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37
“ 맞아. 랜덤박스. ”
예전 최화진이 작곡한 노래 차가운 이별을 들려줬었던 랜덤박스. 그 랜덤박스의 조건이 다시 충족됐다는 여자 음성에 주혁이 살짝 미소지었다.
그 타이밍에 보이스피싱은 키워드를 늘어놨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바람처럼 사라진’, 2번 ‘없어졌던 남자’, 3번 ‘새벽 3시’, 4번 ‘누나 넷 3대 독자’, 5번 ‘1년 전 겨울’, 6번 ‘랜덤박스’]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역시나 마지막 6번이 해금됐다. 주혁은 일단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본 뒤, 현재 키워드를 수첩에 메모했고.
“ 랜덤박스. 이것도 파악은 필요해. 그래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어. ”
짧게 읊조렸다. 다음으로 6번 ‘랜덤박스’를 눌렀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랜덤박스’입니다! ] [강주혁 님의 제2차 ‘랜덤박스’를 개봉하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강주혁 님의 제2차 ‘랜덤박스’에서 미래 음성 녹음파일이 나왔습니다. 문자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뚝!
보이스피싱은 역시나 급작스레 끊겼고.
“ 미래 음성 녹음파일? ”
강주혁이 랜덤박스에서 나온 결과를 읊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띠링!
*070-1004-1009
역시나 핸드폰에 보이스피싱 번호로 문자가 도착했다. 주혁은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문자를 터치했고.
-2차 랜덤박스/ 미래 음성 녹음파일.
-유효기간/ 30일(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파일은 열리지 않게 됩니다.)
-첨부: 1. 미래 음성 녹음파일.
1차 미래 영상파일과 비슷한 형식의 첨부파일이 도착해있었다. 이어서 주혁의 손은 천천히 첨부파일로 움직이던 때였다.
“ 사장님. ”
순간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스윽.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은 주혁이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박한철 PD가 웃으며 서 있었다.
‘ 그래. 여기서 확인하긴 너무 위험하지. ’
어차피 남은 일수도 넉넉하니, 주혁은 일단 머릿속에서 랜덤박스의 생각을 지워냈고.
“ 네. PD님. ”
“ 예선전에서 본선으로 넘어오시니, 느낌이 좀 어떠십니까? ”
박한철 PD의 물음에 곧장 대답했다.
“ 이 심사위원끼리 협의를 통해 합격자를 가리는 포맷. 언제까지 이어집니까. 본선 내내? ”
주혁의 속뜻은 사실, 간단했다.
너무 평화적이었다.
물론, 나머지 심사위원들의 배경이나 실력이 출중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주혁에게 이 자리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물어뜯는 정도까진 아니라도, 싸워서 쟁취해야 했다. 그게 가능성이 보이는 참가자든 보이스프로덕션의 명성이든 뭐든 간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어쨌든 이런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강주혁이 얻을 것은 없었다. 저들은 이미 정상에 올라있고, 강주혁은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도전자.
즉, 축약하자면.
‘ 이 판은 이렇게 평화적이면 곤란해. ’
거기다 이런 포맷은 강주혁의 성격과도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박한철 PD 역시, 같은 마음이었는지 주혁에게 슬쩍 다가와선 목소리를 죽였다.
“ 그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로서도 너무 평화적이면 그림이 너무 평탄해서 별롭니다. 1차는 참가자를 많이 걸러내야 하니 이해해주시고, 2차 본선부터는 날뛰어주세요. 2차부터는 전부 솔로 심사로 진행됩니다. ”
“ 그렇군요. ”
주혁이 슬쩍 미소지으며 답하자, 박한철 PD가 심사위원석에서 천천히 내려가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 좋은 그림 기대 하겠습니다. ”
같은 시각.
세트장 옆 2번 대기실에서 연습 중이던 참가들은 받은 쪽대본을 보며 미친 듯이 대사를 외우며 연습 중이었다.
이미 1번 대기실에 있던 참가자들이 대사를 못 외워 대거 탈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2번부터 5번 대기실에서 연습 중인 참가자들의 긴장도는 수능시험을 방불케 했다.
그런 참가자 중 그룹명 ‘여배우’의 그룹장인 이혜원은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 짜증 나. 하필이면 쟤랑 같은 그룹이라니. ’
둥그렇게 모여 앉은 ‘여배우’ 그룹 중 이혜원 옆옆에 앉은 괴기스럽기까지 한 5대5 단발 장주연을 슬쩍 곁눈질했다.
