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21
“ 써먹을 일? ”
“ 예. 써먹을 일. 기억나시죠? 저한테 빚 하나 지셨잖습니까? ”
“ ······ ”
박찬규 사장은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지, 잠시간 침묵을 지켰고.
“ 어- 이러면 곤란합니다. 전 아직도 사장님 명함을 가지고 있는데요. ”
“ 명함. 아, 그래요. 그걸 말하는 거구먼. 우리 진주 사건 터졌을 때 말이지? ”
“ 맞습니다. ”
벌써 1년 전 일이었다. 박찬규 사장이 이제야 떠올랐는지, 짧게 웃으며 답했다.
“ 그래요. 기억납니다. 요즘 정신없어서. ”
“ 그러시겠죠. 저도 기사는 봤습니다. 지석이 형이 케이블에 예능을 런칭한다던데? ”
“ 아아. 뭐, 아직 확정은 아닌데 말이지 기자들이 냄새 맡고 기사부터 뿌린 거지. ”
주혁이 박찬규 사장과 대화 중에 다이어리를 다급하게 꺼내, 메모를 시작했다.
‘ 아직 확정은 아니란 말이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다는 소리야. ’
무려 유지석이다. 예능계의 걸어 다니는 1인기업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유지석. 그의 첫 번째 케이블 진출이니 박찬규 사장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쨌든 다이어리에 ‘아직 확정은 아님’ 과 같은 메모를 한 주혁이 다시 물었다.
“ 그 예능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좀 내주시죠. 이 명함을 어떻게 쓸지도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
“ 지석씨가 들어가는 예능에 자네가 할 말이 있다? ”
“ 그렇죠. ”
“ 하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가 그렇게 나오니 궁금하긴 하네. 음. ”
스케쥴을 확인하는지, 박찬규 사장이 잠시간 뜸을 들이더니 이내 다시 말했다.
“ 그런데 이번 주는 힘들어요.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주말 지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보는 건 어때요? 저녁 같이합시다. ”
“ 그렇게 하시죠. 지석이 형도 같이 나오면 좋긴 하다만. 바쁘시겠죠. ”
“ 내 한번 얘기는 해볼게요. 주혁씨나 지석씨나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알아요. ”
“ 알겠습니다. 그날 뵙죠.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주혁은 곧바로 추민재 팀장과 황실장을 호출했다. 문자를 모두 보낸 주혁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책상 위에 올려진 예능 ‘당해낼 수 없다’의 기획안을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 이건 꼭 돼야 하는데. ”
강하영의 첫 예능. 어찌 보면 주혁이 강하영을 처음 보자마자 만들어내려 했던 이미지의 첫발인 만큼 이 예능은 강하영에게 가치가 있었다.
“ 이건 하진씨가 못하는 하영씨만의 무기가 될 거야. ”
어중간한 배우가 예능에 출연해서 대박을 치면 자칫 예능 색깔에 함몰될 수가 있다. 그럼 배우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강하영은 이미 28주, 궁궐에 악역으로서 대중들에게 임팩트있는 인상을 남겼다.
“ 무조건 돼야 돼. ”
즉, 이 예능은 강하영의 이미지를 다채로운 색깔로 만들어낼 기회였다.
강주혁이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사장실로 추민재 팀장과 황실장이 도착했다. 그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건넨 주혁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 형. 오늘 TVL 들어가서 정보 좀 털어와 봐. ”
“ TVL? 무슨 정보를? ”
“ 최근에 기사 터진 거. 유지석 TVL 예능 런칭. ”
“ 아- 그래. 나도 봤다. 근데 그걸 왜 우리가 캐는 건데? ”
추민재 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주혁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답했다.
“ 그걸 내가 건드려볼까 하는데. ”
“ 그 예능을? 사장님이? 왜? ”
“ 하영씨가 들어갈 예능이니까. 판 한번 벌려보려고. ”
“ 오~ 하영이가 예능을 한다는 거지? 그것도 유지석이 메인으로 가는 예능에. 좋잖아? 알았어. 뭘 털어볼까? ”
“ 전부. 그냥 시시콜콜한 것 모두. ”
고개를 끄덕이던 추민재 팀장이 다이어리를 꺼내 무언가 적더니 이내 답했다.
“ 그냥 28주, 궁궐 때처럼 알아보면 되지? ”
“ 맞아. ”
-스윽.
