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30
“ 사망? 누가요? 이 사람이? ”
“ 예. 3년 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확인을 중단했습니다. ”
살짝 눈이 커진 주혁의 시선이 손에 들린 자료에 맞춰졌다. 그의 표정은 마치 ‘죽었다고?’ 같은 얼굴이었다.
잠시간 자료를 보며 침묵하던 주혁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사고. 사고는 좀 확인해보셨습니까? ”
“ 자세히는 확인이 어려웠고, 사고 경위 정도는. 버스와 추돌했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합니다. ”
“ 흠······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네요. ”
“ 예. ”
느닷없는 사망 소식에 주혁이 들고 있던 자료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 알겠습니다. 다음은? ”
“ 예. 일전에 확인하라고 하셨던 핸드폰 번호 말입니다만. ”
심황석 감독의 마약이 들어있던 파우치. 그 속에 꾸깃꾸깃 박힌 쪽지에 적혀있던 핸드폰 번호를 말하는 것이었다.
-스윽.
황실장이 주혁에게 받았던 쪽지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 역시 대포폰이었습니다. ”
“ 역시나 그랬습니까? ”
“ 예. ”
“ 흠. 뭐 어쩔 수 없죠. ”
주혁이 한숨을 픽 쉬며 쪽지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려는 찰나였다.
“ 다만, 이 번호의 통화내역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스윽.
황실장이 여러 번호가 차례로 빼곡하게 적힌 종이 몇 장을 주혁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황실장이 표시해둔 것인지, 중간마다 형광색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 이 밑줄은? ”
“ 주기적, 반복적으로 찍힌 번호들을 표시하고 확인해봤습니다. ”
“ 그러니까 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놈이 자주 연락하는 번호다? ”
“ 맞습니다. ”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황색 형광펜으로 표시된 번호를 쭉 확인했다. 그런데 번호를 보자마자 주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 ······이 번호. 어디선가. ”
“ 알아보시겠습니까? ”
“ ······ ”
말없이 종이를 쳐다보던 주혁이 느닷없이 핸드폰을 꺼내, 형광펜으로 밑줄 쳐진 번호를 입력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주혁의 핸드폰에 한 명의 연락처가 검색됐다.
-장수림 변호사.
“ 장수림? ”
“ 맞습니다. 장수림의 번호였습니다. ”
짤막하게 대답한 황실장. 주혁이 천천히 핸드폰을 다시 속주머니에 넣으면서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 심황석 감독이 가지고 있던 마약 파우치, 그 안에서 나온 쪽지, 그 쪽지에 적힌 핸드폰 번호, 대포폰, 그 대포폰을 사용하던 놈이 자주 연락한 번호. ’
그 번호의 주인이 장수림? 그 순간 뭔가 떠올린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 류진태? ”
“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저도 이 번호의 주인은 류진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주혁이 턱을 쓸었다.
“ 지금 류진태가 어딨죠? ”
“ 교도소에 있습니다. 여주 쪽에 있는. ”
“ 음. 만약 이 번호. 류진태가 맞다면 그 인간 일본으로 성매매만 한 게 아니란 소린데. 뭔가 일이 흥미롭게 흘러가네. ”
“ 조금 더 파볼까요? ”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꺼내며 되물었지만,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 아니. 마약 쪽은 일단 멈추세요. 우리가 검찰도 아니고,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대신, 류진태를 가볍게 확인해보세요. 교도소에서 어쩌고 지내는지 정도만. ”
“ 알겠습니다. 다음은 박종주입니다. ”
“ 박종주는 아직 일본에 있습니까? ”
“ 어제 자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정보를 입수하고 박과장이 공항에 잠복했는데. 이게 참. 묘한 인물이 끼었습니다. ”
“ 묘한 인물? ”
-스윽.
고개를 갸웃한 강주혁에게 황실장은 말없이 뽑아온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사진의 배경은 공항이 대부분이었고, 박종주와 처음 보는 남자 그리고 그들을 뒤따르는 양복쟁이들이 찍혀있었다.
이상한 것은 박종주가 메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
“ 딱 봐서는 박종주가 무슨 따까리처럼 보이는데요? ”
처음 보는 남자가 메인처럼 보였다.
“ 박종주는 알겠는데. 이 남자는 누굽니까? ”
“ 확인이 안 됩니다. ”
“ 아, 확인이 안 되는······확인이 전혀 안 된다는 말입니까? ”
주혁이 살짝 놀라며 물어오자 황실장이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저도 처음입니다. 이렇게 정보가 안 나오는 인간은. ”
“ 아. 괜찮아요. 어쨌든 정보가 확인이 안 되는 묘한 놈이라는 건 확실하네요. ”
말을 마친 강주혁이 사진 속에 찍힌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렴풋이 아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모습.