‘ 쟤는 어떻게 연기, 노래, 춤까지 전부 합격한 거야? 비주얼을 딱 봐도 연예인 되기 글렀는데. ’
이혜원은 속으로 혀를 찼다. 당연했다.
초조했으니까.
그녀의 소속사는 MV e&m. 어렵사리 대기업 MV e&m에 들어갔지만, 배우로서 데뷔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즈음 만능엔터테이너가 시작됐다. 그리고 본선까지 어렵사리 왔는데,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무려 MV e&m의 제작이사 오희연.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쾌재를 불렀다.
딱 거기까진 좋았다. 같은 그룹에 으스스한 장주연이 합류하기 전까진.
‘ 쯧! ’
바로 그때 여전히 다크한 분위기의 장주연이 대사를 쳤다. 그리고 이혜원이 괜한 트집에 시동을 걸었다.
“ 저기요. 대사 좀 밝게 쳐주면 안 돼요? ”
“ 네? ”
같은 그룹에 있는 참가자들은 딱히 느끼지도 못한 것들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 우리 전부가 피해 보잖아. ”
“ ······ ”
“ 계속 그렇게 톤이 다운되니까, 전체적으로 우리가 짠 장면이 우중충해지잖아요. 그럴 거면 아예 대사를 좀 뺄. ”
그 순간 대기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VJ가 재밌겠다 싶었는지, ‘여배우’ 그룹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고, 카메라가 자기 쪽으로 붙은 것을 눈치챈 이혜원이 돌연 말투를 나긋나긋하게 바꿨다.
“ 수는 없으니까, 그- 살짝만 톤 업 해주세요. 응? ”
조심스레 이혜원의 얼굴을 바라본 장주연이 다시금 쪽대본으로 시선을 내리면서 답했다.
“ ······네. ”
사실, 그룹장인 이혜원의 말은 상당히 모순적이었다. 제작진이 내민 과제는 그룹 연기라곤 하지만, 결국 집단에서 뿜어내는 개개인의 능력을 보기 위한 테스트.
대사를 못 외워 상대의 호흡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이상은 다른 참가자의 연기 스타일을 건드릴 이유는 없었다.
“ 부탁해요? 자, 우리 다시 해봐요~ ”
하지만 이혜원은 탈락했을 시 남 탓을 시전 할 사전준비라도 하는 양, 상대방의 연기를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반면, 3번 대기실은 분위기가 통통 튀었다. 어째선지 3번 대기실에는 남자 참가자가 많았고, 그 사이에 걸그룹 포프린의 이미소와 마니또의 수현이 있었기 때문.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미 데뷔를 했거나 연예계에 발을 담근 참가자가 많은 2번 대기실에 비해, 3번 대기실에는 비연예인이 많았다. 그들은 비록 인기가 폭발적인 걸그룹은 아니더라도, 그녀들을 연예인 보는 듯 대했고.
“ 아! 실수했어요! 죄송해요. ”
“ 아하하! 괜찮아요. 다시 하면 되죠! ”
“ 자자, 다시 처음부터! ”
이 모든 과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한 시간 뒤.
녹화가 재개되고 어느새 2번 대기실의 참가자 그룹도 절반 정도 심사가 끝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합격자는 20명 남짓.
하지만 탈락자는 그 3배에 달했다.
덕분에 스텝들은 슬슬 나누어져 반은 탈락자들의 인터뷰를 따고, 반은 남아 심사를 촬영했다.
그리고 이어서.
“ 안녕하세요! 저희는! ”
“ 그룹 ‘여배우’ 입니다!! ”
‘여배우’ 그룹이 무대에 올랐고, 참가자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주혁의 눈이 빛났다.
‘ 장주연. ’
예선 때부터 눈여겨보던 장주연이 포함된 그룹이었기 때문. 끝에서 두 번째에 서 있는 장주연은 여전히 수수했다. 특유의 드라이한 분위기도 그대로였고.
-스윽.
이어서 참가자들의 프로필을 보던 장황수가 핸드마이크를 집었다.
“ 허~ 여기 MV e&m 소속이 있네. ”
“ 어? 정말? 아- 진짜네. 어머. 안녕? ”
처음 알았는지, 프로필을 확인한 오희연이 이혜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혜원이 속으로 ‘됐다!’를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숙였고.
“ 선배님! 안녕하세요! ”
“ 응. 그래. 열심히 해~ ”
응원을 받은 이혜원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이어서 장황수가 다시 질문을 이었다.
