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31
어째서 없어지지 않았을까? 강주혁은 ‘데이트폭력’이라는 키워드가 김건욱의 사건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에서 들린 키워드에는 아직 ‘데이트폭력’ 키워드가 없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 ······ ”
순간 주혁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스쳤고, 주혁이 빠르게 4번 ‘데이트폭력’ 키워드를 선택했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데이트폭력’ 입니다! ] [‘데이트폭력’ 의혹을 받던 배우 김건욱이 베트남 스케쥴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 아침.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경찰은 현장 정황과 유서 등을 토대로 자살로 판단, 김건욱이 사망하고 3일 뒤 김건욱에게 폭력을 당했다 말한 정태림의 여동생이 김건욱의 ‘데이트폭력’은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발표하며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뚝.
그렇게 보이스피싱이 끊겼고.
“ 이게 뭔!! ”
강주혁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주차된 차로 뛰기 시작했다.
-타탁!
이어서 운전석 차 문을 다급하게 열어 재낀 주혁은 곧장 차에 시동을 걸면서도 작게 중얼거렸다.
“ 안된다 건욱아. 제발. ”
-부웅!
주혁이 중얼거리는 틈에 그의 차는 어느새 주차장을 벗어났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주혁은 계속 김건욱에게 전화를 걸어댔다.
하지만 김건욱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 받으라고 이 새끼야!! ”
마치 김건욱이 앞에 서 있는 것 마냥 주혁이 핸드폰을 보며 소리쳤다. 그 순간 강주혁에게 들리는 통화 연결음은 마치 김건욱의 심장 박동 소리 같았다.
-뚜루~ 뚜루~ 뚜루~
-뚜루~ 뚜루~ 뚜루~
통화연결음이 끊기면 다시 걸고, 끊기면 다시 걸고, 다시, 다시, 다시. 주혁은 마치 이 통화연결음이 끊기면 김건욱의 심장이 멈추는 것처럼 느꼈는지, 쉴새 없이 전화를 걸어댔다.
-뚜루~ 뚜루~ 뚜루~
그런 주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건욱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혁은 보이스피싱을 되새겼다.
“ 베트남 스케쥴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 아침. 자택 욕실에서 발견된다고 했어. ”
김건욱은 오늘 아침 강주혁에게 해외 스케쥴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전화했었다.
즉, 시간이 없었다.
-우웅!!
주혁의 차가 더욱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신사, 김건욱의 집 앞.
지하주차장에 차를 약간 삐딱하게 주차한 주혁은 정신없이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뛰었다. 뒤를 돌아볼 시간 따윈 없었다.
1분 1초마다 간담이 서늘했다.
-띵!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대기 중이었고, 금방 내려왔다. 빠르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주혁이 24층을 누른 후 닫힘 버튼을 빠르게 연타했다.
-스르륵.
이어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천천히 주혁을 24층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 후- ”
그 짧은 시간. 주혁은 계속 바뀌는 층수를 보면서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그만큼 제정신이 아니었다. 당연했다.
강주혁에게 있어 김건욱은 어쩌면 이 더러운, 정글 같은 부조리한 연예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친구 같은 존재였다.
남들은 흔하게 가지는 친구. 하지만 주혁에겐 흔하지 않았다.
11살부터 연기를 시작한 강주혁에게 김건욱은 흙장난을 나눈 초등학교 친구였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 먹는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였으며 같이 정상급 배우로 성장해서도 잠옷 바람으로 가볍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어찌 보면 주혁이 속마음을 쉬이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김건욱이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연하게 그를 보이스프로덕션으로 데려와, 같이 지내며 더욱 높은 곳으로 올려놓고 싶었다.
“ 그러니까.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
주혁이 짧게 읊조릴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음을 뱉었다.
-띵!
24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주혁이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복도를 따라 2405호까지 쉴새 없이 뛰었고, 어느새 문 앞에 도착한 그가 순간 멈칫했다.
