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71
홍혜숙 작가의 차 앞에 도착했을 때, 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곧장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고.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서비스 ‘실버’의 남은 횟수는 총 14번입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주혁이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서울시 영등포구’, 2번 ‘너무 멋진 분’, 3번 ‘화이트 빅 마우스’, 4번 ‘누나 넷 3대 독자’, 5번 ‘새벽 1시 30분’, 6번······]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를 들은 주혁은 고민 없이 1번 ‘서울시 영등포구’ 키워드를 눌렀다. 이번엔 실수 없도록 정확하게 1번을 눌렀고, 곧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서울시 영등포구’ 입니다! ] [과거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었던 배우 신준규가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역 주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됩니다. 추가로 조사과정에서 탈세 혐의까지 밝혀지면서, 배우 신준규는 출연 확정된 헐리웃 영화 및 국내 작품에서 전부 하차하며 나락으로 빠집니다.]-뚝.
보이스피싱은 그렇게 끊겼고, 주혁이 읊조렸다.
“ 신준규. ”
분명, 강주혁도 아는 인물이었다. 물론 그리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고, 오다가다 인사 정도 나눴던 사이였는데,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방면으로 승승장구하던 탑배우였다.
다만, 문제는.
“ 신준규······ 분명히 브랜디드 콘텐츠에. ”
순간 주혁은 해창전자의 김재황 사장이 건넸던 브랜디드 콘텐츠 최종 기획서를 떠올렸다. 김재황 사장의 사인만 하면 바로 시작된다던 브랜디드 콘텐츠.
“ 분명, 신준규가 주연이었어. ”
배우 신준규는 해창전자의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에 핵심 주연배우였다. 확실했다. 주혁이 이렇듯 확실히 기억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기획서를 꼼꼼하게 확인했었기 때문.
김재황 사장의 부탁으로, 그리고 김재욱이 출연하는 작품이기에 주혁은 김재황 사장에게 최종 기획안을 받아 꼼꼼히 체크했었다.
어쨌든 방금들은 미래정보를 수첩에 메모한 주혁이 짧게 혼잣말을 뱉었다.
“ 곤란한데. ”
이어 수첩을 주머니에 넣은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김재황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 신호는 길지 않았고.
“ 음. 그래. 나야. 기획서 전부 확인해 봤는가? ”
주혁은 본론을 바로 던졌다.
“ 김재황 사장님. 지금 좀 볼 수. 아니, 꼭 봬야겠습니다. ”
잠시 뒤.
어느새 통화를 마쳤는지, 주혁이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을 때, 뒤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홍혜숙 작가였다.
“ 주혁씨. ”
그때야 자신이 홍혜숙 작가를 데려다준 것을 다시금 떠올린 주혁이 ‘아.’ 따위의 소리를 내며 뒤돌았다.
“ 작가님. 죄송합니다. 중요한 전화여서. ”
“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언뜻 들었는데. 아, 일부로 들은 건 아니고, 우연히. 진짜 우연히 들었는데. 김재황 사장이란 사람이 제가 아는 그 김재황 사장이 맞아요? ”
“ 네. 아마. 맞을 겁니다. ”
“ ······정말요? 그 해창전자 김재황 사장?! 진짜? ”
눈을 크게 뜨고 되묻는 홍혜숙 작가. 반면, 주혁은 꽤 무심하고 담담하게 답했다.
“ 네. 맞습니다. 해창전자. ”
“ 허?! 주혁씨는 정말 보면 볼수록 요지경이네? 어떻게 김재황 사장을······ 개인적으로 알 수가 있지? ”
“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
홍혜숙 작가의 입이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가. 그런 상태가 여러 번 반복되던 홍혜숙 작가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 후- 뭐. 그건 그거고. 하나만 물어볼게요. ”
“ 네. ”
“ 아까 로비에서 내 작품들 말했죠? ‘ 붉은 달빛’, ‘이웃집 남편’, ‘청춘 바람’ 그리고 시청률도 말했고? 27.8%, 33.5%, 31.2%. 어떻게 그렇게 세세하게 알아요? ”
“ 조사했으니까요. 그것 말고도 작가님 작품은 전부 확인했습니다. ”
“ 허- 정말? ”
주혁의 대답에 홍혜숙 작가가 살짝 놀랐다.
찾아보는 거야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점. 그리고 작품 제목을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술술 말하는 게 꽤 신기했던 모양.
그런 상태로 홍혜숙 작가가 강주혁의 얼굴을 올려다볼 때, 주혁이 말을 이었고.
“ 작가님. 제가 드린 기획은. 그러니까 제안은 그저 작가님이 스타작가라서, 잘나가서 드린 게 아닙니다. ”
“ 그럼요? ”
“ 작품의 재미와 깊이, 작 중 인물들을 살리는 능력. 끝으로 작품의 재미까지 확인하고 제안을 드린 겁니다. 기대가 되니까요. ”
“ ······기대가 된다라. ”
“ 네. 기대됩니다. 드라마는 어차피 예쁜 거짓말이죠. 그 거짓말을 더욱 예쁘게, 기대되게 포장하는 것이 작가님들이고. ”
“ ······ ”
순간, 말이 없어진 홍혜숙 작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주혁이 미소지었고.
