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70
강주혁의 첫마디에 눈알이 커진 김건욱이 바로 답했다.
“ 아닌데? 나 지금 쟤 여자로. ”
“ 진짜? ”
“ 당연하지. 하진이랑 서로 대사를 몇 번이나. ”
“ 진짜로. 진짜? ”
“ ······ ”
이윽고 김건욱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 모양. 어쨌거나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이 ‘19살 그리고 20살’이라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야. 네가 맡은 김정욱이라는 역할은 여주인공 최민서를 꽤 오랫동안 짝사랑했어. 물론, 지금 당장은 스스로 못 느끼고 있는 상태고, 최민서와 엮이면서 서서히 마음을 알아차리는 감정선인데. ”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뒤쪽,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강하진에게 시선을 살짝 던졌다가 이내 돌아왔다.
“ 지금 이 장면을 10번 이상 트라이 했는데, 왜 내 눈에는 네 감정이 안 보이냐? 내가 대충 봐서 이 정돈데 이거 영화관에 걸리면 관객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 ”
“ ······ ”
어느새 김건욱은 말이 없어졌다. 그런 그를 보며 주혁이 조심스레 물었다.
“ 너. 설마. 아직 그 사건 감정이 남아 있는 거냐? ”
김건욱의 데이트폭력 사건. 결과야 어찌 됐든 그 사건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부분에서 시작됐다.
트라우마.
배우에게 감정의 상처는 치명상. 주혁이 김건욱에게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경험에서 나오는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 못하는 것.
“ ······아니. 남은 건 아닌데. ”
“ 건욱아. 지금 네 상태. 네 모습 모두 이 인물에 씌워라. 인물 해석을 새로 해. 그런 감정점들을 하나씩 이어서 감정선을 만들어. 지금 오직 하진씨, 그러니까 최민서 마음을 얻는 것만 생각해. 그리고 내가 예전에도 말했었지? 안 풀리면 반복해라. ”
“ 반복? ”
“ 그래. 반복. 촬영 현장의 사령탑은 당연히 감독이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져. 딱 보니 이 현장 분위기를 풀 수 있는 건 여기서 너밖에 없다. ”
주혁의 말에 김건욱이 주변을 슥 둘러봤다. 그 틈에 주혁이 말을 이었다.
“ 탑배우라는 건 연기만 잘해서 붙는 게 아니야. 너도 잘 알잖아. 촬영 분위기, 의욕 증진, 감독과의 소통. 그런 것들을 전부 아울러야 해. 지금 김필수 감독이 주눅 들어있어. 네가 직접 가서 다시 가고 싶다고, 한 번 더 부탁한다고 말해서 부담을 덜어주고, 하진씨 포함 배우들에게 애드립을 요청해. 그리고 반복해. 네가 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된다. ”
어느새 숙연해진 촬영장. 바로 그 타이밍에 주혁이 몸을 돌리면서 김건욱에게 마지막 말을 던졌다.
“ 스텝들이, 감독이 더 나아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씬 하나에 욕심을 가지게끔 만들어. 이대로 가면 똥 싼다. 진짜. ”
-스윽.
말을 마친 주혁이 잠시간 김건욱을 쳐다보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제자리로 돌아왔고, 김필수 감독 포함 송사장 등등 그를 쫓던 시선들 역시 따라왔다.
이어 주혁은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는 김건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 후- ”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돌연 변한 김건욱이 김필수 감독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 감독님. 방금 씬. 아무래도 제가 감정이 덜 실려서 그런데. 한 번 더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
그러자 강주혁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필수 감독의 고개가 휙 소리를 내며 김건욱 쪽으로 돌아갔고.
“ 그, 그럴까요? ”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송사장이 팔짱 낀 강주혁을 쳐다봤다. 강주혁 역시, 송사장을 쳐다보고 있었고.
“ 하하. 새끼. ”
이어 송사장이 미소지으며 웃었다.
늦은 오후, 강주혁의 차 안.
차츰 안정된 ‘19살 그리고 20살’의 촬영 현장을 보던 주혁이 조용히 빠져나와, 방송국 KBC로 향하고 있었다.
“ 보자. 분위기가 좀 어떤가. ”
이어 잠시 신호에 걸린 틈을 타서,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검색사이트를 켰다.
그가 검색창에 쓴 글자는 ‘얘기하고 부대끼고’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곧 KBC의 황만수 PD와 미팅이 잡혀 있었기 때문. 그전에 주혁은 언론과 여론 분위기를 파악해야 했다.
