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27
-시청자 수: 11789명
시청자 수만 12000명에 가까웠다. 그 어마어마한 시청자 수에 주혁이 박한철 PD에게 담담하게 물었지만. 박한철 PD는 말없이 그저 웃음을 짓고 있었고, 그런 상황을 VJ가 계속 촬영 중이었다.
슬슬 어떤 상황인지 감이 온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노트북이 모여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채팅창은 여전히 미쳐있었다.
-워ㅓㅓㅓㅓ 강주혁이다
-아니, 갑자기 강주혁 등장하는 거 실화임?
-보면 모르냐?
-계속 촬영 준비만 보여주다가 느닷없이 강주혁등장ㅋㅋㅋㅋㅋㅋㅋ
-오빠~~~~~~~~~~~~~~~
-어후. 눈호강ㄷㄷㄷㄷ 강주혁나오니까 바로 광고 속 한 장면으로 바뀜.
-인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잘생겼다는 거지…..
-ㅂㅅ이냐? 니 얼굴 한번 보자.
-주혁님…SNS좀 해줘요…제발…
-만능엔터테이너 본방 사수할게요!!
-오빠 인사 좀 해 줘요ㅜㅜㅜ
-놀란닼ㅋㅋㅋ강주혁이 놀라고 있엌ㅋㅋㅋ
-강트맨 하이연
-왘ㅋㅋㅋ근데 갑자기 시청자 수 폭발한닼ㅋㅋㅋ
너무 빨라서 하나하나 읽을 수 없을 지경이었고, 가만히 노트북 화면을 보던 주혁이 슬쩍 미소지었다.
그러자 채팅창이 더욱 미쳐 날뛰었고.
강주혁이 여유롭게 인사말을 던졌다.
“ 안녕하세요. 강주혁입니다. 28주, 궁궐 이후로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전 지금 만능엔터테이너 녹화를 하기 위해 촬영장에 왔습니다. 곧 티저가 공개될 예정이니까,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스윽.
이어서 너무나도 매끄럽게 손 인사까지 던지는 주혁이었다. 남들이 보면 이미 모든 상황이 짜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프로다운 반응이었다. 강주혁이었기에 가능했던 대처.
덕분인지 왼쪽 하단에 표시되는 시청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시청자 수: 12890명
곧 13000명을 돌파할 기세였다. 바로 그때 박한철 PD가 촬영하던 VJ에게 무언가 손짓을 내렸고, 이내 강주혁이 보고 있던 노트북에 재생되면 영상이 멈췄다.
하지만 채팅창은 계속 올라왔다.
대부분이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아쉽다는 반응. 그런 채팅창을 주혁이 흥미롭게 보고 있을 때, 박한철 PD가 주혁에게 다가왔다.
“ 실시간 시청자 수 보셨습니까? ”
“ 본방 때 시청률. 기대해도 되겠어요. 이건 실시간 방송이었습니까? ”
“ 맞습니다. 공식 1차 티저 공개 전에 약간은 예고편 느낌으로 인터넷에 기습 실시간 영상을 내보낸 건데. 무전에서 사장님 도착했다는 음성이 나가자마자, 시청자 수가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
말을 마친 박한철 PD가 스텝들에게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다시금 주혁을 쳐다봤다.
“ 그나저나. 와. 사장님. 어떻게 하면 반응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옵니까? 역시 대단하십. ”
그때 주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박한철 PD의 말을 잘랐고.
“ 그런데요. PD님. ”
“ 예? ”
“ 이왕 하기로 한 거 저도 최대한 협조할 테고, 프로가 잘되길 바라지만. ”
한 템포 끊은 후, 차가운 분위기로 다시 말을 이었다.
“ 이런 건 사전에 언질을 주세요. 아시겠습니까? ”
“ ······아- 그, 그게. ”
단숨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돌변한 박한철 PD가 어버버거렸다. 그런 박한철 PD의 어깨를 툭 치며 주혁이 웃었다.
