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83
83화 ep28. 사막에서 태어난…… 해적? (1)
파지지직—
「끼에에에에에!」
생각보다 요란한 소리가 나서 조금 걱정이 들었다. 이거 가지고 또 난리가 나면 귀찮아질 텐데.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했다. 베이스캠프 사람들이 다 대피했다더니, 정말로 모두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윤민지가 남아 있는 게 더 놀라울 지경인데.
“이게 뭐예요?”
「키에에에엑—!」
윤민지는 램프에서 튀어나와 붉은 번개에 지져지고 있는 ‘요정’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니? 램프의 요정이에요?”
“……그런가 본데요. 어우, 술이 확 깨네. 주모. 맥주 하나 추가요.”
차소희도 이제는 이런 돌발 상황에 익숙한 듯했다.
오히려 뼈가 굵을 거 같은 정지훈과 진서연이 더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회사에서 골동품 취급한 게 이런 거였다니.”
“선후 씨. 혹시 선후 씨가 마법 같은 거 쓴 거예요?”
진서연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그냥 비비기만 했어요.”
“회사에서 비비는 걸 안 해 봤을까?”
나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이계에서만 발동하는 그런 효과 아닐까요? 솔직히 거기까진 저도 잘 모르겠지만.”
추측이지만, 정령이라고 하면 왠지 지구에서는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진서연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제대로 된 실험을 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었으나, 이제는 중요하지도 않았다.
「갸아아아아악! 배를 버려라아아!」
슈욱- 하고 들어가 버린다. 그 반동으로 램프가 살짝 튀어 올랐다가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회사가 이상한 물건을 보관하고 있었군요.”
정지훈의 가벼운 감상이었다.
이런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닐 거 같은데, 그건 내 사정이 아니라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건 정령이에요.”
“정령…… 말입니까?”
“제 발전기에 들어가 있는 인공지능 같은 거, 이제 다들 아시죠?”
“아, 네.”
진서연이 박수를 딱 쳤다.
“그거, 말을 걸면 대답하더라고요. 무슨 언어인지 알 수가 없어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그거랑 비슷한 종류예요.”
정령, 세상의 여기저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물.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생각하는 정령이랑 많이 다르군요.”
정지훈이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동감하는 바였다.
나는 동쪽 사막으로 행로를 정한 상태였고, 우리는 탐사를 앞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천공의 기사가 동쪽으로 갔다는 말이 난 계속 신경 쓰이는데.”
이건 리리의 의견이었다. 동쪽에는 황금의 유물이 있고, 지배자 중 하나라는 천공의 기사가 그쪽으로 갔다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지.
차소희가 가만히 듣다가 잔소리했다.
“천공의 기사고 뭐고, 거기에는 대왕문어가 산다니까? 영상으로 봤잖아? 너도 그 드론이랑 똑같은 꼴 되고 싶어?”
“음……. 선후 씨.”
마지막으로 진서연이 입을 열었다.
“조만간 비상 발령이 해제되거든요. 우선 저희는 지구로 복귀해 볼게요.”
“어떻게 하시게요?”
“저하고 지훈이가 회사로 가서 조금 더 알아볼게요. 동쪽 사막, 그리고 천공의 기사. 이렇게 두 개 알아 오면 되는 거죠?”
나야 그래 주면 고마운데, 점점 이 사람들이 산업 스파이가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신경이 조금 쓰였다. 나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하지는 않았거든.
진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정지훈을 바라보았다.
“너도 협조할 거지?”
정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따로 조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진서연이야 그렇다고 쳐도, 정지훈도 기꺼이 협조적이라는 게 의외였다. 회사에 충성하는 엘리트의 전형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여기에서 해산하고, 다시 오두막으로 복귀했다. 램프는 당연히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돌아온 뒤, 마당 한가운데에 램프를 두고 리리와 바라보았다.
“리리.”
“응.”
“저 안에 들어 있는 거 정령이거든?”
“그것까진 나도 알아. 근데, 무슨 정령인 거야?”
리리는 스프리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램프의 정령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램프의 정령과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 정령은 땅 속의 시체를 일으켜 세웠고, 내가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목을 자리 잡고 나를 지독히도 괴롭혔었다.
그때 알게 되었지. 램프에서 나오는 정령이 무엇인지.
“이건 아마…….”
「소원의 정령이다! 네놈들의 소원이 뭉쳐 태어나지!」
다시 털이 덥수룩한 해적이 곡도를 휘두르며 나타났다.
“……소원의 정령?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그때, 발전기에서 조용히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셀피가 오랜만에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생명의 정령이에요. 생명의 에너지가 모여 태어났죠.」
리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바람이 뭉쳐서 만들어져요.」
“그렇지.”
셀피가 설명을 대신 해 줬다.
램프의 정령은 사람들의 소원이 램프에 깃들어 생긴다. 너무나 넓어서 청소가 힘든 공간에서는 가정부가 태어나고, 지식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지적인 토론 상대가 태어난다. 전부 도시에서 봤던 사례들이다.