“ 비밀번호. ”
도어락 커버를 열고, 순간 망설이듯 허공을 떠다니는 주혁의 손이었다.
바로 그때 주혁의 머릿속을 무언가 관통했다. 며칠 전 김건욱의 집 현관문에서 나눴던 대화.
“ 야. 배우라는 놈이 비밀번호가 1239가 뭐냐 1239가. ”
“ 그냥. 귀찮아서. ”
비밀번호가 떠오르자마자, 주혁은 도어락에 1239를 빠르게 눌렀고.
-띠띠띠띠 띠리릭!
도어락에서 통과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빠르게 문을 열었다. 구두를 벗을 정신 따위 없었다. 집 안은 마치 정전이 있는 듯 어두컴컴했고, 주혁은 곧장 욕실로 달렸다.
욕실에는 살짝 열린 틈으로 물소리와 옅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더욱 다급해진 주혁이 욕실 문을 거칠게 열었고.
“ 이런 미친 새끼가! ”
욕조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 김건욱. 그리고 그의 왼쪽 손목에는 붉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혁은 상황파악을 하자마자, 메고 있던 넥타이로 김건욱의 손목 살짝 위를 단단하게 동여맸고.
-턱!
바로 김건욱의 어깨와 허리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현관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 계십니까?! ”
“ 신고하신 분! ”
“ 여깁니다! ”
주혁이 김건욱의 집에 오면서 부른 119 구급대원들이 간이침대를 끌며 거실로 뛰어들어왔고, 강주혁과 구급대원들은 정신을 잃은 김건욱을 눕혀 곧장 집 밖으로 뛰었다.
그 순간 강주혁이 만진 김건욱의 발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몇 시간 뒤, 주변 종합병원.
주혁이 온통 벽이 새하얀 수술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몇 시간 전 응급실에 도착한 김건욱을 본 의사는 곧장 수술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김건욱은 그대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게 벌써 몇 시간 전이다.
이미 시간은 날이 밝아올 시간이었으나 주혁은 피곤한 기색 없이 수술실 앞을 계속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스르륵.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걸어 나왔다. 주혁은 곧장 의사에게 다가섰다.
“ 어떻습니까?! ”
“ 상태가 나쁘지 않습니다. 상처가 많이 깊지 않고, 초기대처가 빨라서 의식만 되찾으면 일반 병동으로 옮기면 될 것 같아요. ”
“ 그렇···습니까. ”
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주혁의 다리가 탁 풀렸고, 희망 섞인 숨이 길게 빠져나왔다.
잠시 뒤.
회복실로 옮겨진 김건욱을 확인한 주혁이 찾아온 경찰과 짧은 조사를 마친 후, 병원 로비에 비치돼있는 수많은 의자 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숨을 돌려야 했다.
“ 후- ”
주혁이 짧게 숨을 내뱉는 순간에도 주변으로 간호사나 병원 관계자들이 수군거리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그러나 주혁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새가 없었고.
-스윽.
속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아까 들었던 보이스피싱을 정리해야 했다.
– ······김건욱이 사망하고 3일 뒤 김건욱에게 폭력을 당했다 말한 정태림의 여동생이 김건욱의 ‘데이트폭력’은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발표하며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 데이트폭력이 아니었다라······ ”
어쨌든 핵심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데이트폭력이 아니었다는 것.
“ 그럼. 그 상처들은 뭐야? ”
주혁은 몇 주 전 정태림이 SNS에 올린 사진들을 떠올렸다. 누가 봐도 폭행을 당한 사진이었다. 어쨌든 확인은 필요해 보였다.
-스윽.
가만히 수첩을 바라보던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짧게 읊조렸고.
“ 어쨌든 건욱이 깨어나기 전에 정리한다. ”
병원 앞 택시를 잡으며 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뒤, 김건욱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주차장으로 돌아온 주혁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승합차 한 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황실장의 차였다.
-끼익.
