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39
“ 수현 씨는 아쉽지만, 탈락입니다. ”
민효정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었다.
“ 이게 예선이면 눈감고 한 번 더 보자고, 올려보낼지도 모르겠는데. 본선이니까. 다른 참가자들과 똑같은······ ”
심사위원 민효정이 뱉은 결과는 탈락이었다.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수현은 느닷없이 닥친 현실에 살짝 울먹거렸다.
기둥에 기대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주혁이 자세를 바로 했다.
‘ 이러면 판이 좀 꼬이는데. ’
수현의 탈락. 또다시 계획을 수정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당장 주혁이 어떻게 손 쓸 방법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연기파트도 아니고, 다른 파트니 결정권은 오롯이 저들에게 있으니까.
‘ 별수 없이 좀 과격하게 밀어붙여야 하나······ ’
강주혁의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일이 꼬였으니 별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 그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탈락했지만, 감정을 추스른 수현이 박종우와 민효정에게 90도로 인사하며 천천히 무대를 내려가던 때였다.
“ 아니! 에라 모르겠다!! ”
느닷없이 박종우가 마이크를 집으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옆에 있던 민효정이나 무대를 내려가던 수현이 화들짝 놀랐고, 민효정이 곧장 난리 쳤다.
“ 깜짝이야! 왜? 뭐예요 선배님. ”
“ 나 여기서 쓸란다! ”
“ 뭐를요? ”
“ 프리패스! ”
당당하게 소리친 박종우가 책상 위에 올려진 흰색카드를 들어 올렸다. 카드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free pass’라고 적혀있었고.
“ 너무 아까우니까! 나는 저 친구한테 쓸란다! ”
“ 하- 진짜. 심장 터지는 줄 알았잖아요. 수현 씨. 축하해요. 첫 프리패스 당첨이네? ”
카메라가 카드를 든 박종우와 가슴을 쓸어내리는 민효정을 바짝 당겨 담았다. 그 순간 무대를 반쯤 내려간 수현이 어물어물 되물었다.
“ 어······에? 저, 저 그럼 합격이에요? ”
“ 맞아요. 선배님이 이렇게 당당하게 카드 들고 있잖아요? ”
“ 2차 때 한 번 더 봅시다! 오케이? ”
“ 와······와! 가,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허······헝. ”
180도로 뒤집힌 결과에 수현은 방심하다 축하케이크를 받은 것처럼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상황을 지켜보던 주혁은 속으로 안도했다.
‘ 후······ 박종우 님. 나이스샷. ’
아마 박종우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주혁은 아무도 모르게 심사위원석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연했다. 꼬였던 일을 박종우가 free pass 시킨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갑작스레 펑펑 울던 수현은 스텝의 다독임을 받으며 무대를 내려왔고, 본선 촬영은 다시 속행됐다.
1명, 5명, 10명.
확실히 안무 심사는 연기보다 속도가 빨랐다. 어느새 20명이 넘는 참가자가 강주혁의 눈앞에서 탈락했다.
‘ 새삼 느끼지만, 참가자들 입장에선 살얼음판이겠어. ’
연기에 합격하면 춤을, 춤에 합격하면 노래를, 노래가 합격 되면 다시 연기로. 참가자들로서는 잠시간의 쉬는 타임 없이, 합격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없이 매일매일 오디션에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 그래도 걸려있는 상금이나 받는 상품도 상품이지만, 살아남을수록 인지도를 급격하게 올릴 수 있으니. ’
생존한다면 대중들부터 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까지. 공짜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기회. 거기다 만능엔터테이너의 11% 시청률은 덤.
‘ 죽어라 해야겠지. ’
즉, 현재 만능엔터테이너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혁은 무대를 계속 감상했다. 다행히 주혁이 점찍어둔 참가자들은 줄줄이 합격했다.
프리패스로 합격한 수현, 율동같이 귀여운 안무를 선보인 이미소, 온몸이 뚝뚝 끊기는 각기를 선보인 도경태까지.
‘ 도경태······확실히 유연해. ’
주혁은 방금 합격을 받고 무대를 내려가는 도경태를 유심히 살폈다. 짙은 눈썹에 확실한 이목구비, 큰 키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비율이 상당히 좋은. 그런데 풍기는 분위기 자체는 쌀쌀맞은 남동생 같은 느낌.
분명 가능성이, 잠재력이 보였다.
바로 그때.
“ 오~ 장주연 씨! 오늘은 모자를 쓰셨네? ”
“ 음? 잘 어울리는데? 단발도 난 좋았는데. 그런 힙스러운 모자도 잘 어울리네요. ”
구부러진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의 반이 가려진 장주연이 무대에 올랐다. 의상도 꽤 파격적이었다. 블랙진에 오버한 흰색셔츠.
