각이 조금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난 아직도 리리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다. 이제는 꽤 오래 같이 다녔는데도 말이다.
리리는 입술을 살짝 핥더니, 술잔을 그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 얘기는 안 해?”
“어떤 얘기?”
“용이 너한테 한 얘기가 뭔지에 대해서.”
“오, 맞아! 용이 너한테 말했었지? 너도 막, 용이랑 같이 대화했고!”
차소희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귀를 기울였다.
리리가 나를 보더니, 눈으로만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불멸자가 너를 영원히 기억하리라.”
“…….”
모두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불멸자가, 영원히 기억한다.
그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는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만, 확실한 건 나쁜 울림은 절대로 아니란 거다.
“……낭만적이네요. 불멸자에게 영원히 기억된다는 건 어떤 의미려나. 부러워.”
“선후 씨는…… 지구인이 맞는 겁니까? 농담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는 그게 아닐 가능성도 두고 있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글쎄요. 최소한 초등학교 다닌 기억은 있거든요?”
진서연이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차소희와 서지아는 서로 가벼운 잡담을 나누었고, 리리는 술이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씩 입술에 대는 빈도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달은요.”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진서연이 입을 열었다.
나를 바라보던 그 얼굴에 적색 모닥불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조금은 낡은 뿔테 안경이 더욱 인상적으로 보였다
“지구에서 삼십팔만사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공전주기는 27.3일이에요. 지각은 산소, 규소, 마그네슘, 철, 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나는 진서연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그게 우리가 아는 달이에요.”
“뭐, 그렇죠?”
“이곳에서 달은 악마로부터 지상을 지키는 신이네요.”
진서연이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우리 세상에서도 언젠가 달이 신이었던 적이 있죠?”
“그렇죠. 대충 오백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네요.”
진서연은 연구자다.
정확히 뭘 연구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과 출신이 그렇게 반지성적인 이야기해도 되는 거예요?”
“지훈이도 그렇고 선후 씨도 그렇고, 무슨 이과 출신이 싸이코패스 쿨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거 고정 관념이에요.”
그러면서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별은 먼 곳에서 출발한 항성의 빛이 아니라 승천한 성좌고, 하늘은 빛이 산란된 대기가 아니라 그들의 집이고, 태양과 달은 천체가 아니라 신이에요. 숲은 생명체고, 뱀파이어는 영혼을 볼 수 있어요.”
“용은 우주로 날아갔고, 성녀는 예언을 포기했고요.”
“이곳을 지구식으로 연구하는 게 과연 옳을까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진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모양인데,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이런 고뇌를 즐기니 천성적으로 연구원을 할 수 있는 걸까?
“선후 님.”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정지훈이 입을 열었다.
“이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동쪽으로 떠나야죠. 그곳에 보물이 있다는 걸 알아냈거든요.”
“천공의 기사라는 인물도 그곳으로 떠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지훈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왜 그러세요?”
“천공의 기사……. 뭔가 기시감이 듭니다. 언젠가 비슷한 걸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회사 내부에 비슷한 보고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건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사실이다.
정지훈은 OWIC이라는 뒤가 구린 회사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이건 제가 회사에서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쉬다가 동쪽으로 바로 출발할 생각이지만, 그 전에 정보를 좀 알아내면 나쁠 거 없지.
“……꾹!”
그때,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아니, 이건 불안한 소리다. 왜 불안한지는 모르겠지만.
“……딸꾹!”
이건 내 유전자에 각인된 위험한 소리였다.
이제야 눈치챘다.
차소희 옆에 있는 술병, 그 내용물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저렇게 커다란 술병에, 다른 사람들은 두 잔씩밖에 안 마셨는데 말이다.
“에헤헤헤헤…….”
나는 그 옆에서 재밌다는 듯 미소 짓고 있는 망할 엘프를 노려보았다.
“뭘 그렇게 먹였어.”
“먹이다니? 자기야. 안 말린 거뿐이야. 자유잖아. 자유.”
서지아가 또 능글맞은 가면을 쓰며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에 서지아하고 차소희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는데, 그게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확인 안 하고 있었다.
“……서누야? 나 말이야……. 소원이가 있어요…….”
존나, 불안해.
진서연도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남 일이라고 재밌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술버릇이 귀여우시네.”
“서연 씨가 집으로 데리고 가실래요?”
“어? 오늘 낮에 한 말 아직도 기억해요? 소희 씨는 대피 못 해서 여기에 숨어 있는 거잖아요?”
“서누야……. 나 소워니가…… 있어.”
“뭔데.”
“나……. 신입 노래 들어 보고 싶어.”
“……?”
“뉴우비가 말이야. 어? 으른들 이야기하는데 궁뎅이 딱 붙이고 말이야……. 어? 그러는 거 아니야!”
자기를 얘기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리가 고개를 돌려 차소희를 바라보았다.
“나 때는 말이야! 시키지 않아도 마 한 사바리 씨게 뿌서 보겠습니다! 하고 숫가락 들고…… 어?”
리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는데, 그 말을 들은 리리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뱀파이어 특유의 새하얀 피부가 발그레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얘도 취했네.”
리리는 눈을 감았다. 약간의 주저 끝에, 입술을 열었다.
우리는 각자의 표정으로 차분하게 기다렸다. 대체로 전부 웃고 있었던 것 같다.
억양이 없이, 허밍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곡조.
우리 세상의 노래가 아니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용과 성녀, 성좌를 눈앞에서 봤지만, 이계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은 없었다.
