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84
84화 ep28. 사막에서 태어난…… 해적? (2)
사막은 이 산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로 시작되는 듯했지만, 사막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은 매우 완만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지구에서는 잘 볼 수 없을 정도의 지형이다.
즉, 사실상 내가 서 있는 산과 사막 사이에는 경사가 있는 초원지대가 있는 셈이었다. 저기까지 도달하는 데에만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았지만, 렐릭시나가 있으니 다행이었다.
나는 망원경을 미쳐 챙겨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크게 후회했다. 저 풍경을 이 높이에서 자세히 보면 기가 막힐 거 같은데.
“리리. 돌아가자.”
「무엇!」
전방을 바라보며 껄껄대고 있었던 램프의 요정이 내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며 팔을 휘저었다. 반투명한 그 모습이 낡은 선원 괴담 속 유령 같아 보이기도 했다.
「눈앞에 우리의 목표가 있는데 뒤로 간다고! 처형당하고 싶냐!」
나는 조용히 램프를 비볐다.
「지금 당장 저 지평선 너머에 존재한다는 심해(深海)에 도달하여 역사적인 약탈을을이에에에에!」
슈우우욱—
램프의 정령이 그대로 다시 램프로 빨려 들어간다. 이렇게만 해도 들어가는구나.
이 정령이 내게 적의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우선 폐기 처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이번 여정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리리.”
“응.”
비프로스트에 다가가 균열을 열었다.
들어가기 전에 힐끗, 뒤를 돌아 사막을 바라보았다.
“사막이라.”
내게도 조금은 도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평소보다 조금 더 가슴이 부푼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기까지도 한 사흘 정도가 걸렸다.
리리와 내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린다면 하루 이내에서도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렐릭시나가 낼 수 있는 속도의 최대치는 내 예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달리면 몸이 남아 나지 않겠더라. 그래서 돌아갈 때는 조금은 여유를 챙겼다.
* * *
일주일 뒤, 여관에서 전기 난로를 하나 빌려 왔다. 리리를 침대에 앉혀놓고 그 앞에서 쬐게 했다.
“……뭐 하는 거야?”
“어때?”
“심심한 거야?”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난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뜨거워?”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였다.
“뱀파이어는 추위에 강한 만큼 더위에 약한 거지?”
“우리는 대부분 추운 지방에서 살아가니까. 태생도 겨울과 관련이 있는 종족이고.”
흑성을 상대할 때, 키호테가 뿜어내는 열기와 마주했을 때, 리리의 피부에 화상이 생겼던 걸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회복은 빨랐지만, 다치는 것도 쉽게 다치는 게 뱀파이어의 특성이었다. 그러니 사막의 열기는 꽤 부담스럽겠지.
옆에서 보고 있었던 차소희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의뢰했구나?”
차소희는 내게 깊이가 있는 사막 모자를 건넸다. 머리가 작은 편인 리리에게 딱 맞는 크기. 디테일도 아주 좋다. 장인의 손길이 들어갔다는 게 눈으로도 느껴졌지.
“다행히 공방에 남는 게 하나 있더라고.”
“얼마야?”
차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주는 거래.”
“매번 받기만 해서 너무 죄송한데.”
“우리 아빠가 그래. 지인 사이에 돈 오가면 안 된다는 주의라서.”
누군가에게는 무시당할 수도 있는 사고방식. 바보 소리를 듣는 이상주의자를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
좋은 건 좋은 거고, 그렇다고 받기만 하는 상황에 만족할 순 없었다. 나도 뭔가를 좀 줘야지.
“이번에 사막에서 광물 같은 거 있으면 좀 가지고 올게.”
“응?”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야. 지난번에 이계 광물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게 느껴졌거든.”
“응. 좋아하시겠네.”
차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 보니 서지아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말보로 아이스블라스트를 피우고 고양이귀 헤드폰으로 귀를 가린 엘프라니. 이런 혼종이 있나.”
“지구에서 초중고 졸업하고 다른 세상의 열둘 지배자가 된 우리 자기는 평범하고?”
“그거 헤드셋 뭐야? 취향이야?”
“개조하는 데 돈 많이 들어가서 그냥 계속 쓰는 거야.”