“ 그래요. 집중된 김에 그룹장인 이혜원씨. ”
“ 넵! ”
“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동안 어땠어요? ”
“ 모인 분들과 재밌게 연습했어요! 무대에 올라오면서도 즐겁게 즐기다 내려가자 생각했습니다! ”
남들이야 어떤 마음이든, 교과서 같은 이혜원의 대답을 가만히 듣던 주혁이 담담하게 마이크를 집었다.
“ 무대가 끝나고도 그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겠어요? ”
“ ······예? ”
“ 아니. 혜원 씨가 아니더라도, 이 무대가 끝나면 분명 누군가는 가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
강주혁의 칼 같은 질문에 이혜원이 명백하게 당황하며 심사위원 오희연을 쳐다봤다. SOS였다.
“ 어······ ”
하지만 오희연은 그저 참가자들의 프로필을 보고 있을 뿐이었고, 잠시간 이혜원의 대답을 기다리던 주혁이 진행을 알렸다.
“ 일단, 알겠습니다. 시작하세요. ”
잠시 뒤.
짤막한 연기를 끝낸 ‘여배우’ 그룹이 무대에 일자로 주르륵 서서 심사위원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평가를 내려 달라는 뜻이었고.
가만히 무대를 내려다보던 강주혁이 뜻밖의 인물을 맞닥뜨린 듯이 프로필을 다시 확인했다.
‘ 도경태? 예선전에 이런 애가 있었던가? 괜찮은데? ’
바로 그때 오희연이 작게 입을 열었다.
“ 나는 여기서 이혜원, 도경태가 괜찮은데? ”
그 말을 장황수가 붙잡았고.
“ 나는 도경태만. ”
프로필을 보며 펜을 휘휘 돌리던 주혁이 반기를 들었다.
“ 이혜원은 테크닉은 있는데, 해석이 없는데요. 사실 이 과제는 테크닉은 기본이고, 인물 해석을 어찌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혜원 연기는 어떤 인물인지 그려지지 가 않아요. ”
“ 으음? 주혁아. 테크닉이 됐다는 건 기본은 됐다는 거잖아? 기본이 됐으면 발전 가능성이. ”
“ 저희가 기본만 된 친구들 뽑자고 여기 앉아있는 건 아니니까요. ”
“ ······좋아. 그럼 넌 누가 괜찮은데? ”
주혁이 주저 없이 말했다.
“ 장주연. 도경태. 나머진 제 기준으로 탈락입니다. ”
“ 주혁아. 내 기준에서도 장주연은 스타성이 전혀 없거든?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일단 도경태는 만장일치니까, 올려보내고. 이혜원, 장주연. 이 둘은 의견이 합쳐지지 않으니까. ”
“ 일단, 올려놓고 2차 때 한 번 더 보자? ”
주혁이 자신의 말을 잘라먹고 들어온 것이 살짝 기분 상했는지, 오희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 맞아. ”
썩 내키진 않았지만, 어차피 1차 본선은 협의 포맷. 여기서 왈가왈부해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라 느낀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좋습니다. ”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던 오희연은 생각했다.
‘ 좋습니다? 이거 완전 저놈이 허락해준 것 같잖아? ’
오희연은 살짝 기분 더러워진 것을 느꼈지만, 이미 반격할 타이밍을 놓쳤다. 짧게 혀를 찬 오희연이 합격자 발표를 시작했다.
“ 전체적인 연기 흐름은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너무 평면적인 인물묘사를 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어- 그래서. ‘여배우’ 그룹의 합격자는 장주연, 이혜원, 도경태씨. 축하드려요. ”
합격의 기쁨도 잠시, 속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던 이혜원이 장주연을 번뜩 쳐다봤다. 이혜원의 표정에는 누가 봐도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얘는 왜 자꾸 붙는 거야? ’
이어서 심사는 계속됐다. 어느새 2번 대기실의 그룹이 모두 끝나고, 3번 대기실의 그룹이 시작됐다.
“ ······어? ”
3번 대기실의 첫 번째 그룹이 나오자마자, 심사위원 장황수가 살짝 당황했다. 그런 그를 주혁이 유심히 쳐다봤고.
‘ 전혀 몰랐겠지. 쟤가 여기 있을 줄.’
장황수가 당황한 이유는 간단했다.
‘ 수현이 여기서 나타났으니, 지금껏 짜놨던 마니또 인수인계에 관한 설계에 수정이 필요할 거야. ’
이번 연기 그룹에 난데없이 마니또의 수현이 끼어있었으니까.
이어서 주혁이 살짝 미소지으며 시선을 다시 무대로 옮겼고.