“ 하하. 장난입니다. 예능에서 이런 상황이야 늘 있겠죠. ”
그러면서 무심하게 몸을 돌려 세트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미 등판만 보이는 강주혁을 가만히 쳐다보는 박한철 PD 옆으로 조연출이 다다닥 달려왔다.
“ 무슨 일 있으십니까? 선배님. 표정이 좀, ”
“ 달라. ”
“ 예? 달라요? 뭐가 말입니까? ”
“ 저 사람. 내가 아는 배우들과는 확실히 뭔가 달라. ”
“ 강주혁 사장님이요? 어떤 것이······ ”
괜히 턱을 긁던 박한철 PD가 몸을 돌리며 짧게 답했다.
“ 몰라. 하여튼 달라. ”
잠시 뒤.
만능엔터테이너의 3번째 예선전 녹화가 시작됐다. 게스트 심사위원으로는 원로 여배우 송향미와 배우에서 연극 연출자로 전향한 고창섭이 맡았다.
두 인물 모두 강주혁에게는 까마득한 선배들이라 주혁은 그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차렸다.
간단한 인사치레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참가자들이 무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아쉽지만, 탈락입니다. ”
첫 번째 참가자부터 100번째 참가자까지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대부분이 탈락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101번째 참가자가 나오기 전, 송향미가 갈색 파마머리를 긁적이며 주혁에게 물었다.
“ 전부 이런 식이여? ”
“ 예. 선생님. 거의 10%를 위해 전부를 보는 느낌입니다. ”
“ 하이고. 고생이 많았겠네. ”
주혁이 송향미에게 괜찮다는 말을 꺼내며 101번 참가자를 요청했다.
-팔락.
그에 따라 주혁이 101번 참가자의 프로필을 확인했고.
“ 음? ”
곧장 프로필에서 무언가 확인했다. 101번째 참가자의 자기소개란 가장 첫 줄.
“ 이거. ”
짧게 읊조리며 주혁이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무대 중앙에는 이미 101번째 참가자가 서 있었고.
“ 당신의 비밀친구! 안녕하세요. 걸그룹 마니또에 수현입니다!! ”
그녀는 흔히 걸그룹이 외치는 그룹 인사를 던지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혁의 입이 열렸다.
“ 마니또라고? ”
같은 시각, 남양주.
남양주에 있는 대형 영화세트장에 아침부터 촬영 스텝들의 움직임 분주했다.
“ 소품팀!! 거기! 객잔에 술병 세팅해라!! ”
“ 예~ 지금 갑니다! ”
“ 야! 어떤 새끼가 담장에 패딩 걸어놨어! 조선 시대에 놀스페이스가 웬 말이냐!! 빨리 안 치워?! ”
“ 자! 전 김삼봉 감독님 모셔오겠습니다~ ”
여기는 김삼봉 감독의 영화 도적패의 촬영 현장이었다. 어느새 프리프로덕션과 대본리딩을 끝낸 영화 도적패의 첫 촬영이 목전이었다.
그런 분주한 스텝들 사이에서 촬영장 중앙에 도적패의 남주를 맡은 배우 정진훈이 촬영 의상인 올드한 정장을 차려입고,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대본을 넘기고 있었다.
꽤 괜찮은 필모를 자랑하는 정진훈이 대본의 4번째 장을 넘길 때, 뒤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형. 안녕하세요. ”
대본을 보는 중에 끼어든 목소리에 정진훈이 뒤를 돌아봤다.
“ 어. 승휘. 왔냐? ”
뒤쪽에서 정진훈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정장을 입은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고, 그를 보며 정진훈이 말을 이었다.
“ 야. 무슨 까메오가 이렇게 늦게 오냐. 딱 대기하고 있어야지. ”
“ 아니. 매니저 형이 길을 못 찾아서. ”
그는 이번 도적패 초반 까메오로 출연하기로 한 조승휘였고, 어느새 조승휘는 정진훈 옆에 섰다. 그러자 정진훈이 픽 웃었다.
