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66
주혁이 황실장의 핸드폰 화면을 보며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황당했기 때문.
“ 아니, 황실장님. 제가 찾아보라고 했던 큐애니스튜디오가 여기 확실합니까? ”
약간 당황 섞인 말투로 되물은 주혁의 말에 방금 깍두기를 입에 넣은 황실장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예. 확실합니다. 과정을 좀 설명해 드리면 해외 쪽에는 ‘큐애니스튜디오’라는 이름과 유사한 곳은 더러 있었지만, 정확하게 상호가 ‘큐애니스튜디오’는 없었습니다. 거기에 국내엔 비슷한 이름도 조차도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
“ 그런데요? ”
“ 힘들게 찾았습니다. ”
담담하게 대답하는 황실장을 보며 주혁이 검지로 핸드폰 화면을 찍었다.
“ 즉, 여기가 큐애니스튜디오다? ”
“ 맞습니다. 국내에 큐애니스튜디오라는 상호는 그곳이 전부입니다. ”
“ 아니. 근데 여긴. 제작사가 아니라, 원룸이지 않습니까? ”
말을 마친 주혁이 다시금 황실장의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큐애니스튜디오.
분명, 사진에는 강주혁이 찾던 상호가 적혀있긴 했다.
근데 명패가 원룸 문짝에 스티커를 붙여놓은 것처럼, 손바닥을 가로로 3개 정도 붙여놓은 크기에 플라스틱인 것이 문제였다.
언뜻 보면 호수를 표기해놓은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것보단 훨씬 컸지만. 어쨌든 주혁이 머리를 살짝 긁었다.
“ 이게 제작사가 맞긴 합니까? ”
“ 아마도. ”
“ 아마도? ”
“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업체는 아닌 모양입니다. 찾아낸 경로도 애니메이션 관련 카페에서 찾아냈습니다.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을 찾는다는 게시글에서. ”
“ 즉, 시작단계도 아니고, 아예 준비단계다? ”
“ 어쩌면 준비단계도 아닐지 모릅니다. ”
주혁이 약간은 허탈하게 웃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폭풍전야’ 관련 미래정보는 정말 꽤 먼 미래의 일일지 몰랐으니까.
‘ 어쨌든 올해는 확실히 아니라는 뜻이네. ’
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색결과에 큐애니스튜디오가 안 나온 것이 당연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후릅.
이어서 주혁이 김치찌개를 한 모금 넘겼다. 생각을 정리하듯. 김치찌개의 맛을 음미하며 약 3분 동안 말이 없던 주혁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황실장에게 넘기면서 말을 이었다.
“ 여기 주소. 제 핸드폰으로 좀 보내두세요. 직접 확인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
같은 날 늦은 오후, 정작가의 작업실.
아침에 보이스프로덕션을 다녀온 정작가는 노트북을 켜놓고 있었지만, 손은 멈춰있었다.
그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뿐.
얼마나 많은 생각이 오가는지 알 순 없었지만, 그녀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쭉 이런 상태였다. 덕분에 작업실은 적막했고, 움직임이라곤 정작가가 켜놓은 한글 프로그램 속 깜빡이는 커서가 다였다.
그렇게 약 10여 분간 가만히 있던 정작가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방문을 열어 서랍장에 끼워놓은 종이뭉치들을 꺼냈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종이뭉치는 이미 너덜너덜했다.
그리고 표지 하단에는 간단한 글씨가 박혀있다.
-보조작가: 정소연.
이어 정작가가 종이뭉치의 첫 장을 넘겼고.
-팔락.
종이에는 수많은 따옴표가 박힌 대사들이 펼쳐졌다. 그런 대사들이 즐비한 종이는 총 500장이 넘어 보였다. 정작가는 손에 들린 종이뭉치를 꽤 측은하게 내려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보조 시절 정작가가 집필한 작업물이었기 때문.
그렇게 몇 분간 자신의 습작을 읽던 정작가는 이내, 몸을 돌려 다시 노트북이 놓인 책상으로 움직였고, 노트북 바로 옆에 놓아두었던 투명 파일을 집었다.
아침, 강주혁에게 받아온 기획서였다.
“ ······ ”
정작가는 말없이 기획서를 다시 읽어내려갔다. 이어서 그녀는 보이스프로덕션에서 강주혁과 헤어지기 전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시작은 정작가의 입에서부터였다.
“ 사장님······이 기획. 가능할까요? ”
“ 정작가님은 어떠세요? 가능하다면 하고 싶으세요? ”
“ ······네. 저는 하고 싶어요. 홍혜숙 작가님은. 선생님은 제 목표였으니까. ”
“ 목표라. 좋네요. ”
만족스러운 듯 주혁이 미소짓자, 정작가가 고개를 숙였다.
“ 그런데. 홍혜숙 작가님은 안 하실 것 같은데. ”
정작가의 확신 없는 말에 주혁은 꽤 담담하게 답했다. 심지어 웃기까지 하면서.
