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43
강주혁의 첫마디에 촬영장은 순간 축축한 정적이 흘렀고, 1번 참가자 정소현부터 심사위원 장황수와 오희연, 진행자 김정식, 박한철 PD, 모든 스텝들의 시선이 강주혁에게 맞춰졌다.
그 기대를 호응하기라도 하듯이 잠시간 말을 멈췄던 주혁이 정소현을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꺾었다.
“ 소현씨. ”
“ 네? ”
“ 예선전부터 제가 말씀드린 버릇이 아직 그대로네요? ”
“ 아······ ”
-팔락.
이어서 주혁이 그녀의 프로필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 예선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제가 지적했던 부분인데. 왜 고쳐질 기미가 없을까요. ”
그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오희연이 끼어들었고.
“ 버릇? 무슨 버릇? ”
주혁이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 호흡. 소현 씨가 대사를 꼭꼭 씹어서 뱉는 것은 명백한 장점입니다. 그만큼 대사가 깔끔하게 깎여서 나와요. 그런데 소현 씨는 중간 호흡을 안 합니다. 본인도 알고 있죠? 첫마디부터 끝까지 공기를 안 마셔. ”
“ ······ ”
이미 알고 있었는지, 참가자 정소현이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오희연의 눈알이 커졌다. 호흡이라니? 전혀 몰랐다는 듯 오희연의 고개가 다시금 무대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의 심사는 계속됐다.
“ 마치 공기에 유효기간이 있는 것처럼 한번 쭉 들이마시고, 다급하게 그 숨에다 대사를 얹어서 뱉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희연 심사위원님이 말씀하신 ‘강세가 불안정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대사에 핑퐁이 없어요. ”
사실, 주혁은 앞선 선배 연기자들인 심사위원들의 심사에 반기를 들긴 했지만, 무턱대고 반대를 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참가자들을 확실히 보고 있었다.
예선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참가자들의 프로필에 장단점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지켜봤다. 그리고 지금 80명의 실력자가 모인 상황에서는 더욱 냉철하게 변했을 뿐이었다.
“ 확실히 장황수 선배님의 말씀처럼 류진주 씨의 대사를 재밌게 바꾸긴 했어요. 다만, 자신의 단점을 고칠 기미나 노력이 안 보이고 거기다 그런 쪼를 지낸 채 현장에 나가면 상대 배우의 호흡까지 망칩니다. ”
주혁이 담담하게 심사를 이어가는 중간에 오희연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장황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혁이 앞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에 관해 자신이 반기를 든 이유와 설명을 은근히, 하지만 철저하게 피력하고 있었기 때문.
덕분에 오희연이 팔짱을 끼며 속으로 혀를 찼다.
‘ 아주 꼴값은. ’
반대로 장황수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들이 이런 미묘한 반응을 보인 진짜 이유는 자신들이 보지 못한 것을 강주혁은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괜한 자존심을 부릴 자리는 아니었고.
“ 그래서 선배님들과는 다르게 저는 탈락입니다. ”
주혁이 무심하게, 그러나 꽤 강력하게 전쟁을 선포했다.
그 순간 상황을 지켜보던 박한철 PD가 작게 미소지었고, 살짝 멍하게 있던 진행자 김정식이 번뜩 정신을 차리곤 크게 외쳤다.
“ 1번 참가자! 정소현! 합격2, 탈락1로 합격! ”
그 시각, 1번 대기실.
긴장된 모습의 참가자들이 모여있는 1번 대기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오늘 적어도 반 이상의 탈락자가 생길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자신이 가혹한 결과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어떤 이는 준비한 자유 연기의 대사를 끝없이 읊조렸고, 어떤 이는 멍하니 벽을 보며 멘탈 관리에 힘썼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마니또의 수현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 언니. 사장님 어때? 역시 화나셨지? ”
마니또의 다른 멤버와 통화를 하는 모양.