“취향이네.”
“너무 들고 파면 매력 없어. 자기야.”
서지아는 요즘 많은 시간을 오두막에서 묵고 있었다. 처음에 보여 준 그 활기차고 붙임성 있는 모습은 가면이었고, 하운드 업계 내에서 유명했다던 그 날 선 모습도 가면이었다.
서지아의 실제 성격은 조금은 냉소적이고 만사에 초연한 느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돈에 집착이 강했고, 밖에 나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동쪽의 그 사막이 파도치고 있었다고?”
“보니까 조금 소름 돋더라. 바다처럼 움직이더라고.”
서지아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재털이를 꺼내 꽁초를 비비며 말을 이었다.
“감당할 수 있겠어? 엄청 위험하게 들리는데. 조금 더 조사를 하고 진행하는 게 순서에 맞지 않나 싶은데?”
“조사? 내가 하는 게 조사잖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먼저 가는 건 절대로 싫은데.”
“……넌 포식자가 맞긴 맞구나.”
그렇게 말하며, 서지아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배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걸 보니까.”
램프의 해적은 배를 소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령은 지배자의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하고, 그건 이 램프의 정령도 마찬가지였다. 비위만 맞춰 주면 내 요구를 잘 따라주는 듯했다.
이거라면 동쪽의 사막을 항해하는 건 문제가 없어 보였지. 어쩌면 이 정령을 만난 게 정말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너무 구식이라 여기저기 개조를 좀 해야겠더라고.”
OWIC에서 제공해 준 인부가 소리쳤다.
“거기, 나무판자 세 개만 더 올려 주세요!”
“용접 한 명 내려보내 주세요!”
「이놈들아! 이놈들아! 내 배다! 내 배란 말이다! 아아아아악! 복수한다! 네놈들을 언젠가 상어 밥으로 던져 버리겠다!」
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령은 그걸 바라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지구의 언어가 아니니 임부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지.
근데 좀 고쳐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 너무 낡았다고.
포신에 기름칠하고, 닻을 고정하는 쇠사슬을 현대 제철기술이 점목된 쇠사슬로 교체했다.
OWIC이 나를 지원한다는 게, 이럴 때 너무 편하다.
진서연도 배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선후 씨? 괜찮겠어요?”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구경 나온 사람들이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보인다.
“왜요?”
“숨기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이런 거 다 선후 씨 비밀이잖아요.”
“말을 안 하는 것뿐이에요. 왜 숨겨요?”
귀찮은 건 싫다. 그래서 가끔은 말 안 하고 넘어가긴 한다.
그렇다고 음습하게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멋있지 않아요? 항만 관제탑도 없고, 항로 규정도 없고, 출입 국제법도 없어요.”
“그렇죠?”
“인도를 발견하기 위해 대양을 횡단하는 첫 배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렇죠. 그러네요.”
그러면서 다시 배를 올려다보는 진서연.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라니. 저도 따라갈 수 있을까요?”
“버틸 자신 있으면 안 말려요.”
“……저 독기 저항 기간 두 달밖에 안 되긴 해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어차피 안 되겠네요.”
너무 아쉽다는 듯 말하는 그 목소리에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다.
진서연은 뿔테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내게 물건 하나를 건넸다.
“필름 카메라예요. 작은 배터리가 들어가 있고, 전기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요.”
받아 들었다. 브랜드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OWIC에서 만든 건가?
“가능하면, 사진을 좀 부탁해도 될까요?”
진서연은 나를 바라보면서 본인의 열망을 대리 충족하고 있었다.
이건 나도 생각했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고마워요. 부럽네요. 정말로.”
진서연은 자꾸 흘러내리는 낡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배를 올려다보았다.
저쪽에서는 정지훈이 내게 달려들려는 사람들을 블록킹하고 있었다.
“저는 OWIC의 통합분석실 주임 정지훈입니다. 선후 님의 요청에 따라 비즈니스나 인터뷰 등은 현재 불가합니다.”
“아니, 스폰 제의만 할게요. 그냥 협찬입니다.”
“선후 님이 지니고 있는 장비는 이계의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스폰이 필요 없으십니다.”
