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3
유료 서비스로서 첫 미래 정보. 주혁은 보이스피싱이 말해주는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주혁의 심정을 이해하듯이 핸드폰에서는 천천히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영화 척살. 영화 척살은 85억이라는 매우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 직접 찍는다면 ‘900’만이 넘는 관객수를 동원합니다. 다만, 다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찍는다면 개봉과 동시에 망작이라는 오명과 함께 관객수 80만이라는 무참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뚝
“ 영화······ ”
주혁은 끊긴 전화를 내려놓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영화라니? 원래도 보이스피싱이 뜬금없긴 했지만,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주제를 던져서 주혁은 살짝 놀라웠다.
“ 85억 부어서 관객수 900만이면 대박이긴 하네. ”
제작비 85억 부어서 관객수가 900만이 든다면 대박을 넘어서 초대박에 가까웠다. 제작비가 85억이라면.
“ 손익분기점이 200만? 250만? ”
아니 어쩌면 그보다 아래일지도 몰랐다. 일단 주혁은 내려놨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 올려 메모장에 방금들은 정보를 써넣었다. 전부 다 적진 않고, 적당히 필요한 정보들만 간략하게 적었다.
이내 메모장에 정보를 다 적은 강주혁은 시동을 걸고 집으로 급하게 운전을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혁은 노트북을 켰다. 그가 검색창에 ‘척살’을 적고 엔터를 때렸다. 그런데.
“ 없네. ”
‘척살’이라는 영화 관련 정보는커녕.
-칼 따위로 사람을 찔러 죽임.
같은, 단어에 대한 정보만 주륵 출력된다
“ 프리프로도 안 들어갔나? ”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기획/시나리오, 촬영준비의 단계로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어떤 사람들을 구성하여 어떻게 만들지, 또한 배급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등 영화가 완성되기 가지의 전체적인 계획을 말한다. 쉽게 말해 영화 찍기 전에 준비단계인 셈.
보통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기본적인 정보나 기사는 떠돌기 마련이다. 제작사 측에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떡밥을 던지듯 초기 기사를 뿌리는경우도 있고, 아니면 탑배우의 차기작이라는 명목으로 냄새 맡은 기자들이 추측성 기사를 쓰기도 하기 때문.
그런데 기사나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는 건 아예 시작도 안 했다는 얘기가 된다.
“ 못해도 1년인데. ”
영화 제작이란 본디 촬영만 3~4개월, 길면 1년까지도 걸리고, 편집 등 후반 작업이 3~5개월을 잡아먹는다. 영화 한 편 세상에 내놓는데 짧으면 1년 안짝. 길면 1년도 넘는다.
여기서 강주혁이 떠오른 한가지 추론.
“ 알려주는 미래의 기간이 자유롭다? ”
무료 서비스 땐 길어야 하루, 짧으면 몇 시간 뒤에 일만 알려주더니 유료가 되고부터는 아직 제작도 안 들어간 영화에 대한 미래 정보를 알려준다.
“ 뭐 상관없지. ”
쓸모없는 정보는 거르고, 필요한 정보만 써먹으면 그만이니까. 주혁은 딱 그 정도의 생각으로 번뜩 떠올린 추론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내리자마자 주혁은 침대 옆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손바닥만 한 수첩을 꺼냈고, 펜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책장 중간쯤에 대충 널브러져 있는 모나미 펜이 놓여있다.
수첩을 펼치니, 앞장에 10장 정도는 이미 주혁이 예전에 메모해둔 내용이 있었다. 주혁은 고민 없이 이미 사용한 부분을 찢어버린다.
-부욱!
사용한 부분을 찢어내자, 수첩은 마치 새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주혁의 눈에는 그랬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주혁은 그대로 제일 앞장을 펼쳐 새롭게 글자를 적어 내려간다.
-1, 영화 척살, 85억이라는 매우 적은 제작비,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 찍는다면 ‘900’만, 하지만 다른 감독이 찍으면 망작, 관객수 80만으로 똥 영화 만듬.