“……히히.”
차소희는 턱을 괴고,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리리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좋았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느꼈다.
* * *
다음 날.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아니, 세 모금 마셨는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계의 독초도 견뎌 낸 내 간은 고작 알코올에 항상 백기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 리리를 바라보았다. 리리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채, 그 흑발을 부채처럼 펼치고 누워 있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리리도 이불을 슬쩍 걷어 빨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눈이 부어 있는 느낌이 든다.
“……머리 아파.”
“너 어제 기억은 나?”
리리는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아니. 나 어제 뭐 했어?”
“노래하던데.”
“……내가?”
그러면서 심각해지는 표정. 난 그저 웃고는 거실로 나가 전등을 켰다.
거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작업실에 가까운 곳. 온갖 집기가 널려 있는 책상이 가장 눈에 띄는 좁은 공간이다.
그러고 보니, OWIC의 본부장이 직접 말했었다. 내 오두막 확장 공사를 해 주겠다고.
“……그거나 좀 부탁할까?”
동쪽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으니, 이참에 의뢰를 맡기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갔다 오면 오두막이 확장되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어제 정리해 둔 전리품을 마저 살펴보기 위해 앉았는데, 어제는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핸드폰이었다.
그 순간 기억났다. 동쪽에서 찾아낸 지구 쪽의 핸드폰. 차소희에게 복구를 맡겼었는데?
혹시 몰라서 전원을 올려 보니.
띠리링—
익숙한 시동음이 울리며, 전원이 들어왔다. 배터리는 완전히 충전되어 있었고, 잠금도 풀려 있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차소희가 복구를 완료하고 이곳에 놓은 모양이었다. 왜 어제는 말 안 했지?
나는 거실 한편에 누워 있는 차소희를 힐끗 바라보았다. 침낭에 완전히 파묻혀 번데기 같은 모습이다.
전리품은 잠시 머릿속에서 지웠다.
여기에 어떤 정보가 있다면, 그게 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궁금했으니까.
OWIC은 직원에게마저 동쪽 장벽에 대한 진실을 숨겼다.
그리고 따로 요원을 보내서 그쪽을 탐사하고 있었다. 그걸 발견한 건 내가 유일했다.
뭘 하고 있었을까?
폴더를 뒤지다가 영상 몇 개를 발견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카메라는 조금 지지직거린다. 이 핸드폰으로 촬영된 영상이 아니었다.
카메라는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
“……?”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드론이었다.
드론은 동쪽 유적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숲의 상공을 관통하여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일반적으로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그런 수준의 드론이 아니었다. 군에서 사용하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그런 형태의 드론.
“…….”
OWIC이 이런 장비까지 이계에서 사용했었다고?
지들이 정해 놓은 정책이랑 너무 다른 거 아닌가?
우선 영상에 집중했다.
드론은 거대 숲을 완전히 지나쳐, 또 다른 산맥의 계곡 사이로 들어간다.
멀어질수록 영상의 화질도 조금씩 안 좋아지지만,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었다.
계곡 안쪽에서 지지직거리던 영상은 산맥을 관통하여 평야를 날아갈 때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곳은…….
“사막이네.”
어느새 다가온 차소희도 이 영상을 같이 보고 있었다.
“이거 드론 아니야? OWIC 놈들, 이계에서 드론까지 썼다고?”
하지만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내가 갈 다음 방향은 사막이라는 사실을.
영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드론은 거의 음속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돌 빠르게 비행했다.
이 시점에서 장거리 통신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위성도 없는데 여기까지 통신이 되는 것만으로도 기적적인 일이다.
OWIC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사막을 가로지르던 드론의 카메라가 아래를 향하고.
“……뭐야 이거.”
차소희는 영상 안에 들어 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곳에는 균열이 있었다.
균열이라는 말로 설명이 부족했다.
그 어떤 균열이 이 높이에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을까?
산 하나를 통째로 눕혀도 다리로 쓰기에는 부족할 것 같은 폭.
길이는 좌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차소희는 옆에서 침을 삼켰다. 어느새 드론은 균열 위를 날아갔고, 그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키호테가 말한 ‘바닥이 없는 나락’이 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황금 지침을 들어 올렸다.
황금 지침은 현재, 이 균열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천공섬에서의 지침 방향과 내 집에서 가리키는 지침 방향의 각 차이가 거의 없다. 그 뜻은, 목표 지점의 거리가 굉장히 멀다는 뜻이다.
……그건 딱 이 균열까지의 거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유물은 이 균열에 있는 거 같은데.”
“너, 여기로 갈 생각인 건 아니지?”
그 순간이었다.
쿠그그그그그—
균열 아래에서 튀어나온 아주 거대한 문어 다리. 비유하자면, 크라켄의 다리.
……사막에?
그게 드론을 덮쳤다.
영상은 여기에서 끝났다.
“……너, 여기 갈 생각인 거 아니지? 왜 말이 없어? 왜 웃어!?”
“리리! 나와 볼래?”
“응.”
“나, 잠깐 동쪽 유적에 갔다 올 건데.”
“그게 잠깐 갔다 올 거리야? 한 달은 걸리지 않았었나?”
“비프로스트 위치를 알 거 같거든.”
내 손바닥의 기도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성녀가 건네준 것이었다. 고대 유적의 차원문을 가동하는 기도문.
영상에는 겸사겸사, 내가 알면 좋을 여러 가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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