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52
남자의 뜬금없는 말에 장주연의 눈이 커졌고, 그 커진 눈은 남자가 들고 있는 서류봉투로 움직였다.
“ ······네? 채권? ”
잠시간 서류봉투를 쳐다보던 장주연은 이게 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당연했다. 20대 초반인 그녀가 채권이니 뭐니 자세히 알 리가 없었으니까.
대신 누워있던 할머니는 알아듣는 눈치였다.
“ 제, 제 아들놈 빚을 샀다꼬요? ”
“ 예. 할머님. ”
“ ······그기 무슨. ”
-스윽.
할머니나 장주연 모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남자는 병실을 조용히 둘러봤다. 꽤 소란스러워 진 탓인지, 곳곳에 누워있던 환자들이 구경꾼으로 변해, 시선이 박히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남자는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뒤에 서 있는 건장한 부하직원에게 넘기면서 장주연에게 말을 걸었다.
“ 여기서 얘기하긴 뭐하고. 장주연 양. 잠시 나가서 얘기 좀? ”
남자의 요청에 대답은 할머니 쪽에서 나왔다.
“ 그래. 주연아. 가서 얘기 해봐라. 뭔일이고 이기. ”
“ 아······네. ”
“ 이쪽으로. ”
남자가 손짓하며 같이 온 부하직원들과 병실을 빠져나가자, 잠시 어물거리던 장주연이 따라나섰다.
밖은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남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나무벤치 앞에서 멈춰섰다. 이어서 남자가 건장한 부하직원들에게 무슨 말을 전하자, 부하직원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장면을 가만히 서서 어색하게 지켜보던 장주연에게 남자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서 있지 마시고. 여기. 여기 앉으세요. ”
“ 네? 아, 네. ”
-스윽.
장주연이 벤치에 앉자, 남자가 길쭉하게 기지개를 켰다.
“ 끄윽! 슬슬 봄이네요. 날씨가 많이 풀렸어. ”
“ ······ ”
“ 하하하. 그렇게 경계하지 마세요. 내가 생긴 게 이래도 나쁜 사람이 아니랍니다. ”
남자가 호탕하게 말하자, 장주연이 5대5 단발을 팔랑거리며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저······제가 뭐라고 불러야. ”
“ 아까도 말씀드렸죠? 그냥 편하게 박과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장주연 양 일은 제가 맡기로. 아니, 그냥 자주 보게 될 겁니다. ”
요상한 말을 뱉은 남자가 벤치에 궁둥이를 붙이며 양손을 비볐다.
“ 으후. 날씨가 풀려도 손은 시렵네. 춥죠?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
“ 네. ”
“ 음. 아버님인 장성필씨의 채권. 즉, 갚아야 할 빚에 관한 권리를 저희가 전부 샀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그 사채업자들을 볼 일이 없을 겁니다. ”
“ 어째서······아니, 왜 제 아버지의 빚을. ”
“ 장주연 양. 만능엔터테이너 나가셨죠? ”
“ 네?! ”
만능엔터테이너가 뜬금없이 나오자 장주연이 눈에 띄게 놀랐다.
“ 음.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하나. 어- 저희 사장님이 장주연 양 팬이랍니다. 간단하게 투자라고 생각해주세요. ”
“ 투자요? 저한테요? ”
“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세한 것은 알려드리지 못해요. 그래도 언젠가 분명 전부 알게 되실 텐데. 지금은 요정도에서 이해해주실 수 있어요? ”
그럴 리가 없었다. 장주연의 표정은 점점 더 멍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남자는 더욱 웃음을 짙게 하며 말을 이었다.
“ 앞으로 이 빚에 관해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는 차차 문자나 연락을 드려서 전해드릴 겁니다. 그 전까지는 이자가 붙진 않을 거예요. ”
“ 저, 정말요?! ”
-스윽.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궁둥이를 탁탁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 네. 정말요. ”
“ ······ ”
그런 남자를 장주연이 앉은자리에서 멍하게 올려다봤다. 정말 이게 뭔가 싶은 표정.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또 연락드릴게요.’ 따위의 말을 끝으로 멀어져갔다.