가만히 사진 속 남자를 보던 주혁이 입을 열었고.
“ 뭔가 열 받게 생겼네요. 묘하게. ”
주혁의 말에 살짝 실소한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펼쳤다.
“ 여기서 재밌는 것이 있습니다. ”
“ 재밌는 것? ”
“ 예. 박종주가 예전부터 준비해온 것인지, 아니면 오자마자 움직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GM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 부분. ”
“ GM엔터테인먼트? 아니 왜 갑자기 엔터회사를. ”
-스윽.
GM엔터테인먼트라는 소리를 들은 주혁이 말끝을 흐리며 팔짱을 꼈고 생각에 빠졌다. G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2위~3위라고 평가되는 엔터테인먼트였다.
물론, 비슷한 규모의 엔터 회사가 있긴 했지만,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 GM엔터테인먼트라······ ”
짧게 읊조린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사진으로 향했고, 뜸 들이던 그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 이 새끼들 뭔가 설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
그 순간 강주혁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음 날. 18일.
황실장에게 GM엔터테인먼트 사정을 조금 확실히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다음 날부터, 주혁은 다시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영화 간 큰 여자들.
약 한 달 전 촬영대본인 콘티 작업에 들어간 최명훈 감독은 이미 척살로 이 작업이 익숙한 탓과 원작자인 송미진 작가가 콘티작업에 동참하면서 작업 속도를 높였고, 다행히 사전 시각화 작업이라 불리는 콘티를 빠르게 완성시켰다.
주혁은 최명훈 감독이 완성시킨 콘티를 확인하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 바로 제작 회의 들어갑시다. ”
그의 말 한마디에 간 큰 여자들의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이어진 제작 회의에는 강주혁을 포함해 최명훈 감독, 원작자인 송미진 작가.
그리고 이번 최명훈 감독 사단에 포함되면서 보이스프로덕션에 소속된 제작, 연출, 촬영, 캐스팅팀 등 스텝 중 헤드급 스텝이 참여했다.
3층 미팅룸에 모인 인원들을 쭉 둘러보던 주혁이 포문을 열었다.
“ 배우부터 시작합시다. ”
-팔락.
강주혁이 제작 회의 시작을 알리자, 모든 인원이 앞에 놓인 자료를 한 장 넘겼고 크게 헛기침을 한 제작부 실장이 손을 들었다.
“ 그 하정훈씨는 확정입니까? ”
제작부 실장의 말에 모여있던 모든 스텝의 기대 섞인 시선이 주혁에게로 꽂혔다. 그 기대를 부응하듯이 주혁이 픽 웃었다.
“ 확정입니다. 배우 계약 날이 정해지면 부르기만 하면 됩니다. ”
“ 오오! ”
“ 크- 하정훈. ”
사장의 확답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때 짐짓 진지한 표정의 최명훈 감독이 몸을 슥 내밀었다.
“ 사장님. 그- 류진주 씨는. ”
“ 아, 일단 마진희 역에 1순위는 류진주로 밀어봅시다. 시나리오는 저번에 넘겼어요. 반응은 긍정적이긴 했는데, 류진주가 연습해오는 가이드 리허설 보고 결정합시다. ”
사실, 주혁은 이번 영화 간 큰 여자들에 한가지 법칙을 세웠다. 모든 배우의 가이드 리허설, 즉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를 보고 결정한다는 것.
“ 그래도. 뭐, 류진주님 정도면 기깔나게 뽑아오겠죠. ”
“ 하하. 감독님. 류진주에 대해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
주혁의 물음에 최명훈 감독은 그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었다. 순식간에 제작 회의의 분위기가 탁 풀렸고, 그 순간 주혁이 캐스팅팀을 보며 말을 이었다.
“ 황다빈 역에는 말숙 씨를 포함시켜서 캐스팅을 진행하세요. ”
“ 알겠습니다. ”
“ 도공주 역은 주조연급 배우로 알아보시고, 황다빈 역은 조연부터 단역까지 폭넓게 봅시다. 그리고 조금 빡빡하겠지만, 작은 단역부터 조단역까지 모두 오디션을 통했으면 좋겠어요. ”
그때 최명훈 감독이 끼어들었고.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좀 길게 가지고 가더라도, 전부 의미 있는 배우들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고, 보이스프로덕션이 처음으로 자체 제작하는 영화 간 큰 여자들의 1차 제작 회의는 꽤 길게 이어졌다.
같은 시각, 상암 WTVM 사옥 예술원.
상암 WTVM 사옥 예술원에서는 만능엔터테이너 노래파트와 댄스파트 예선전 녹화가 한창이었다. 노래파트와 댄스파트는 앞선 연기파트와는 다르게, 지금껏 동시에 진행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주혁이 심사를 보는 연기파트에서 꽤 많은 참가자가 추려진 탓이었고, 그 추려진 참가자들을 모아서 노래와 댄스를 한 번에 보는 형식이었다.