“ 될 겁니다. 제가 되게 만들 거니까. ”
-스윽.
강주혁의 마지막 말로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정작가가 기획서를 다시 책상에 내리면서 혼잣말을 뱉었다.
“ 진짜······ 될까? ”
같은 시각, 홍혜숙 작가의 작업실.
어째선지 홍혜숙 작가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았던 케익을 통째로 꺼내놓고, 숟가락으로 퍼먹고 있다. 그런데 숟가락이 작지 않다.
무려 밥숟가락이었다.
“ ······ ”
홍혜숙 작가는 스트레스가 쌓인 얼굴로 케익을 퍼먹기만 할 뿐, 딱히 말이 없었다. 자리에서 케익 한 통을 모두 없애버릴 기세.
365일 다이어트에 시달리는 그녀로선 꽤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바로 그때.
-띠띠띠띡, 띠리릭.
작업실 주인은 케익을 퍼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그러나 홍혜숙 작가는 별 반응 없이 추가로 케익을 퍼 올렸다.
“ 홍혜숙 작가님? ”
이어서 나타난 것은 문학창고의 사장 우진태였다. 우진태는 작업실에 들어오자마자 홍혜숙 작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주방에서 케익을 퍼먹는 홍혜숙 작가를 발견.
“ 작가님?! 지금 뭘! ”
영혼 없이 그저 케익을 퍼먹는 그녀를 보며 말문이 막혔다.
“ 작가님. 괜찮···지 않군요. ”
“ ······ ”
하지만 홍혜숙 작가는 대답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던 우진태의 시선이 홍혜숙 작가가 퍼먹는 케익 바로 옆, 탁자에 올려진 종이뭉치와 투명 파일로 박혔다.
“ 이게. 강주혁 사장한테서 받아오신 겁니까? 잠시 보겠습니다. ”
-스윽.
말을 마친 우진태가 곧장 종이뭉치부터 펼쳤고, 세 장을 넘길 때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 이게······정작가님 시놉? 허- ”
혼잣말을 뱉은 우진태가 정작가의 시놉을 내린 후, 다급하게 투명 파일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딱 1분이 지난 시점에 외쳤다.
“ 뭐, 뭐야. 이게. 지금 강주혁 그 친구가 생각하는 게 이거랍니까?! ”
“ ······맞아요. 내 참. 기가 막혀서. ”
“ 엄청난데? 작가님! 허허. 이건 될지도 몰라. 진짜로. 이런 프로젝트는 누구도 상상을. 아! ”
순간,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말을 뱉던 우진태가 움직임을 멈춘 홍혜숙 작가와 눈이 마주쳤고, 입을 다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홍혜숙 작가가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
“ 아, 아니. 작가님. 제 말은. ”
“ 뭐? 될지도 몰라? ”
“ 그게 아니고. ”
땀을 질질 흘리는 우진태 사장. 그러나 홍혜숙 작가의 대답은 심플했다.
“ 나가요. ”
“ 작가님. ”
“ 나가라니까! ”
“ 허이구! 알겠습니다. 갑니다. 가요. ”
-철컥!
발에 모터가 달린 듯, 세상 빠르게 작업실을 빠져나간 우진태 사장.
그런 그를 쏘아보던 홍혜숙 작가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케익에 중앙에 푹 꽂더니 정작가의 시놉을 들어 올렸다.
“ 흥. 그새 또 성장했어. ”
-툭.
이어 탁자에 다시 정작가의 시놉을 놓은 홍혜숙 작가가 나란히 있는 시놉과 기획서를 내려다봤고.
“ ······ ”
아침, 정작가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 겁나세요? ’
정작가의 말은 바람처럼 날아와, 홍혜숙 작가의 뇌리에 너무나 날카롭게 박혔다. 그런 홍혜숙 작가가 양손을 탁자에 짚으며 한숨과 함께 읊조렸다.
“ 하- 그래. 겁난다 이것아. ”
다음 날, 14일 화요일 아침.
만능엔터테이너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침 10시가 되자마자, 패자부활전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연예면에 걸려있던 기사들이 빠르게 바뀌었다.
『[TV이슈] ‘만능엔터테이너’ 패자부활전 결과발표!』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는 탈락자는 단 2명, 과연 누구?』
『‘만능엔터테이너’ 측 “공식 홈페이지 일시적인 오류, 금방 복구할 것”』
그와 동시에 만능엔터테이너의 공식 홈페이지가 순간 먹통이 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고, 덕분에 실검 3위에는 ‘만능엔터테이너 공식 홈페이지’가 이름을 올렸다.
어쨌든 다운됐던 홈페이지는 10분 만에 복구됐고.
『‘만능엔터테이너’ 공식 홈페이지 복구 완료, 합격자 확인 가능.』
패자부활전의 합격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팩트체크] 만능엔터테이너의 패자부활전 생존자는? 장주연, 이미소』
『‘만능엔터테이너’ 두 명의 합격자는? 장주연과 이미소』
-ㅋㅋㅋㅋㅋ이변은 없었죠?
