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23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 남자를 보며 박종주가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 맞······습니다. ”
대답을 들은 남자가 시선을 다시금 자신이 입고 있는 기모노로 옮겼고, 살짝 흐트러진 기모노를 반듯하게 정리하면서 물었다.
“ 강주혁? 분명 그 친구. 우리가 얼음을 한국 연예계에 유통을 시작할 때, 귀찮게 방해하던 남자가 맞지요? ”
“ 예. 아닌 척하면서 눈에 거슬리게 방해를 했었습니다. 당시 그놈이 한국 연예계에선 탑스타들의 탑스타였고, 파급력이 꽤 어마무시해서 손을 내밀었었는데, 회유도 안 먹혔었습니다. ”
“ 그래서 날렸잖아요? 왜 그 남자가 갑자기 등장한 거예요? 내 기억으로는 그 강주혁이라는 친구, 아예 제 기능을 못 하게 치웠던 거로 보고받았었는데? 아, 여기 좀 정리하세요. ”
남자가 박종주에게 되물으면서 문 쪽에 석상처럼 꼿꼿하게 서 있는 부하들에게 핏물이 낭자한 바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덩치 큰 부하 몇몇이 달려와 흰색 면포로 바닥을 닦아대기 시작했다.
-스윽.
살짝 자리를 이동한 남자가 부하에게 받은 면포를 박종주에게 웃으며 건넸고.
“ 응? 말해봐요. ”
받은 면포로 얼굴을 닦던 박종주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 그때 당시 강주혁 처리는 똑바로 됐습니다. 팔다리 다 잘랐고, 망해서 약 5년 동안 은둔했었습니다. 그 이후 소식이 아예 끊겼는데. ”
“ 그런데요? ”
“ 약······1년 전에 다시 모,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 응? 벌써 1년이나 됐어요? 그런데 종주씨. 왜 나는 그 얘기를 지금 들었을까요? 이상하다. 그쵸? ”
천연덕스럽게 되묻긴 했으나, 위압감이 담긴 남자의 질문에 박종주가 어금니를 꽈득 물면서 답했다.
“ 그게. 죄송······합니다. 저도 강주혁이 다시 움직인다는 것은 3개월 전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때 조사를 시켜보니 이미 움직인 지는 반년이 넘은 상태였습니다. ”
“ 그래서? ”
“ 왜 갑자기 움직였을까 싶어서 좀 지켜봤는데, 그저 제작사 하나 만들어서 영화나 만들고 있길래 처,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
-스윽.
여전히 웃는 상의 남자가 말을 하다 말고는 커다란 책상이 있는 곳에 휘황찬란한 장식과 함께 놓인 일본도를 하나 꺼내서는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툭.
이어서 박종주 앞에 일본도를 내려놓으면서 다시 무릎을 꿇으며 정좌 자세를 취했고.
“ 응. 종주씨 계속 말해봐요. ”
눈앞에 놓인 흑색 일본도에 곁눈질하며 박종주가 침을 삼켰다.
“ 제가! 제가 처리 하, 할 수 있습니다. ”
“ 응? 아니, 하던 얘기를 계속해보세요. 딴소리하지 마시고. ”
어느새 꿇은 무릎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박종주가 계속 일본도를 힐끔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 처, 처음에는 그저 영화나 만들 던 놈이 갑작스레 자신의 과거를 바로잡기 시작했습니다. ”
“ 과거를 바로 잡아요? 그걸 어떻게 바로 잡아요? ”
“ ······저도 방법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정신 차리고 보니 제가 공격당하고 있었습니다. ”
“ 왜 바로 반응하지 못했나요? ”
박종주가 남자의 표정을 한번 살핀 뒤, 일본도를 다시 힐끔거렸다.
