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19
상암 WTVM 사옥 예술원은 참가자로 북적였다. 입구에서부터 약 100m까지 5줄로 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미 WTNM 야외 촬영팀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
“ 저 경기도 광주에서 왔습니다! ”
“ 어머. 광주면 오늘 심사위원으로 나오시는 강주혁님 회사가 있는 곳이네요? ”
“ 저도 거기 가봤는데! 갈 때마다 사람들 엄청 몰려있어요. ”
“ 그래요? 오늘 강주혁 님께서 참가자분의 연기를 평가해줄 텐데 기분이 어떠세요? ”
“ 무지하게 떨립니다! ”
야외촬영팀은 총 3개 조로 나눠서 줄 서 있는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인터뷰했다. 오늘 참가자만 약 500명이 몰렸기에 대기자 인터뷰를 따는 것만으로도 일이었고.
“ 김진수씨 맞으시죠? 합격 문자랑 신분증 보여주세요. ”
“ 여기. ”
“ 네. 확인되셨습니다. 번호표 가슴에 달아주시고 대기실로 이동하세요. ”
참가자를 인증하는 절차만 현재 1시간째 진행 중이었다. 여기서 인증이 끝난 참가자는 스텝들의 안내에 따라 예술원 내부에 준비된 대기실로 이동하는데, WTVM에서 대기실만 5개를 준비했다.
1개의 대기실에 의자만 100개가 준비되어 있고, 그 대기실 안에서도 역시 내부 촬영팀이 파견되어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
“ 반가워요. 이미소씨. 미소씨는 걸그룹 ‘포프린’ 멤버신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
“ 저는 원래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지금이야 걸그룹으로 이미지가 굳혀졌지만, 시청자분들께 제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당연히 참가자 중에는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캐릭터도 많았다. 물론,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합격시킨 인원들이었다.
걸그룹 멤버, 신인배우, 잊힌 배우, 아나운서 등등 데뷔는 했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연예인이나 특이한 이력을 가진 방송인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이런 눈길을 끌 만한 인원들로만 참가자를 추린 것은 아니었다. 대충 2500명 중 70%가량이 일반인이었다.
이렇게 외부에서 정신없이 참가자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본 촬영이 진행되는 예술원 내부는 내부대로 정신없이 바빴다.
“ 야! 심사위원 자리에 PPL 음료 다시 놔! 상표가 보이게 놔야지!! ”
“ 예이~ 알겠습니다! ”
“ 합격자 팔찌가 왜 이것밖에 없어! ”
“ 추가 주문한 거 지금 넘어오고 있답니다! ”
본 녹화가 진행될 세트장은 이미 완성이 끝난 상태였고, 심사위원이 앉을 세트 책상에는 자리가 총 3자리. 그 앞으로 참가자들이 연기를 펼칠 작은 무대. 그리고 합격자들이 통과할 문과 탈락자들이 통과할 문까지.
“ 야야! 세트! 정면에 만능엔터테이너 로고 삐뚤어졌다! ”
“ 확인하겠습니다! ”
이런 정신없는 촬영장에 강주혁이 도착하자, 중앙에서 진두지휘하던 박한철 PD가 잽싸게 뛰어왔다.
“ 사장님. 일찍 오셨네요. ”
박한철 PD와 악수를 나눈 주혁이 촬영장을 스윽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제가 원래 촬영장은 좀 일찍 나오는 게 버릇이라. 그냥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현장이 좋아서요. ”
“ 하하. 그러십니까? 보통은 준비가 끝나면 오시는데. 아, 게스트 심사위원은 들으셨죠? ”
“ 네. 작가님께 들었어요. 두 분이라고? 누굽니까? ”
질문을 들은 박한철 PD가 사악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사장님. 촬영은 사장님이 도착하시고 저랑 대화하는 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 거 재미없게 다 알려주면 그림 못 뽑죠. ”
“ 하하. 그래요? 그럼 오늘 오시는 두 분이 쭉 같이 가시는 겁니까? ”
“ 아, 그건 아니고. 예선전이 정리되는 동안에는 주마다 게스트 심사위원이 바뀝니다. 본선부터 고정 심사위원이 나오실 거고요. ”
“ 고정 심사위원도 비밀이겠죠? ”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박한철 PD가 스텝을 불러 강주혁에게 녹화 준비를 시켰다. 주혁은 마이크를 찬 후, 곧장 세트장으로 향했다.