『KBC, 강주혁의 합작 토크쇼. 과연 진행은 누가?』
『[TV이슈]‘강트맨’ 강주혁이 KBC에 런칭하는 토크쇼 ‘얘기하고 부대끼고’ 진행자는 헤나?』
『헤나? 강주혁? 베일에 싸인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진행자』
『KBC 측 “토크쇼 진행자. 아직 확정된 것 없어.”』
-이거 혹시 강트맨 형이 직접 진행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강주혁 아닐걸?
-아니!! 빨리 발표점. ㅈㄴ궁금하네!
-백퍼 헤나가 함ㅋㅋㅋ 걔 예전부터 단독 진행 욕심냈었음.
-헤나?? 곧 콘서트 아닌가?
-누가 하든 말든 제발 틀에 박힌 토크쇼는 아니었으면.
– 강자매 투톱으로 나올지돜ㅋㅋㅋㅋ
-아예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아닌 사람이 맡을 수도 있지.
확실히 언론과 여론은 당연하게도 추측이 난무했다. 어쨌든 강주혁의 설계대로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관심도는 높아졌다.
잠시 뒤.
KBC에 도착한 주혁은 곧장 담당 PD인 황만수 PD와 그 외 작가들, 스텝들과 회의실에 모여 1차 제작 미팅을 시작했다.
“ 건욱이가 지금 촬영 중이라. 부득이하게 저만 왔습니다. ”
“ 괜찮습니다. 어차피 1차 제작 미팅에는 건욱 씨가 들을만한 게 없습니다. 그보다. 이것을. ”
이어서 황만수 PD가 주혁에게 1차 기획안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기획안에는 첫 장부터 숫자들이 즐비했다.
예상 총제작비부터 회당 제작비 그리고 추가로 들어갈지 모르는 제작비까지. 다음 장부터는 장소 섭외, 세트, 관람객, 스텝 계약 건 등등.
대략적인 초기 구성이 전부 담겨있었다.
이 부분은 어차피 황만수 PD가 전문일 테니, 주혁은 간략하게 몇 마디의 질문만으로 넘어갔고.
“ 저. 그런데 사장님. ”
강주혁이 기획안 중 홍보 마케팅 부분에 이르러서야 황만수 PD가 질문을 던졌다.
“ 슬슬 진행자가 김건욱씨 인 것을 발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왜요? 위에서 압박이라도 있습니까? ”
“ 뭐, 아무래도 위에선 이 관심이 식기 전에 계속 이어가라는 입장이죠. 기자들한테 얼버무리는 것도 한두 번이고. ”
-스윽.
황만수 PD의 말을 들은 주혁이 팔짱을 꼈고.
“ 오다가 살짝 봤는데, 진행자에 관해서 여러 찌라시가 돌던데. ”
“ 예. 아무래도. 정보가 없다 보니까, 기자들도 제멋대로 기사를 갈기는. ”
“ 딱 좋지 않습니까? ”
“ 예? ”
기획안 중 홍보 마케팅 부분을 검지로 찍으면서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찌라시가 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증거고, 좀 더 부추겨도 좋을 듯싶은데요. 전. ”
“ 흠. 부추긴 다라. ”
“ 예상을 뒤엎는 전개로 진행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주혁의 말을 들은 황만수 PD가 턱을 쓸었다. 그 모습에 주혁이 웃었다.
“ 제 쪽이나 방송국 쪽에서 계속 부채질 좀 하다가, 아예. 첫 방 날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죠. ”
“ 예?! 아예 비공개로 가자는 말씀입니까?! ”
“ 뭐, 예고편이나 티저 등등 마케팅으로 쓰일 곳엔 건욱이 목소리나 바스트만 나가도 괜찮지 싶어서요. 계속 찌라시만 돌고, 그런 상황에 전혀 예상치 못하게 김건욱이 쾅. 쉽게 말해 첫 방 날에 진행자가 밝혀지는 거죠. ”
순간, 회의실에 앉은 황만수 PD나 작가 등등의 눈이 커졌다. ‘저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 따위의 표정.
그 모습에 주혁이 미소지으며 결론을 던졌다.
“ 아니, 그런 방법도 있다 이겁니다. ”
같은 시각, 방송국 KBC 로비.
날이 조금 풀린 탓에 트렌치코트로 멋을 낸 홍혜숙 작가가 드라마 PD와 미팅을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 아니- 작가님. 나 진짜 국장님한테 죽는다니까? 왜 안 해. 왜. 나 좀 살려줘요. ”
“ 참. 박PD는 왜 자꾸 나더러 살려달래? 내가 무슨 구세주야 뭐야. ”
홍혜숙 작가가 작업실로 돌아가는 중에도 그녀의 뒤로 콧수염이 수두룩한 박상희 PD가 졸졸졸 따라오며 그녀를 설득 중이었다.