간략하게 메모를 마친 주혁은 수첩에 펜을 끼워둔 채로 아무렇게나 침대 위에 툭 하고 던진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거니 하며 적어둔 거지만,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주혁은 그대로 무심하게 화장실에 들어가 씻기 시작했고,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다음 날 아침.
평소 점심이 넘어서야 일어나던 주혁은 언제부턴가 아침부터 눈을 뜨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모닝콜을 듣고 일어났지만, 어느새 적응한 것인지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발딱 일어나는 주혁이었다.
눈을 뜬 주혁은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이상하게 점심쯤 일어나면 뻐근함이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했기 때문이다.
주혁의 월세방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쌓여있던 옷가지와 쓰레기들이 몰라보게 정리됐고, 무엇보다 매일 햇빛을 가려주던 암막커튼이 어느새 걷혀있었다. 방 안이 밝아졌다.
“ 너무 많이 자랐는데. ”
스트레칭을 끝낸 강주혁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도 그럴게 조금만 더 기른다면 괴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잔뜩 길러진 머리카락을 대충 부스스 쓸던 주혁은 이내 화장실에서 빠르게 씻고 나온다. 바닥이 아닌 옷걸이에 걸려있던 롱패딩을 대충 걸친 주혁이 현관문을 열었다. 그의 목적지는 미용실이었다.
집주변 미용실.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
“ 수고하세요 ”
주혁은 집주변 눈에 띄는 미용실에서 머리와 수염을 정리했다. 어깨까지 오던 머리카락은 단숨에 짧아졌고, 수염은 흉하지 않게 정리했다.
워낙에 배우를 하던 상판이라 그런지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 연출됐다.
계산을 마친 주혁은 미용실 뒤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된 차에 탄 주혁이 룸미러를 당겨서 얼굴을 비춰본다.
-스윽스윽
대충 얼굴을 만지작거리던 주혁이 이내 만족했는지 룸미러를 원위치시키곤 차에 시동을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거추장스러워 잠시 벗어뒀던 롱패딩에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런 느닷없는 벨 소리에 주혁은 이제 적응했는지 차분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핸드폰을 롱패딩에서 꺼내 들자, 핸드폰은 마치 갓난아기가 울 듯이 우렁차게 울려댄다. 그대로 주혁이 통화를 누른다.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29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의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주혁이 1번을 누른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저녁 9시’, 2번 ‘아침 9시 56분’, 3번 ‘새벽 1시’, 4번 ‘48 ’,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보이스피싱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키워드를 쏟아냈고, 주혁은 키워드를 듣자마자 입이 열렸다.
“ 하나만 바뀐 거 같은데? ”
키워드가 1번부터 4번까지 아직은 안 들리는 5번을 제쳐둔다 쳐도, 어제 선택한 2번만 새로운 키워드가 추가됐다. 나머진 그대로였다.
“ 흠······ ”
호기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주혁은 확인을 위해 이번에 새로 추가된 2번 키워드를 다시 눌렀다. 만약 다음 보이스피싱에서 또다시 2번만 새로운 키워드가 추가된다면 뭔가 법칙이 있는 게 확실했다.
주혁이 2번을 누르자.
-띠익
터치 음을 끝으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아침 9시 56분’입니다! ] [ 성천바이오는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이 췌장암 동물에 투여한 결과,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부작용인 체중 감소 없이 암 조직이 사멸 수준까지 감소된 공식 입장을 아침 9시 30분에 발표합니다. 이 공식 입장은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으로 인해 ‘아침 9시 56분’에 끝마칩니다. ]-뚝
신약개발? 주혁은 전화를 받자마자 고개를 갸웃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영역. 어찌 됐건 주혁은 보이스피싱이 끊기자마자, 성천바이오를 검색했다.
『성천바이오 신약개발 성공할까?』
『신약개발 ‘성천바이오’ 관심.』
몇몇 기사가 떴는데, 대부분 관심 수준의 기사들이었다. 기사를 확인하던 주혁이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58분.
시간은 아침 10시 58분.