“아니, 돈이 오가잖아. 그리고,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우리를 막아요? 경찰이야?”
“OWIC이 이계에서 가지는 권한으로 막습니다.”
“…….”
용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서울에 일파만파 퍼진 상황이었다. 용을 촬영한 사진, 그리고 용과 내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저화질의 확대 사진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 강선후 쟤 지구인은 맞긴함? 이계인인 거 아님?
└ 나 부업으로 하운드 하는데, OWIC에서 강선후를 변칙 개체로 지정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 ㅁㅊ…… 진짜 이계인인 거?
└ 이거 이계 관련주 호재냐?
└ 이거 무역 회사 호재임?
└ 아니 좀 너네 커뮤니티로 꺼져
└ 그래서 호재임?
차소희가 각오하라고 했지. 내가 이런 관심을 좋아하지 않다는 걸 알고 하는 소리였을 거다.
지금은 조금 초연해졌다.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해야 하나.
“자기가 지구 쪽에 관심이 없어진 거겠지.”
서지아의 말에도 나름 동감한다.
천공섬, 용, 그리고 이번에는 파도치는 사막.
빌딩으로 된 숲보다는 훨씬 멋있는 풍경들이니까.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정지훈은 내게 다가오며 꾸벅 목례했다. 나도 화답하고 자세히 보니, 그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었다.
어떤 나무 상자였는데, 딱 봐도 고급스러운 선물용이라는 게 느껴졌다.
“이게 뭐예요?”
“OWIC 전략기획본부에서 강선후 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일종의 후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다른 스폰은 다 막았으면서 OWIC은 이래도 돼요?”
“선독점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선후 씨의 스폰서기도 하지만, 아직은 OWIC의 직원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면서 정지훈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나무 상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받아 들었다.
생각보다 무게가 묵직해서 조금 놀랐다. 최소한 쇳덩이가 들어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뭐예요? 나이프? 저 이미 좋은 거 두 개나 있어서.”
“열어 보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보게 조금만 신경 써 주시고요.”
그 말을 들은 진서연과 서지아, 차소희는 오히려 상자 앞으로 몰려들었다. 덕분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못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뭐길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건 정지훈의 자신만만한 표정만큼이나 파격적인 물건이었다.
“……장식용이에요?”
“진품입니다.”
“이래도 되는 거예요?”
“선후 씨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분 같아서요. 그리고, 이제까지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OWIC에서는 선후 씨를 신뢰하기로 했습니다.”
“…….”
“그리고.”
정지훈은 이제 보수가 거의 끝나가는 배를 올려다보았다. 양쪽으로 4개의 포문이 달려 있는, 크다면 크지만 작다면 작은 배. 선원 5명에서 최대 10명까지 승선할 것 같은 크기다.
“선장이면 총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건 권총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5연발 리볼버.
짙은 다크브라운에 광택이 나는 목재 손잡이, 그리고 강철로 이루어진 몸체와 비반사 코팅까지 완료된, 딱 봐도 특제품.
“S&W사의 M460모델을 베이스로 자체 제작한 버전입니다. 전 세계에 한 정밖에 없고, 추정 가치는 최소 4500달러라고 하더군요.”
“……총 써 본 적 없는데.”
“그걸 감안해서 리볼버로 골랐습니다. 관리와 취급이 쉬운 종류입니다. 5발의 45구경 콜트 탄환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여분 총알은 제공하지 않았다. 아마 법적 문제에 휘말릴 위험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총알은 요청하시면 장전될 만큼씩 그때마다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
황당하다면 너무 황당한 물건이라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키지 않으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총 안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요?”
“와, 미친, 졸라 멋있어.”
차소희도 총을 바라보면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잡았다. 쿠션 아래에는 허벅지에 달 수 있는 가죽제 홀스터까지 있었다.
“고마워요.”
“좋은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정지훈은 내게 뭘 기대하는 걸까?
뭐든 상관없다. 도움을 주고, 그 의도가 과하게 음습하지만 않으면 난 다 좋다고 생각하니까.
수리가 끝나고, 울부짖는 해적을 램프에 쑤셔 넣은 뒤 허리춤에 매달았다. 영혼이 있는 존재인지라 아공간 가방에 넣을 수는 없었다.