“ 우리 작가님이 나한텐 구세주지. 구세주야. 아이고 작가님. 합니다. 나랑 해요. 제발! 나 진짜 모가지 날아간다니까?! ”
“ 박PD 모가지 날아가는 거야 내가 알 바는 아니잖아? 그리고 말했잖아. 나 쓰던 거 전부 갈았다니까? ”
“ 또 쓰면 되지! 쓰자. 우리 작가님 글 금방 쓰니까! ”
-멈칫!
박상희 PD의 말에 홍혜숙 작가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휙 하니 돌아봤다.
“ 이거 봐 이거. PD들 하나같이! 어? 계약하기 전엔 작가님 작가님 하다가 계약하면 무슨 글 쓰는 기계로 취급하지. 내가 모를 줄 알아요? ”
“ 에헤이~ 우리 작가님은 다르지. 사이즈가! 어? 사이즈가 다르잖아. 초짜 작가들이랑은. ”
“ 몰라. 난 안 해. ”
쐐기를 박고 다시 발을 움직이는 홍혜숙 작가의 팔뚝을 박상희 PD가 죽어라 붙잡았다.
“ 아- 작가님. 제발 나 좀 살려줘. ”
“ 진짜!!! 뭘 자꾸 살려달라는 건데!! ”
바로 그때.
“ 와- 홍작가? 맞나? 어머 맞네. 홍작가! ”
대뜸 뒤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에 박상희 PD에게 팔뚝을 붙잡힌 홍혜숙 작가가 힘들게 고개만 뒤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곧 얼굴을 구겼다.
“ 홍작가. 이게 몇 년 만이야? ”
그러거나 말거나 홍혜숙 작가에게 말을 건 여자는 검은색 하이힐 소리를 청명하게 내며 다가왔고.
“ 허이구! 안숙희 작가님? 송 PD랑 작품 들어간다면서요? 송 PD 땡잡았네. ”
다가오는 여자의 소개를, 여전히 홍혜숙 작가의 팔뚝을 잡고 있던 박상희 PD가 대신했다.
안숙희 작가. 그녀는 국내 또는 방송가에서 홍혜숙 작가와 라이벌이라 알려진 작가였다. 그만큼 경력도 비슷하고, 오랜 세월 작품으로, 시청률로 꾸준히 다툼을 이어온 사이.
거기다 안숙희 작가는 홍혜숙 작가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었고.
“ 엄머! 홍작가 얼굴 왜 그렇게 상했어? 관리 좀 받아야겠다~ ”
바로 앞에 도착하자마자, 쓸데없는 소리를 뱉기 시작했다.
“ 그런데 KBC랑 차기작 하려고? 으음- 박 PD 괜찮을까? 홍작가 전작이 신통치 않았잖아? ”
“ 에이- 그런 거야 내가 좀 감수하면 되지!! 괜찮아! 괜찮아! 허허! 작가님 그러니까 합시다! ”
“ 우리 홍작가님 뭐해? 이렇게 PD님이 매달리는데. 너무 그렇게 튕기면 나중에 어쩌려구~ 가뜩이나 요즘 좀 하락세 아니야? ”
꼴 보기 싫은 부류의 인간이 둘이나 있는 판국에 홍혜숙 작가는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 하- ”
사실, 그녀는 지금 나타난 안숙희 작가가 미치도록 짜증 났지만, 실제로 최근 성적으론 홍혜숙 작가가 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틈에 박상희 PD가 웃으며 다시 끼어들었고.
“ 우리 작가님이 조금. 아주 쪼오금 하락세긴 해도! 난 괜찮아! 그러니까 작가님. 우리 작가님 나랑 합시다! 응? ”
안숙희 작가가 거들었다.
“ 그래. 홍작가. 최근 두 작품 좀 밀렸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호호. 아니, 세 작품이었나? ”
순간, 홍혜숙 작가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 나······ 갈래. 놔줘요. ”
그러나 박상희 PD는 더욱 신나게, 비비적거리며 홍혜숙 작가의 팔뚝을 흔들었고.
“ 어허! 안되지! 사인해주고 가야지 작가님. 나 눕는다? 여기 누워? ”
안숙희 작가가 깔깔 웃었다.
“ 볼만하겠다. 해봐요. 내가 예쁘게 투샷으로. ”
그때였다.
“ 거참. 시끄럽네. ”
순간,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안숙희 작가의 말을 자르며 침투했다. 덕분에 깔깔 웃던 안숙희 작가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며 얼굴을 휙 돌렸다.
