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16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올라탄 주혁은 여전히 추민재 팀장과 강하진 그리고 로드매니저까지 번갈아 가면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 왜 다들 전화를! ”
헛방이었다. 마치 짠 듯이 추민재 팀장부터 강하진, 로드매니저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판단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텅!
일단, 운전석 차 문을 닫은 주혁은 핸드폰에 저장된 강필름 제작사 제작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강주혁 사장님? ”
다행히 제작실장은 전화를 빠르게 받았고.
-부웅!
-끼기기기긱.
차가 주차장에서 움직일 때 나는 특유의 소음이 퍼졌다. 강주혁은 주차장을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제작실장에게 강하게 물었다.
“ 워크샵 장소 어딥니까. ”
“ 예? ”
왜 알아들어 처먹었으면서 두 번 묻지? 순간 짜증이 쏟아졌지만, 이내 어금니를 악문 주혁이 다시 물었다.
“ 오늘 촬영팀이 워크샵 한다는 장소. 어디냐고. ”
“ 아, 양평 시크릿 펜션······ 아니. 근데 왜 반말입니. ”
-뚝!
장소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린 주혁은 이미 길가까지 나온 차를 잠시 갓길에 대고 핸드폰으로 양평 시크릿 펜션을 검색했다. 검색결과는 빨랐다.
“ 한 시간. ”
펜션은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고, 전체적으로 한옥 느낌의 펜션이었다.
-톡, 톡, 톡.
장소를 확인한 주혁이 황실장에게 먼저 장소를 문자로 보낸 뒤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짧았다.
“ 예. 사장님. ”
황실장이 전화를 받자마자, 주혁은 액셀을 우악스럽게 밟으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황실장님. 지금 위치가 어딥니까. ”
강주혁의 목소리를 듣고 예삿일이 아님을 느낀 황실장이 빠르게 답했다.
“ 광주 사옥입니다. 무슨 일.”
“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일단, 제가 실장님 핸드폰으로 장소 문자 보냈습니다. 그쪽으로 지금 바로 오세요. 박과장님은? ”
“ 옆에. ”
“ 같이 오시고, 지금 합류할 수 있는 보이스가드 인원은 얼마나 있습니까? ”
“ 야간 조 포함해서 4명 정도 있습니다. ”
“ 전부 오세요. 지금 바로. ”
“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곧바로 주혁이 시간을 확인했다.
“ 10시. ”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뚜루~ 뚜루~ 뚜루~
-부우우우웅!
주혁은 추민재 팀장에게 전화를 계속하면서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양평 시크릿 펜션.
시크릿 펜션의 분위기는 이미 미쳐있었다. 오후 6시 정도부터 시작된 워크샵은 60명이 넘는 스텝과 배우들이 참여했지만.
“ 마셔마셔!! ”
“ 욱!! ”
“ 야야! 쟤 토한다! 밖으로 내보내! ”
벌써 절반은 곯아떨어졌거나 제정신이 아니었다.
펜션은 총 10개 정도의 방이 있었는데, 오늘은 폭풍 촬영팀이 모두 예약했기에 모두 그들의 차지였다. 대체로 한옥 느낌이 물씬 나는 시크릿 펜션은 중앙에 가장 큰 메인 건물을 중심으로 약 4개의 별채가 여기저기 배치된 형태.
방 6개가 있는 메인 건물에서 스텝 대부분이 지내고, 나머지 별채 4개에는 각각 심황석 감독부터 촬영 감독 등 위치가 있는 인원이 각방을 가졌고, 주연으로 캐스팅 된 배우들은 불참했다. 참여한 배우 대부분이 조연 배우들이었다.
“ 야야! 창수 어딨어?! ”
“ 몰라~ 어디서 나자빠져서 쳐 자고 있겠지! ”
“ 감독님은? ”
“ 글쎄다. 아까 보이스프로덕션 직원들이랑 강하진씨 데리고 뭔 회의한다던데. ”
이미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그나마 깨어있는 스텝들은 누가 누굴 챙길 정신은 없었다. 덕분에 눈에 안 띄는 인원들이 속출했다.
