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32
허수아비를 닮은 소속사 사장이 어정쩡하게 서서 주혁을 올려다봤다. 키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어쩔 수 없었다.
“ 다, 당신. 뭐라는 거야. 갑자기 와서. ”
명백하게 당황한 소속사 사장에 비해, 주혁은 꽤 냉철하게 답했다.
“ 김건욱 내놓으라고 말했어. ”
“ 아니. 그러니까 다짜고짜 그게 무슨 소리냐고. ”
-스윽.
소속사 사장의 말이 끝나자, 주혁이 책상에 내리쳤던 손을 거뒀다. 그러자 그 밑에 있던 종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속 해지 계약서.
“ 해지 계약서? ”
“ 맞아. 사인해. ”
-덜컹!
이제야 상황을 대충 파악했는지, 소속사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 당신! 갑자기 나타나서 이게 무슨 행패야! 야! 경찰 불러! ”
뒤쪽에 어색하게 서 있는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주혁은 여전히 허수아비를 노려보며 담담하게 답했다.
“ 그래. 불러. 대신 경찰이 도착한다면 당신이 지금껏 자행해왔던 모든 것들을 경찰에 얘기하고, 언론을 움직일 거야. ”
순간 소속사 사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무, 무슨 ”
“ 물론, 당신이 죄를 지은 것은 없어. 하지만 없는 죄도 만들어지는 바닥이야. 이 바닥이. 당신은 소속사 사장이고, 그 자리는 도의적 책임이 뒤따르지. ”
“ 도의적 책임? ”
-스윽.
되묻는 소속사 사장에게 주혁이 계약서를 더욱 밀며 말을 이었다.
“ 소속사 사장이 계약한 배우를 나 몰라라 하는 것도 갑질 아닌가? 나는 신경을 안 쓰지만 너는 돈을 벌어와라. 뭐 그런 건가? ”
“ 아, 아니. 건욱 씨 같은 경우는. ”
“ 지금껏 이 소속사를 나온 연예인들 전부 만나 인터뷰 따고, 매니저들 직원들 얘기만 들어도 당신이 얼마나 태만했는지 금방 나올 거야. 하지만 그거론 안되지. 당신 건욱이 폭력사건이 터졌는데, 베트남에서 처 놀다 오셨다고? 소속 배우가 지금 병원에 있는데 말이지. ”
“ 벼, 병원이라니? 그게 무슨. ”
“ 그것 봐. 사장이라는 인간이 소속 메인 배우가 지금 상태가 어떤지 전혀 모르잖아? ”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자, 허수아비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주혁의 입은 멈추지 않았고.
“ 나는 이 사건을 해결할 거야. 사실, 어느 정도 확인이 끝났고, 명명백백하게 확인해서 정확하게 밝혀낼 건데. 당신이 이 계약서에 지금 사인을 안 한다면. ”
소속사 사장에게 더욱 다가서며 서늘하게 말을 이어갔다.
“ 일이 전부 똑바로 잡힐 때, 모든 언론사에 당신 이야기를 끼워 넣을 생각이야. 기사 타이틀은. 그래. 김건욱이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베트남에서 놀다 온 사장. 이런 건 어떨까 싶은데. 재밌겠지? 우리 같은 연예인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는 기분을 느껴봐. ”
“ 저, 저 강주혁 씨. 일단, 진정하고. ”
“ 당신이 이 계약서에 사인을 안 해도 상관없어. 당신이 소송을 걸면 까짓 위약금 좀 물어주고 건욱이 데려오면 돼.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저 건욱이 케어 때문이야. 더는 정신적인 고통을 주기 싫어서. ”
강주혁의 싸늘한 눈빛과 음성 그리고 자신이 자행해오던 과거가 소속사 사장을 고뇌하게 했다.
쉽게 말해, 제 발 저리는 중이랄까?
그 타이밍에 주혁이 결정타를 날렸다.
“ 어떻게 할래. 사인 안 하고 몇 년 동안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소송 싸움하면서 죄인처럼 살래? 하긴. 건욱이 활동 스톱되면 돈 들어올 구멍도 없겠어. 참고로 말해두지만, 여기서 당신이 사인을 안 한다면 난 지금까지 말한 것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거야. 방어할 수 있겠어? ”
즉, 이러나저러나 사인을 안 하면 소속사 사장에게는 죄다 불이익 천지였다. 거기다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강주혁이었다.
최근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그 강주혁.
사실, 김건욱이야 계약 기간이 1년도 채 안 남은 상태. 해봤자 작품 하나 들어가면 끝날 시간이었다. 하지만 허수아비는 순간 허세를 늘어놨다.
“ 그래도 건욱 씨를 이렇게 쉽게 내줄 수는. ”
그때였다.
“ 왜 이렇게 안 내려와! ”
대뜸 사장실 문 앞에서 웬 남자가 소리쳤다.