‘ 진짜 졸졸졸 따라오면서 찍네. ’
강주혁이 세트 책상으로 움직이자, 전담 카메라맨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고, 3명은 넘어 보였다.
어쨌든 주혁은 만능엔터테이너 로고가 크게 박힌 세트 책상에 앉았다. 강주혁의 자리는 중앙이었고, 책상 주변으로는 PPL 음료나 물건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책상 위를 확인하던 주혁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 후- ”
이유는 간단했다. 책상 위에 약 500명 가까이 되는 참가자들의 프로필 서류가 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 또 서류. ”
백과사전 두께의 프로필 서류를 본 주혁이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서류들을 떠올랐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마를 감쌌다.
당연히 이 모든 과정은 촬영되고 있었고.
“ 사장님. ”
박한철 PD가 조연출과 세트장으로 들어왔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주혁의 시선이 박한철 PD로 박혔다.
“ 프로필이 실로 어마어마하네요. ”
“ 하하하.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번 주 녹화는 참가자가 적은 편입니다만? ”
“ 아······네. ”
고생길이 훤했는지, 주혁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때 박한철 PD가 살짝 미소지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 진행 방향은 기획서를 보셨으니 아실 테고.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전 참가자는 지정연기를 시킵니다. 이미 쪽대본은 나눠준 상태고요. 남자 대본은 사장님 작품 중에 ‘버스’ 있잖습니까? 그 영화 대사고, 여자 대본은 이번 척살에 류진주씨 대사로 진행합니다. ”
“ 버스라······ 오랜만이네. ”
“ 하하. 그렇습니까? 일단, 연기를 보시고 합격이면 합격 탈락이면 탈락을 주시면 합격자에겐 이 팔찌가 제공되고 탈락자는 저쪽 검은색 문으로 빠져나갈 겁니다. ”
박한철 PD가 만능엔터테이너 로고가 그려진 팔찌를 보여준 후 손가락을 들어 반대쪽 검은색 문을 가리켰다.
“ 참가자 간략 이력은 프로필에 전부 나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심사에 가장 큰 지분은 사장님이 가지고 계시지만, 게스트로 참가하는 심사위원도 영향력을 있을 겁니다. 그분들도 프리패스는 있고, 사장님이 탈락을 놔도 게스트 심사분들이 프리패스 행사하면 그 참가자는 합격 됩니다. ”
“ 만약에 저는 합격을 줬는데, 두 분이 탈락을 준다면 어떻게 됩니까? ”
“ 상관없습니다. 사장님이 무조건 최종 결정자입니다. 다만, 그림이 좀 잘 빠지게 상의도 좀 하시고 게스트 심사분들 얘기도 좀 참고하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그림이 좀 그려지십니까? ”
“ 본선 때 방식은? ”
“ 그건 그때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전부 들으시면 헷갈리실 테니. ”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한철 PD가 들고 왔던 종이를 돌돌 말며 말을 이었다.
“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시고, 편하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어차피 녹화니까, 중간중간 문제 일어나도 그때마다 처리하면 됩니다. ”
“ 알겠습니다. ”
“ 그럼! 준비 부탁드립니다. ”
박한철 PD가 책상을 두 번 정도 두드린 후 다시 스텝들 사이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잠시간 쳐다보던 주혁의 시선은 다시 500장의 프로필로 향했다.
“ 후- ”
다시 한숨이 나왔고.
“ 오랜만이야? ”
느닷없이 뒤쪽에서 늙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 바람에 주혁이 고개를 돌렸고, 뒤에는 회색 재킷에 체크셔츠를 입은 50대 정도의 남자가 서 있었다.
“ ······선배님. ”
그를 보자 주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타난 남자는 호통 캐릭터로 대중에게 알려진 원로배우 김진철이었다.
“ 뭘, 선배님은. 이 사람아 자네 이제 배우도 아니지 않은가? ”
“ 그러네요. 그럼 대충 선생님이라 부르겠습니다. ”
“ 이런 옘병! 내가 선생님이라 불릴 나이는 아니지? ”
어쩌라는 걸까. 주혁이 미간을 대놓고 찌푸렸다. 김진철은 주혁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어떻게 호통 이미지를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녹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현장에서 겪어보면 눈치 없고 막말이 심하기로 유명한 배우였다.