즉, 이 정령은 태어난 곳이 어디냐에 따라 그 성격이 바뀌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정령은…….
「어서 뭐하냐! 승선하라! 약탈하라!」
해적 놈들 배 위에서 태어났나 보네.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 자체로도 재밌는 광경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 보기로 했다.
“배가 없는데, 어디에 승선해요?”
「배? 배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건가? 나는 주변을 가리키며, 배가 없다는 걸 이 정령에게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쿠우우우우웅—!
배 하나가 허공에서 튀어나와 땅으로 떨어졌다.
양쪽에 각 네 개의 포문이 있고 두 개의 돛이 달린……. 배였다. 해적선이었다.
「여기 있지 않냐! 눈까리에 어! 모래가 들어간 거냐!」
“…….”
흙바닥에 비뚤게 쳐박힌 배를 우리는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위이이이이잉—
마을에서 다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 * *
————————
[특수 변칙 개체 보고서]기밀 등급 – 카테고리 ui 3등급 (격상 가능성 有)
위험도 – 안전(변동 가능성 有)
<대상의 정의>
– ‘강선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간.
– 외관상 아시아인 젊은 남성으로 묘사할 수 있음.
<특이 사항>
– 불안정한 균열에 빨려들어 이계에서 약 7년간 생존한 끝에 지구로 복귀함.
<추정 변칙 현상>
– 귀환한 뒤, 한 달에 한 번 꼴로 고수준 위기 상황이 일어남. (첨부 문서 확인 요망)
– 용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음.
– 거대한 배를 출몰시킴.
– 불타는 말을 타고 다님.
– 이계의 마법을 사용하는 걸로 추정됨.
– 조난 기간에 비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음.
– 이계인들에게 숭배받는 정황 발견
……
……
……
————————
진서연이 내민 문서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OWIC은 이제 날 사람 취급도 안 하네?”
“사람 그 이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거죠. 좋게 생각하는 쪽이 편하지 않을까요?”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지구 시점에서는 내가 이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지.
지난번에 본부장 위치에 있는 높은 사람이 와서 그렇게 깍듯하게 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했다.
나는 문서를 다시 진서연에게 돌려주었다.
진서연은 말 위에 올라타 있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벌써 떠나시는 거예요? 복귀하신 지 한 달도 안 됐잖아요?”
“아뇨. 정찰이에요.”
“정찰이요?”
“이번에 갈 곳이 대충 어떤 느낌인질 알아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나는 렐릭시나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지금 꽤 토라져 있는 상태였다. 자신을 내버려 두고 용을 탔다는 게 내심 서운한 모양이었다.
미안하긴 한데, 용 타는 걸 어떻게 참아?
리리가 가볍게 짐을 챙기고, 안장의 뒷자리에 올라탔다. 진서연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동쪽 숲까지만 해도 최소 보름은 걸리는 거리잖아요. 사막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몇 달이 걸릴지 모르겠는데, 정찰이 의미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는 대답하는 것보다는 보여 주는 게 빠르다.
나는 렐릭시나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렐릭시나.”
“크르릉…….”
“지난번에, 용이랑 경주할 때, 너 거의 이길 뻔했지?”
렐릭시나는 투레질을 하며 그 날카로운 붉은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뭘 요구할지 이미 아는 듯했다.
“한 번, 보여 줘.”
리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손잡이에서 손을 뗀 뒤, 내 허리를 꽉 둘러 잡았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설명부터…….”
진서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퍼어엉—!
단순히 땅을 박차는 소리라고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렐릭시나가 동쪽으로 달려 나갔다.
날아가는 건지, 땅을 달리는 건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버뮤다 숲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거 매번 할 짓은 아니구나.
이번만큼은 렐릭시나가 마구 달리도록 내버려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버뮤다 숲을 지나 계곡을 넘었다. 엘신 포리에리에 다다랐을 때는 그 빽빽한 나무들 때문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놀라웠다. 아무리 거친 곳이어도 렐릭시나는 거침이 없었다.
“……그 램프의 정령. 동쪽 사막에서 살던 정령이었잖아.”
속도가 늦춰지고 여유가 생기자 리리가 입을 열었다.
“선원 같았지? 나는 바다를 본 적이 없어서 책에서만 본 거지만.”
“선원이라기보단 해적이었던 거 같은데. 약탈 타령하는 거 보니까.”
“왜 사막에서 태어난 정령이 그런 형태가 된 걸까?”
이건 나도 의문이다.
하지만 추론은 여러 가지 할 수 있었다.
“그곳이 예전에 바다였던 거 아닐까?”
“바다는 물이 많은 곳 아냐?”
“그렇지.”
“그런데, 동쪽에는 사막이 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바다가 사막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어.”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거지. 리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풍화와 정체의 시대에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이 거대한 숲 어딘가에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이 큰 숲에 나무가 없는 구역이 있네.”