“ 오늘은 아니란 소리네. ”
이미 ‘아침 9시 56분’을 넘은 시간. 아직 신약개발에 관한 기사가 하나도 없다. 주혁은 핸드폰을 조수석에 대충 던져놓고 패딩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다. 그리고 방금들은 성천바이오의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제 수첩에는 ‘척살’이라는 영화 정보와 성천바이오에 신약개발 관련 정보까지 2가지가 적혔다.
메모를 마친 주혁은 곧바로 차 시동을 걸었다.
다시 돌아온 집.
집에 도착한 주혁은 입고 있던 패딩을 벗지도 않고, 곧장 노트북을 켰다. 아직 신약개발에 관한 확정기사는 나지 않았다.
“ 호재······ ”
검색하던 주혁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생각. 몇 주 전 빅엔터로 이적한 유지석 때문에 주식을 제대로 경험해본 주혁은 몇몇 지식을 얻었었다.
뭐가 됐든 호재가 터지면 주가는 오른다.
그리고 오늘 보이스피싱에서 말한 신약개발에 대한 정보는 성천바이오에 분명한 호재가 될 것 같았다. 주혁은 곧바로 HTS 프로그램을 켰다. 프로그램이 켜지자마자 성천바이로를 검색.
-성천바이오 8,495(+8.92)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치 때문일까? 성천바이오의 주가는 이미 오르고 있었다.
“ 빨리. ”
주혁은 성천바이오의 주가를 확인하고는 빠르게 증권통장으로 돈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쌀 때 많이 사놔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125,946,280원
증권통장에는 여분에 돈 몇십만 원을 뺀 1억 2천만 원 정도. 주혁은 곧장 성천바이오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시간 뒤, 주혁의 주식 현황은.
-성천바이오 14,825
-매수 8,495(+8.92%) 금액 125,938,375
-현재 8,520(+9.25%) 금액 126,309,000
-손익 370,625
그새 몇 프로가 올랐다. 주식 현황을 쳐다보던 주혁은 무심하게 HTS 프로그램을 끈다. 이제부터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성천바이오의 신약개발 호재가 언제 발표될지는 모르니,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 으으윽! ”
그때 주혁이 기지개를 켜면서 벌렁 옆으로 돌려 눕는다. 그 상태로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주혁의 숨이 침대에 스며들어서 얼굴이 따듯해진다.
얼마간 그 상태로 누워있던 주혁이 목을 축일 겸 해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때.
“ 엉? ”
바닥에 놓여있는 두툼한 지갑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굉장히 낯선 느낌에 지갑이었는데, 지갑을 보며 잠시 생각해보니 알 것 같았다.
“ 아, 취객 좀비. ”
버스사고에 대한 미래 정보를 듣고, 주혁이 사고를 막았던 그 사고의 시발점인 취객 좀비. 벤치에 엎어져 있다가 경찰에게 끌려간 후 벤치 아래에 떨어져 있던 지갑을 주혁이 주워왔었다.
잠깐 잊고 있었다. 주혁은 별생각 없이 지갑을 펼쳤다. 제일 먼저 보이는 신분증.
“ 생각보다 젊네. ”
신분증상에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나이를 확인한 주혁이 잠시 그때 취객 좀비의 외형을 떠올린다.
“ 적어도 50대로 보였는데. ”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뭣보다 흰머리가 많았다. 그래서 영락없이 50대 이상은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40대라니?
고개를 갸웃하던 주혁이 지갑에 들어있는 현금을 확인한다.
“ 흠······ ”
천 원짜리 몇 장.
물론, 요즘이야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니 그렇다 치지만. 괜히 이 두툼한 지갑에 천 원짜리 몇 장을 보니 주혁의 마음이 괜스레 뭉클해진다.
주혁은 그대로 지갑에 꽂혀있는 카드들을 확인했다. 카드들이 종류별로 빼곡히 꽂혀있다. 촘촘하게 박힌 카드를 보던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신분증으로 돌아온다.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세진.
“ 할 것도 없는데 이거나 돌려줄까? ”
말을 끝낸 주혁 지갑에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김세진
-010-1111-2222
누군가에게 전해주려다 까먹고 지갑에 계속 끼고 살았는지, 본인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가 적혀진 쪽지가 있었다.
