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91
91화 ep30. 천공의 기사 (1)
푹, 푹—
챙겨 온 삽으로 눈을 펐다. 방한복을 입고 있는데도 체온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태양의 돌은 우선 이 어린 베두헨에게 쥐어 준 상태니, 최대한 빨리 대피처를 만들어야 했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곳이 있다니, 진짜 신기하네.”
“항상 속 편하네. 당신은. 여기까지 오는 길을 아직도 모른다는 게 문제야. 대체 어떻게 돼 먹은 설산이야?”
리리의 투덜거림에 오랜만에 동감했다.
분명 이전까지는 하얀 자국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었다. 우리는 무작정 항해했다. 성좌의 인도가 있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는 그걸 믿고 그저 앞으로 직진만 했다.
그러던 중.
툭—
갑자기 하늘에서 내 품 안으로 빨간 풍선이 하나 떨어졌고.
그때부터 기억이 끊겼다. 깨어나고 보니 배는 이 설산의 시작 지점에 정박된 상황이었다.
「이게 대체 무어냐…….」
당황스러운 건 에드워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는 눈 덮인 혹한의 산.
‘존재해서는 안 되는 설산’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푹—
잡생각은 여기까지. 어디까지 쌓였는지 알 수 없는 눈을 서둘러 파 들어갔고, 벽을 빠르게 다듬어 단단하게 고정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텐트를 쳤다.
“모스mohs.”
화로를 두고 입구 앞에 숯을 두었다. 이렇게 하면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찬바람을 조금 덥히는 효과가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하룻밤의 방한은 크게 문제가 없겠지.
우리는 정신을 잃은 베두헨을 한편에 눕히고 나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휘이이잉—
거칠고 차가운 바람이 흩날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텐트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펄럭펄럭, 마치 귀 바로 옆에서 매가 날갯짓을 하는 느낌이었다.
리리는 베두헨 옆에 쪼그려 앉아 정신을 잃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숨 돌리자 여유가 생긴 모양이었는지, 리리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왜 굳이 설산으로 온 거야?”
“굳이?”
“우리 여정 목적은 나락이었잖아?”
그랬지. 나는 짐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두헨 마을로 따라가서 지원군을 모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들은 우리보단 크라켄에 대해서 잘 알고, 목적이 같으니 적극적으로 도와줬을 거 같은데.”
“음.”
리리의 주장은 합리적이었다. 텐트의 창문으로 밖을 슬쩍 바라보았다. 눈보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검을 버리고 설산에 은거하는 영웅 기사.
그를 설득하려고 몇십 년째 애쓰는 기사단.
그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내 목적이랑은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웅 기사가 검을 버린 곳이 그 나락이래. 크라켄이 살고 있는 그 나락.”
“그렇지.”
“그 영웅 기사는 천공의 기사겠지?”
리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동의했다.
“시기가 너무 일치해. 천공의 기사가 황제를 살해하고 동쪽으로 떠난 게 백 년 전이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영웅 기사가 출몰한 것도 그 시점 언저리다.
이 설산에 있는 건 분명 천공의 기사였다.
모든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천공의 기사는 정의를 집행하는 영웅이었잖아. 그 영웅이 자신의 검을 나락에 버리고 설산에 은거했어. 이유가 뭐였을까?”
리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에 실망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게 있다면 뭘까?”
리리는 다시 생각에 잠겼으나, 이번에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나는 황금 지침을 꺼내서 리리에게 내밀었다.
이번 유물의 방향은 나락 아래, 즉 땅 밑이었기에, 황금 지침을 기울여야만 제대로 된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천공의 기사가 나락 아래에 버린 검. 그게 다음 황금의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야.”
“……그럴 수 있어. 아니, 확실히 그럴 거야.”
나락 아래로 검을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 황금의 유물은 천공의 기사가 버렸다는 검이었다.
천공의 기사는 크라켄을 만난 후, 그 나락에 자신의 검을 버렸다.
“그래서 당신이 이곳으로 먼저 온 거구나.”
“천공의 기사는 크라켄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야. 나락에 검을 버렸다면 분명 크라켄을 마주쳤을 거니까.”
“영웅 기사, 그분께서는…….”
베두헨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잠꼬대를 하는 것처럼 신음하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는…… 이 사막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유일한 희망? 어떤 희망인데요?”
“그분은…… 나락에서 나오려고 하는 거대한 악마를 막을 유일한 희망……! 그분의 검이 없다면, 그분의 영광이 없다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어…….”
베두헨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희망이 대체 무슨 희망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렐릭시나.”
“푸르르?”
밖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렐릭시나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입구를 살짝 열고, 고개만 내밀어 녀석에게 말했다.