그러다 멈칫.
다섯 걸음 정도 멀어진 남자가 순간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렸고.
“ 아! 장주연 양. ”
“ 네. 네?! ”
마지막 말을 던졌다.
“ 기회라는 건 일단, 잡고 봐야 합니다. 아셨죠?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강주혁이 셔츠를 팔뚝까지 걷은 채 올라온 시나리오를 확인하던 찰나에 책상 위에 올려둔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 바람에 보던 시나리오를 내린 주혁이 발신자를 확인.
-박과장님.
전화는 박과장이었다.
“ 네. 박과장님. ”
“ 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
“ 수고하셨습니다. 그대로 황실장님과 합류하세요. ”
“ 옙! ”
-뚝.
가볍게 끊긴 전화를 내린 주혁이 의자에 허리를 움푹 기대며 짧게 숨을 뱉었다.
“ 후-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
그렇게 혼잣말을 뱉은 주혁이 잠시간 허공을 바라보다 다시금 시나리오로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10분, 30분, 1시간.
정신없이 시나리오를 읽어내려가던 주혁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오후 3시.
딱 주식 장이 마감하기 30분 전.
시간을 확인한 주혁이 보던 시나리오를 옆으로 치운 후, 노트북을 열어 HTS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가 HTS 프로그램을 켠 이유는 간단했다.
태신식품의 주식 상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끝없는 하한가. 패색이 짙은 파란색 화살표.
보통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파란색 화살표를 본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장면이 나와야 할 테지만, 주혁에게는 달랐다.
“ 딱 좋은데. ”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보다 못한 가격이 된 태신식품의 주식. 강주혁은 미소지었고, 사들이기엔 지금이 적기였다.
그리고 실제로 강주혁은 묵묵히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진행은 순탄했다. 너도나도 더 늦기 전에 자신이 가진 주식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
‘내 것도 사줘! 제발! 제발 내 것도! ’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했다.
이어서 흐른 30분.
장 마감에 맞춰 주혁의 클릭 소리도 멈췄다. 목표한 금액을 모두 태신식품에 쏟아부었다. 예전 같으면 손이 떨렸을 금액이지만, 현재 주혁은 눈에 띄게 담담했다.
그런 담담한 표정으로 방금 쓰레기더미를 사들인 주혁이 짧게 읊조렸고.
“ 이제 똥이 금으로 변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 ”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책상에 온통 쌓인 서류와 시나리오 및 시놉들, 보고서 등등.
끝없이 자라는 식물처럼 한없이 쌓인 종이를 보며 주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 도핑, 도핑을 하자. ”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주혁이 커피를 추가로 뽑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어쨌든 이 모든 일은 주혁이 손대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기에 주혁은 긴 한숨을 내쉬며 눈앞에 놓인 투명 파일을 집었다.
투명 파일의 제목은 이랬다.
-보이스프로덕션 세분화.
최근 시간이 날 때마다 가장 무게를 두고 처리하고 있던 사안. 보이스프로덕션의 세분화 작업이었다. 최대한 빈틈없이, 실수 없이 정리해야 했기에 주혁이 특히나 신경 쓰는 일이었다.
큰 줄기로는 투자, 제작, 매니지먼트. 여기서 다시 세세하게 쪼개면 여러 가지 파트가 나눠졌다. 확실히 하기 위해선 상호 모두 다르게 가야 했고.
“ 각 부서마다 명칭도 정해야 해. ”
-스윽.
짧게 읊조린 주혁은 서류를 보고 수정하고, 수정된 사항을 노트북 엑셀에 기입하며 시간을 보냈다.
1시간, 2시간.
어느새 시간이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 으윽! ”
시간을 확인한 주혁이 기지개를 길게 켰다. 이어서 정해둔 일정이 있는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비슷한 시각 해창전자, 대 회의실.