“ 아이고~ 대다 대. 어허. 이 프로필 좀 봐라. 미친다 미쳐. 그런데 자네가 뭘 볼 줄 안다고 메인 심사를 맡았나? ”
“ 글쎄요. ”
주혁은 귀찮아졌는지, 대충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때.
-사락.
“ 저도 대화 끼워주세요. ”
“ 어? 너. 심감독. 이야. 심감독이 왔구만? ”
“ 어머. 선배님이셨구나. 주혁씨는 알고 있었는데. 진철 선배님이 계신 줄은 몰랐네. 주혁씨도 안녕? ”
은은한 살색 원피스에 청재킷을 입은 심향미 감독.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진했다. 그녀는 영화판에서 여자 감독으로서 성공한, 꽤 유명한 심향미였다.
“ 네. 오랜만입니다. ”
대충 대답은 했지만, 주혁의 속마음은 달랐다.
‘ 저 여자도 여우 같아서 좀 별론데. 어째 오늘 녹화가 힘들 것 같네. ’
즉, 1차 심사위원은 메인으로 강주혁, 막말을 일삼는 배우 김진철, 여우 같은 감독 심향미였다. 이어서 김진철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심향미가 강주혁에게 눈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 주혁씨. 요즘 너무 핫하신 거 아니에요? 인터넷만 키면 주혁씨 기사는 꼭 하나씩 있더라. 작품은 안 해요? ”
“ 거품이지. 거품! ”
“ 어머. 선배님은 왜 괜히 시비세요? 잘나가서 그래? ”
“ 잘나가긴 개뿔. 야 심감독. 내가 한창때는 말이야! ”
김진철의 ‘나 때는 말이야!’ 가 시작되기 직전, 박한철 PD가 외쳤다.
“ 자! 심사위원 분들! 3분 뒤, 참가자 입장하겠습니다! 준비 부탁드립니다! ”
본격적으로 만능엔터테이너 녹화가 시작됐다.
같은 시각.
강주혁이 만능엔터테이너 녹화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가 손을 댄 일들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헤나의 싱글앨범 초반 음악 작업이 막바지였다. 작, 편곡부터 시작해서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등 이미 악기 녹음부터 헤나의 녹음까지 마친 상태.
즉, 가수 헤나에 작곡가 최화진의 차가운 이별 음원 자체는 이미 완성에 가까웠다.
“ 헤나야. 자켓은 이런 구도는 어때? ”
“ 좋네! 겨울 같고, 차갑고! ”
즉, 남은 것은 음원을 어떤 형태로 가공할지와 자켓디자인, 뮤비, 홍보 정도가 남은 상태였다.
자켓디자인부터 뮤비까지는 헤나 팀과 프로듀서의 결정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었고, 당연히 홍보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과정이지만, 사실 헤나 정도 급 가수는 홍보가 딱히 의미가 없었다.
팬층이 두터워 발매하면 알아서 실검을 장악하기 때문이었다.
“ 오빠. 자켓 촬영은 내일, 뮤비는 다음 주로 잡아줘. ”
“ 알았어. ”
어쨌든 헤나의 싱글앨범 발매가 임박했다.
이어서 강주혁의 요청대로 서서히 사단을 완성해가던 최명훈 감독은 콘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추민재 팀장과 홍혜수 팀장은 사옥 이전 관련해서 강주혁에게 지시받은 일을 수행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팀장들은 배우들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최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작품이 들어갈 강하영과 말숙은 김삼봉 감독의 영화 도적패 제작팀이 스탠바이를 외치면 곧장 투입될 예정이었고.
“ 고민이네. ”
착착 진행되는 영화 도적패는 그렇다 쳐도 강하영의 스케쥴을 관리하던 홍혜수 팀장은 한층 고민의 수위가 높아졌다.
“ 왜요! 팀장님? ”
“ 하영아. 너 예능 하고 싶어? ”
“ 예능이요?! 제가요? 저따위가 예능을 나가서 잘 할 수 있을까요······ ”
강하영이 바닥을 보며 말끝을 흐리자, 홍혜수 팀장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답했다.