-솔까 장주연은 실력은 좋은데, 와꾸가 좀…
-아마 이미소가 투표수 1등, 장주연이 2등일 듯?
-왜? 난 이미소보다 장주연이 더 예쁘던데?
-투표수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니~ 왜 투표수는 발표 안 해 주냐? ㅈㄴ궁금하게.
-당연하지. 투표수까지 나오면 떨어진 얘들 조나 자괴감 쩔듯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렇게 되면 이제 만능엔터 추가합격까지 총 12명인 거?
-이제 TOP12넼ㅋㅋㅋ 남은 과제가 뭔지 ㅈㄴ궁금하다!!!
합격자는 장주연과 이미소. 두 명이었다. 이에 대중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덕분인지 짧긴 했지만.
1.김현숙 딸.
2.만능엔터테이너 패자부활전
3.장주연
4.이미소
5.오늘 축구.
장주연과 이미소의 이름은 실검에 올랐다.
그리고 그 시각, 강주혁은 운전 중이었다. 방금 보이스프로덕션 사옥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주혁의 차는 미끄러지든 도로 위를 달렸고.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 순간 그의 전화가 울렸다. 주혁은 움직이던 차를 갓길에 대고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박한철 PD.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피식하며 전화를 받았고.
“ 네. PD님. ”
“ 사장님. 패자부활전. 결과 확인하셨습니까? ”
“ 물론이죠. 확인했습니다. 장주연 양, 이미소 양 맞죠? ”
“ 맞습니다. 그런데요. ”
“ 네? ”
박한철 PD가 약간은 흥분한 듯 말을 이었다.
“ 투표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십니까? ”
“ 저야 모르죠. 애초에 투표수는 안 나오니까. ”
“ 투표 결과가 꽤 흥미롭습니다. ”
“ 흥미롭다? ”
“ 예. 저도 주말에 스텝들이랑 투표 집계하면서 알았는데. 그 친구 반응이 좋은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 일 줄은······ ”
말끝을 흐린 박한철 PD에게 주혁이 되물었다.
“ 무슨 소립니까? ”
“ 그게- 투표가 너무 한쪽으로 쏠렸어요. ”
“ 한쪽으로? ”
주혁이 되묻자, 박한철 PD가 결과를 토해냈다.
“ 장주연 그 친구한테 꽂힌 투표. 그러니까 투표율 82%! 그 아이가 표를 거의 쓸어 담았습니다. ”
한 시간 뒤, 용인 기흥 주변.
박한철 PD와 전화를 끊은 후, 주혁은 황실장이 보내온 ‘큐애니스튜디오’의 주소대로 향하고 있었다.
“ 여긴······기흥인데. ”
이어 운전하며 주변을 둘러본 주혁이 이곳이 기흥임을 인지했다. 애초 황실장에게 받은 주소가 도로명 주소라 처음엔 용인인 줄은 알았지, 기흥인지는 주혁도 몰랐던 모양.
-스윽.
이어서 널찍하던 도로가 좁아지며 주혁의 차는 서서히 주택이나 원룸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때 주혁이 길 안내를 뱉는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3분.
즉, ‘큐애니스튜디오’가 이 주변이라는 소리였다.
“ 스읍-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차를 못 할 듯싶은데. ”
짧게 읊조린 주혁이 속도를 줄이며 주차공간을 확인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도로 갓길에 주차한 차들이 넘쳐났기에.
“ ······ ”
그런 풍경을 말없이 지켜보던 주혁이 눈앞에 나타난 빈 곳에 차를 욱여넣었다.
-텅!
이어서 차에서 내린 주혁이 주변을 훑었다. 그런데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 왜 낯설지가 않지? ”
분명, 언젠가는 다녀온 듯한 느낌. 거기다가 이상하게 다리도 좀 시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리가 아파서 부들거리는 느낌이 요상하게 스믈스믈 올라왔다.
“ 뭐야. 여기. ”
그렇게 혼잣말을 뱉은 주혁이 몸을 돌렸고.
-스윽.
정면 가게 간판에 시선이 박혔다. 박히자마자, 그의 입에서 짧은 말이 데굴데굴 흘러나왔다.
“ 어? ”
너무나 익숙한 간판이었다.
-행복 초대박 로또
“ 여기 분명······ ”
말끝을 흐린 주혁이 로또점 옆쪽의 골목길로 고개를 돌렸다. 골목길 역시 매우 익숙한 곳이었다.
바로 그때.
-딸랑.
“ 수고하세요. ”
로또점의 문을 열고 중년남성이 나왔다. 그 모습에 주혁이 확신했다.
“ 맞아. 여기. ”
약 1년 전. 보이스피싱이 유료가 아닌, 무료일 때.
“ 행복 초대박 로또점. ”
강주혁이 로또를 주운 곳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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