“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저는 안숙희 작가보다, 작가님 작품이. ”
결론을 던졌다.
“ 백배는 앞서있다고 봅니다. ”
늦은 밤, 고급 횟집.
언제나 김재황 사장과 만나는 횟집. 그곳에 주혁이 자리 잡고 앉아있었고, 이미 사무실에 들러 받았던 기획서도 가져온 상태였다.
바로 그때.
-드륵.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정장을 차려입은 김재황 사장이 꽤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 음. 내가 늦었나? ”
“ 아뇨. 제가 일찍 왔습니다. ”
“ 그래. ”
이어 따라 들어온 직원에게 잠시 뒤 주문하겠다는 말을 던진 김재황 사장이 주혁의 반대편에 앉으며 긴 숨을 뱉었다.
“ 후- 요즘 너무 정신없어. 자네도 마찬가지지? ”
“ 저보다야 사장님이 더 바쁘시겠죠. ”
“ 허허. 가끔 이렇게 여유도 가지고 해야 하는데 말이지. ”
-슥.
말을 마친 김재황 사장이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었다.
“ 그래. 꼭 오늘 봐야 하는 이유가 뭔가? 자네가 급하게 말해서, 있던 일정도 취소했어. 궁금해서. ”
“ 일단, 기획서는 전부 읽어봤습니다. 제 생각은 기획서 곳곳에 적어뒀으니, 확인해보세요. ”
확인하라는 말을 끝으로 주혁이 옆에 놓아두었던 두꺼운 기획서를 탁자 위에 올렸다. 그러자 김재황 사장이 기획서 첫 장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 어땠나? 선수가 보기엔. ”
“ 기획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어차피 작품성보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해외에 알리는 것이 주력인 브랜디드 콘텐츠라 세세한 부분만 조금 고치면 충분히 좋은 기획이죠. ”
“ 그래? 그래서. 본론은? ”
김재황 사장은 마치, ‘이제 진짜를 말해봐’ 따위의 표정으로 주혁을 웃으며 쳐다봤고, 강주혁 역시 미소지으며 기획서의 둘째 장을 펼쳐, 제일 위쪽을 검지로 찍었다.
“ 여기 적혀진 배우들. 전부 계약은 끝났습니까? ”
“ 아니. 내가 사인을 해야 움직이지. 아마 최종 미팅까진 끝났을 거야. 배우들 계약 건도 사인만 남았겠지. ”
말을 들은 주혁의 검지가 종이를 쓸며 가장 끝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김재욱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이 브랜디드 콘텐츠는 사장님의 아들이자, 제 배우인 김재욱이 있죠. ”
“ 자네 배우라. 말이 좋군. 하여튼 그렇지. 아들놈이 들어갔지. ”
이어 김재욱의 이름에 멈춰있던 주혁의 손가락이 다시금 스윽 움직여, 가장 처음으로 움직였다. 거기엔 다른 이름이 적혀있었다.
-신준규
“ 그런 기획에 주연으로 들어간 신준규. 곧 사건이 터질 겁니다. ”
“ 사건? 어떤 사건을 말하는 건가? ”
“ 세세한 건 의미 없습니다. 해창전자가 1년을 바라보며 준비한, 거기다 재욱이가 들어간 브랜디드 콘텐츠에 주연으로 박힌 배우가 사건이 터진다. 이 부분이 중요한 거죠. ”
“ 흠. ”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변한 김재황 사장이 턱을 쓸었고, 기획서에서 손가락을 거둔 주혁이 물컵을 들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언제 터질지는 모릅니다. 10년 뒤에 터질 수도 있죠. 다만. ”
“ 당장 내일 터질 수도 있다? ”
“ 맞습니다. 다음 주일지, 다음 달일지, 내년일지는 모르지만, 사건은 분명 터집니다. ”
말을 마치고 물 한잔을 넘기는 강주혁을 김재황 사장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실, 김재황 사장은 이런 상황에 ‘어디서 입수한 정보냐?’ 따위의 말을 당연히 뱉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강주혁이 건넨 정보이기 때문.
그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강주혁은 아무렇지 않게 해결해 왔다. 덕분에 김재황 사장은 현재 강주혁을 꽤 신뢰하고 있었다.
“ 사건이 터진다면 굉장히 골치 아프겠군. 곤란해. 이 친구는 빠져야겠어. ”
“ 그렇게 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
담담하게 대답하는 강주혁을 고개만 살짝 꺾으며 김재황 사장이 쳐다봤고.
“ 이렇게 되면 또 내가 빚을 지게 되는 건가? 허허. 참. 자네만 만나면 내가 자꾸 작아져. ”
“ 그럴 리가요. ”
“ 자네. 사업해볼 생각 없나? ”
“ 지금 하고 있습니다만. ”
“ 아니아니. 내 회사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이 말이지. 좋은 자리 하나 주지. ”
주혁이 웃었다.