“ 어머. 하영아. 요즘 예능은 그냥 냅다 웃기기만 하는 예능만 있는 건 아니잖아. 컨텐츠가 워낙 많으니까. 여행이나 음식, 힐링 같은 거. ”
“ 힐링! 힐링 좋아해요. 저! 먹는 것도 좋고! 사실 예전부터 예능은 꼭 해보곤 싶었어요. ”
“ 그래? ”
홍혜수 팀장의 고민. 그것은 강하영이 예능 관련해서 섭외가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찍은 해창전자 노트북 광고의 두 번째 시리즈부터 내 어머니 박점례 그리고 28주, 궁궐. 이어서 거장 김삼봉 감독의 도적패 출연 확정까지. 이미 인지도가 꽤 오른 강하영이었고, 그녀에게 예능 섭외가 쏟아지는 상태.
물론, 예능 쪽에서 강하영을 꼽는 가장 큰 이유는 해창전자의 패대기 광고 덕분이었다.
사실 짧은 시간 안에 인지도를 여러 연령대로 높일 수 있는 것은 예능이 으뜸이었다. 그렇기에 배우든 가수든 기타 방송인이건 예능 고정에 목을 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방편으로 예능만 한 게 없기도 했다.
강하영에게는 처음 그저 게스트나 가벼운 토크쇼 섭외가 전부였는데, 점점 몸집이 큰 예능이 입질을 주더니 아예 고정 섭외까지 들어오고 있었고.
“ 버리기 아까운 것들도 좀 있는데······ ”
“ 진짜요? 뭔데요? 저도! 저도 알려주세요! ”
“ 초반 기획이라 자세한 건 없긴 하지만, 기획 대충 보니까 일반 시민의 사연을 받아서 소원? 같은 걸 들어주는 포맷 같은데, 재밌긴 할 것 같아. 힐링적이고. 한번 봐봐. 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장님한테 얘기해보자. ”
강하영이 눈을 반짝이며 기획안을 읽기 시작했다.
다시 상암 WTVM 사옥 예술원.
어느새 본격적인 오디션이 시작된 세트장.
게스트 심사위원 김진철이 80번째 참가자의 연기를 보다 중간에 끊었다.
“ 그만. 후- 일단, 정홍구? 어- 홍구 씨는 발성, 호흡에 기본도 안되어있고 뭣보다 눈 초점에 문제가 많아요. 어딜 보는 겁니까 지금? 저는 탈락 드립니다. ”
“ 저도요. 근데 홍구씨 강세는 좋았어요! ”
김진철이 이유를 말하고, 심향미 감독이 공감했다. 강주혁도 비슷한 마음이긴 했으나.
‘ 저 영감. 슬슬 뻗대기 시작하네. ’
마치 자신이 메인 심사위원인 양 행동하는 김진철이 슬슬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녹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이미 80번째 참가자까지 진행했지만,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거의 수준 미달이었다.
“ 개판이여. ”
“ 그러게요. 기본이 안 된 친구들이 많네요. 스타성도 안보이고. ”
그들의 대화를 무시한 주혁이 80번 참가자의 프로필은 옆으로 빼면서 입을 열었다.
“ 다음 참가자 보내주세요. ”
이어서 주혁이 안내 스텝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예술원과 대기실 사이 통로에 있던 안내 스텝이 81번 참가자를 들여보냈다.
여자였고, 편한 후드 차림이었다.
“ 안녕하세요! 81번! 이미소입니다! ”
그녀의 당찬 인사를 받은 주혁이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했고.
‘ 걸그룹? ’
그의 생각이 끝날 때쯤, 김진철이 전부 들릴 정도의 혼잣말을 뱉었다.
“ 옘~ 딴따라들. 개나 소나 연기한다지. ”
“ 아······ ”
이미소가 고개를 푹 숙였다.
명백하게 혼잣말인 척하는 비난이었고, 녹화촬영이었으니 편집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말을 뱉었음에도 김진철이 아무렇지 않게 이미소를 보며 시작하라는 말을 던지려던 때에.
“ 자, 시작······ ”
-스윽.
주혁이 김진철의 얼굴에 바싹 다가가서 귓속말로 말했다.
“ 선생님. 적당히 좀 하세요. ”
꽤 신사적이면서도 예의는 다 차린 말이었지만, 뭔가 위협적이었다.