주혁의 앞에서 멈춘 차에서 황실장이 내렸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황실장의 행색이 나쁘지 않았다. 마치 몇 시간 전부터 깨어있었던 듯한 모습.
“ 새벽부터 죄송합니다.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회사에 있었습니다. ”
왜 회사에 있었는지, 집에는 안 갔는지 물어야 했지만, 다급한 상황이라 그런지 주혁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바로 본론이라 죄송한데, 사람 하나 찾아주세요. ”
-스윽.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펼쳤다.
“ 누구를 찾으면 되겠습니까? ”
“ 정태림이라는 여자의 여동생입니다. ”
“ 정태림이라면? ”
“ 최근 건욱이 관련해서 데이트폭력을 당했다고 SNS에 폭로한 여잡니다. 그녀의 여동생을 찾아야 됩니다. ”
“ 아. ”
황실장도 본적이 있는지, 짧게 말을 뱉으며 다이어리에 메모를 시작했고, 그를 보며 주혁이 다시 물었다.
“ 찾을 수 있습니까? ”
“ 가능합니다. ”
“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
“ 최근 꽤 화제에 올랐던 여자고, 그 여동생을 찾는 거니······오늘 안에 찾아보겠습니다. ”
“ 연락처까지 확인이 되면 좋습니다. ”
“ 알겠습니다. 확인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텅!
-끼리릭!
다부진 대답을 내놓은 황실장이 다시금 차에 타서는 마찰음을 뱉으며 주혁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황실장이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주혁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바로 연결되지 않았고.
약 5번의 시도 끝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예. 여보세요. ”
목소리는 남자였다. 자다 일어났는지, 굉장히 황망한 음성이 들렸고.
“ 건욱이 매니저 맞죠? ”
“ 네······어디시죠? ”
주혁이 전화를 건 것은 김건욱의 매니저였다.
“ 강주혁입니다. ”
“ 아, 강주······예? 강주혁 씨요? ”
“ 네. ”
“ 어? 제 번호는 어찌? ”
“ 예전에 건욱이 광고촬영장에서. ”
“ 아아. 맞다! 근데 무슨 일로. ”
매니저의 물음에 주혁이 차에 다시금 타면서 짧게 답했다.
“ 지금 당장 만나야겠습니다. ”
30분 뒤.
김건욱과 꽤 가까이 살고 있었는지, 매니저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꽤 빨랐다. 커다란 검은색 벤을 확인한 주혁이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차에서 내린 주혁을 확인한 매니저 역시 주변에 차를 주차한 뒤, 강주혁에게로 뛰어왔다.
“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일단, 타세요. ”
강주혁을 보자마자, 꾸벅 인사를 하는 김건욱의 매니저는 역시나 나이가 꽤 어려 보였다. 예전 김건욱의 광고촬영장에서도 의아했었다. 어째서 김건욱에게 이런 경험 적은 매니저가 붙었는지.
-텅!
어쨌든 매니저는 군말 없이 주혁의 차에 탔고, 매니저가 당황할 것을 대비해 주혁은 김건욱의 상태를 바로 알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먼저 물었다.
“ 매니저님. 지금 건욱이 소속사 내부 사정이 안 좋습니까? 왜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죠? ”
대뜸 들어온 질문에 매니저가 난감한 듯 어물거리다 이내 강주혁을 쳐다봤다.
“ 그게······회사 사정이 안 좋다기보다, 사장님이 좀. ”
“ 사장이 왜요? ”
“ 아······음. 저 그게. 절대 어디 가셔서 제가 말했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
“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
답을 들은 매니저가 탁 한숨을 쉬었고.
“ 저도 여기 다닌 지 얼마 안 돼서 자세한 건 모르는데, 예전에 계시던 사장님이 돌아가시면서 그 아들이 최근 자리를 차지했는데. 거의 망나니 새끼예요. ”
“ 망나니? ”
“ 예. 한 2년 됐는데, 술이랑 여자 좋아하고 회사 관리는 뒷전. 아니, 능력이 안 돼요. 회사를 관리할 능력이. 건욱이 형 데이트폭력 터졌을 때도, 거의 일주일 동안 연락 안 되다가 겨우 나타나서는 반박기사 몇 개 내주는 게 끝이었어요. ”
주혁이 바로 되물었다.
