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73
수첩을 꺼내든 주혁이 가장 앞장으로 넘겨, 차례차례 미래정보를 되새겼다. 초기 로또를 줍는 정보의 김진구부터 영화 ‘폭풍’ 그리고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의 정보까지.
정보를 쭉 이어서 확인한 주혁이 읊조렸다.
“ 이렇게 보면 전혀 연관이 없는데. ”
실제로 수첩에 적힌 미래정보는 만약, 남이 본다면 제각각 따로따로의 정보처럼, 전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 확실했다. 다만.
“ 여기에 내가 끼면 전부 연결이 돼. ”
각기 다른 미래정보에 강주혁이 끼어들면 미묘하게도 전부 연결이 되는 구도였다.
마치, 강주혁 자체가 잊어버린 조각인 것처럼.
이어 주혁이 황실장이 조사해온 자료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황실장님. 이 큐애니스튜디오에 인원은 이게 전부입니까? ”
“ 예. 총 5명이 전부였습니다. 그마저도 최근 한 명이 거의 활동을 안 하는 것 같았습니다. ”
“ 음. ”
침음을 삼킨 주혁이 자료에 적힌 큐애니스튜디오의 인원을 확인했고.
-김진구(책임자), 서호경, 최송구, 박광태, 고진아.
이름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던 주혁이 황실장에게 다시 물었다.
“ 이 중 누가 활동을 안 한다는? ”
“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진구가 디자이너 겸 리더 격인 책임자, 최송구가 디자이너, 서호경 역시 디자이너, 박광태가 일을 구해오는 영업직인 것 같고, 고진아가 스토리작가로 확인됩니다. 이 중에 최송구라는 친구가 활동을 안 합니다. ”
보고를 들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료에 적힌 최송구란 이름을 지워냈고.
‘ 박광태. 이 인간이 그때 김진구와 싸우던 놈일 테고. 문제는 스토리작가인 고진아. ’
인원 중 제일 끝에 적힌 고진아라는 이름에 주혁이 집중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 큐애니스튜디오에서 봤던 ‘폭풍전야’ 시나리오에 분명 고진아의 이름이 적혀있었지? ’
-스윽.
이어 주혁이 박건웅 팀장이 들고 온 계약서를 들어 올렸다. 자질구레한 항목 제일 끝에 영화 ‘폭풍’ 시나리오를 작성한 작가의 사인과 함께 이름이 적혀있었다.
-고진아.
즉,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와 영화 ‘폭풍’의 작가는 동일인물이었다.
“ 후- ”
여기까지 확인한 주혁이 들고 있던 자료와 계약서를 다시 책상에 놓았고, 등을 의자에 움푹 기대며 긴 한숨을 뱉었다.
‘ 자, 가정을 해보자. ’
이어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 나 대신 로또를 주웠을 김진구. 그가 큐애니스튜디오의 책임자였어. 그런데 내가 개입하면서 김진구가 로또를 줍지 못했지. ’
주혁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팔짱을 꼈고.
‘ 그리고 한참 뒤에 영화 ‘폭풍’ 시나리오가 세상에 나왔고, 내가 영화 ‘폭풍’ 시나리오를 산 뒤에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미래정보를 들었어. 그런데 두 작품 다 고진아라는 작가가 썼다 이거고. 고진아는 큐애니스튜디오 소속. ’
생각을 마친 주혁이 잠시 들렀던 큐애니스튜디오의 열악한 환경을 떠올렸다.
‘ 내가 개입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
만약, 강주혁이 로또를 줍지 않고 김진구가 주웠다면, 그랬다면 분명 김진구는 그 돈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았을까? 정도로 주혁이 추측했다.
하지만 김진구는 로또를 줍지 못했다.
그다음부터 생긴 일을 주혁이 추측하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
‘ 대충 봐도 ‘폭풍전야’ 시나리오는 상당히 오래돼 보였어. 즉, 제작을 포기한 거야. 대신 당장 힘드니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영화 ‘폭풍’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강필름에 팔았겠지. ’
이후, 어째서 ‘폭풍전야’가 개봉하고 표절 의혹에 휩싸이는지까지는 알 순 없었지만, 당장 여기까지의 추측만으로 주혁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모든 것이 강주혁의 손아귀에 있으니까.
‘ 그건 그렇고. 예전부터 느꼈지만, 묘하게 이어진단 말이지. ’
여전히 등을 움푹 기댄 주혁이 새삼 보이스피싱을 떠올리며 피식했다. 이어 자신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박건웅 팀장 쪽으로 주혁이 시선을 옮겼고.