‘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나네. ’
작게 읊조렸다.
“ 뭐, 어쨌든 시간은 벌었어. ”
늦은 밤. 녹화가 끝난 시각.
어찌어찌 1차 본선 녹화가 끝났다. 사람 수가 확 줄어서 예선전보다는 일찍 끝날 줄 알았으나, 사실 마치고 보니 녹화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녹화가 끝났으니 스텝들은 뒷정리가 한창이었고, 심사위원석에는 장황수나 오희연은 이미 돌아간 상태. 하지만 강주혁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박한철 PD가 강주혁에게 다가왔다.
“ 사장님.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오늘은 꽤 오래 앉아계시네요? ”
“ 아. ”
그때야 고개를 올린 주혁이 박한철 PD에게 물었다.
“ 오늘 합격자가 얼마나 나왔습니까? ”
“ 대충 110명 정도 됩니다. ”
“ 그 친구들은 앞으로 진행이 어떻게. ”
“ 아- 본선부터는 숙소를 잡아주고, 합격자들이 생활하게 되는데, 풀 촬영입니다. 숙소에는 전부 카메라가 설치돼있습니다. 다음 주 본선 2차까지 얘들은 노래, 춤 파트에서 또 살아남아야죠. 그래야 2차 본선에 나갈 수 있으니까. ”
“ 그거. ”
“ 예? ”
“ 그 노래, 춤 파트 본선 녹화 날이 언젭니까? ”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던 박한철 PD가 답했다.
“ 내일모레입니다만. ”
-스윽.
대답을 들은 주혁이 벗어놓은 코트를 입으며 박한철 PD를 다시 쳐다봤다.
“ 그날 저도 구경 좀 해도 되겠습니까? ”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만능엔터테이너의 기나긴 녹화를 마친 주혁은 오피스텔로 향하지 않았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익!
주혁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린 후,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 미래 음성 녹음파일이 뭔지 확인해볼까. ”
-스윽.
핸드폰 액정을 주혁이 몇 번 두드리자, 아까와 같은 화면이 출력됐고.
-2차 랜덤박스/ 미래 음성 녹음파일.
-유효기간/ 30일(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파일은 열리지 않게 됩니다.)
-첨부: 1. 미래 음성 녹음파일.
그가 첨부파일을 터치했다. 그러자 미래 음성 녹음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녹음파일은 예전에 받았던 미래 영상파일에 비해 심플했다. 검은색 화면 중앙에 표시된 흰색 줄이 다였다.
“ ······치직 ”
잠시간 잡음이 들렸다. 그럴 때마다 흰색 줄이 소리를 인식하고 넘실넘실 춤을 췄다.
그렇게 약 10초 뒤.
잡음이 들리던 음성 파일에서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질이 생각보다 깔끔했다.
“ 밖에 상황이 어때? ”
“ 아직까진 조용합니다. ”
“ 조용해? 그년들이 일본에서 뒤졌는데, 아직 조용하단 말이야? 시발. 덮은 건가? ”
“ 자, 잘 모르겠습니다. ”
“ 후- 박종주. 박종주 그 새끼 움직임은? ”
순간, 박종주라는 이름에 강주혁의 자세가 변했다.
“ 그게······최근에 그분과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
“ 그분? 혹시. 일본에 그 원숭이 새끼? ”
“ 예에. ”
“ 하. 시발. 아예 한국으로 들어왔다? 미친 돈 많은 약돌이 새끼. ······야. 내가 따로 챙겨두라던 자료들, 증거들 어딨어? ”
“ 말씀하신 곳에. ”
“ 그거. 지금 당장 다른 곳으로 옮겨. 아니, 주마다 옮겨. ”
녹음파일을 듣던 주혁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 예? 왜 그렇게까지······ ”
“ 야 이 미친놈아. 그게 우리 목숨줄이야. 그 양반 기억 안 나? 무비토린지 무비트린지 뭔지 하여튼 본보기로 훅 간 그 양반. 버스사고로 즉사했잖아. 그거 꼬리 자른 거라고. ”
그 순간.
-뚝!
미친 듯이 춤을 추던 흰색 줄이 심장이 멈춘 듯 일자로 올곧게 변했고, 그대로 음성이 멈췄다.
-스윽.
음성 파일의 내용이 꽤 충격적이었음에도 주혁은 담담하게 다리를 꼬았고.
“ 이 목소리. ”
책상 위에 수첩을 들어 올리며 짧게 읊조렸다.
“ 류진태 같은데.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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