그중 뒤늦게 도착한 추민재 팀장과 강하진 그리고 로드매니저도 포함이었다.
심황석 감독의 별채 안.
별채 안에는 검은색 등산복을 입은 심황석 감독을 포함해 강하진, 추민재 팀장, 로드매니저 그리고 후덕한 모습의 강필름 캐스팅 팀장이 있었다.
다만, 내부에 배치된 식탁에는 심황석 감독과 강하진 그리고 캐스팅 팀장이 앉아있고, 추민재 팀장과 로드매니저는 바닥에 쓰러져있다.
바닥에 누워있는 추민재 팀장과 로드매니저를 보며 후덕한 캐스팅 팀장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감독님. 아무리 그래도 수면제를 먹인 건 좀 너무 하지 않았습니까? ”
-달락.
그러자 심황석 감독이 얼음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내는 양주 컵을 들어 올리며 답했다.
“ 야야. 진짜 마지막 보루로 가져온 거야 그거. 그래도 수면제 탄 양주를 진짜 쓸 줄 나도 몰랐지. ”
“ 그러게 좀 질기긴 하더라고요. 어떻게 술 마시면 뒤질 것처럼 입에도 안 대냐. 감독님이 딱 한 잔만 하자는 거가 진짜 신의 한 수였습니다. ”
이어서 심황석 감독이 반대쪽 자리에 영화 폭풍의 시나리오를 꼭 쥐고 잠들어있는 강하진을 음흉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고.
“ 얘랑 잠깐 작품 얘기만 한다고 했는데도 안된다. 그럼 술을 먹자고 해도 안 된다. 덕분에 보루까지 쓰게 만들고 징그러운 새끼들. ”
-스윽.
캐스팅 팀장이 식탁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널브러져 곯아떨어진 추민재 팀장과 로드매니저를 내려다봤다.
“ 에헤이~ 근데 이거 일 잘못되면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닙니까? ”
“ 지랄. 내일 눈뜨면 기억도 못 할 거다. ”
말을 마친 심황석 감독이 식탁 오른쪽에 삼각대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디지털카메라를 가리켰다.
“ 근데 저거 지금 녹화 제대로 되는 거지? ”
“ 아, 헤헤. 당연하죠. ”
-스윽.
대답하며 카메라 쪽으로 이동한 캐스팅 팀장이 카메라의 꺼진 화면을 터치해서 녹화상황을 확인하며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 잘 확인해. 그게 나중에 다 무기가 되는 거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해먹은 게 전부 고놈 탓이잖냐. ”
“ 그라믄요. 자~알 알죠. ”
씨익 웃은 심황석 감독이 다시 강하진을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똑, 똑, 똑.
별채에 노크 소리가 울려 펴졌다. 그러자 심황석 감독이 움직임을 멈췄고, 캐스팅 팀장을 쳐다보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입을 다물라는 소리였다.
대답이 없자 노크 소리는 다시 한번.
-똑, 똑, 똑.
“ 감독님. 주무십니까? ”
남자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 감독님? 스읍. 주무시나 본데? ”
이어서 같이 왔는지, 문밖에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근데 뭘 확인해본다는 건데? ”
“ 아니~ 제작실장님 전화 와서 강주혁 사장 어쩌고 하면서 감독님 전화 안 받는다고 확인해보라고 하잖아. ”
“ 그래? ”
-똑, 똑, 똑.
“ 감독님~ 진짜 주무십니까? ”
“ ······ ”
“ 진짜 주무시나? ”
비슷한 시각, 황실장의 차 안.
업무용 승합차에 박과장과 황실장 그리고 뒤쪽으로 보이스가드 인원 4명이 타고 있다.