“ 그런 인간이 어떻게 사장이 된 겁니까? ”
“ 저도 거기까진 잘 몰라요. 어쨌든 전 사장이 일궈놓은 연예인들 전부 떠나고, 지금은 계약 때문에 묶인 건욱이 형하고, 신인들 몇 명이 전부고. 건욱이 형도 이제 1년 남아서, 버틴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터지는 바람에.”
예전 광고촬영장에서 김건욱의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고, 순간 주혁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어쨌거나 매니저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솔직히 건욱이 형 정도 되는 탑배우가 스캔들이나 구설수가 터지면 소속사 차원에서 초장에 강력 대응하면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저따위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시간 보내니까, 건욱이 형만 힘들고······사실 소속사도 소속산데. 건욱이 형은 다른 쪽으로도 한 1년 시달리는 중이었거든요. ”
“ 다른 쪽? ”
“ 아······그게. 스읍. 잠시만요. ”
잠시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매니저가 갑자기 주차해놓은 벤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주혁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 안에 사진이나 문자 내용 좀 보세요. ”
매니저가 건넨 것은 흰색 핸드폰이었다.
살짝 의아하긴 했으나 주혁은 곧장 핸드폰을 받아,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분 뒤 강주혁의 얼굴이 더욱 의아하게 변했다.
“ 이건. ”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특이할 게 없었다. 사진첩에는 일반적인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보낼만한 내용의 톡 들이 스샷으로 찍혀있었고, 문자에 저장된 대화도 비슷한 내용.
가끔 과격한 단어들이 보이긴 했지만, 크게 문제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김건욱의 답장은 전혀 없다는 것.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주혁이 매니저를 다시 쳐다봤다. 그러자 매니저가 머리를 긁으며 설명을 늘어놨다.
“ 그게 전부 정태림이 건욱이 형한테 1년 동안 혼자 보낸 거예요. 외장 하드에 다른 사진도 많아요. ”
“ ······왜 혼자? ”
“ 건욱이 형. 그 여자랑 1년 전에 헤어졌어요. 그랬더니 다음날부터 바로 사생팬처럼 주구장창 쫓아다니면서. 형을 괴롭혔어요. 옆에서 보는 제가 질릴 정도로. 건욱이 형은 연예인이니까 함부로 행동을 못 하는 데다가, 형이 시달리다 못해 신고한다고 하면 정신과 다니는 사진 같은 거나 병원에 입원한 사진 보내면서 그러지도 못하게 하고. 잠시 잠잠하다 다시 나타나고······어후 진짜 미친년 같다니까요. ”
“ ······ ”
답을 들은 주혁이 가만히 핸드폰을 내려다볼 때, 매니저가 한숨을 길게 뱉었고.
“ 어후 진짜. 정신병 걸린 전 여친에 그 미친년이 터트린 스캔들, 악플들, 소속사 사장은 병신이고. 대중들은 범죄자 취급. 어휴 시발. 아 죄송해요. 근데 저도 너무 답답해서. 제가 이런데 형은 오죽할까요. 그간 버틴 게 용 한 거지. ”
어느새 서늘한 눈빛으로 변한 주혁의 시선이 핸드폰에서 매니저로 바뀌었다.
“ 지금 그 사장은 어딨습니까. ”
“ 어휴. 그 새끼 지금 베트남에 있어요. 건욱이 형 해외 스케쥴 갈 때 따라와서는 자기는 일 볼게 남았다고 했는데, 지랄. 그냥 놀다 오는 거겠죠. 미친 새끼. ”
“ 언제 돌아옵니까? ”
“ 내일이요. ”
-스윽.