즉, 노래 쪽 심사위원 박종우, 댄스 쪽 심사위원 민효정은 항시 같은 날에 녹화를 진행했다.
“ 잘 봤어요~ 이미소씨는 걸그룹 ‘포프린’ 멤버죠? 확실히 퍼포먼스는 좋아요. 시선 처리도 확실히 센스있고, 다만, 음. 선배님은 어떠세요? ”
“ 가창력이 좀 아쉽네. 그래도 예선전에서 떨어질 실력은 아니야. 본선까지는 봐도 되겠는데. ”
“ 아, 그럼 전 합격입니다. ”
“ 본선 때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요. ”
“ 감사합니다!! ”
참가자 이미소를 끝으로 노래, 댄스파트의 녹화가 마무리됐다. 조연출의 슬레이트로 녹화의 끝을 알리자, 참가자들의 프로필을 정리하던 민효정이 박종우에게 말을 걸었다.
“ 처음으로 나온 애가 너무 임팩트가 강해서 그랬나? 뒤쪽으로 나온 친구들이 너무 평범했어요. ”
“ 그렇지. 이름이 뭐더라? 장주현? 장주연? 하여튼 그 분위기 약간 공포스럽던 애. ”
“ 맞아요. 5대5 단발머리던 친구. 안 그럴 거 같더니 시작하자마자 춤을 너무 잘 춰서 깜짝 놀랐어요. ”
“ 노래도 잘해. 캐릭터가 있어. 아, 걔도 잘하던데, 마니또 걔. ”
“ 아, 수현이요? 마니또 얘들은 뭐 워낙에 실력 좋으니까. 수열선배 애들이잖아요. ”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민효정이 자신의 것과 박종우가 가지고 있던 참가자들의 프로필까지 합쳐서 연출팀 스텝에게 건넸을 때였다.
책상에 쌓여있던 또 다른 프로필들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그 프로필을 보며 민효정이 옆에 있는 스텝에게 물었다.
“ 이 프로필들을 뭐예요? ”
그러자 민효정에게 받은 프로필을 정리하던 스텝이 답했다.
“ 아- 그거 연기파트 예선전 프로필 정리한 거요. 오른쪽이 탈락, 왼쪽이 합격자. ”
“ 와, 이게 전부 연기 쪽 참가들? 엄청 많네. ”
그때 갈 준비를 마친 박종우가 슬쩍 끼어들었다.
“ 연기 쪽이 그 사람이지? 강주혁씨. ”
“ 맞아요. 강주혁 씨가 연기 쪽 메인 심사 보시잖아요. 하루에 500~700명씩 봤다던데. ”
“ 허이구. 우린 힘들다 징징거리면 안 되겠어. ”
박종우의 농담에 피식한 민효정의 눈에 무언가 띄었다. 강주혁이 합격을 준 참가자들의 프로필에 빈틈없이 무언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 이게 뭐지? ’
호기심에 프로필을 슬쩍 확인한 민효정의 눈알이 커졌다.
‘ 헐. 이게 전부 코멘트야? ’
장점이 무엇인지, 단점은 무언인지, 발전 가능성부터 시작해서 탈락된 이유, 거기다 자세부터 발성, 캐릭터 소화 능력 하다못해 숨 쉬는 타이밍까지.
코멘트가 마치 시나리오에다가 캐릭터 분석을 적어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 그렇게 민효정이 혀를 내두르며 프로필을 볼 때, 옆에 있던 박종우가 다시 스텝에게 물었다.
“ 이건 무슨 표시래? 이 참가자 이름 옆에 빨간 별표 그려둔 거. ”
“ 아아. 그건 강주혁 님이 괜찮다 싶은 참가자들 표시해둔 거라던데.”
“ 괜찮다 싶은 참가자? ”
“ 예. 강주혁 님이 매번 심사를 보면 프로필에 별표로 표시를 해두는데, 그게 요주인물이예요. 실력이나 뭐 캐릭터 있는 친구들. ”
“ 아. ”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박종우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민효정이 뭔가 파악한 듯이 빠르게 별표가 그려진 참가자들을 전부 확인했고.
“ 선배님. ”
“ 응? 왜? ”
“ 이거 별표 그려진 참가자들······ ”
“ 왜 뭔데? ”
“ 전부 오늘 우리가 극찬한 친구들이네요? ”
“ 어? ”
박종우가 놀라며 민효정의 손에 들린 프로필 들을 뺐었다. 그 순간 심사위원 강주혁이 빼곡하게 적어둔 코멘트를 보며 그녀가 짧게 읊조렸다.