“ 그쪽은 귀찮은 일 천지라. 사양합니다. ”
“ 그래. 그렇게 나올 거라 생각했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처리하냐가 문젠데. 그렇지? ”
슬쩍 웃으며 물어오는 김재황 사장을 보며 주혁이 답했다.
“ 주연을 새로 넣으셔야죠. 그 기획대로라면 1년 농사를 바라보고 들어가는 건데, 배우 사생활도 좀 조사하셔야 되겠고. ”
“ 곤란해. 그런 거 할 시간이 없어. 이런 상황이라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
이어 나온 주혁의 대답은 간단했고.
“ 증명된 배우를 쓰면 됩니다. ”
“ 오호. 증명된 배우라. 그런 배우가 있나? ”
자신의 계획대로 됐는지, 어쨌는지 강주혁의 입에서 1초 만에 배우 이름이 나왔다.
“ 배우 김건욱은 어떠십니까? ”
다음 날 15일 아침, 홍혜숙 작가 작업실.
아침부터 노트북 앞에 앉은 홍혜숙 작가는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 KBC에서 있었던 일이 기사로 터졌기 때문.
『홍혜숙 작가, 안숙희 작가 KBC 로비에서/ 사진』
『스타작가 라이벌, 홍혜숙, 안숙희 작가 그리고 강주혁까지?』
『[팩트체크] 처음 보는 조합, 강주혁 이번에는 스타작가에 손 뻗나?』
『안숙희 작가를 노려보는 홍혜숙 작가, 차기작으로 승부 보나/ 사진』
꽤 여러 기사를 훑던 홍혜숙 작가가 혀를 찼다.
“ 쯧. 짜증 나네. 이걸 언제 찍었어. 정말. ”
그러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홍혜숙 작가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고.
『현재 스코어 2연패! 홍혜숙 작가 차기작엔 안숙희 작가를 이길 수 있을까?』
길게 숨을 뱉은 홍혜숙 작가의 시선이 옆에 놓인 기획서로 옮겨졌다.
“ ······ ”
그녀의 시선이 미묘해졌다.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강주혁이 홍혜숙 작가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뱉었다.
“ 좀 더 크게 났으면 딱 좋았는데. ”
기사들을 보며 뭔가 아쉬운지 슬쩍 미소짓는 강주혁.
“ 뭐, 됐어.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
-딸깍!
이어 열어뒀던 검색사이트에 주혁이 검색어를 바꿨고.
-태신식품.
강주혁이 엔터를 치자마자, 노트북 화면 상단에는 태신식품의 증권정보.
즉, 주식부터 나타났다.
결과는 여전히 처참했다. 하향곡선을 그리는 짙은 파란색. 보통 자신의 주식이 한 달이 넘도록 하락세라면 두 눈을 질끈 감고 한탄할 테지만, 주혁은 달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곧 날아오를 태신식품의 미래를 아는, 오직 강주혁만이 취할 수 있는 태도였다.
-드르륵, 드르륵.
그런 강주혁이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쭉쭉 아래로 내렸다. 최근 태신식품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드르륵, 드르륵.
“ 여전히 욕이 많네. ”
카페나 블로그등 대중들이 작성한 글에는 태신식품을 욕하는 게시물이 아직 넘쳐났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 최근 언론은 좀 어떤가. ”
이어 대중들의 반응을 확인하던 주혁의 스크롤은 더욱 아래쪽으로 움직였고.
“ 음? ”
-우뚝.
곧 기사를 확인한 주혁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가 멈춘 이유는 기사 제목에서 시작됐다.
『태신식품, 라면 신제품 출시 임박!』
『태신식품 측 “신제품 라면 광고모델은 대대적인 공모전으로 진행할 예정”』
『곧 신제품 라면 출시하는 ‘태신식품’ 회복 가능한가?』
바로 그때.
-끼익.
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홍혜수 팀장이 들어왔다.
“ 사장님~ 있어? ”
홍혜수 팀장은 문틈으로 몸을 반쯤 내밀어, 사장실을 둘러보다 자리에 앉은 강주혁을 발견하곤, 이내 문을 활짝 열었고.
“ 뭐야. 사장님. 일찍 나왔······ ”
순간, 가까이 다가온 홍혜수 팀장이 강주혁의 얼굴을 보며 흠칫 놀라 물었다.
“ 어머. 뭐야? 사장님 왜 웃고 있어? 기분 좋은 일 있어? ”
그녀의 물음에 주혁은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고정한 채, 태신식품 관련 미래정보와.
-주가 폭락한 태신식품, 불제육 볶음면의 출시로 주가 회복, 광고도 히트침.
이미 사둔 태신식품 주식을 떠올렸고.
“ 아니. 그냥. ”
곧 미소지으며 답했다.
“ 기대되는 일이 곧 터질 것 같아서.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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