매니저에게 받은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은 주혁이 그때야 매니저에게 김건욱의 현 상태를 알렸고, 놀라자빠진 매니저가 곧바로 벤을 타고 사라졌다.
사라지는 벤을 잠시간 쳐다보던 주혁도 어금니를 꽈득 물며 차를 출발시켰다.
비슷한 시각, 무비트리 회의실.
김건욱의 데이트폭력 사건이 터진 후부터 무비트리가 제작 준비 중이던 ‘19살 그리고 20살’은 올스톱 상태였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긴 했지만, 김건욱의 여론은 더욱 나빠졌기에 무비트리가 전체회의를 잡았다.
이 회의에는 무비트리 사장인 송사장과 19살 그리고 20살의 연출을 맡은 김필수 감독, 헤드 급 스텝과 무비트리 내부 직원들이 참여했다.
가장 먼저, 문제를 대두시킨 것이 제작팀장이었고.
“ 사장님. 빨리 남주 교체 잡아야 합니다! 더 기다리면 늦어요. ”
캐스팅팀 팀장이 말을 이어받았다.
“ 맞아요! 아직 MV e&m 쪽이 이강찬 홀드 잡힌 거 모르고 있을 때니까, 지금 하자고 하면 바로 할 겁니다. ”
“ 흠. ”
틀린 소린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상황에 가장 적합한 판단일지 몰랐다. 이대로 김건욱만 고집하다, 그를 보는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면 까딱 이강찬도 김건욱도 사라질 상황.
하지만 송사장은 다른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 김건욱 빼내고 이강찬 넣는 거야 어렵겠어? 문제는 보이스프로덕션이야. 이강찬을 넣으면 강하진이 빠져. ”
“ 예? 왜 그게 그렇게 흘러가는지. ”
“ 너희는 몰라도 돼. 하여튼 빠져. 무조건. 그건 곤란해. 이 역할은 무조건 강하진이 해야 해.”
당연했다. MV e&m 소속 이강찬을 남주로 넣으면 강주혁이 무조건 강하진을 빼낼 것이 자명했다.
“ 그, 그렇다고 이렇게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
“ 후- ”
제작팀장의 외침에 송사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감쌌다. 척살 이후 제작하는 영화. 그만큼 중요했고, 송사장 역시 목숨을 걸고 하는 영화였다.
그런데 송사장이 뱉은 말은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
“ 사, 사장님!! ”
회의실에 모인 모두가 기다리자는 말에 당황했지만, 답은 짧았다.
“ 아직. 그놈한테서 연락이 없어. 움직이고 있을 거야. 분명. ”
송사장의 예상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김건욱의 소속사 사장이 사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턱 봐서는 빼빼 마른 허수아비 같은 형태였다. 그런 소속사 사장이 꽤 고급스러운 의자를 빼내어 몸을 던졌다.
“ 후- 또 여기네. 베트남 좋았는데. 흐흐. ”
변태 같은 웃음을 던진 소속사 사장이 인터폰을 눌렀다.
-띠익.
“ 네. 사장님. ”
“ 커피. ”
“ ······알겠습. 어? 잠시만요! 저기요! ”
조곤조곤 대답하던 직원이 갑작스레 소리쳤다.
“ 뭐야? 왜 저래. ”
그 격앙된 목소리에 소속사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덜컥!!
사장실의 문이 부서질 듯 열리더니, 무심한 듯 영혼 없는 얼굴을 한 남자가 코트를 펄럭거리며 걸어왔다.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장이 외쳤다.
“ 뭐, 뭐야! 당신! 어? 가, 강주혁? ”
소속사 사장은 어정쩡한 자세로 의자를 뒤로 쭉 뺐고, 강주혁을 뒤따라 직원 몇 명이 따라 들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직진했고.
-탕!!!
어느새 소속사 사장 앞에 도착한 주혁이 책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 손에는 종이 몇 장이 들려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소속사 사장은 어버버거렸다.
“ 뭐, 뭐야! ”
그런 허수아비를 노려보며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 야. 김건욱 내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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