“ 뭐야. 이 남자······ ”
다음날 19일, 이른 아침.
주혁은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헤나의 싱글앨범 반응을 살폈다.
『역시 헤나! 싱글앨범 ‘ 차가운 이별’ 일주일 동안 전 플랫폼 1위 지켰다.』
『‘차가운 이별’ 헤나, 음원 막강 파워 과시』
『헤나, 싱글앨범 ‘차가운 이별’ 음원 1위』
『가수로 돌아온 헤나 “1위 감사, 앞으로도 ‘헤나’에 맞는 음악으로 보답할 것”』
『음원 플랫폼 차트 1위에 헤나 감격/ 사진』
-노래 좋더라.
-역쉬 헤나는 노래 부를 때가 제일 이쁘지.
-자기 전에 듣고, 지금도 듣고….반복재생중.
-진짜 겨울에 딱 맞는 노래임.
-앗싸!! 다음은 정규앨범 나온다!!!
-오지긴 오지넼ㅋㅋㅋ싱글내자마자, 전체 플랫폼 먹어버리는 클라스.
-클라스는 영원하니까.
-헤나언니ㅠㅠㅠㅠ꽃길만 걸어요.
-보이스프로덕션 공식 너트뷰에 헤나 인터뷰 올렸는데, 존녜.
싱글앨범을 낸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인기는 높아만 갔다.
반면, 김건욱의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데이트폭력’ 의혹에도 김건욱 해외 스케쥴.』
『17일, 얼굴 전부 가린 김건욱 베트남으로 출국.』
『불거진 의혹에도 해외스케쥴? 네티즌들 김건욱에 강한 실망감 표현.』
『3일간 스케쥴 마치고 19일 입국한 김건욱/ 사진』
『‘김건욱’ 공항에서도 여전히 입 다문 모습/ 사진』
-그 와중에 해외에 돈벌러 나갔넼ㅋㅋㅋㅋㅋ
-좀 너무하네.
-소속사 뭐하냐. 입장표명이 없네.
-이쯤까지 입 다문 거면 사실이라는 거지.
-왘ㅋㅋㅋ멘탈보소? 돈 욕심 오지네.
-여자만 불쌍…..
-기자회견을 열든지, 소속사가 따로 발표하든지. 뭐하냐 둘 다?
-김건욱 OUT.
수많은 악플은 기본이었으며 김건욱의 SNS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단어들도 많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주혁이 짜증을 냈다.
“ 소속사는 뭘 하는 거야.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
실제로 김건욱의 소속사에서는 무슨 생각인지 지금껏 공식 입장을 내보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대중들은 당연히 김건욱이 데이트폭력을 한 것이 맞다고 서서히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탁!!
그 바람에 화가 잔뜩 난 주혁이 거칠게 노트북을 덮었다.
이어서 점심 즈음 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김건욱.
발신자는 해외 스케쥴을 마치고 온 김건욱이었다.
“ 어. 잘 갔다 왔냐? ”
“ 응. 형.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
“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보다. 야 너 소속사는 대체······ ”
뭘 하고 있는 거냐? 라고 물으려던 주혁이 말을 삼켰다. 가뜩이나 방금 베트남에서 돌아온 김건욱에게 다짜고짜 묻기가 퍽 난감했다.
결국, 주혁은 다른 말을 꺼냈다.
“ 아니다. 일단, 오늘은 인터넷 하지 말고 집에 가서 푹 쉬어라. 내일 연락할게. ”
“ ······형. 나 요즘 새삼 느꼈어. ”
“ 뭘? ”
“ 형 진짜 대단하구나 싶어. ”
“ 뭔 소리야. ”
“ 아니, 그냥. 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그때 어떻게 버텼······아니야. 하여튼 고마워 형. ”
-뚝.
그렇게 김건욱의 전화는 끊겼고, 끊긴 전화를 잠시간 쳐다보던 주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늦은 밤.
오늘도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한 주혁이 지하주차장으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무거운 몸을 욱여넣었다.
-띵!
이어서 지하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렸다.
-스윽.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주혁의 몸이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 순간.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그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토해냈다.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다. 왠지 모르게 주혁은 전화를 건 것이 김건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 070-1004-1009
보이스피싱이었다. 번호를 확인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고.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서비스 ‘실버’의 남은 횟수는 총 22번입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바람처럼 사라진’, 2번 ‘없어졌던 남자’, 3번 ‘새벽 3시’, 4번 ‘데이트폭력’, 5번 ‘1년 전 겨울’, 6번······]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어? ”
그런데 키워드를 듣던 주혁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유는 주혁의 입에서 쏟아졌다.
“ 왜 ‘데이트폭력’ 키워드가 안 없어졌지?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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