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95
95화 ep31. 사냥, 거인 (3)
리리는 크라켄을 제압하는 모래의 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래의 거인은 원래 같았으면 크라켄을 제압할 수 없었다. 하나, 이제까지 크라켄에게 누적되어 온 동요가 지금 폭발했다.
강선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사냥 대상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상대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 존재든 간에 강선후는 악착같이 그 발목을 잡아 자신이 있는 위치까지 끌어내렸다.
그 급격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변화에 상대가 당황한 그 순간.
강선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크라켄은 지금 나락을 짚고 위태롭게 자세를 고정하고 있었다. 애초에 올라와선 안 됐을 터, 판단력을 상실해 잘못된 선택을 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그 손은 천공의 기사와 주먹을 나누며 크게 손상된 상황이었다.
자신의 심장이 드러난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분노에 가득 차서 흉기나 다름없는 촉수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던 거인, 크라켄.
강선후는 이 순간을 기회라고 여겼다.
그래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크라켄의 자세를 무너트렸다.
그렇게 드러난 새빨갛게 빛나는 심장. 그 자체로 거대한 바위산에 버금가는 크기. 주기적으로 박동하는 붉은 바윗덩어리 같은 심장.
리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텅—
창이 쏘아졌다. 탄환이라기엔 너무 거대한 창은 그 자체로 신이 던진 투창 같은 맹렬한 기세로 비명을 내지르며 대기와 모래 먼지를 꿰뚫었다.
“제발!”
리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운데라께 기도를 올렸다.
창이 쇄도하고, 그 끝이 심장을 향해 지척까지 다가온 그 순간.
텅—!
“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베두헨들 중 몇은 욕설을 내뱉었다.
날뛰던 크라켄의 촉수 중 하나가 날아오는 창을 정확히 감싸 잡았다.
창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붉게 달아오른 창에 크라켄의 촉수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지만, 촉수 하나 손상되는 걸 크라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심장에서 지척의 거리.
거대한 발리스타에서 쏘아진 그것은 허공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
이게 실패했다면 저 거체에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물건이 있긴 한가?
그 모습을 지켜본 모두의 머리가 하얘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단둘 말고는.
은빛으로 빛나는 유성이 나선을 그리며 크라켄에게로 쇄도했다.
그리고,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촉수를 베어 냈다.
폭탄에 이미 큰 손상을 입었던 촉수는 기사의 참격을 견디지 못하고 반쯤 절단되며, 단단히 붙잡고 있었던 창을 놓쳤다.
하지만 저것은 발리스타의 장력을 추진력 삼아서 쏘아졌던 창.
저렇게 되면 그저 힘없이 땅으로 떨어질 뿐이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한 순간.
창의 측면에, 역방향으로 나 있었던 가시들이 벌어졌다. 그저, 뽑기 어렵도록 만들어 낸 쐐기 구조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키이이이잉—
벌어진 수십 개의 틈에서 날카로운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음과 불꽃, 연기와 함께 마수를 멸하는 창은 다시 추진력을 얻었고.
크라켄의 심장에 깊숙하게 꽂혔다.
“됐어!”
“됐다!”
“이게…… 된다고?”
심장에서는 아무런 핏줄기도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거인이란 그런 존재였으니까.
대신에 무수히 많은 심장의 조각들이 산발했다. 그건 루비처럼 검붉은 수정이 되어, 이 사막 곳곳에 흩뿌려졌다.
쿠오오오—
크라켄의 거체가 뒤로 넘어갔다.
심장에서 뿜어지던 빛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었다. 크라켄의 생명이 꺼져 가고 있었다.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쿠으으으으…….”
거인은 처음으로 씹어 대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뒤로 넘어가던 거체를 다시 앞으로 숙였다.
쿠웅—
그 팔이 다시 난간을 짚었다.
거인은 이제, 아예 지상으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분명 심장을 부쉈는데? 저게 어떻게 움직이오?”
“약점이 아닌 거 아냐!?”
베두헨들은 크게 당황했다. 분명 저 심장을 파괴하면 거인을 죽일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거인은 어째서 움직이고 있는가?
리리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붉은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판단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야.”
“예?”
“거인은 죽어 가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움직입니까?”
리리는, 앞으로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든 고개를 들어 올리려는 거인을 똑바로 주시했다.
정확히는 그 영혼의 변화를 주시했다.
“죽어 가고 있어요. 그냥 계속해서 죽어 가고 있기만 할 뿐이야.”
거인의 영혼은 꺼져 가고 있었다. 거대한 구멍이 뚫린 댐처럼 하염없이 명계를 향해 흩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저수지에 담긴 물이 너무나 많았다.
흘러도, 흘러도 끝이 없었다. 최소한 지금, 저 거인이 움직여 우리 모두를 멸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정도였다.
거인은 자신의 영혼에 구멍을 뚫은 이들을 직시했다. 그 시선에는 막대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
베두헨들은 거대한 무력감을 느꼈다.