“ 바로 출발한다. ”
“ 무슨 일 있으면 전화 주고. ”
옆에 앉아있던 황실장에게 인사를 건넨 추민재 팀장이 사장실을 빠져나갔고.
“ 황실장님. ”
“ 예. 사장님. ”
“ 박종주 요즘 좀 조용한데. 뭔가 움직임이 없습니까? ”
“ 예. 최근에 일본 출장을 갔습니다. 딱히 크게 움직이는 것도 없고, 그래서 과거 위주로 한번 훑고 있습니다. ”
“ 음. 그때 말씀드린 무비트리 전 사장은요? ”
“ 그쪽은 박과장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1차 보고로는 주신 자료에 적힌 주소에는 살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
“ 그렇겠죠. ”
벌써 5년도 훨씬 넘은 자료들이니, 아직도 송사장이 건넨 자료에 적힌 주소에 살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잠시간 팔짱은 낀 채 생각을 정리하던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쪽지 하나를 집어 황실장에게 건넸다.
“ 이건? ”
“ 심황석 감독이 가지고 있던 마약. 그 파우치 안에 들어있던 겁니다. ”
“ 아아. 예. 기억납니다. ”
주혁이 건넨 것은 심황석 감독의 차에서 발견된 마약이 들어있던 파우치. 그 속에 꾸깃꾸깃 처박혀 있었던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쪽지였다.
“ 황실장님. 혹시. 그 번호 확인이 가능합니까? 사용자라든지, 통화내역 같은 거. ”
“ 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놈들은 대포폰을 사용해서, 건질 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
“ 그럼 어쩔 수 없죠. 확인이 가능한 범위에서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 예. 그런데 어찌 이것까지 알아보시려고 하시는지. ”
살짝 의문을 가진 황실장에게 주혁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대비를 해두자는 마음에서였다.
이미 심황석 감독 사건으로 마약이 얼마나 연예계에 깊숙이 박혀있는 건지 확인이 됐다. 앞으로 강주혁이 이 바닥을 호령하려면 마약 같은 사건은 계속 터질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일찌감치 대비해둔다면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주혁의 이유를 들은 황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 아, 그리고 보안팀 충원에 좀 더 신경 써주세요. ”
“ 예. 이번 사건도 그렇고, 빠르게 충원하겠습니다. ”
-달칵.
고개를 숙여 주혁에게 인사를 던진 황실장이 사장실을 빠져나갔고, 닫힌 문을 잠시간 지켜보던 주혁이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 일단 예능 파악부터 ”
주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상파를 제외하고 케이블 예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주혁이 짜둔 설계대로 흘러가려면 예능 PD 선별이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국내 케이블로 보자면 TVL, HTVC, WTVM.
주혁은 TVL을 배제한 HTVC, WTVM의 예능을 쭈욱 훑었다. 예능을 일일이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간단한 정보와 예능 컨셉, 시청자 반응 정도를 살폈다.
그렇게 했음에도 시간을 꽤 잡아먹는 작업이었다. 어느새 2시간이 흘렀고.
“ 아무래도 WTVM이 좋겠어. ”
그가 결론을 내렸다. WTVM. 사실 HTVC나 WTVM에서 하는 예능들의 컨셉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강주혁의 영향력이 HTVC에는 전무한 상황.
즉, 주혁의 입김이 닿는 WTVM이 형편이 나았다.
“ 그렇다면 PD는 그 사람이 좋겠는데. 아직 WTVM에 있으려나. ”
누군가를 떠올린 주혁이 곧장 박한철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빴는지 연결 신호가 꽤 길었지만.
“ 어- 사장님? 죄송합니다. 회의 중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
“ PD님. WTVM 예능국에 이민주 PD라고 혹시 아십니까? ”
“ 이민주 PD요? 알죠. 제 동긴데. 근데 민주는 왜 갑자기. ”
“ 그분. 혹시 지금 프로그램 들어가신 게 있는가 해서. ”
“ 아······ 그게 ”
뭔가 문제가 있는지, 잠시 뜸을 들이던 박한철 PD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민주. 지금 예능 안 합니다. 교양국 쪽에 있어요. ”
“ 교양국? 예능 PD가 교양엔 왜? ”
“ 간혹 있습니다. 좌천이죠. 민주가 하던 프로에. 아, 혹시 ‘식스나인’ 아십니까? 남자 아이돌 그룹. ”
“ 아, 들어는 봤습니다. ”
“ 걔네가 윗분들끼리 딜쳐서 게스트로 나왔었는데, 거의 편집해버렸어요. 재미없다고, 자기 프로에 색깔이 있는데 자긴 그냥 못 내보내겠다고. 그래서 뭐, 식스나인 소속사가 워낙에 덩치 있고 팬덤도 어마어마해서, 날아갔죠. 본보기로. ”
사정을 들은 주혁이 미소지었다.