주혁은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뚜루~뚜루~
신호가 3번 정도 이어지다가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
목소리가 병자 같았다. 목에 흙이 잔뜩 들어있는 듯한 까끌까끌한 목소리.
“ 김세진씨 되십니까? ”
“ ······그런데요. ”
“ 제가 며칠 전에 그쪽 지갑을 주웠는데요. ”
“ ······아. ”
지갑 잊어버린 것도 방금 알아챘는지 지금에서야 김세진이란 남자는 부스럭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찾는 소리를 냈다.
“ 어디서······ ”
“ 버스정류장 벤치에서요. ”
“ 아, 감사합니다. 어디 밖에서······ ”
김세진의 말을 잘라먹고 주혁이 빠르게 답한다.
“ 사람 많은 곳은 제가 좀 불편합니다. ”
“ 그럼 어디서 만나면 좋을까요? ”
원래 같으면 주운 사람이 주변으로 오라고 하겠지만, 주혁에게 집 말고 편한 곳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집으로 부르기도 뭐하고. 주혁은 짧게 혀를 차며 답한다.
“ 사장님 어디 사십니까. ”
“ 아······괜찮으시면 제 사무실로 오시겠어요? ”
“ 사무실이 어딘데요. ”
“ 야탑역 주변입니다. 사례는 분명 하겠습니다.”
“ 저한테 주소 좀 문자로 보내주세요. 도착하면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
“ 예······감사합니다. ”
-뚝
전화가 끊겼고, 몇 분 뒤 주혁의 핸드폰에 김세진의 사무실 주소가 도착했다.
도착한 야탑역.
주혁은 김세진이 알려준 사무실 빌딩 주차장에 주차했다.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면서 핸드폰에 도착한 사무실 위치를 다시 확인.
“ 7층 ”
김세진의 사무실은 7층에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고, 주혁은 천천히 복도를 따라 사무실로 걸었다. 김세진의 사무실은 복도 제일 끝방이었다.
-705호 아트필름.
사무실에 명패에는 아트필름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필름이라는 단어는 영화판에나 쓰는 상호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주혁은 철문에 노크하고선 문을 열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담배 냄새와 미묘한 퀴퀴한 냄새가 주혁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사무실은 단출했다. 책상 2개,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가죽 소파, 정수기, 그 위에 올려진 커피믹스가 끝이었다.
사무실로 주혁이 들어오자 소파에 누워있던 피폐한 인간이 벌떡 일어난다. 주혁은 앞에 선 피폐한 인간을 보자마자 동질감을 느꼈다.
“ 아, 감사합니다! 제가 김세진······ ”
“ 아뇨 뭐. 여기요 ”
주혁이 지갑을 내밀자 김세진은 몇 번을 굽신거리며 지갑을 받아든다. 그 지갑은 김세진의 뒷주머니로 사라진다.
“ ······여기 앉으세요. ”
“ 아뇨. 가보겠습니다. ”
“ 아! 제가 금방 챙겨오겠습니다. 제가 불편해서 안 됩니다. 앉아 계세요. ”
계속 힘없이 흐물거리던 김세진이 주혁의 어깨를 잡아 소파로 안내한다. 별수 없이 주혁은 소파에 풀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자리에 앉은 주혁을 확인한 김세진은 곧바로 정수기 쪽에서 커피믹스로 인스턴트커피 한잔을 말아서 주혁 앞 책상에 올려둔다.
“ 마시면서 잠시만 계세요. ”
김세진은 주혁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사무실 한쪽에 있는 책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움직이는 김세진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주혁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슬쩍 내렸다. 그리곤,
-호로록
커피 한잔을 입에 머금는다. 그러다 바로 앞 탁자에 올려진 종이뭉치를 발견한 주혁은 생각 없이 슬쩍 종이뭉치를 들어본다. 그런데.
“ 뭐? ”
주혁은 종이뭉치 가장 첫 장에 적힌 제목을 보자마자 입에 머금었던 커피를 뱉을뻔했다.
-척살
-시나리오 김세진
“ 이게 왜 여기. ”
보이스피싱에서 말했던 영화 ‘척살’에 시나리오가 주혁의 눈앞에 있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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