“ FNF엔터부터 시작해서, 정신없이 일이 터지는 바람에 수습하느라······ 나중에 확인해보니 모든 줄기의 끝에는 강주혁이 있었습니다. ”
“ FNF엔터요? 여자들 공장 거기? 거기도 강주혁이 판을 짰다는 건가요? ”
“ 예. ”
여전히 천연덕스러운 표정의 남자에게 박종주는 강주혁과 관련된 모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FNF 엔터 사건부터 최근 해창그룹 연말 파티에서 만난 것까지.
“ 지, 지금까지는 어떻게 한 건지 강주혁이 쥐새끼처럼 잘 피했지만, 제가 확실하게! ”
“ 어떻게 피했는데요? ”
“ 예? 아, 저도 미치겠습니다. 무슨 공격만 했다 하면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피해서. ”
“ 다 알고 있는 것처럼? ”
남자가 되물으며 팔짱을 꼈다. 그렇게 대화가 끊겼고, 넓은 다다미방에 침묵이 흘렀다.
5초, 10초, 15초. 이어서 15초 정도가 지나자 남자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 미래를 알고 있나 봐요? 강주혁이라는 남자는. ”
“ 예? 아, 그게 무슨······ ”
“ 웃어요. 종주씨. 농담이었어요. 웃어요. 웃어. ”
약간 비열함이 섞인 웃음을 던지는 남자를 보며 박종주가 억지로 썩은 웃음을 뱉었고.
“ 그런데요. 종주씨. 그냥 간단하게 제거하시면 되잖아요? 그런 먼지 같은 인간. ”
“ 그게······ 좀 귀찮게 됐습니다. ”
“ 왜요? ”
“ 애초에 강주혁이 한국에선 유명한 배우였는데, 이번에 복귀하면서 유명세를 더울 끌어올렸습니다. 건들기가 어렵습니다. 거기다 어째선지 김재황 사장과 친합니다. ”
“ 김재황 사장? 해창그룹 김재황 말하는 건가요? ”
“ 예. ”
-자각.
박종주의 대답을 들은 남자가 얼굴에 웃음기를 더욱 짙게 하며 앞에 놓인 일본도를 집었다.
“ 그럼. 강주혁이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너는 뭘 했는데요? ”
-스릉.
“ 아, 어······사장님. 사, 사장님? ”
박종주가 주춤주춤 몸을 뒤쪽으로 당길 때, 남자가 일본도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거울로 사용해도 될 만큼 깔끔하게 정돈된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윽.
“ 어, 어! 사, 사장님! ”
오줌을 지릴 듯 당황하는 박종주. 이유는 간단했다. 남자가 칼날을 목에 향하게끔 하면서 박종주의 오른쪽 어깨에 칼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살짝만 힘을 준다면 박종주의 목이 떨어질 판이었고, 남자가 왼쪽으로 얼굴을 꺾으면서 박종주와 눈을 마주쳤다.
“ 종주씨. 나는요. 칼이 참 좋아요. 칼은 갈면 갈수록 날카로워지거든요? 무뎌져도 또 갈면 계속 쓸 수가 있어요. ”
-툭, 툭.
남자가 칼날로 박종주의 어깨를 두세 번 두드렸다. 하지만 박종주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번뜩이는 살기를 내뿜는 길쭉한 칼날을 흰자를 보이며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 박종주의 목에 칼날을 더욱 가까이 붙이며 남자가 말을 이었다.
“ 그런데. 너는 왜 갈아도 갈아도 쓸모가 없을까요? ”
“ 죄, 죄송······히헥! 사장님. 제가! 뭐, 뭐든지. ”
-스윽.
남자의 칼날이 박종주의 목에 닿았다.
“ 이 모가지가 잘려나가면 통나무로서는 쓸모가 있으려나? ”
어느새 박종주의 목에서 핏물이 칼날을 타고 바닥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 아, 종주씨는 담배를 피워서 장기들이 좀 싸겠네. ”
다시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웃던 남자가 박종주의 목에서 칼을 거뒀다.
-털썩!
“ 끄윽! ”
칼날이 자신의 목에서 사라지자마자, 박종주가 목을 움켜잡으며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흰색 면포로 칼날에 묻은 박종주의 피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고.