리리의 말대로 이곳의 모습은 비정상적이었다. 비록 크지 않은 공터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나무와 덩굴이 자라지 않는 건 이상하니까.
“숲은 말이야. 황금의 유적을 배려하는 걸까?”
내 감상에 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숲속에 있는 황금의 유적은 숲의 침식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 마치 숲이 유적을 배려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은 마당 정도 크기의 공터.
이곳 한가운데에는 이전에 봤던 바로 그 둥근 문이 있었다.
비프로스트, 고대인들이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문.
내 손바닥에는 성녀가 선물한 그 열쇠가 있다.
“렐릭시나. 여기서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말에서 내린 뒤, 조금 신중한 발걸음으로 비프로스트에 다가갔다.
이전에 봤던 것과 비슷했다. 원형의 테두리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물. 말발굽이 연상되는 그 모습.
테두리를 따라 배열이 전혀 다른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이제까지 봐 왔던 규칙과는 전혀 달랐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룬 문자를 재구성하여 빈 공간에 그렸다. 레고를 조립하는 감각으로.
그다음.
“카츠kaahz.”
시동어를 외자 비프로스트의 맨 위에서 광선이 발사된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허공에 형광펜으로 긋듯 빛의 줄기가 생겨난다.
그건, 동쪽 저 멀리 있는 산의 꼭대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방향이야.”
“그렇지. 고대인이 이런 기능을 만들지 않았을 리가 없지.”
너무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 광선이 닿는 곳에 바로 출구가 있다는 사실을.
이 비프로스트가 향하는 곳은 이곳에서부터 더 동쪽.
내가 가야 할 그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같이 갈까? 아니면 혼자 갔다 올까?”
“같이 가.”
이제는 들을 필요도 없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바닥을 비프로스트에 가져다 대었다.
무지개가 모여들며 차원 균열이 발생했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읏!”
산꼭대기.
풍경이 어떤지 확인하기도 전에 광풍이 우리를 덮쳤다. 천공섬에 있었을 때보다는 덜 했지만, 이곳에서도 바람은 쉴 새 없이 몰아닥쳤다.
그 바람에 모래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뜨거운 바람이야.”
이제까지 이계에서 느껴왔던 선선한 가을바람이 아니었다.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의 바람. 한여름 동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듯한 뜨거운 바람.
우리는 눈을 떴다.
뒤쪽에는 거대한 숲이 한눈에 보였다. 유적을 품은 그 숲이었다.
“이 숲, 엄청 컸구나.”
화각이 작은 드론의 카메라로도 다 담기지 않았던 푸른 숲의 모습이 지금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예전에 종을 울렸던 그 유적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저곳에는 그 기계 고양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영원히 존재해 왔던 숲속에, 영원히 존재해 왔던 문명의 흔적.
카메라가 있다면 담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하나.”
그동안 리리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사막은 여전히 멀었지만, 우리는 그곳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리리가 먼저 옷깃을 붙잡았다.
“이상한 풍경이야.”
“이상해? 너 사막 처음…….”
사막을 처음 보냐고 묻고 싶었다.
나도 사막을 많이 경험하진 못했다. 사막은 그 자체로 탐험하기 좋은 곳은 아니니까. 너무 과하게 넓고, 너무 과하게 위험하다.
사막이란 그렇다. 시간 그 자체가 가장 흉폭한 적이 되는 공간.
이게 내가 아는 사막이다.
그리고, 이계는 이계였다. 지구 상식으로 추측했던 걸 조금은 후회했다.
통신 한계 때문에 지직거리는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막의 형태가 내 눈에 들어온다.
“땅이 일렁이고 있어.”
모래산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어느 부분은 움푹 패기도 하며, 어느 부분은 작은 산맥이 만들어졌다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다.
사막은 원래 바람 때문에 그 모습을 자주 바꾼다. 하지만 저 정도로 빠르게 바뀌진 않는다.
저건 바람이 만들어 내고 있는 변화가 아니었다.
사막이 파도치고 있었다.
모래가 흐르고 서로 부딪치며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쏴아아아—
모래 먼지를 품은 바람에는 파도 소리가 담겨 있었다.
셀 수 없는 모래알들이 서로 부딪혀 만들어 내는 날카로우면서 건조한 소리.
한 손에 들려 있었던 램프에서 다시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드디어 마음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구나! 지평선이 우리를 기다린다! 모래의 해일과 선박 지옥 벌레의 거대한 소용돌이, 배바닥을 파먹는 두덤상어가 지저분한 뱃놈들의 패기를 기다린다! 타륜을 잡아라! 약탈을 시작하라!」
저 멀리, 이 산에 연결된 완만한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사막은 시작되고 있었다.
정령은 저곳이 바다였던 시절에 태어난 게 아니었다.
모래로 된 바다를 고향으로 삼았던 정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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