“ 진짜? 그 정도로 난리 났어?! 응. 아니······ 오빠한테 시간마다 전화가 오긴 오는데. 안 받았어. 응. 응. 아니야. 여기 숙소도 좋아. 응. 알았어. 언니. 일단 열심히 할게! ”
수현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고.
“ 맞다! 언니 인터넷 반응 봤어? 나 어제 댓글 읽다가 밤샐 뻔했잖아! ”
쪼그려 앉은 모습으로 통화를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통화를 하는 것은 수현 만이 아니었다. 수현과는 꽤 멀리 떨어진 대기실 입구 주변.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장주연 역시 통화 중이었다.
“ 할머니. 밥 먹었어? 왜? 아, 정말 왜 그래. 내가 나올 때 반찬 다 해놓고 나왔잖아. 끼니 거르면 허리 그거 더 안 좋아진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는데 왜 안 먹어! 움직이기 힘들면 시켜먹어. 그 TV 선반 제일 아래 서랍장에 내가 돈 넣어놨어. ”
할머니와 몇 분간 설전을 펼치던 장주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덕분에 그녀의 5대5 단발머리가 장주연의 얼굴 전체를 가렸다.
“ 애들은? 학교 잘 다니고 있지? 어?! 태수가 싸웠어? 왜? 아, 정말 말썽 피지 말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나왔는데. 어? 아······ TV 보지 마. 뭐가 왜야. 쪽팔리니까. ”
그리고 그녀의 옆자리. 턱을 괴곤 세상을 다가 진 표정으로 사진을 보는 남자. 도경태였다.
“ ······ ”
사진 속에는 갓난아기와 그 아기를 안은 어여쁜 여성, 그녀를 감싸며 웃고 있는 도경태가 서 있다.
바로 그때 그의 핸드폰에서 톡이 도착했고.
-깨똑!
도경태가 내용을 확인했다.
-자기야! 오늘 준수가 아빠라고 했다? (사실은 아빠까진 아니고, 아바아바 정도지만!) 후. 오빠 춤 안 보니까 밤에 잠이 안 와. 보고 싶다. 오빠 탈춤.
예선전부터 지금까지 내내 표정 변화가 잘 없던 도경태의 입이 귀에 걸리는 순간이었고.
“ 미소야 이거 봐봐. ”
“ 응? ”
“ 이 댓글. 이혜원 진짜 존예네. 꺄- 완전 보는 눈 있어. ”
“ 어? ······으응. 그, 그러네. ”
언제 친해졌는지, 아니면 이혜원이 일방적으로 이미소에게 찰싹 붙어있는 건진 알 수 없지만, 걸그룹 포프린 이미소와 MVe&m의 이혜원이 같이 앉아서 네티즌 댓글을 확인하고 있었다.
“ 그런데 미소야. ”
“ 응 언니. ”
“ 포프린 망했어? ”
“ 뭐? ”
“ 아니. 쟤 누구지? 수현인가? 마니또 띄우려고 나왔다는데. 너도 그런가 해서. ”
“ ······난 아니야. 그냥 나오고 싶었어. ”
“ 아아. 그렇구나. 아아! 또 내 댓글 발견! ”
그렇게 이혜원이 자신의 댓글을 숨은 진주 찾듯 하다 우연히 반대편에 앉아 연신 대사를 중얼거리는 남자를 쳐다봤다.
‘ 뭐야. 저런 아저씨도 붙은 거야? 어디서 머스크향이 나나 했네. ’
이혜원이 아저씨라 말한 남자는 턱 봐도 50대는 넘어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일명 스포츠머리라는 짧게 친 머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 운동복을 입고 있는 남자.
그런 남자를 보며 표정을 구기던 이혜원이 속으로 혀를 찼다.
‘ 뭐, 이번에 떨어지겠지. ’
같은 시각, 뮤직톡스튜디오 사장실.
협소한 사장실에 김수열 포함 직원 3명이 다급하게 회의 중이었다.