“ 강필름쪽 정리는 어느 정도나 진행됐습니까? ”
“ 80% 정도입니다. 사실, 지금 옮겨도 문제없습니다. 직원들도 전부 납득했고요.”
“ 알겠습니다. 소리 안 나게 확실하게 정리하세요. 나가보셔도 됩니다. ”
“ 옙! ”
굳건한 대답을 끝으로 박건웅 팀장이 미팅룸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주혁이 이번에는 황실장을 불렀다.
“ 황실장님. ”
“ 예. ”
“ 주말쯤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
사장의 물음에 황실장이 미소지었고.
“ 사장님이 움직이시는 일정이 제 일정이죠. ”
강주혁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 그럼 주말에 저랑 좀 움직이시죠. ”
다음 날 16일 아침. THE엔터테인먼트.
이른 아침부터 THE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주창섭이 자리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다.
깊은 고민이 있는 듯.
“ 후- 돌겠네. ”
그가 아침부터 깊은 고민에 빠진 이유는 곧, 사장실의 문이 괴팍하게 열리며 나타난 남자 때문이었고.
“ 사장님! 뭡니까?! 뭔데 갑자기 제가 빠진 건데요? ”
“ 아아. 준규야. 일단 진정하고 앉아. ”
씩씩거리며 나타난 남자는 해창전자 브랜디드 콘텐츠의 주연으로 낙점됐었던 신준규였다.
“ 아니, 앉고 자시고. 왜 내가 잘린 겁니까? 미팅만 몇 번 했고, 이제 계약만 남은 상황이었잖아? 뭐냐고 대체! ”
“ 어허. 준규야. 진정하고 앉으라니까. ”
“ 뭘 자꾸 앉으라고! 어후! 진짜! ”
사장의 만류에 어렵사리 자리에 앉은 신준규가 다시 외쳤다.
“ 말해봐요! 이유정돈 들었을 거 아냐. 왜? 아니 왜 갑자기 나만 막차에서 내려야 되냐고. 쪽팔리게. ”
“ 후- 그게. ”
화가 잔뜩 난 신준규를 보며 주창섭 사장이 말끝을 흐렸다. 쉽게 물꼬를 틀기 어려운 모양.
그 모습에 신준규가 더욱 발광했다.
“ 아니!! 말을 해보시라고요! 답답하네. 진짜! ”
“ 그······ 정확한 이유는 못 들었고. 해창전자 쪽에선 1년짜리 대규모 브랜디드 콘텐츠다 보니까, 이미지가 중요한데, 너랑은···안 맞는다고. ”
“ 아니, 시발 뭐라는 거야. 미친 새끼들인가? 미팅 때만 해도 이미지가 딱 맞다 어쩐다 지랄발광을 떨었는데, 이제사 뭐? 이미지가 안 맞아? 아! 돌겠네 진짜! ”
“ 뭐, 그건 예의상 한 말 같고. 아마 배우 교체가 아닌가 싶다. ”
이어 주창섭 사장의 말에 신준규가 눈을 희번뜩 떴고.
“ 배우 교체? 누구? 시발 얼마나 잘난 배우로 바꾼다는데요? ”
“ 살짝 들었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고. ”
“ 아니! 아, 왜 자꾸 말을 돌려! 누구냐고요. 그게. ”
신준규의 발광에 주창섭 사장이 어렵게 입을 뗐다.
“ 김건욱이 거론 중이라던데. ”
-쾅!
김건욱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신준규가 탁자를 강하게 쳤다.
“ 김건욱? 시발 지금 내가 걔한테 밀렸다고? 하- 존나 쪽팔리게. ”
“ 아, 아니. 확정은 아니고. ”
이어 주창섭 사장이 주절주절 신준규를 위로한답시고 말을 뱉었지만, 하나같이 신준규에겐 들리지 않았다.
오직 김건욱이라는 이름만 맴돌 뿐.
그렇게 5분 뒤. 어렵사리 진정한 신준규가 주창섭 사장에게 다시 물었다.
“ 근데 초기 거론조차 안 됐던 김건욱이 왜 갑자기 끼어들었어요? 아니 시발 말이 안 되잖아. 후- 걔 지금 소속사가 어디였지? ”
“ 어- 최근에 보이스프로덕션으로 옮겼다더라. 한 달 전인가? ”
-벌떡!
보이스프로덕션이라는 이름에 신준규가 별안간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났고.
“ 보이스프로덕션? ”
기어코 떠올린 남자 이름을 내뱉었다.