“ 형님! 무슨 일이랍니까?! 사장님 아직 연락 안 되십니까? ”
“ 안돼. ”
박과장은 거칠게 운전을, 황실장은 조수석에서 핸드폰과 시간 그리고 네비에 찍힌 남은 거리를 번갈아 확인하고 있었고.
“ 빨리 오라고만 하셨다. ”
“ 이제 12분 있으면 도착인데, 아- 이거 또 무슨 일 터진 거 아닙니까?! ”
“ 몰라. 일단 더 밟아. 8분 안에 끊어보자. ”
-부우우웅.
박과장이 대답 없이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덕분에 네비에 찍힌 도착 예정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1분, 2분, 3분.
1분씩 줄어드는 도착 예정시간을 약간은 초조하게 바라보던 황실장이 고개를 돌려 뒷좌석으로 시선을 던졌다.
“ 거기 뒤쪽에 어디 곤봉이 있어요. 줘봐요. ”
느닷없이 무기를 찾는 황실장에 말에 뒤쪽 좌석 오른쪽에 앉아있던 가드 한 명이 발치에 치이던 곤봉을 찾아 황실장에게 내밀었다.
“ 여기. ”
말없이 검은색 곤봉을 받아든 황실장은 다시금 정면을 바라보면서 짧게 숨을 뱉었다.
“ 후우- ”
다시 심황석 감독의 별채.
노크 소리에도 반응이 없자, 남자와 여자는 문밖에서 몇 분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고.
“ ······ ”
심황석 감독과 캐스팅 팀장은 움직임을 멈춘 채 그저 눈알만 굴리면서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약 10분 정도.
“ 아, 몰라. 가자. 확인했다고 하지 뭐. 진짜 주무시는 것 같은데. ”
“ 괜찮겠지? ”
-뚜벅, 뚜벅, 뚜벅.
남자와 여자의 발소리가 멀어지면서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럼 에도 1분 정도 침묵을 지키던 캐스팅 팀장이 죽였던 숨을 한 번에 뱉어냈다.
“ 파하-! 좆될뻔 했네. ”
“ 쫄기는 새끼. 한두 번이냐 이랬던 적이? ”
“ 크크. 아, 그래도 쫄립니다. 뭐, 이 맛에 중독된 거지만. ”
“ 쯧! ”
-스윽.
짧게 혀를 찬 심황석 감독이 멈췄던 몸을 움직였다. 향하는 곳은 여전히 색색 잠들어있는 강하진 쪽이었다.
“ ······얘 얼굴 봐라. 어디서 이런 애가 튀어나왔을까. ”
의자에 머리를 기대어 깊은 잠에 빠진 강하진의 미모에 감탄한 심황석 감독은 어느새 손만 뻗으면 강하진과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강하진은 긴 머리카락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곤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양손은 영화 폭풍 시나리오를 꽉 쥔 상태.
-사락.
그런 강하진의 머리카락을 심황석 감독이 섬세하게 그녀의 귀 뒤쪽으로 쓸어 넘겼다. 덕분에 머리카락에 꽤 가려져 있던 강하진의 새하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고.
“ 물건이야 물건. ”
심황석 감독이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마치 예술 그림을 감상하듯, 잠든 강하진의 모습을 약 몇 초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심황석 감독은 이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은 점점 강하진의 얼굴로 가까워졌고, 심황석 감독의 손가락에 그녀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이어서 심황석 감독은 강하진의 롱패딩을 잡았고.
바로 그때였다.
-덜컥! 덜컥! 덜컥! 쾅쾅쾅!!!
누군가 잠겨져 있는 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살 낼 듯한 느낌이었다.
-쾅쾅!!쾅! 덜컥!
손잡이를 돌렸다가 문을 부술 듯 두드리기도 하는 소음에 깜짝 놀란 심황석 감독이 강하진에게 다가가던 손을 거뒀다.
“ ······ ”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진 않았지만, 캐스팅 팀장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얼굴을 구겼다. 지금껏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덜컥! 덜컥! 덜컥! 쾅쾅쾅!!!