“나 이 설산 정상에 갔다 올게. 며칠 걸릴 거야. 그동안, 이 사람 좀 지켜 주고 있어.”
“크르르…….”
“……영문도 모르고 일어나면 놀라지 않을까? 불타는 말이 눈앞에 있을 텐데.”
“놀라는 건 자기 사정이고, 얼어 죽지 않으려면 알아서 얌전히 있지 않을까?”
“속 편한 소리인데, 틀린 말은 아니네.”
나는 그저 웃고는 가방 속에서 식량 몇 개를 꺼내서 옆에 둔 뒤 방한복을 챙겨 입었다. 리리가 내 뒤를 따라오는 건 이젠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 베두헨은 위험을 넘겼으니, 태양의 돌은 다시 내 안주머니에 넣었다.
우리는 설산을 올랐다. 무릎까지 눈이 쌓여 있어서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몇 번은 그냥 걸어서 올라가다가, 도무지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방랑자의 활을 소환했다.
그리고, 갈퀴가 달려 있는 화살을 저 멀리 위쪽으로 쏘았다.
패엥—
그렇게 고정된 밧줄을 잡고 올라가자 한결 수월했다.
한동안 등반에 집중하던 리리가 물었다.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왜 렐릭시나를 타고 올라가지 않는 거야?”
“그 사람 혼자 두기 뭐 하니까?”
“어련히 혼자 알아서 잘 있었을 텐데. 여기는 뭐 습격이 있을 거 같지도 않고.”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궁금해서.”
“뭐가?”
“천공의 기사가 이 설산을 오르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이 고생을 하겠다고?”
“경험은 고생이 아니야.”
리리는 옆에서 날 빤히 바라보다가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매번 느끼는데, 당신은 미쳤어.”
“이쯤 되면 나도 인정해야겠네.”
“아직도 인정 안 하고 있었던 게 놀라운데.”
우리는 눈보라가 치는 혹한의 설산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여유를 유지했다.
어쨌거나 웃을 수 있다면, 그건 고생이 아니라 경험이다. 이건 아주 오래전 사막의 한 유목민에게 배운 것이었다.
이름도 모를 그 남자는 슬럼프에 빠졌던 내가 탐험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 줬다.
지치면 눈 속으로 파고 들어가 침낭에 둘둘 감겨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어나 오르기를 반복했다. 어느새 먹구름은 사라지고 새파란 하늘이 펼쳐졌는데, 눈보라는 어디에서 내리는지도 모르게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혔다.
오히려 지금은 나보다 리리가 조금 더 수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 고향은 설산이니까.”
“내가 사는 동네도 한 추위 하는 곳인데.”
“당신은 인간이잖아. 뱀파이어는 원래 추위에 강한 종족이야.”
“……가끔 듣다 보면, 인간으로 태어난 게 뭔가 손해인 기분이야.”
이계인들이 타고난 그 종족 특성이 가끔은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궁금하거든.
며칠이 지났을까? 아래에 두고 온 식량이 슬슬 걱정되는 그 시점.
우리는 정상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끝은 여기에서 봐도 반대쪽이 가파른 절벽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게 깎여 있었다.
굉장히 절묘했다. 두 개의 태양 중 하나가 그 절벽 끝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기사가 하나 서 있었다.
그 등에는 날개가 달려 있었다.
“……동화 속에서만 봤었는데.”
리리는 그 모습에 벌써 압도된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름답기 그지없는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천공의 기사는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 듯, 어쩌면 우리가 이곳에 온 줄도 모르는 듯, 그저 절벽 반대편만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발자국.”
천공의 기사에게로 이어지는 발자국이 하나 있었다.
밑에서 만난 베두헨의 것이었다.
나도 잠시 그 자태를 바라보다가,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다가가면서 알았다.
기사의 한쪽 날개는 부러져 있었다.
* * *
많은 기사들이 이곳에 자신을 찾아왔지만, 고뇌에 대한 답을 여전히 찾지 못했기에 그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를 괴롭히는 게 고뇌가 아니라 죄책감과 고통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가슴속에서 날뛰는 ‘마음’을 통제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없이 태어났었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단에서 찾아온 견습 기사.
“크라켄을 잡을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 당신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들었는데요.”
천공의 기사는 이 시점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곳으로 올라온 이들의 목소리는 항상 떨렸다. 공포와 고통, 그리고 간절함으로 가득 차 이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목소리는 뭔가 달랐다.
간절함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친구에게 동행을 제안하는 듯한, 술자리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말투.
그 오랜 옛날이 기억도 나지 않았으나, 천공의 기사는 왠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었다.
천공의 기사는 이 산에 올라온 뒤 아마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
찾아온 자는 기사가 아니었다.