“ 종주씨. 한국 넘어가면 바로 강주혁 관련 자료 전부 넘겨주세요. 내가 한번 알아볼게요. 알았죠? ”
“ 아, 알겠···습니다. ”
-드륵.
때마침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차를 대령했다. 남자는 다시금 박종주의 반대쪽에 앉아서, 차를 호로록 마시며 웃었다.
“ 어차피 한국은 실험하는 곳일 뿐이에요. 거기서부터 막히면 회장님이 좋아하시겠어요? ”
다음 날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추민재 팀장이 아침부터 강주혁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다.
“ TVL 내부적으로는 이미 확정인양 떠들고 다니던데? 유지석이 케이블 첫 예능을 자기네 방송국에서 시작할 거라고. ”
어느새 1월에 마지막인 31일 금요일. 추민재 팀장은 어제 강주혁의 지시대로 목요일 하루 동안 TVL에서 정보를 캐온 참이었다.
“ 보도자료도 기자들이 냄새 맡고 흘렸다고는 하는데, 내가 볼 땐 TVL에서 의도적으로 터트렸지 싶다. ”
-후룹.
주혁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집어 한 모금하며 답했다.
“ 그렇겠지. 아무리 TVL이 케이블 1등이라곤 해도, 유지석 같은 초 대어가 흔히 물망에 오르진 않을 테니까, 욕심나겠지. ”
말을 들은 추민재 팀장이 자신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어리 다음 장을 펼쳤다.
“ 어- 입소문이고 기사고 죄다 확정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니까, 뭐 개나 소나 빨아보겠다고 TVL 로비 가면 지금 난리야 아주. 시장통이라니까? ”
-스윽.
말을 마치면서 추민재 팀장이 TVL 로비부터 카페테리아 등등 상황을 찍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주혁은 추민재 팀장이 내민 핸드폰 액정을 오른쪽으로 슥슥 넘기면서 웃었다.
“ 아는 얼굴도 좀 보이는데? ”
“ 걸그룹부터 시작해서, 배우, 개그맨. 하여튼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고 있다. 공중파 쪽으론 유지석 라인이 너무 탄탄하니까 끼어들 틈이 없으니 케이블 쪽이라도 붙어먹으려는 거지. ”
“ 벌써 패널이나 게스트 자리 차지하겠다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거지? ”
“ 그러게나 말이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
추민재 팀장이 다시 다이어리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 근데 가장 문제는 박동욱 PD라고 유지석의 프로를 맡기로 예정된 TVL 예능국 PD. 10년 차에 히트 친 것도 몇 개 있고, TVL쪽에서는 나름 괜찮은 모양인데. 얼굴 좀 볼라 했더니 만날 수가 없더라. ”
“ 방송국에 거의 붙어있질 않나 봐? ”
“ 여기저기 좀 떠보니까, 거의 맨날 나가서 출연 로비를 받는 모양인데, 내부적으로는 쉬쉬하는 분위기. 딱 사이즈가 물 들어오니까 최대한 챙겨 먹으려는 것 같어. ”
“ 그 물. 금방 빠질 텐데 아쉽게 됐네. ”
살짝 미소짓던 주혁이 커피를 다시 들어 올리자 추민재 팀장이 강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 근데. 사장님. 왜 계속 WTVM을 밀어주는 거야? 28주, 궁궐부터 만능엔터테이너 그리고 이번에 유지석 예능까지. 이번 건 굳이 WTVM에 안 줘도 되는 거잖아. ”
다이어리를 덮으며 궁금한 것을 물어온 추민재 팀장을 보며 주혁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 하는 김에 케이블 방송사 순위 좀 바꿔보려고. ”
이후, 추민재 팀장과 미팅을 마무리한 주혁은 유지석 건은 일단 덮어두고, 다른 일들을 확인했다.
먼저, 일본의 여파로 기획을 살짝 변경해야 했던 해창전자의 브랜디드 콘텐츠. 덕분에 진작에 투입됐어야 할 김재욱은 스톱 상태였고, 그 진행 상태를 확인했다.