턱—
거인의 앞을, 아주 작은 은빛의 유성이 가로막기 전까지는.
천공의 기사.
거인에게 패배했던 지배자.
그는 다시 한번 거인의 앞을 분연하게 가로막았다.
오래전 언젠가 자신을 바라보던 소년의 눈빛을 떠올렸다.
천공의 기사는 영혼이 없는 존재로 탄생했다. 지배자가 깃든 후에도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지금도 여전했다.
하지만, 모른다고 계속해서 제자리에 있으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영원히 머물 뿐이었다.
그래서 한 발자국 더 움직여 보기로 했다.
푸스스—
이미 한 번 부서진 천공의 기사는 다시 발동한 룬 문자로도 제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쇳가루가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몸을 지탱하기 어려워져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그 이마에 그려져 있었던 룬 문자가 풍화된 탓이었다.
구우우우—
거인의 머리를 이루는 촉수, 그리고 그 양손이 기사를 향했다.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벽.
천공의 기사는 이 순간 깨달았다.
마음속 삼각형의 통증이 어느새 사라졌다는 걸.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온 힘을 다해 검을 들 뿐.
어깨를 틀고, 다리를 벌려 몸을 낮췄다. 떨리는 손을 들어 검을 수평으로 고정했다.
그때, 무너져 가는 모래 골렘의 머리 꼭대기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이번에느은—!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 봐라!」
그 목소리와 함께, 모래 골렘 꼭대기에서 반짝였던 빛은 고속으로 기사를 향해 날아왔다.
그 빛은 기사의 투구에 안착했다.
기사는 이게 뭔지 깨달았다.
인간이 고대의 유물을 사용하여 쏘아낸 룬 문자.
완벽하게 새로 그려진, 심지어 개량된 ‘리빙 메탈’ 룬 문자가 그의 투구에 새겨졌다.
뒤로 뻗어 고정한 발이 모래를 거칠게 밀었다.
단순히 자세를 고정할 뿐인데, 대못으로 땅에 박은 것처럼 단단한 기세가 우러나왔다.
그날, 전투에 참여한 베두헨 모두가 영광을 보았다.
은빛의 검이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단순히 태양빛을 반사한 탓은 아니리라.
이는 노래가 되어 세상에 남으리라.
성좌의 가호를 받은 검은 머리 인간과 은빛으로 빛나는 기사.
그들이 고대의 거인을 격퇴한 이 순간은 역사가 되어, 노래로 이어져 신화의 영역에 닿으리라.
* * *
빛의 창이 거인을 관통했다.
불멸에 가까운 그 생명이 일시에 고갈되었다.
거인은 나락 아래로 떨어졌다.
강선후는.
“오…… 씨.”
나락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몸을 반만 걸칠 뿐이었다.
일반적인 나락이었으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모래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곳이라 오히려 안전한 곳으로 끊임없이 밀려났다.
“푸르르…….”
강선후는 모래를 털고 일어나다가 급속도로 가라앉는 몸에 기겁했다. 좋은 타이밍에 렐릭시나가 다가왔고, 강선후는 그 등 뒤에 올라탄 뒤 쓰다듬었다.
“오늘은 진짜 고생했어. 가서 맛있는 거 먹자.”
“푸르릉—!”
“맛있는 거 없다고? 야. 육포 있어. 아니면 어인 몇 마리…….”
「네놈 말이랑도 얘기를 하냐? 이거 이상한 놈일세.」
“당신은 배랑 얘기를 나누잖아요. 램프에서 튀어나오는 해적보다 이상한 게 어디 있어.”
「선장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이 건방진 놈아! 당장 채찍질 세 대를…….」
강선후는 그저 웃고는, 저 멀리 흘러가고 있는 배를 바라보았다.
“가자. 렐릭시나.”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배로 돌아갔다.
이제는 급할 필요 없었으니까.
* * *
기사는 그저 나락을 바라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배들이 다가왔다. 이들은 자신들이 섬겼던 전설 속의 존재가 설산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단장님.”
쉬라힐은 기사단의 진정한 단장을 바라보며 감격하고 있었다.
기사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지켰는가?
기사의 생각에 그건 아니었다.
천공의 기사는 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인간, 그리고 램프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인간은 말 위에서 내려와 이 모래 위에 설 수 없었다.
“그 꼬마는.”
천공의 기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그 꼬마는 정말로 원망하지 않았는가.”
「어휴. 쫌생이 새끼.」
에드워드는 아직도 기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거면 된 거 아냐?」
기사는 다시 생각했다. 이번에는 인간에게 질문을 던졌다.
“키호테는 자신의 자유를 찾아 떠났는가.”
강선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 귀환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행의 길을 떠났어요.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불멸자 입장에서도 힘든 일이라면 가벼운 건 아니지 않을까요?”
“키호테는 후회하지 않았는가?”
“어떤 걸요?”
“그 오랜 시간을 문만 지키느라 태생으로 품었던 영광까지 잃었다. 키호테는 그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는가?”