“ 뭐, 뭣?! ”
곧장 김진철이 강주혁을 보며 발광했지만, 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그를 무시하며 이미소를 보고 결론을 던졌다.
“ 연기부터 보죠. 시작하세요. ”
“ 아, 넵!! ”
애써 당차게 대답한 이미소가 짧게 숨을 뱉으면서 눈을 감았다. 뭔가 자신에게 주문을 넣는듯한 모양새. 그리고 3초 뒤.
“ 당신 동생. 동생이 있잖아? 당···신이 이렇게. ······가면 소희는 어떻게 해? ”
대사 한 줄이 끝나자, 이미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김진철이 손을 들었다.
“ 그만. 잘 봤고 자네 걸그룹이라고 했나? 왜 연기를. ”
“ 아니, 연기 계속 보겠습니다. ”
김진철이 평가를 하는 도중에 주혁이 그의 평가를 잘라먹었다.
“ ······뭐? ”
“ 계속 보겠다고요. 그리고 선생님. 제가 마무리 짓기 전에는 참가자들 연기 끊지 마세요. 미소씨 다시 시작하세요. ”
촬영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특히나 김진철의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어쨌거나 우물거리던 이미소가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이번엔 주혁의 표정부터 달랐다. 강주혁은 살짝 고개를 꺾으면서 계속 이미소를 쳐다봤다.
“ 무책임에도 정도가. 정도가 있는 거잖아? 아니. 그래. 지금···까지 죽은 줄 알았다고 치자. 치자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
결국, 이미소는 쪽대본에 나와 있는 대사를 모두 소화했다.
“ 탈락. 왜 이렇게 예쁜 척하면서 연기를 해? ”
그녀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얼굴이 시뻘게진 김진철이 탈락을 준 이유와 화풀이 겸 막말을 뱉었고.
“ 음. 미소씨는 대체적으로 괜찮은데, 배우의 느낌은 안 나서 죄송하지만, 저도 탈락 드릴게요. ”
김진철과 심향미 감독의 평가가 끝나자, 이미소가 고개를 떨궜다. 그런데 앞선 심사위원들의 말을 전혀 듣지도 않고, 이미소의 프로필에 연신 무언가 필기를 하던 주혁이 고개를 들어 안내 스텝을 쳐다봤다.
“ 이미소씨. 팔찌 드리세요. 합격입니다. ”
잠시 뒤, 뛸 듯이 기뻐하는 이미소가 합격자 통로로 사라지자 박한철 PD가 외쳤다.
“ 10분 쉬었다 가겠습니다! ”
박한철 PD의 외침에 김진철이 씩씩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 어험! ”
헛기침과 함께 강주혁을 노려보며 사라졌고.
“ 전 화장실 좀. ”
심향미 감독 역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윽.
하지만 주혁은 대수롭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여유롭게 다리를 꼬곤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이 온 게 없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 온 건 없네. ”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부재중 전화가 찍힌 것은 없었다. 강주혁이 오늘 만능엔터테이너 녹화가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
“ 반응이나 한번 볼까. ”
다음으로 주혁은 인터넷을 들어갔다. 곧바로 켜진 검색사이트. 그런데 실검을 본 주혁의 눈이 꽤 확장됐다.
1. 유지석.
2. 유지석 예능.
3. TVL.
4. TVL 유지석.
5. 당해낼 수 없다.
“ 지석이 형? ”
예능의 대부로 유명한 유지석이 올라있었다. 이어서 주혁의 시선이 5위 당해낼 수 없다. 에 꽂혔다.
“ 당해낼 수 없다? 이거 어디서 많이. ”
바로 그 순간.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주혁의 손에 들려있던 실버 핸드폰이 벨 소리를 토해냈다.
“ 깜짝이야. ”
순간 놀란 주혁이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070-1004-1009
보이스피싱. 주혁은 살짝 주변을 둘러본 후,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고.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서비스 ‘실버’의 남은 횟수는 총 24번입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바로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바람처럼 사라진’, 2번 ‘당해낼 수 없다’, 3번 ‘새벽 3시’, 4번 ‘데이트 폭력’, 5번 ‘1년 전 겨울’, 6번······]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맞아. 2번 ‘당해낼 수 없다’ ”
2번 키워드 ‘당해낼 수 없다’가 실검 5위에 올라있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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