“ 곧 진행될 거야. 재욱이 준비시켜 두지. ”
다행히 김재황 사장의 입에서 빠른 시일안에 준비가 모두 끝난다는 답변이 나왔다. 요즘 연기 레슨을 제외하고 학업에 치중하고 있는 김재욱의 스케쥴이 간만에 잡힐 참이었다.
이어서 주혁은 헤나의 싱글앨범 제작 속도를 파악했고.
“ 네. 사장님. 이 속도라면 빠르면 2월 중순에는 발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헤나 쪽은 이미 자켓 촬영과 뮤직비디오 촬영은 끝난 상태였다. 헤나의 스케쥴 매니저 고동욱은 유통처와 홍보 등을 프로듀서와 상의 중이며 얼추 가닥이 잡히면 강주혁에게 보고를 올리겠다는 말을 전해왔고.
최근 간 큰 여자들의 콘티 작업 중인 최명훈 감독은 3층 사무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추가로 다큐 독립팀 감독들인 최철수, 류성원 감독들은 전국을 돌면서 아이템을 모으느라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 DCS타워. 공사는 얼마나 진행됐어? ”
“ 반 정도 한 것 같더라. ”
거기에다 주혁은 현재 공사가 한창인 삼성동 DCS 타워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저 공사 진척 상황만 파악하는 것이 아닌, 건물 관리 업체 선정부터 회사 내부 직원 충원, 자제 제작팀, 보안팀 추가 등을 전부 확인하며 컨트롤 해야 했다.
“ 사옥이 삼성동으로 이전하기 전에 정리할 건 모두 정리해야 돼. ”
즉, 사옥 이전 역시 임박했다는 소리였다.
2월 3일 월요일 오후, 빅엔터테인먼트.
애초 저녁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자는 약속이었으나, 박찬규 사장의 요청으로 장소가 빅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됐다.
주혁이 빅엔터의 익숙한 로비로 들어서자, 입구 인포 직원이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지 영업용 미소로 강주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바로 올라가시면 되세요. ”
“ 감사합니다. ”
이어서 주혁은 빅엔터 사장실로 가는 동안 꽤 많은 사람에게 인사를 받았는데, 1년 전 빅엔터를 방문했을 때와는 반응이 퍽 다른 느낌이었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니 당연했고.
‘ 여기도 많이 변했네. ’
반응도 반응이지만, 빅엔터의 분위기 자체가 많이 변해있었다. 유지석의 여파 덕분인지 보이는 직원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신인들이 많이 보였다.
“ 안녕하세요. 선배님! 신인배우 고지훈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
복도에서 강주혁에게 달려와 인사하는 신인 배우들부터 시작해서, 마치 무슨 신을 영접한 듯이 멀리서 강주혁의 모습을 사진 찍는 신인들도 있었다.
어쨌든 1년 전 빅엔터에 비해서 굉장히 활발해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 몸집을 키울 생각인가? ’
그런 빅엔터의 활발해진 분위기를 파악하던 주혁이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덜컥!
문이 열리자, 강주혁의 눈에는 사장실 중앙 소파 상석에 앉아있는 박찬규 사장이 가장 먼저 띄었다.
박찬규 사장은 강주혁이 들어오자, 소파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 아, 주혁씨. 미안해요. 갑자기 장소를 변경해서. ”
“ 아니요. 사람들 눈을 피하는 게 더 좋긴 합니다. ”
주혁이 담담하게 대답하며 박찬규 사장의 손을 맞잡았을 때, 아나운서 같은 남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주혁아. 오랜만이다. 얼마 만이냐 이게. ”
대뜸 들려온 목소리에 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 어. 지석이 형. ”
남자는 유지석이었다. 유지석은 청바지에 회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는데, 굉장히 편한 차림이었다.