“ 딱 좋네요. ”
“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
“ 아닙니다. 그 결정은 예능 국장님이 하신 겁니까? ”
“ 아, 뭐. 국장님도 별수 없었죠. 하도 일이 커지다 보니까. 아, 그런데 사장님이 이민주 PD를 어떻게 아십니까? ”
“ 자세히는 모릅니다. 예전에 조금. ”
이민주 PD. 강주혁의 머릿속에 이민주 PD의 기억은 강렬했다.
주혁이 사건이 터져 잠적하기 1년 전. 강주혁은 예능 출연을 안 하기로 유명했었다. 그렇기에 예능 판에서 강주혁은 꽤 희귀한 배우로 통했고, 당연히 예능 PD들이 군침을 흘리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예능 출연을 하지 않는다는 주혁의 의지는 확고했었다. 그런데 당시 소속사 사장이었던 류진태가 강주혁 몰래 영화 홍보 겸 예능 출연을 진행했었다.
그 프로의 PD가 이민주였다.
물론, 그 상황을 자세히 모르던 주혁이었고 어느 날 류진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울린 류진태의 전화를 우연히 주혁이 받았는데.
“ 저 이민주 PD입니다. 저기요. 아무리 강주혁이라지만, 너무 막무가내로 때려 박는 거 아닙니까? 예능이 무슨 홍보실도 아니고. 그리고 제가 하는 프로는 시민과 함께하는 포맷입니다. 그런데 영화 홍보만 띡하고 빠진다는 게 말이······ 후- 됐고요. 저희가 보내드린 스케쥴 소화 못 하시는 거면 저는 전부 날리겠습니다. ”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그때야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고, 이후 예능 출연도 고사했지만, 당시의 기억은 주혁의 머릿속에 강력하게 박혀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옛 기억이 잠시 떠오른 주혁이 피식하며 박한철 PD에게 다시 물었다.
“ 이민주 PD님. 같은 예능 PD로서는 좀 어떻습니까? ”
“ 아깝죠. 실력 좋고, 원래 예능 쪽이 다른 곳에 비해 노가다가 심해서, 여자 PD들이 갈려 나가는데 민주는 뚝심도 있고. 교양 갈 때 다시는 예능 안 하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나갔을 정도니까요. ”
대답을 들은 주혁이 다이어리에 무언가 메모를 하더니 이내 답했다.
“ 이민주 PD님. 제가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
뜬금없는 요청에 박한철 PD가 외쳤고.
“ 민주를요?! 아니, 사장님이 민주 PD를 왜. ”
주혁이 웃었다.
“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
같은 날 늦은 점심, 강필름 제작사.
제작사 강필름 사장과 약속을 잡은 주혁이 강필름 사장실에 들어섰다. 그러자 머리를 감싸고 자리에 앉아있던 강필름 사장 박건웅이 고개를 들었다.
“ ······아, 강주혁씨. 여기 앉으세요. ”
“ 예. ”
강주혁을 보곤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박건웅 사장은 얼굴이 매우 초췌해 보였다. 불편했는지, 주욱 풀어놨던 넥타이를 다시 반듯하게 올린 박건웅 사장이 강주혁의 반대쪽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 이번 일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도 그 인간이 그 정도일 줄. ”
“ 아뇨. 뭐. 이미 끝난 일이니. ”
“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찍 터져서, 이래저래 피해가 많이 줄었습니다. ”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재까지 강필름이 심황석 감독 덕택에 받은 피해가 막심할 거라고 주혁은 생각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직원들의 자리가 많이 비어있기도 했으니까.
‘ 즉, 박건웅 사장은 돈이 필요하겠지 ’
주혁이 생각할 때, 박건웅 사장이 물었다.
“ 그런데. 긴히 할 말 있다는 게? ”
“ 아, 혹시 사장님. 폭풍 시나리오.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
“ 처리할 게 있나요. 이제 그냥 휴짓조각이죠. ”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쉰 박건웅 사장. 사실이 그랬다. 당장 그 작품의 미래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저 화장실에 걸린 휴지와 다를 게 없겠지.
하지만 강주혁만은 달랐다.