총 50명이 넘게 앉을 수 있는 자리 곳곳마다 데스크 마이크가 놓여있고, 숫자 0 같은 배치로 책상이 길게 나열돼 있다.
그런 대회의실은 전체 불이 꺼진 상태였고, 정면 스크린에 빔프로젝트가 쏴지고 있다.
거기다 이미 팀장급부터 그 이상 되는 간부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꽤 젊어 보이는 남자 직원이 발표를 이어가고 있었다.
“ 이렇듯 상반기 브랜디드 콘텐츠는 다국적 단편 영화로 시작해서 하반기에 넷플렉스와 협업하여 브랜디드 장편 영화로 마무리 짓는 일정으로······ ”
남자 직원은 발표 중간중간 쏴지는 빔프로젝트 화면을 바꿔가며 꽤 오랜 시간 준비한 발표를 당당하게 이어갔다.
그런 발표를 가장 선두 상석에서 팔짱을 낀 채, 김재황 사장이 묵묵히 듣고 있다.
그 순간.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책상 위에 올려둔 김재황 사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스윽.
팔짱을 낀 자세를 유지한 채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는 김재황 사장. 하지만 남자 직원의 발표를 끊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재황 사장은 회의시간에 절대로 전화를 받지 않기로 유명했고, 추가로 ‘내 전화가 울려도 절대 회의를 끊지 말아라’라는 그의 지시도 있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 화면을 보던 김재황 사장은 대수롭지 않게 시선을 다시 정면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후로 남자 직원의 발표가 이어지는 중간 김재황 사장의 전화는 3번이나 더 울렸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남자 직원의 발표가 막바지로, 결과 도출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다시 김재황 사장의 전화가 울렸고, 당연히 남자 직원은 신경 쓰지 않고 발표를 이어가려 했다.
그런데.
“ 하반기에 진행할 안건으로 넷플렉스와는. ”
“ 아, 잠시 멈추지. ”
회의 중 처음으로 김재황 사장이 손을 올려 남자 직원의 발표를 끊었다.
“ 예? ······아, 옙! ”
처음으로 회의를 멈춘 김재황 사장을 회의실에 모인 모두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 누구길래 저 김재황 사장이 회의 도중에 전화를 받지? ’
그러거나 말거나 김재황 사장은 전화를 받았다. 심지어 약간의 미소까지 지으면서.
-스윽.
“ 그래. 강사장. ”
김재황 사장이 회의까지 멈추며 전화를 받은 상대는 바로 강주혁이었다.
“ 이번 일 처리. 아주 시원하게 잘라버리더군. 재밌게 봤어. ”
“ 뭘요. 그보다 사장님. 오늘 좀 뵀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저녁 어떠십니까? ”
“ 오늘? 음. 오늘은 어렵고 내일 아침은 어떤가? 항상 먹는 그 횟집에서. ”
“ 제가 내일은 아침부터 만능엔터테이너 녹화가 있어서요. 그럼 내일 저녁은? ”
“ 그래. 내일 저녁으로 하지. ”
“ 알겠습니다. ”
-뚝.
잠시간 통화를 이어가던 김재황 사장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 모습에 회의실에 모인 모두의 표정이 더욱 요지경이 됐다.
김재황 사장의 저런 표정은 낯설었다.
‘ 허······ ’
그들이 보기엔 지금 김재황 사장의 표정이 마치, 아끼는 손자의 전화를 오랜만에 받은 얼굴이었다.
덕분에 다른 의미로 회의실이 얼음장같이 굳어져 버렸고.
“ ······ ”
조용해진 회의실의 정적을 깨트린 것은 다시금 무심한 표정으로 변화한 김재황 사장이었다.
“ 뭐하나? 계속하게. ”
다음 날 이른 아침, WTVM 1층 대기실.
27일 금요일. 예능 당해낼 수 없다의 첫 촬영 날이 밝았다. 우연스럽게 만능엔터테이너의 녹화 날과 같은 날로 잡힌 첫 촬영.