“ 아니! 이 사람아! 애가 하나 부족한데,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
“ 죄, 죄송합니다! ”
“ 사장님. 진정하세요. 애초에 걸그룹 숙소라 매니저가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건 힘든 거 아시잖습니까. ”
“ 그래도 한 달 동안 몰랐다는 게! ”
소리치던 김수열이 이마를 감싸며 두통을 호소했고, 긴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 후- 수현이는? 아직도 연락 안 돼? ”
“ 예. ”
“ 뭐야. 제작진 측에서 외부 연락은 차단하는 거야? ”
“ 그건 아닙니다. 그냥 수현이가 연락을 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바로 그때.
-끼익!
사장실의 문을 열며 종이를 잔뜩 들고 직원 한 명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그러자 김수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 어! 그건가? ”
“ 예. 다른 건 전부 쳐내고, 수현이 위주 반응만 모았습니다! ”
“ 이리 줘봐. ”
-스윽.
직원에게서 종이뭉치를 받은 김수열이 빠르게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그의 눈이 커졌다.
“ 이게······ 전부 만능엔터테이너 방송. 단 한방에 나온 반응이나 기사란 말이야? ”
“ 예. 애초에 수현이가 등장한 화는 3화가 전부여서. ”
“ 허- 이건 뭐, 지금껏 마니또가 활동하면서 받은 관심보다 더 높잖아? 근데 이게 딱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
직원이 가져온 종이에는 수현을 보는 대중들의 반응부터 시작해서, 기사 등이 모여있었고, 그 양이 상당했다.
마니또가 지금껏 활동하며 받은 관심보다 더욱 폭발적.
-툭!
“ ······ ”
이어서 김수열 사장이 보던 종이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입을 다물었고, 약 10초간 기다리던 직원 한 명이 김수열 사장을 쳐다봤다.
“ 사장님. JH엔터 쪽에서 계속 연락이 옵니다. 계약 날을 잡자고······ ”
그 순간 김수열 사장의 머리는 빠르게 돌고 있었다.
‘ 지금 이 상황에 굳이 마니또 애들을 JH에 넘길 필요가 있을까? ’
사실이 그랬다. 당장 넘겼다가는 복잡하게 꼬일 일들이 많아졌다. 거기다 지금 김수열 사장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아니, 기대감이 샘솟고 있었다.
“ 전부······ 홀드 잡자. ”
“ 전부요?! ”
“ 그래. JH 포함해서, 제안 준 회사 전부 스톱 걸어. 상황을 좀 지켜보자. ”
그 순간 김수열의 뇌리에 어떤 인물이 스쳤다.
‘ 강주혁······ 어째서 그때 말해주지 않았지? ’
그는 만능엔터테이너의 메인 심사위원.
그렇다면 분명 수현을 봤어도 수십 번을 봤을 터. 거기다 뮤직톡스튜디오를 먹고 싶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으니, 분명 마니또에 관해서도 조사를 마쳤을 거였다.
‘ 그런데 비밀로 했단 말이야. 왜지? ’
김수열 사장은 찜찜하다고 느꼈다. 강주혁이 자신을 만나러 왔을 당시, 강주혁은 마니또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
그저 뮤직톡스튜디오가 탐난다고 말했을 뿐. 거기에 더해 넘어왔을 때 조건들만 제시하고 떠났다.
‘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어. ’
-스윽.
짧게 생각을 마친 김수열 사장이 핸드폰을 꺼내, 강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 뚜루~ 뚜루~ 뚜루~
-뚜루~ 뚜루~ 뚜루~ 뚜루~
하지만 불통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 시도도 실패. 세 번째 시도를 하려던 김수열 사장이 옆에 있던 직원에게 지시했다.
“ 누구였지? 저번에 연락 왔던 보이스프로덕션 여자 팀장. ”
“ 아, 홍혜수 팀장입니다. ”
“ 그래. 그 팀장한테 지금 전화해봐. ”
“ 네. ”
덕분에 김수열 사장과 직원은 똑같은 모습으로 각기 다른 인물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연출 됐고.
-뚜루~ 뚜루~ 뚜루~ 뚜루~
5분 뒤.
강주혁이 전화를 안 받자, 짧게 혀를 찬 김수열 사장이 직원에게 물었다.