탐험 준비는 끝났고, 이제 출발하려는데 차소희가 조용히 나를 불러세웠다.
“자.”
“뭐야?”
“선크림. 리리 피부가 약하다며?”
“……오.”
“그럴 줄 알았어. 저런 어린 애 데리고 다니는데 그렇게 배려가 없니?”
“리리 성인이야. 지구 나이로도.”
“그게 중요해! 어쨌든! 자! 이것도 받아!”
차소희는 작은 알약이 스무 개 들어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건넸다.
“뭐야. 이건?”
“우리 회사에서 이번에 개발한 시제품이야. 네가 나한테 줬던 샘플 기억나? 그, 물 뿜어 대는 나뭇가지. 그 성분을 분석해서 만들었어. 땅에 놓고 열을 가하면 5L 정도 되는 물을 뿜어낸대. 비상 식수로 쓸 수 있을 거야.”
“……그새 이런 걸 만들었네.”
차소희는 그 뒤, 조금 목소리 낮추고 속삭였다.
“……나 아는 기자님 있거든. OWIC 뒤를 파는 분인데. 어쩌다 친해졌어.”
“근데?”
“혹시 몰라서 좀 부탁했는데, OWIC은 동쪽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는 거 같아.”
“정지훈이 날 속이고 있다는 뜻이야?”
차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닐 거야. 아마 본인도 모르고 있겠지. 어쨌든 이번에 그 기자님이 주신 정보가 있어. 정확하진 않지만…….”
차소희는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사막에 어떤 마을이 있대.”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지구의 사막에도 사람은 산다. 파도치는 사막이어도,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적응을 하기 마련이겠지.
어느 정도 그래서 예상했었다. 아무도 없진 않을 거라고.
“그 마을에 고무풍선으로 장식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사라졌대. 거짓 정보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어. 심지어 이거 최근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냈대.”
“그 기자도 나름 정보통이 있지 않을까?”
뭐,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무풍선이라니, 혹시 OWIC 쪽 사람들이 이계에 눌러앉아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널 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는데. 비밀 유지한답시고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돼.”
차소희는 나름대로 그렇게 해석한 모양이었다.
……근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설명해 줄까 하다가 밑도 끝도 없을 거 같아서 그냥 한숨을 푹 쉬고 말았다.
“참고할게.”
“응.”
사막에서 찾아봐야 할 게 하나 더 늘었구만.
렐릭시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니, 벌써 리리는 준비를 끝내고 그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크르르릉—!”
“이거 말 맞아요?”
진서연은 어느새 적응한 듯, 그 불꽃 갈기를 쓰다듬으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렐릭시나는 이빨은 드러내는데 또 저항하지는 않는다.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나도 그 등 뒤에 올라탔다.
“사진, 기대할게요.”
“좋은 사진사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가능하면 몇 개 찍어 올게요.”
“죽지 마.”
서지아가 팔짱을 끼고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사람들이 날 배웅하고, 내가 먼 여행을 떠나는 거.
그리고 이번에 느꼈다. 버뮤다 숲으로 향하는 첫 여정은 나 스스로 준비했지만, 어느새 리리가 끼어들었고, 어느새 여기저기에서 지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대를 거는 사람도 늘어났다.
말 그대로 스폰을 받는 탐험가였다.
내가 지구에서 살던 시절, 그렇게 부러워 마지않았던 티비 속 탐험가가 된 느낌.
그래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동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희미하게 버뮤다 숲이 보였다. 비가 내리려고 하는지, 하늘이 조금 흐렸다.
“가자.”
“푸르릉.”
렐릭시나는 내 명령에 맞게 천천히 걸었다.
먼 거리를 갈 예정이었지만, 급할 필요 없었다. 여느 때처럼.
「크아아악-! 빨리빨리 좀 가라! 진짜 둔한 녀석이네! 소싯적이었으면 당장 팔다리를 묶어서 바다에아아아악!」
램프에 작은 결계 룬을 그려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공의 기사, 모래의 바다, 네 번째 황금의 유물.
존재해선 안 되는 설산과 바닥이 없는 나락. 그리고…… 거대 문어?
지금 가는 방향에 있을 것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나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