“ 너 근데. 운 좋다? 김삼봉 감독님 영화에 까메오로 낙점되고. ”
“ 크. 저도 전화 받고 소리 질렀다니까요. ”
비록 까메오일지 모르나, 무려 거장 김삼봉 감독 영화였다. 까메오라 할지라도,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 자명했다.
이어서 까메오인 조승휘도 받은 대본을 펼쳤다. 그렇게 두 배우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대사를 맞추고 있을 때, 조승휘의 눈이 정면에 꽂혔다.
“ ······ ”
말없이 계속 정면을 쳐다보는 조승휘. 그의 정면에는 약간은 허름한 한복 의상에 롱패딩을 걸친 여배우가 의자에 앉아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와 얘기를 나누며 꺄르륵 웃고 있었고.
“ 형. 쟤 누구야? ”
조승휘가 턱짓으로 여배우를 가리키며 정진훈에게 물었다. 그 바람에 대본을 보던 정진훈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 아- 너 쟤 몰라? 요즘 겁나 핫한데. 강하영. ”
“ 어? 강하영? 쟤가 강하영이야? ”
“ 그래. 무려 김삼봉 감독님이 직접 초이스 한 배우. 아마 이 현장에서 유일하게 김삼봉 감독님이 직접 뽑은 배우일걸? ”
약간 놀란 조승휘가 다시금 강하영을 쳐다봤다. 강하영은 양손에 초콜릿 에너지바를 들고선 신났는지, 연신 팔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 주변이 좀 이상했다. 조승휘가 다시 물었다.
“ 그런데 쟤 옆에 저 덩치는 누구야? 배우야? ”
“ 미쳤냐. 가드래. 옆에 좀 작은 남자는 로드. ”
“ 뒤에는 스타일리스트야? 좀 나이가 있는데? ”
“ 뭐? 아. 저분은 배우야. 임마. 분명······말숙이랬나. 이름이? ”
“ 무슨 촬영 현장까지 가드랑 같이 와? ”
“ 난들 아냐. ”
“ 대박이네. ”
얼추 궁금증이 풀린 조승휘가 계속 강하영을 쳐다봤다. 그녀는 두 개의 에너지바 중 하나를 덩치 큰 가드에게 건네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 강하영을 보며 조승휘가 짧게 읊조렸고.
“ 귀여운데? ”
정진훈이 다시 대본을 보며 한숨을 픽 뱉었다.
“ 아서라. ”
“ 왜? 내가 뭘? ”
“ 내가 널 모르냐? ”
“ 그냥 친해지는 건 상관없잖아. ”
“ 상관없지. 근데 넌 그게 끝이 아니잖아. ”
괜히 목을 긁적이던 조승휘를 정진훈이 다시 쳐다봤다.
“ 너. 강주혁 선배님 본 적 있어? 지금껏 활동하면서. ”
“ 단역 때 한번? 근데 갑자기 그분은 왜. ”
“ 야 나도 8년 배우 생활하면서 그분 딱 두 번 봤어. 너 강주혁 선배님 앞에 서면 편하게 말 걸 수 있겠냐? ”
“ 에이. 그건 오바지. ”
“ 그럼 넌 쟤 못 꼬셔. ”
“ ······뭐? ”
얼빵한 표정을 짓는 조승휘를 보던 정진훈이 다시 대본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짧게 답했다.
“ 쟤 소속이 거기야. 보이스프로덕션. 네가 강주혁 선배님한테 비빌 수 있으면 꼬셔보던가. ”
보이스프로덕션이라는 말에 눈이 순간 커진 조승휘가 이미 초콜릿 에너지바를 먹어치운 강하영을 다시 쳐다봤고, 어쩌다 강하영과 눈이 마주쳤다.
“ 아? ”
그러자 강하영이 환하게 웃으며 의자에 걸어둔 가방에서 에너지바를 추가로 꺼내 조승휘에게 도도도 달려왔다. 어느새 조승휘와 정진훈 앞에 선 강하영이 넙죽 인사를 하며 대뜸 에너지바를 내밀었다.