“ 뭐야. 그 양반이야? 네가 말한 인간이? 오~ 반가워요? ”
어느새 자신 앞으로 다가온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고, 소속사 사장이 얼결에 명함을 받았다. 이어서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띈 로고.
-디쓰패치.
남자는 디쓰패치 박기자였다.
“ ······ ”
소속사 사장은 명함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그 틈에 주혁이 다시금 계약서를 밀었다.
“ 사인. 할 거야 말 거야. ”
같은 날 점심, 사장실.
강주혁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을 때, 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끼익.
이어서 다이어리를 옆구리에 낀 황실장과 어색한 표정을 한 여자 한 명이 들어왔고, 주혁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안녕하세요. 거기 앉으세요. ”
“ 아······네. ”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고, 황실장이 강주혁을 쳐다봤다.
“ 사장님.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
“ 네. 황실장님. 수고하셨습니다. ”
“ 네. ”
-달칵.
황실장이 사장실의 문을 닫자마자, 주혁이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 많이 놀라지 않으시네요. ”
“ 네. 건욱 오빠를 자주 봐서 그런가. 연예인 봐도 막 놀랍고 그렇진 않아요. ”
“ 그래요. 갑자기 요청했는데,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근데. 건욱 오빠 입원했다는 거. 정말이에요? ”
“ 네. 지금 회복 중이긴 한데. 진짜예요. ”
“ 그······ 생명에는. ”
“ 지장 없습니다. ”
“ ······후 다행이다. ”
“ 하지만. 큰일 날뻔한 것도 사실이죠.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커진다면 앞으로 더 큰 일이 날지도 모릅니다. ”
주혁의 말을 가만히 듣던 여자가 챙겨왔던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올렸다.
“ 언니. 정신과 다닌 이력이에요. 근데 진짜 제가 뭘 말한다고 해서, 건욱 오빠 오해 풀릴 수 있는 거예요? ”
“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
여자는 정태림의 여동생이었고, 그녀는 가만히 강주혁의 얼굴을 쳐다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 언니랑 건욱 오빠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예요. 저도 자주 봤고, 그러다 오빠가 아역 배우로 데뷔했죠. 그래도 건욱 오빠는 언니나 저한테 계속 연락하면서 잘해줬어요. 그러다 다들 성인이 되고, 오빠가 언니랑 사귄 게 아마 20대 초반쯤 됐을 거예요. 오래 사귀었죠. 그러다 언니가 집착을 시작해요. 오빠가 배우로서 성공했으니까, 스케쥴도 빡빡하고 바쁜데도, 어디냐, 누구랑 있냐, 전화 받아라. 어후- 미친 듯이 연락했어요. ”
여동생이 잠시 말을 정리하는지,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래도 건욱 오빤 나름 시간 날 때마다 언니 다독이고 그랬는데. 언니의 집착이 점점 심해졌죠. 거의 분마다 카톡을 보냈더라고요. 언니 핸드폰 보니까. 아무리 건욱 오빠라도 그걸 어떻게 버텨요. 그쯤 헤어졌을 거예요. 그리고 언니의 병도 그쯤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
“ 병이요? ”
“ 네. 자해를 시작했어요. ”
주혁이 순간 눈이 커졌다.
“ 자해? ”
“ 일종에 정신병이라는데, 뭔가 뜻대로 안 되면 자신의 몸을 때리는. 그런 거래요. 약간 조울증처럼 괜찮아졌다, 나빠졌다가 그랬어요. 그때쯤부터 언니랑은 따로 살았고. ”
“ 그럼. 이번에 SNS에 올라온 사진들은. ”
“ 맞아요. 언니가 직접 한 거예요. 등이나 목에 있는 상처는 꽤 오래된 상처고, 얼굴은 최근에 했나 봐요. 저도 처음 봤어요. ”
그녀의 말 덕분에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다만,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
“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사건을 벌였을까요? 언니분께서. ”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왜 갑자기 그랬는지. 병이 있긴 했는데, 그렇게 건욱 오빠를 죽이는 짓은 안 할 거라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언니가 감당이 안 돼서 연락 안 한 지 오래됐어요. 아빠 엄마가 매달 찾아가긴 하는데, 갈 땐 거의 정상인처럼 보인다고도 하고. ”
사실, 이 부분은 정태림이 아니고서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주혁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 그럼. 이 사건이 터지고 왜 따로 가족 측에서 해명하지 않았나요? ”
“ 아니에요! 그건. 부모님은 잘 모르셨고, 나중에 저도 기사를 보고 접했는데.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말한다고 오해가 풀리냐고. 왜 그렇게 말씀드렸냐면 기사 보자마자, 건욱이 오빠 회사에 전화도 막 해보고, 여기저기 말을 해봤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방법이 없었어요. 저도 답답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
여론은 자극을 원하고, 언론은 양념을 뿌린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 자극적이니까. 따라서 초기 찌라시를 돌리는 언론은 자극적인 맛에 물을 부어 희석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즉, 아마 이대로 뒀다면 김건욱은 빨릴 대로 빨리다가 잠잠해진 후나 돼서야 오해가 풀렸을 터였다. 그마저도 정확하게 풀리지도 않았겠지만.