뭔가 작정한 느낌이었고.
“ 자, 볼까요? ”
민효정의 말을 끝나자, 강한 비트가 무대에 깔렸다.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은 느낌.
-둥!, 둥!, 둥!, 둥!.
전기가 찌릿찌릿 통하듯 소름 돋는 비트가 깔리자, 장주연이 모자를 잡으며 안무를 펼쳤다.
그 순간 무대를 보던 주혁의 입이 벌어졌다.
‘ 뭐, 뭐야 저게. ’
현란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화려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굉장했다.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깜빡이고 비트도 뚝뚝 끊어지는데, 그에 맞춰 안무를 펼치는 강주연은 무대를 압도했다.
작은 키 임에도 전혀 부족함 없이 장주연은 심사위원 포함, 강주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순간 주혁이 작게 읊조렸다.
“ 희소성. ”
평소 수수하거나 어쩌면 으스스해 보이기까지 한 장주연. 그러나 오히려 그 외형이, 간극이 그녀의 무대를 더욱 폭발적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저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또 어떤 느낌일까? 자꾸 호기심이 샘솟았다.
그때 주혁은 느꼈다. 어쩌면 연기, 노래, 춤. 모든 것을 평정하는, 만능엔터테이너의 자질을 갖춘 대스타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어진 일요일.
다음 날부터 주혁의 시간은 다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스포츠카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아침에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헤나, 그리고 그녀의 팀과 간단한 미팅을 가졌다.
“ 일단, 3월 스케쥴은 풀입니다. ”
“ 풀? ”
“ 예.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일단, 다음 주는 예능 스케쥴만 3개에다 음악방송, 행사, 그리고 팬 사인회가 예정되어있습니다. 아! 그리고 슬슬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헤나 공식 너튜브를 개설할까 하는데, 이런 식은 어떠십니까? ”
스케쥴 매니저 고동구가 정리한 자료를 주혁에게 내밀었다. 대충 자료를 훑은 주혁은 내용을 짧게 간추렸고.
“ 헤나의 24시간이라······ ”
대답은 옆에서 헤실헤실 웃으며 커피를 마시던 헤나 쪽에서 나왔다.
“ 맞아요! 사실, 내 이미지가 이미 팬들한테 친숙하긴 한데, 최근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
“ 즉, 너튜브에 보이스프로덕션을 노출하겠다는 말이네요. ”
추가로 보이스프로덕션을 좀 세세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헤나가 말했지만,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혁은 판단했다.
“ 그렇게 하세요. ”
“ 아! 그리고 저 슬슬 콘서트 일정을 준비해야 하는데. ”
헤나가 말한 것은 주혁이 판을 짜고 있는 보이스프로덕션 세분화를 묻는 것이었다. 즉, 매니지먼트 부분에서 가수 쪽은 언제 확정이 되냐는 질문.
그 질문에 주혁이 미소지었고.
“ 조금 기다려봐요. 곧 그쪽도 움직임이 있을 테니. ”
말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일단 먹이는 던졌으니까, 먹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테지. 그런데 너무 매력적이라 그냥 지나치진 못할 거야. ’
주혁은 멍한 표정의 김수열을 떠올리며 다음 일정을 위해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 돌아온 월요일.
점심 즈음 그간 확정된 기획을 재정리하던 독립영화팀 최철수, 류성원 감독이 두꺼운 기획서를 들고 나타났다.
그들이 들고 온 기획서를 보자마자, 주혁은 펜을 들었고.
“ 좋습니다. 이대로 시작하세요. 매니지 쪽 협조는 제가 따로 연락할 테니까, 편하게 움직이시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
기획서에 사인했다. 덕분에 몇 날 며칠 밤을 새웠던 최철수, 류성원 감독의 까무잡잡한 얼굴이 순간 밝게 펴졌다.
“ 빡세게 찍어보겠습니다! ”
이로써 제1차 보이스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이었다. 이어서 주혁은 팀장들과 간단한 회의를 통해, 현재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들의 간단한 스케쥴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분홍색 다이어리를 펼친 홍혜수 팀장이 입을 열었다.
“ 음- 일단, 하영이가 스케쥴 소화하는 거로 봐선 큰 거 하나 더 들어가도 될 것 같아. ”
“ 하영 씨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 ”
“ 어머. 걘 요즘 생각이 없어. 사장님 들었어? 걔 에너지바 한 박스를 이틀 만에 다 먹은 거? 라인 관리할 생각이 없는 거지. ”
짧게 한숨을 쉬는 홍혜수 팀장을 보며 주혁이 웃었다.