엘리베이터 앞,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풀 정장을 차려입은 길쭉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뚜벅, 뚜벅.
그 모습에 안숙희 작가가 미간을 찌푸렸다.
“ 뭐야. 누구야? ”
그러거나 말거나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는 이어졌고.
“ ‘ 붉은 달빛’, ‘이웃집 남편’, ‘청춘 바람’ ”
-뚜벅, 뚜벅.
어느새 코앞까지 도착한 남자가 안숙희 작가를 내려다보며 하던 말을 끝마쳤다.
“ 27.8%, 33.5%, 31.2%. 홍혜숙 작가님의 이 세 작품 방영 당시에 안숙희 작가님 작품은 10%도 못 넘지 않으셨는지? ”
“ 가, 강주혁? ”
안숙희 작가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강주혁이였기 때문. 방금 미팅을 마치고 온 모양인지, 황만수 PD도 함께였다.
바로 그때.
방송국 로비를 서성거리던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돌렸다.
“ 야야. 저거 강주혁 아니야? ”
“ 어? 어디? 어. 맞네? 저 여자들은······ 홍혜숙 작가랑 안숙희 작가네. ”
“ 뭐지. 뭔가 저거 그림이. ”
“ 뭐가 됐든 일단, 찍어. 찍고 보자. ”
이어 기자들이 강주혁이 끼어있는 광경을 조용히 찍어대기 시작했다.
어쨌든 잠시간 사태를 파악하던 안숙희 작가가 눈살을 찌푸렸다.
“ 강주혁씨. 당신이 방금 시끄럽다 한 거예요? ”
“ 아, 실제로 시끄러워서요. 방송국 로비가 워낙 울리니까. 로비는 사람이 많으니까, 목소리를 좀 낮추셔야죠. ”
“ 뭐야? 어이없어. 미친 거 아니야?”
“ 괜찮습니다. 안 미쳤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
-스윽.
주혁이 홍혜숙 작가의 팔뚝을 잡은 박상희 PD의 팔을 강하게 잡으며 말을 이었다.
“ 놓으세요. ”
“ 아, 아니. 주혁씨. 뭔데 끼어서 놓으라 마라. ”
“ 생떼도 적당히 피워야죠. 애도 아니고. 놓으세요. ”
“ 새, 생떼라니! 이게 어딜 봐서! ”
“ 어딜 봐도 그렇습니다. 왜요? 저기 있는 기자들 불러다가, 상황 설명 좀 할까요? ”
“ 무, 무슨! 나는 그게 아니고! ”
발악하며 변명하는 박상희 PD의 눈을 똑바로 보며 더욱 가까이 다가선 강주혁.
“ 기든 아니든. 일단 놓으시라고요. 놓고 로비에 혼자 눕든지 말든지 하시고. ”
“ 아······ ”
-스륵.
강주혁의 기백에 눌린 건지, 어쩐 건지 굳건하게 잡고 있던 박상희 PD의 손이 풀렸고.
“황만수 PD님. 어쨌든 결정되면 연락 주세요. 홍혜숙 작가님. 가시죠. ”
뒤쪽에 서서 상황을 묘하게 지켜보던 황만수 PD에게 인사를 전한 주혁이,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홍혜숙 작가 앞으로 손을 내밀며 가자는 시늉을 했다.
“ 아······ 네. ”
이어 자신을 따라나서는 홍혜숙 작가를 보던 주혁이 고개를 돌려 잔뜩 얼굴을 구긴 안숙희 작가나 박상희 PD에게 웃으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 뭐, 이제 누으시고, 찍으시고 맘대로들 하시면 됩니다. ”
잠시 후, KBC 주차장.
홍혜숙 작가의 차까지 그녀를 배웅한 주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그럼. 들어가세요. 작가님. ”
“ ······주혁씨. 고마워요. ”
“ 아뇨. 뭐, 괜찮습니다. ”
약간은 붉은색이 섞인 SUV 앞에 선 홍혜숙 작가가 뭔가 우물거렸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는 식의 표정으로 돌연 탈바꿈한 홍혜숙 작가가 몸을 휙 돌렸다.
“ 강······주혁씨. 어? ”
그런데 있어야 할 곳에 강주혁이 없었다.
“ 아. ”
그는 언제 받았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뭔가 전화를 받다가도 핸드폰을 내려 번호를 터치하기도 하던 주혁은 이내,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이어서 전화를 끊은 듯 보이던 주혁이 어디론가 전화를 다시 거는 듯했고, 곧 그의 목소리가 홍혜숙 작가에게까지 들렸다.
“ 김재황 사장님. 지금 좀 볼 수. 아니, 꼭 봬야겠습니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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