“ 사장님. 만약에 그 휴지조각을 파신다면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
“ 예? 폭풍 시나리오를 팔아요? 허헛. 누가 사겠습니다. ”
“ 말씀해보세요. 얼마 정도에 파실까요? ”
주혁의 물음에 박건웅 사장이 잠시나마 희망찬 표정으로 눈알을 굴렸다.
“ 그래요. 당장이라도 판다면 천만 원이라도 감지덕지죠. ”
“ 알겠습니다. 그럼 천만 원에 저한테 파시죠. ”
“ 예. 그렇게······뭣? 지금 뭐라고? ”
대뜸 훅 들어온 강주혁의 제안에 화들짝 놀란 박건웅 사장을 보며 주혁이 미소지었다.
“ 폭풍 시나리오를 제가 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같은 시각, WTVM 교양국.
수많은 편집실 중 한 곳에 테 없는 동그란 안경에 뒤쪽으로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여자가 육포를 뜯으며 영상을 편집 중이었다. 그녀가 바로 이민주 PD였고.
-타탁, 탁탁.
그녀의 손은 빨랐지만, 눈에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 보였다.
바로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노크하며 편집실로 들어왔고.
“ 썅민주~ 오빠다. ”
“ 지랄. ”
박한철 PD였다. 박한철 PD가 편집실에 들어왔음에도 이민주 PD는 그저 정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거친 대답을 쏟아냈다. 그런 그녀에게는 이미 적응을 했는지, 박한철 PD가 여유분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 뭐하냐? ”
“ 보면 모르냐? 편집하잖아. 방해하지 말고 꺼져. ”
“ 크크. 성격 여전하네. ”
“ 니 얼굴도 여전하고. ”
그렇게 대화가 끊겼고, 잠시간 편집하는 이민주 PD를 구경하던 박한철 PD가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 민주. 예능국 안 돌아오냐? 국장님도 오라는데, 니가 뭐라고 자꾸 뻐팅겨? ”
“ 안가. 난 금방 여기로 돌아올 거니까, 가봤자지. 여기가 편해. ”
“ 야 예능국에서 칼 휘두르던 얘가, 교양에서 격식 차리고 나이프로 고기 써는 게 되겠냐? ”
“ 보면 모르냐? 지금도 고기 썰고 있잖아. 겁나게. ”
박한철 PD가 못 말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움푹 기대면서 본론을 던졌다.
“ 그나저나. 민주 너 강주혁 알지? ”
“ 대한민국에서 강주혁 모르는 사람도 있냐? 교양에 박혀있어도 들을 건 다 들어. 뭐냐. 니 프로에 강주혁 박았다고 자랑하러 왔냐? ”
찾아온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이민주 PD가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질끈 묶으며 콧방귀를 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 강주혁이 너 좀 보고 싶다는데. ”
“ 그래그래. 나도 보고 싶다고 전해드려라. 장난치지 말고 좀 꺼져. ”
-스윽.
눕혔던 허리를 세우면서 박한철 PD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이민주 PD님. 진짜라고. 강주혁이 직접 전화 와서 널 좀 보고 싶다고 했다니까. 너한테 맡길 게 있다면서. ”
-멈칫.
한창 편집을 하던 이민주의 손이 멈췄고, 박한철 PD를 돌아봤다.
“ 뭔 소리야. 진짜? 강주혁이 날 왜? ”
“ 몰라. 자세한 건 모르는데. 진짜 널 좀 보고 싶다고 전화 왔다니까. ”
-끼익.
이민주 PD가 아예 몸까지 돌리며 답했다.
“ 맡긴다는 건 뭐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강주혁이랑 인사 한번 나눈 적 없는데. ”
그런 그녀에게 바싹 다가간 박한철 PD가 목소리를 낮췄고.
“ 야. 그 강주혁이야. 무려 강주혁이라고. 지금 이 바닥이나 영화 쪽이나 미쳐 날뛰고 있는 강주혁. 그 사람이 널 따로 불렀어. 이게 보통 일이겠냐? ”
“ 보통 일이 아니면? ”
“ 내가 이번 만능엔터테이너 준비하면서 강주혁을 좀 세세하게 알아봤는데. 보통 아니더라. 아니, 결과가 그렇잖아. 그 사람이 손댄 것들만 봐도. 그런 강주혁이 움직였다? ”
이민주 PD만 들리게끔 말을 이었다.
“ 뭔가 큰놈으로 준비 중이라는 소리 아니겠냐?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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