“ 하핫. 그래. 야. 너는 그대로네? 바로 영화 들어가도 되겠는데? ”
“ 형도 그대론데요 뭘. 오늘 방송 없어요? ”
“ 야야. 나는 팍 쉬었지.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가지고. 방송 있지. 녹화가 내일로 미뤄져서 어떻게 시간이 맞았다. ”
사실 강주혁과 유지석의 인연은 조금 특별했다. 이 둘은 방송을 같이하면서 친해진 것은 아니었고, 사석에서 어쩌다 만나 연락처를 알고만 있는 사이. 딱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는 유지석이 지금처럼 예능 원탑 MC로 이름을 날리지 못했을 시절.
그즈음 유지석이 진행하던 예능 프로에서 특별한 인연이라는 포맷으로 진행한 편이 있었는데, 거기서 유지석이 강주혁을 안다고 했고, 같이 출연하는 패널들이 그를 비난했다.
“ 아니!! 진짜로. 나 진짜 주혁이랑 술 한잔하면서 나중에 내 예능에 한 번 나온다는 약속도 받았다니까?! ”
“ 또또또! 이형 또 성 빼고 부르면서 친한 척하네! 전화해서 불러보든가! ”
실제로 어느 술자리에서 강주혁을 만난 유지석은 지나가는 말로 또는 약간 예의가 담긴 농담으로 그런 약속을 받은 적이 있었고, 당시 상황에 예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큰 기대 없이 강주혁에게 전화했다.
안 받아도 상관없었고, 출연을 거절해도 상관없었다. 유지석도 별 기대가 없었다.
그저 예능이었으니까. 하지만.
“ 아, 그래요? 맞아요. 그런 약속을 했었죠? 어- 근데 제가 지금 촬영 중이라, 밤 9시는 돼야 잠깐 들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
당시 잘 나가던 배우 강주혁은 지나가듯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고, 결국 약 10분 정도였지만 유지석이 진행하면 예능에 얼굴을 드러냈다.
덕분에 강주혁이 출연하는 편에 시청률이 급상승했고, 고마움을 느낀 유지석이 강주혁에게 사적으로 연락을 하게 되면서 친해진 케이스였다.
그런 유지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주혁을 쳐다봤다.
“ 나 너 사라지고 계속 연락이 안 돼서, 어디 외국으로 사라진 줄 알았다. 임마. 내가 얼마나 연락을 했는지 알아? 나 쌩깐줄 알았다. ”
“ 응. 알아. 미안해요. 사정이 있었어. ”
“ 그래. 있었겠지. 지금은 괜찮고? ”
“ 괜찮아. 아, 형 결혼 축하해요. 3년도 넘었는데, 지금 와서 말하네. ”
“ 괜찮다. 얼굴 보면서 해주는 게 어디냐. ”
이후, 박찬규 사장의 안내로 소파에 앉은 주혁은 몇 분 동안 유지석과 최근 근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사실 주혁은 유지석과 꽤 친분이 있던 터라 지금 나누는 대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 다만, 이런 대화들은 나중에 해도 돼 ’
사실이 그랬다. 해서 주혁의 시선이 박찬규 사장에게 맞춰졌다.
“ 사장님. 지석이 형이 여기 있다는 것은. 얼추 내용은 알고 있다는 겁니까? ”
대답은 유지석 쪽에서 나왔고.
“ 맞아. 사장님께 대충은 들었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주혁이 네가 요즘 오죽 핫하냐? ”
이에 질세라 박찬규 사장도 거들었다.
“ 엔터쪽 바닥에서도 주혁씨. 아니 강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허허. 강사장님 얘기가 나오면 다들 귀를 기울여요. 그만큼 파급력이 있어. 그래서. ”
박찬규 사장이 유지석을 한번 쳐다봤다가 다시금 강주혁에게 눈을 마주치며 물었고.
“ 강사장님이 짜고 있는 판이 뭘까요? ”
주혁이 유지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슬쩍 미소지으며 답했다.
“ 지금 지석이 형이 준비 중인 예능 ‘당해낼 수 없다’를 외주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
그리고 그 순간.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강주혁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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