“ 안녕하세요!! 선배님! 신인배우 강하영입니다!! 조승휘 선배님 맞으시죠?! 까메오로 출연하신다는 소리 듣고 저 엄청 기대했어요! ”
“ ······아. 네. 반가워요. 하하하. 지, 진훈이 형. 저 잠시 화장실 좀. ”
“ 어- 그러던가. ”
자리를 빠르게 회피한 조승휘의 뒷모습을 보며 강하영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다시 웃는 표정으로 정진훈에게 에너지바를 내밀었다.
“ 선배님! 에너지바 드실래요? ”
“ 어? 어어. 고마워. ”
바로 그때였다.
“ 감독님 도착하셨습니다!! ”
김삼봉 감독이 천천히 걸어서 촬영 세팅이 끝난 모니터 앞에 앉았고.
“ 3분 뒤 가이드 리허설 들어가겠습니다!! ”
영화 도적패의 첫 촬영이 시작됐다.
다시 만능엔터테이너 녹화장.
녹화장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 흔한 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걸그룹 마니또 멤버 수현의 연기가 끝난 직후였기 때문.
그런 짧은 정적을 가장 먼저 깬 것은 게스트 심사위원인 송향미였다.
“ 수현씨는 연기를 좀 해봤나 본데? 딕션이 또렷해서 대사가 확실히 들리네요. 좋아요. 물론, 본업이 가수라 그런지, 대사 중간중간 리듬이 좀 이상한데. 전 괜찮게 봤어요. ”
송향미의 평가가 끝나자, 곧바로 고창섭이 이어받았다.
“ 요즘 아이돌들이 연기 못한다는 건 옛말이여~ 충분히 예선전은 통과할 실력입니다. ”
“ ······ ”
그런데 다음 타자였던 메인 심사위원 강주혁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어색하게 양손을 모으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마니또 멤버 수현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 마니또가 왜 여기서 나와? ’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거기다가.
‘ 연기도 잘하는데. ’
기대하지도 않았던 능력이었다. 순간 주혁의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바로 그때.
“ 주혁씨? ”
옆에서 주혁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송향미가 강주혁의 생각을 차단했다.
“ ······예? 아, 예. ”
“ 심사. 해야지? ”
“ 아, 예 죄송합니다. ”
이내, 생각 속을 헤엄치던 주혁이 현실로 돌아왔고, 다시 차분하게 심사부터 진행했다.
“ 일단, 동양적인 마스크가 매력적입니다. 어느 배역이든 잘 녹이겠어요. 그리고 대사를 쭉쭉 밀어내는 느낌이 인상적이네요. 그런 강세는 나중에 큰 장점이 될 겁니다. 합격입니다. ”
“ 가, 감사합니다! ”
수현이 허리를 넙죽 숙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주혁은 여긴 어째서 왔습니까? 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대뜸 마니또를 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철컥!
이어서 수현은 합격자의 문으로 사라졌고, 그녀의 뒷모습을 주혁은 그저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몇 시간 뒤.
“ 수고하셨습니다!! ”
마지막 참가자의 심사가 끝나자, 박한철 PD가 크게 외쳤고, 만능엔터테이너 예선전 녹화가 모두 끝났다.
이후, 스텝들이 무대 정리를 위해 세트로 뛰어들어왔고, 주혁은 심사를 위해 고생한 게스트 심사위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 와중에 박한철 PD가 비타민 음료를 심사위원들에게 나눠주며 입을 열었고.
“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이제 본선입니다. 사실 본선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
“ 그렇겠죠. ”
주혁은 듣는 둥 마는 둥 대답했다.
“ 일단 다음 주는 티저공개와 홍보로 쓰고, 그 다음 주 본선 녹화 날 때 뵙겠습니다. 어떻게 지금 식사라도 하시겠. ”
“ PD님. ”
하지만 박한철 PD의 말을 주혁이 잘랐고.
“ 예? ”
그의 머릿속은 온통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 합격자들 지금 어딨습니까?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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