이미 당해낼 수 없다 촬영팀은 WTVM 앞 커다란 광장에 수십 명의 스텝이 촬영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 야! 소품팀! 아이템 박스 어딨어! ”
“ 그거 저 두 번째 버스에 실었습니다!! ”
“ 촬영팀, 연출팀이 왜 따로 타! 같은 버스에 타! 회의할 시간도 쪼개서 써야지! ”
“ 예이~ ”
이런 정신없는 준비시간 와중에 WTVM 1층 대기실 중 문짝 앞면에 ‘당해낼 수 없다/ 유지석님’이 적힌 방 안 이미 메이크업을 마친 유지석이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똑똑똑.
“ 네. 들어와요. ”
유지석의 허락으로 문이 열렸고, 그 문을 통해 종이 몇 장을 든 이민주 PD와 상기된 표정의 강하영 그리고 작은 카메라를 든 VJ가 들어왔다.
그녀들이 들어오자 유지석이 반겼다.
“ 오. 하영이 표정이 왜 그래? 긴장했어? ”
약간은 장난 섞인 표정으로 유지석이 강하영에게 말을 건네자, 자신의 얼굴을 감싼 강하영이 콧소리를 냈다.
“ 선배님······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미치겠어요! 이게 영화촬영이랑은 완전 딴판이라. 죽겠네. 아! 사, 사장님께 전화해볼까요?! ”
“ 사장님? 주혁이 말하는 거야? 갑자기 주혁이는 왜? ”
“ 그게요······이상하게 사장님 목소리만 들으면 이게 차분해진다고 해야 하나? 제가 떨릴 때마다 쓰는 방법인데. 아! 이건 사장님께 비밀이에요! ”
“ 하하. 괜찮아. 그냥 편하게 해. 나머진 내가 알아서 받아줄게. 캐릭터나 분위기 잡히면 점점 편해 질 거야. ”
“ 으우. 후- 네! 해볼게요! ”
그때 강하영과 유지석의 투샷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민주 PD가 촬영하던 VJ에게 뭐라뭐라 작게 말을 전한 후, 유지석을 불렀고.
“ 지석 오빠. 이제 나가서 오프닝 딸게요. ”
“ 어어. 민주 PD. 오늘 첫 촬영지 어디라고? ”
“ 인천 송도요. ”
-스윽.
“ 오케이~ 가자 하영아. ”
“ ······네, 넵! ”
강하영의 당찬 대답으로 예능 당해낼 수 없다의 첫 촬영이 시작됐다.
같은 시각, 만능엔터테이너 녹화장.
녹화장에 들어서자마자, 강주혁의 입이 벌어졌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바뀌었기 때문.
“ 대단하네. ”
몇 주 전 본선을 촬영하던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의 변화. 무대가 저번보다 훨씬 커졌고, 웅장해졌다. 거기다 무대 반대편으로 심사위원석은 총 6자리였다.
“ 자, 1번 메인 조명 쏴봐! ”
“ 예!! ”
“ PPL 음료 누가 마셨냐! 야! 누구야! ”
“ 죄송합니다! 새로 배치하겠습니다! ”
“ 관객석에도 전부 음료 배치해라!! ”
와중에 스텝들은 발이 안 보일 정도로 뛰어다니며 녹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 그래. 이번 녹화에는 관객들도 참여한다고 했지? ”
웅장한 무대, 6자리의 심사위원석 그리고 300명 가까이 되는 초대 관객들. 박한철 PD가 스케일을 작정하고 키운 것이 확 느껴졌다.
그런 광경에 주혁이 피식하며 걸음을 옮길 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속주머니에 넣어둔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스윽.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는 강주혁.
-추민재 팀장
전화는 추민재 팀장이었다.
“ 어. 형. ”
강주혁의 대답에 추민재 팀장의 살짝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 사장님. 미팅요청이 왔는데. 이게 좀. ”
“ 어딘데? ”
미팅을 요청한 곳이 꽤 재밌는 곳이었다.
“ TVL 예능국이라는데?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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