검은 머리의 인간과, 적안을 가진 뱀파이어.
강선후는 아무런 말 없이 기사가 쓰고 있는 투구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리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기사와 강선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천공의 기사는 조용히, 강선후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투구 안은 비정상적으로 새까매서, 그 안에 어떤 눈빛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선후는 깨달았다.
그 투구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선후.”
리리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선후는 여전히, 기사의 투구 이마에 적혀 있는 아주 작지만 세밀한 문자 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지?”
“……리빙 메탈 룬 문자.”
천공의 기사.
그가 입고 있는 건 갑옷이 아니었다.
저 갑옷 그 자체가 천공의 기사였다.
* * *
사형 집행 인형.
천공의 기사는 맨 처음 그 용도로 태어난 리빙 메탈이었다.
그리고, 황금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 세상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던 리빙 메탈이었다.
이 리빙 메탈은 죄인을 벌하기 위해서 태어났고, 그것을 위해서 존재해 왔다.
그 임무는 정의를 집행하고자 하는 집착이 되었으며, 끝내 지배자의 영혼이 깃드는 결과를 낳았다.
열둘 지배자 중 하나, 집행자는 리빙 메탈이었다.
그는 천공섬의 금속을 모아 날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절벽 앞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정의가 필요한 순간, 이 섬에서 내려가 기꺼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백 년 전, 그렇게 황제를 죽였다. 그게 정의라고 굳게 믿었으니 주저함은 없었다.
황제가 들고 있었던 검, 콜브’랑데쥬의 악마 때문에 천공의 기사는 한쪽 날개를 잃었다.
천공섬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나, 좌절하지 않았다. 고작 날개가 하나 없다고 정의의 심판을 하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는 이번 기회에 세상을 떠돌았다. 자신이 집행해 온 오랜 정의가 이 세상에 얼마나 이로웠는가. 그걸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돌아다니면서도 죄인이라 생각한 이들을 기꺼이 베어 내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이로운 줄 알았다. 황제를 잃은 제국이 전란에 휩쌓이는 걸 보기 전까지는. 권력의 공백이 늘어날수록 탐욕스러운 이들은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웠으며, 민생은 통곡과 신음으로 가득 찼다.
천공의 기사는 처음으로 회의감을 느꼈다.
마음이 없던 존재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건 생전 느껴 본 적 없는 고통이었다.
가슴속 한편에 날카로운 삼각형이 굴러다니는 격통.
익숙해지리라 생각했지만, 삼각형이 무뎌지는 법은 없었다.
정의라 생각했던 모든 행동들은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존재 의미라 믿었던 것이,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감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천공의 기사는 방랑했다. 그 끝에 사막에 도착했다.
그는 사막에서도 악인을 벌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감화되었으며, 끝내 기사단을 설립하며 그를 따랐다.
그렇게, 사막의 끝에 도달한 그 순간, 한 소년이 타고 있는 배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배를 공격하는 거대한 마수를 목격했다.
기뻤다.
저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악이었으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의를 행할 기회였으니까.
수십 년의 고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기회였으니까.
천공의 기사는 기꺼이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약자를 보호하여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 그는 패배했다.
꼬마는 죽었다.
정의라고 믿고 행한 일은 사실 정의가 아닐지도 몰랐으며, 정작 진정한 악이라고 생각한 존재 앞에서는 패배했다.
* * *
강선후가 무슨 말을 하든, 천공의 기사는 검을 버린 그 나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강선후는 결국 포기했다. 다른 기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쫄보 새끼.」
천공의 기사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꼬마가 널 원망한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기억했다.
해적선에 타고 있었던 그 꼬마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낡은 램프.
그 램프의 끝에서 태어난 정령이 잔뜩 표정을 구기고 천공의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꼬마는 마지막까지 용감하게 싸우다 죽었다. 녀석이 죽기 전에 빈 소원이 뭔지 아냐?」
「나락 아래 전설의 도시를 보고 싶다고 빌더라. 살려 달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고. 그 꼬마 녀석은 죽음 앞에서도 모든 해적의 꿈을 먼저 떠올렸다! 덩치만 산더미지, 넌 그 애새끼보다도 못한 놈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강선후는 소원의 정령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당신이 안 도와주면, 우리끼리 잡을 거예요. 대신에 그쪽 검은 내가 가질 겁니다. 불만 없죠?”
「그래!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당장 내려가자! 해적을 산에 데리고 오는 건 그 자체로 모욕적이다. 이놈아!」
눈앞의 인간은 아무리 봐도 그저 인간이었다.
태생부터 나약한 종족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괴물을 잡겠다고 선언한 뒤, 설산을 내려갔다.
천공의 기사는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저 바라보았다.
항상 남들에게 등만 보이던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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