“ 뭐, 그 부분은 누나가 알아서 해주고, 본인이 괜찮다 하면 들어온 시나리오 확인해서 올려줘. 확인해볼게. ”
“ 네네. 아! 맞다. 사장님. 그 김삼봉 감독님이 현장 한번 오라더라. ”
“ 나를? 왜? ”
“ 모르지. 여튼 그때 지나가는데 슬쩍 묻더라고. 사장님 요즘 바쁘냐고. ”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시간을 내보겠다고 전달한 뒤 보고를 계속 받았다.
“ 쑥이는. 아, 말숙이는 이번에 영화 오디션 본 게 2개나 합격했어. 물론 큰 배역은 아니지만. ”
“ 좋아. 말숙 씨는 그렇게 넓혀가면 돼. 이번 간 큰 여자들도 준비하라고 일러두고. ”
“ 알았어요~ ”
이번엔 추민재 팀장의 차례였다.
“ 뭐, 알다시피 재욱이는 학교 다니면서 브랜디드 기다리고 있고, 건욱이는 무비트리 꺼 빼곤 안 받고 있어. 본인은 받으라고 하는데, 스읍- 아직까진 좀. ”
“ 그렇지. ”
“ 하진이는 19살 그리고 20살이랑 교복 광고, 아! 해창에서 핸드폰 광고 추가로 들어왔어. ”
“ 예전 그 웹드라마가 잘돼서 그런가? ”
“ 그렇겠지? 은근 전속 느낌으로 얘기하던데. 잘만하면 해창 핸드폰 광고는 하진이가 먹을 수도 있겠어. ”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추민재 팀장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 저······그리고. 하진이가 하도 졸라서 간 큰 여자들 시나리오 줬다. ”
졸랐다는 말에 주혁이 피식하며 추민재 팀장을 쳐다봤고.
“ 왜? 하고 싶데? ”
“ 어어. 어지간한 배역은 전부 대충 픽스됐다고 했는데도. 후- 사장님. 모르지? 하진이 걔가 작품 욕심이 좀 과해. ”
“ 뭐, 배우가 작품 욕심부리는 거야. 당연하잖아. 됐어. 냅둬봐. ”
흡족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어진 화요일, 수요일.
24시간이 24분처럼 지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주혁은 최대한 세세하게 주변을 관찰했다.
최근 노래 차가운 이별이 터지며 꿈속을 걷던 최화진은 헤나의 정규 앨범에 넣을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고, 간 큰 여자들의 원작자 송미진 작가는 다시 백번 촬영팀에 복귀해, 다음 작품 집필을 시작했다.
그사이 한 번의 보이스피싱이 왔는데.
“ 오랜만이네. 단타 주식. ”
주식이었다. 나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나갈 자금이 많았으니까.
사들였던 주식을 처리한 수요일 저녁에는 최근 속도를 높인 영화 간 큰 여자들의 2차 제작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제작부 실장이 예상 캐스팅보드를 내밀며 외쳤다.
“ 사장님!! 이게······ 좀 문제가. 아니, 이걸 문제라고 해야 할지. ”
“ 문제? ”
“ 그······배우들이 오디션 신청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중심 격 배역. 그러니까 주연부터 조연까지. 혹시나 해서 시나리오를 좀 돌리긴 했는데, 거의 전부 연락이 왔습니다. ”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영화 간 큰 여자들의 관심도가 배우들 사이에서 미쳐있었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척살로 900만을 넘긴 최명훈 감독의 차기작이고, 핫한 보이스프로덕션의 두 번째 영화였으니까.
“ 호오? ”
사실, 영화판에서는 최명훈 감독이 사단을 형성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보이스프로덕션과 인연을 만들어 두려는 분위기가 조용히 형성되는 중이었다.
어쨌든 보이스프로덕션은. 아니, 강주혁은 슬금슬금 단계를 높여가는 중이었고.
“ 그게 뭐, 문제랄게 있습니까? 오디션부터 앞당기죠. 연락 온 배우들 전부 오디션을 볼 수 있게 진행하세요. ”
“ 어······그럼. 류진주나 하정훈한테는. ”
“ 주연들은 그냥 리허설만 보고 넘기려 했는데. 스읍- 상황이 재밌게 됐으니, 전부 똑같이 갑시다. ”
그 화제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주혁이 결단을 내렸다.
늦은 밤.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했던 주혁이 넥타이를 풀어헤친 채, 턱을 괴곤 노트북을 보고 있다.
“ 이강수가 누구야? ”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방금 뜬 뜨끈뜨끈한 기사였다.