“ 야!!! 감독 새끼야 문 열어! ”
이어서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 순간 심황석 감독과 캐스팅 팀장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 느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들이 무언가 움직임을 취하려 하던 순간.
-툭툭.
별채 정면에 커튼이 쳐져 있는 사람 몸 반만 한 유리 창문에 느닷없이 곤봉이 모습을 드러냈고, 유리의 두께를 확인하듯 가볍게 두드렸다.
-툭툭툭.
그 모습에 캐스팅 팀장이 마치 외계인을 본 듯 말을 더듬었다.
“ 저, 저게! ”
하지만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훅!
-파장창창!!!
두께 확인을 마친 곤봉이 무참하게 창문을 깨트렸기 때문이었다.
-챙그랑!!
-다라락! 다라락!
순식간에 박살 난 창문 테두리에 붙어있는 유리 조각들을 대충 정리하던 검은색 곤봉은 어느새 모습을 감췄고.
-턱!
-후웅! 타닷!
그 뻥 뚫린 창문을 통해 야상점퍼를 입은 남성이 별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잽싸기가 다람쥐 같았고.
“ 뭐, 뭐야 당신! ”
“ ······ ”
느닷없이 창문을 깨고 들어온 남성을 보며 심황석 감독이 소리쳤으나, 남성은 아니, 황실장은 대답 없이 별채 내부를 천천히 둘러봤다.
의자에 잠들어있는 강하진, 그 앞에 심황석 감독, 그 모습을 찍는 듯 보이는 카메라, 그 뒤에 서 있는 돼지 같은 남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추민재 팀장과 로드매니저.
-자작!
상황파악이 끝난 황실장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밟으며 천천히 카메라 쪽으로 향했다.
“ 뭐, 뭔! ”
-툭!
“ 윽! ”
황실장은 돼지 같은 남자를 대충 밀어내고 카메라부터 회수한 후, 곧장 문 쪽으로 향했다.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멍청하게 황실장을 쳐다보던 심황석 감독이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외쳤고.
“ 야!! 막아!!! ”
심황석 감독 자신도 황실장을 향해 몸을 던지려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철컥!
황실장이 잠겨있던 철문 걸쇠를 풀었고.
-덜컥!
곧바로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문밖에서 소리치던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박과장이었다.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박과장도 빠르게 둘러보더니 이내 어정쩡하게 서 있는 심황석 감독을 쳐다보며 얼굴을 구겼다.
“ 이런 시벌 것들이!! ”
바로 그때.
-스윽.
박과장 뒤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뚜벅, 뚜벅, 뚜벅.
“ 강주혁? 너, 너! ”
강주혁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얼굴에 아무 감정이 없는 듯 보이는 강주혁은 발악하며 소리친 심황석 감독을 무시하곤 박과장과 황실장을 지나쳐 별채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추민재 팀장과 로드매니저 그리고 유리로 범벅이 된 별채 내부.
그러다 식탁 의자에 세상모르게 잠들어있는 강하진을 발견했다. 순간 감정 없이 싸늘하던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떨렸고.
-스윽.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롱패딩이 살짝 벌어진 강하진의 몸을 덮었다. 그리고 싱글 코트가 덮인 그녀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 후- ”
그러면서 안도인지 아니면 분노인지 알 수 없는 숨을 내뱉었다. 그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무심했지만, 이상하게 잔인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가면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직.
그런 강주혁의 몸과 얼굴이 자글자글 주름이 핀 심황석 감독으로 돌아갔다. 심황석 감독은 강주혁의 감정 없이 싸한 표정에 공포를 느꼈고.
“ 저, 저기. 강주혁씨. 침착하고. ”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강주혁이 심황석 감독을 보며 짧게 읊조렸다.
“ 거기. 가만히 있어 봐. ”
어느새 강주혁의 손에는 양주병이 들려있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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