어쨌든 얼추 상황을 파악한 주혁이 여동생을 불렀고.
“ 여동생분. 아니, 이름이? ”
“ 은혜요. 정은혜. ”
“ 네. 은혜씨. 지금 이야기. 언론사에서도 해줄 수 있어요? 물론, 얼굴은 안 나가고 아마 변조된 목소리로 나갈 거예요. ”
“ 네. 할 수 있어요. 저······근데 혹시. 건욱 오빠 볼 수 있어요? ”
“ 볼 수 있어요. 좀 나아지면 연락드릴게요. ”
“ 감사합니다. ”
그녀가 고개를 숙였고, 잠시간 그녀를 보던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박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주혁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당일 오후부터였다. 먼저, 정은혜를 대동해 인터뷰를 딴 후 정신과 이력, 김건욱의 핸드폰 등 모인 증거들로 반박기사를 준비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주혁이 박기자를 보며 물었다.
“ 혹시. 나는 알고 싶다 쪽이랑 미팅 가능한가? ”
“ 가능하지. 왜? TV랑 언론이랑 같이 움직이려고? ”
“ 언론만으로는 앞서서 터진 사건을 덮기 부족할 거야. 확실하게 뒤집어야 돼. ”
“ 괜찮겠지. 이 정도 판이면 그쪽도 관심 보일 거야. 타이틀은 내가 정해둔 게 있어. ”
“ 뭔데? ”
“ 댓글이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세계. ”
나쁘지 않았는지,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나는 알고 싶다 측과 미팅이 잡힌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주혁은 그들에게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했고, 지금까지 모은 증거들을 필두로 나는 알고 싶다 측을 설득했다.
“ 요즘 악플 관련으로 많이 사건이 터집니다. 비등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회사나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큽니다. 이쯤에 한번 문제를 상기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
다행히 나는 알고 싶다 측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는지, 주혁의 손을 잡았다.
“ 이 소스로 다음 주 방송분 잡겠습니다. 사실 저희도 이쪽 이야기는 생각 중이었거든요. ”
그리고 본격적인 정정기사가 나가기 시작한 것은 다음 날 오전인 23일부터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강주혁이 관여했으므로 기사의 화력은 꽤 대단했다.
시작은 디쓰패치부터였고.
『배우 김건욱에게 ‘데이트폭력’ 당했다는 정모씨, 알고 보니 자해였다?』
『김건욱의 폭력사건, 모두 정모씨가 꾸민 일.』
『정모씨, SNS 폐쇄.』
『또 악플이? 배우 김건욱 병원에 입원 중.』
『정모씨, 알고 보니 헤어진 후 1년간 김건욱 지독하게 괴롭혀.』
이후로도 정정기사는 계속해서 쏟아졌고, 끝없이 달리던 악플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이것 봐라. 이럴 줄 알았다.
-너희가 김건욱 입원 시킨 거임.
-무조건 양쪽 말 전부 들어봐야 됨.
-이번에는 김건욱 소속사 대처가 늦긴 했음.
-ㅈㄴ 악플 달던 새끼들 꼬리 감췄죠?
-진짜 바로 버로우 타는 것 보소.
-건욱 오빠…. 상태가 어떤 거지…
이어진 다음 날이 돼서야 언론에서도 정확히 상황을 파악했는지, 현재 상태에 관한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정모씨의 집착과 악플에 시달리던 배우 김건욱 결국 극단적 선택, 강주혁이 살렸다.』
『강트맨 강주혁, 이번에는 김건욱 살려.』
『병원 측 “김건욱 생명에는 지장 없어”』
『김건욱의 소속사, 묵묵부답. 왜?』
-이걸 강트맨이 또 해내내.
-아니, 이 정도면 진짜 뭐 있는 거 아니냐?
-진짜 다행이다. 강주혁 너무 멋있다.
-장난칠 때냐 지금?
-신기하긴 하다. 지금 강주혁이 살린 목숨만 몇 개임?
-언젠가 네 목숨도 살려줄지 모름.
-강트맨!
-고맙습니다. 강주혁 씨.
강주혁이 설계한 스노우볼은 빠르게 커져 나갔고, 정확히 25일에 ‘나는 알고 싶다’가 전파를 탔다.
제목은 ‘댓글이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세계’ 였다.