『GM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사장은 이강수』
『이강수가 누구? GM엔터테인먼트의 공식발표에 대중들 물음표』
물음표가 떠오른 것은 강주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기사에는 이강수라는 인물의 정보는커녕 사진 한 장이 없다. 곧 나오기야 하겠지만, 당장은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이 바닥에서 알만한 인물을 죄다 꿰고 있던 주혁에게도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었다.
“ GM 정도의 회사가 아무나 앉히지는 않았을 텐데······ 대체 뭐야 이 인간.”
바로 그때.
-끼익.
느닷없이 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 형. 아니, 이제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
“ 어? 야. 너 이 시간에 여긴 왜 왔어. ”
나타난 것은 흰색 롱패딩을 입은 김건욱이었다.
“ 일단, 앉아라. 너 회복했다고 너무 싸다니지 마. 임마. ”
주혁의 걱정에 작게 웃음 지으며 자리에 앉은 김건욱이 사장에게 커피를 주문했고.
“ 아아 줘. ”
“ 뭐? ”
“ 아이스아메리카노. 부탁드려요. 진하게. ”
“ ······후. ”
긴 한숨을 뱉은 주혁이 주문대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김건욱에게 건넸다.
“ 그래서. 뭐야 갑자기. ”
-스윽.
방금 나온 커피를 한잔 들이킨 김건욱이 대뜸 본론부터 시작했다.
“ 작품 더 시켜줘. 민재 형은 씨알도 안 먹혀. ”
“ 당연하지. 나도 동의한 거니까. 너 왜 그렇게 작품 하려고 난리야? 원래 그렇게 몰아서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잖아. 1년에 1개 작품이 진리다 뭐다 했었잖아 너. ”
김건욱이 느릿한 손짓으로 커피를 추가로 한 모금하고선 답했다.
“ 솔직히 지금은 좀 바쁘게 지내고 싶어. 나 다 나았어. 건강상태는 최고야. ”
확실히 그래 보였다. 그러나 주혁이 김건욱에게 다작을 만류하는 것은 현실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 건욱아. 솔직히 말하자면. 너 이미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곤 해도, 완벽한 건 아니야. 덕분에 이 바닥 인간들이 너를 예민하게 본다. 작품은 들어오지만, 큰놈이 없어. 너 계속 주연만 해왔는데, 갑자기 반도 안 나오는 조연할 수 있겠어? ”
물론, 배역에 차별을 두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건욱은 현재 위치가 탑배우였다. 대뜸 조연으로 내려앉으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고 주혁은 판단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김건욱이 초연하게 답했다.
“ ······작품이 아니라도 뭔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부대끼고 싶어. ”
그런 김건욱을 주혁이 빤히 쳐다봤다.
‘ 큰일인데. 몸 건강은 둘째치고, 정신적인 부분에 회복이 필요해. ’
이대로 둔다면 삽시간에 슬럼프가 찾아올 듯싶었고,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 뭐라도 시키긴 해야 되는데, 뭘 시켜야 하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부대끼는 것······ ’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그 순간 주혁의 머릿속에 전구가 팍! 하고 켜졌다.
“ 건욱아. ”
“ 어? ”
“ 너 예능 해볼래? ”
“ 예능? 아······ 하영이가 들어가는 그런 거? ”
주혁이 고개를 저었고.
“ 아니 아니. 그런 거 말고. ”
“ 그럼 어떤? ”
결론을 뱉었다.
“ 토크쇼. ”
“ 토크···쇼? ”
“ 그래. 너 몸짓은 느린 주제에 말하는 건 좋아하잖아. 거기다 배우 생활 그 정도 했으니까, 호스트 섭외야 쉽겠고. ”
“ 토크쇼. 어? 뭔가 좋은데? 어. 좋아. 형. 아니 사장님. ”
좋아하는 김건욱을 보며 주혁이 턱을 쓸었고, 머리가 빨리 돌기 시작했다. 순간 뱉은 아이디어였지만, 계획을 짜고 있는 모양.
그러던 주혁의 입이 열렸다.
“ 그래. 제목은······ ‘얘기하고 부대끼고’면 좋겠는데. ”
“ ‘얘기하고 부대끼고’? ”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마치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스윽.
주혁이 속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했다.
*070-1004-1009.
보이스피싱의 번호. 주혁이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 미안한데. 잠깐 전화 좀. ”
“ 어? 아아. 알았어. ”
-끼익.
이어서 복도로 나온 주혁이 보이스피싱을 받았고.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서비스 ‘실버’의 남은 횟수는 총 19번입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1번을 눌렀다.
그런데 키워드를 듣자마자 주혁이 눈을 크게 하며 짧게 읊조렸다.
“ ······? 이게 왜 여깄어?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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