강선후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후회는 무슨 되돌아보지도 않았어요.”
“…되돌아보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옳았고 얼마나 틀렸는지,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런가.”
배 위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던 리리가 입을 열었다.
“그 끝에, 키호테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숙명을 위해서 유성이 되어 대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 결말이 아니었어도 키호테는 후회하지 않았을 거예요.”
기사는 고개를 돌려 뱀파이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런 확신에 가득 찬 눈빛을 할 수 있는 걸까?
리빙 메탈로 태어난 이는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을 아직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믿음이 있었으니까, 후회도 하지 않았어요.”
천공의 기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뱀파이어는 이 인간을 믿었고, 이 인간은 자기 자신을 믿었고, 램프의 정령은 자신의 숙명을 믿었다.
이들 모두, 각자가 믿기로 한 걸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천공의 기사는 가만히 생각했다. 무언가를 믿는다는 건, 뭘 희생해야 하는가.
그 희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
이 인간은 분명 자신의 검을 찾으러 왔을 게 분명했다. 천공의 기사는 알 수 있었다. 이 인간 역시,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타고난 지배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천공의 기사는 가만히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쩌엉—!
“기사님……!”
기사는 자신의 이마 부분을 손으로 거칠게 뜯어냈다.
그리고, 그걸 검날에 내리쳤다.
천공의 기사를 이루는 룬 문자는 잠시 빛났고, 기사가 손을 치우자 문자는 검 표면으로 옮겨져 있었다.
“이건, 불멸을 베는 검. 세계의 적을 왕의 이름으로 처단하는 검이다. 너라면, 이 검을 나보다 더 옳게 사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는 검날 쪽을 쥐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인간에게 내밀었다.
인간은 조금 미묘한 표정으로 그걸 받지 않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나한테 줘도 되는 거예요?”
“이걸 원해서 이곳으로 왔지 않은가.”
“내가 이걸 원하는 거랑, 기사님이 이걸 내게 줘도 되는 거랑은 다른 의미잖아요.”
인간은 이 순간까지도 기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물을 앞에 두고 이렇게 여유로운 걸까?
“의심이 나를 떨어트렸으니, 이번에는 믿어 보기로 하였다.”
“날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믿어요? 나 그렇게 믿음직한 사람은 아닌데.”
“널 믿는 게 아니다.”
기사는 잠시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스스로 결정한 이 선택을 믿어 보려는 것이다.”
인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자신이 건넨 검 손잡이에 신중하게 손을 가져다 댔다.
검 표면에는 ‘리빙 메탈’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건 천공의 기사를 이루는 룬 문자였다.
“그 문자의 의미에 대해서 알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자를 다루는 법도 알 것이다. 너의 여정 중에 고난이 없기를 바라겠다. 하지만 여행길에 안식만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기사는 인간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 힘이 벅찬 순간이 왔을 때, 그 문자를 사용하라. 나 어디에 있든 너를 위해 그 검에서 다시 태어나리라.”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하려고요?”
“숙명을 외면해 보고자 한다.”
리리는 그 말에, 기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열둘 지배자 중 하나, 집행자.
정의에 집착하다가 스스로 무너졌던 그는 숙명을 포기하기로 선언한다.
“나는 내 자유가 뭔지 모른다. 정의를 위해 살아왔는데도, 정의가 뭔지 모른다. 믿고자 하나, 뭘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그러니, 내가 그것의 옳은 방향을 찾을 때까지, 세상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처음부터 시작해 보기로.
「설산에 처박혀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못 배웠나 보지?」
“그 말대로였다.”
“최소한, 오늘 당신은 옳았어요.”
“너 역시 그러했다. 이거 하나는 알 것 같구나.”
기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사단원들은 기사가 떠날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를 잡지 않았다. 그 선택을 존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니까.
기사는 더 이상 말을 남기지 않고, 동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다시 한번 자진해서 고행의 길을 택했다.
지난번과 달라진 건 없었던 걸까?
모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나락에 버려졌던 그 검이 지금은 한 인간의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이는 기사가 남기고 간 믿음의 상징이었다.
“……영웅 기사가 직접 물려준 검을 들고, 성좌 둘의 가호를 받는 자.”
쉬라힐이 입을 열었다.
“그를 단장으로 삼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내가 싫어요.”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영웅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쉬라힐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이겼다! 크라켄을 격퇴했다!”
잠시 미뤄 뒀던 승리의 환호가 사막을 뒤덮었다. 뿔피리 부는 소리가 여기저기 퍼져 있었던 함선들에서 연달아 울려 퍼졌다.
리리는 조금 피곤하면서도 상쾌한 표정으로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아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제 어쩔 거야?”
“나락 아래로 내려가야지.”
「그래! 위대한 약탈의 도시로! 지금 당장 간다! 닻을 올려라!」
크라켄의 시체가 떨어진 바로 그곳.
그 아래에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 이미 하나 이상이라는 걸 뜻했다.
강선후는 잠시 고개를 돌려 기사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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