그리고 ‘나는 알고 싶다’가 방영된 다음 날, 김건욱이 의식을 되찾았다.
29일, 김건욱이 입원한 VIP 병실.
손목에 붕대를 감은 김건욱이 창밖을 보고 있다. 바로 그때 병실의 문이 열렸다.
-드르륵.
그에 따라 김건욱의 얼굴이 돌아갔고.
“ 건욱아. 나 또 왔다. ”
추민재 팀장이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를 보며 김건욱이 느릿느릿 웃었다.
“ 형은 인제 그만 와. 지겹다고. 오늘도 주혁이 형은 안 와? ”
“ 임마. 그렇게 말해도 반가운 거 다 알아. 사장님은 너 깨어나기 전까지 매일 왔는데, 어떻게 너 깨어나고 나서 갑자기 일이 쏟아져서. 금방 정리하고 올 거다. ”
“ 그보다. 형. 나 핸드폰 좀 돌려줘. 여기가 무슨 석기시대야? TV도 안 틀어지고 핸드폰도 없고. 심심해 죽겠다. ”
추민재 팀장이 김건욱의 어깨를 툭 치며 의자를 끌어 앉았다.
“ 안돼 임마. 사장님 명령이다. 절. 대. 안. 정. 몰라? ”
“ 그래도 어떻게 된 건지는. ”
-스윽.
그때 추민재 팀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면서 김건욱의 말을 막았다.
“ 사장님이 알아서 싸악~ 정리 다 해놨으니까. 넌 회복에나 집중해. 그리고 이거. 사인하슈. ”
“ 어? 이게 뭔데? ”
“ 보면 알잖아. ”
장난스럽게 웃는 추민재 팀장이 김건욱의 얼굴 앞에 종이를 팔락팔락 흔들자, 김건욱이 살며시 종이를 집어 내용을 확인했고, 곧장 눈이 흔들렸다.
“ 보이스프로덕션 전속 계약서? 이게 뭐.”
살짝 당황한 듯한 김건욱을 보며 추민재 팀장이 가슴팍에 꽂힌 펜을 꺼내 들이밀며 간단히 답했다.
“ 뭐긴 뭐야. 배우 김건욱. 우리 회사가 데려간다는 거지. ”
같은 날, 오후.
주혁이 예전 만능엔터테이너 오프닝을 녹화했던 고깃집을 찾았다. 오늘도 역시 제작팀이 고깃집 전체를 빌린 상태였고.
“ 아, 오셨어요? ”
강주혁이 내부로 들어서자, 박한철 PD가 웃으며 주혁을 반겼다.
“ 네. 제가 좀 늦었습니까? ”
“ 하하하. 아닙니다. 심사위원 분들 중에서 가장 일찍 오셨어요. 자, 올라가시죠. ”
오늘은 만능엔터터이너 본선 녹화 전에 고정 심사위원들의 소개를 더불어, 만능엔터터이너 첫방을 같이 본다는 취지의 모임이었다.
박한철 PD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중에 주혁이 고깃집 내부를 둘러봤다. 예전 오프닝 촬영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전체 스텝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고기를 먹고 있었다.
영락없는 회사 회식 같은 분위기.
잠시간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주혁이 박한철 PD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중앙에 커다랗게 탁자들이 세팅되어있고, 정면으로 사람 5명은 서 있어야 가려질 정도의 크기인 TV가 놓여있는 모습.
“ 아, 사장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딱 중앙에. 하하하. ”
박한철 PD가 주혁을 자신 옆자리로 안내했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 다른 심사위원 분들은 조금 늦으신답니다. 아마 방송 시작하면 오실 것 같아요. 먼저 시킬까요? ”
“편하신 대로 하세요. 다른 스텝분들도 계시니까. ”
고개를 끄덕인 박한철 PD가 조연출을 불렀고, 잠시 뒤 대기하던 메인 작가부터 헤드 급 스텝들이 강주혁 주변을 채웠다.
“ 자, TV 틀어. ”
박한철 PD의 지시로 대형 TV의 전원이 켜졌다. 이후, TV 특유의 전원 소리가 퍼졌고 곧장 광고가 흘러나왔다.
“ 후- 이제 곧입니다! ”
실제로 곧 이었다. 화면 상단에 표시되던 만능엔터테이너 글자가 사라졌으니, 지금 나오는 광고가 끝나면 시작하겠다는 뜻이었고.
“ 시작합니다! ”
정확하게 광고가 끝나자, WTVM에서 만능엔터테이너가 시작됐다. 시작은 예선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장면부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쌈 채소 옆에 놓인 박한철 PD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어냈고.
“ 어, 나야. 나왔어?! ”
그가 빠르게 전화를 받으며 지른 외침에 모여있는 모든 스텝의 시선이 박한철 PD에게 꽂혔다.
“ ······어? 얼마가 나왔다고?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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