“ 왜 전화를 안 받아! 그 팀장은 받아? ”
그러자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 이쪽도 안 받는데요? ”
같은 시각, 콩나물 국밥집.
국밥집 중앙, 4인 테이블에 추민재 팀장과 홍혜수 팀장이 마주 앉아 콩나물국밥을 흡입하는 중이었다.
-후릅!
추민재 팀장은 매고 있던 넥타이까지 풀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고, 홍혜수 팀장은 입고 있던 적색 코트를 허벅지에 펼쳐 놓고 국밥 삼매경에 빠졌다.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탁자 위에 올려둔 홍혜수 팀장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어냈다. 그 바람에 방금 집었던 깍두기를 내려놓은 홍혜수 팀장이 발신자를 확인했고.
-뮤직톡스튜디오 최팀장.
“ ······ ”
말없이 핸드폰을 내려보던 홍혜수 팀장이 볼륨 버튼을 눌러 진동을 무음으로 바꿨다. 받지 않겠다는 뜻.
그리곤 집다 말았던 깍두기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추민재 팀장이 콩나물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물었다.
“ 근무 태만이냐? ”
“ 어머. 너만 하겠니? DCS 타워 공사 진척된 거 왜 공유 안 해? 알려줘야 인테리어 가닥을 잡지. ”
갑자기 훅 들어온 공격에 추민재 팀장이 헛기침하며 국밥 한 숟갈을 들어 올렸다.
“ 금방 보내줄게. 것보다 뭔데? 뭐길래 아예 받지도 않냐? ”
“ 뮤직톡스튜디오. ”
“ 김수열 거기? 그럼 받아야지? 사장님이 신경 쓰는 곳 아니냐? ”
그러자 홍혜수 팀장이 싱긋 웃으며 추민재 팀장의 이마를 검지로 톡 치며 입을 열었다.
“ 내가 너니? 밥 먹는다고 일 전화를 무시하게. ”
“ 아- 터치하지 마라. ”
“ 왜 오바래? ”
쿡쿡 웃던 홍혜수 팀장이 물컵을 들어 올렸고.
“ 사장님이 지금부터 뮤직톡스튜디오 관련 전화는 절대 받지 말래. ”
“ 어? 왜 갑자기? ”
“ 나도 몰라. 톡으로 받아가지고. ”
다시 숟가락을 집은 홍혜수 팀장이 결론을 던졌다.
“ 근데 우리 사장님이 받지 말라니까. 뭐, 생각이 있지 않겠어? ”
다시 상암 WTVM 사옥 예술원.
80명의 참가자 중 약 20명 가까이 심사가 진행됐을 때, 박한철 PD가 외쳤다.
“ 테입 좀 갈고 가겠습니다! 이참에 한 10분 쉴게요!! ”
그러자 주혁의 옆에 앉아있던 장황수나 오희연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를 떴고, 주혁은 곧장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 14통.
“ 14통? ”
꽤 쌓여있는 부재중 전화에 고개를 갸웃한 주혁이 전화를 확인했다.
-김수열 사장.
대부분이 김수열 사장. 뭐가 급했는지 약 3분 단위로 전화를 걸었다. 찍힌 번호를 본 주혁이 피식했다.
“ 그렇지. 이렇게 나오겠지. ”
그런데 마지막. 제일 마지막에 찍힌 번호는 처음 보는 번호였다. 고개를 갸웃한 주혁이 모르는 번호를 터치해 전화를 걸려는 찰나.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액정에는 방금 봤던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잠시간 번호를 확인하던 주혁이 전화를 받았고.
“ 네. 강주혁입니다.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강주혁. 나다. ”
대뜸 들리는 반말. 그래서 주혁도 반말을 던졌다.
“ 누군데? ”
“ ······ ”
잠시간의 침묵. 그 침묵이 깨진 것은 5초 뒤였다.
“ 나 박종주다. ”
그러자 강주혁이 슬쩍 웃으며 답했다.
“ 그래서 어쩌라고.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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