“ 강주혁 선배가 차렸다는 거기?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사장실에는 이미 3잔의 커피가 세팅돼있고, 상석엔 강주혁 그 양옆으로 다크서클이 가득한 추민재 팀장과 검은색 롱패딩을 입은 김건욱이 앉아있다.
그리고 책상 위엔 꽤 두꺼운 종이뭉치가 올려져 있는 상태. 종이뭉치는 해창전자의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서였다.
그 기획서를 보며 추민재 팀장이 크게 외쳤다.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 달린 다크서클이 떨어질 것 같았다.
“ 어?!! 해창전자 브랜디드 콘텐츠 주연?! 그것도 1년짜리? ”
반면, 주혁은 담담했다.
“ 어어- 뭘 또 그렇게까지. ”
“ 아니아니. 사장님. 뭘 또가 아니지 뭘 또가! 솔직히 얘기해봐. 혹시 사장님 해창전자 쪽에 무슨 숨겨진 아들 뭐 그런 거 아니야?! 아니다. 이 정도면 맞다. 맞어. ”
추민재 팀장의 고성을 들은 주혁이 새삼 김재욱을 떠올리며 피식했다.
“ 그럴 리가. ”
“ 아닌데, 아니면서! 어떻게 그쪽 일을 이렇게 턱턱 따오냐고! 그것도 초대형으로다가! ”
사실, 추민재 팀장의 반응은 당연했다.
강자매가 맡은 해창전자의 광고까진 그렇다 쳐도, 브랜디드 콘텐츠는 사이즈가 달랐다. 거기다 1년짜리 장기프로젝트라면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 다른말을 추민재 팀장이 뱉었다.
“ 이 정도 기획이면 거의 해창전자를 해외에 알릴 얼굴마담으로 쓰겠다는 거잖아?! 메인으로! ”
합당한 표현이었다.
“ 맞아. ”
이어 담담하게 답한 주혁이 책상에 놓인 기획서를 내려다보던 김건욱에게 시선을 던졌고.
“ 건욱아. 네 생각은 어때? 네가 저번에 작품 많이 하고 싶다고 해서, 일단 너를 밀긴 했는데. 힘들다 싶으면 빠져도 되고. ”
김건욱이 눈을 빛내며 곧장 답했다.
“ 아니. 형. 할게. 고마워 정말. 신경 써줘서. ”
“ 이제 내 배운데. 고맙긴. 별소릴 다 하네. 좋아 그럼 추민재 팀장님? ”
“ 어? 어?! 아, 어어어. ”
“ 이 건은 이제 형한테 토스 할 테니까, 해창전자랑 얘기 잘해서, 스케쥴 잡고, 계약서 쓰세요. ”
“ 그래. 그렇지. 그래야지. 그렇게 하고말고. ”
꽤 혼이 나간 모습으로 대답한 추민재 팀장이 앞에 놓인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서를 ‘오오오’ 따위의 말을 하며 집어 들었다.
바로 그때 김건욱이 대뜸 주혁에게 물었고.
“ 근데. 형. 내가 들어가면 누가 밀렸다는 소리 아냐? 누가 밀린 거야? ”
“ 아- 신준규. ”
“ 윽. 미친개 신준규? 좀 귀찮겠는데. ”
주혁이 웃었다.
“ 뭐,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 넌 작품만 신경 써라. ”
이후, 늦은 오후 경부터 주혁은 영화 ‘간 큰 여자들’의 제작팀과 오디션 회의를 가졌다. 어째서 회의까지 거쳐야 했는지는 최명훈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 이게······ 그냥 제작부랑 일정을 정하려 했는데, 사이즈가 너무 커졌습니다. ”
“ 커져요? ”
“ 예. 그- 일단 이것 좀 보시죠. ”
말을 마친 최명훈 감독이 주혁에게 투명파일을 내밀었다. 파일 표지에는 ‘주·조연 프로필’이라는 제목이 적혀있었고.
-팔락.
주혁이 파일을 펼쳤다.
“ 커졌다는 게, 이걸 말하는 겁니까? ”
“ 예. 그 정도가 되다 보니, 함부로 결정하기가 좀. 배우들 몸값도 그렇고. ”
말끝을 흐린 최명훈 감독을 보던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파일로 향했다.
“ 지금 여기에 올린 배우들이 전부 프로필을 보낸 겁니까? ”
“ 예. ”
“ 그렇군요. ”
이어 파일을 보던 주혁은 최명훈 감독이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이해가 갔다. 애초, 주연까지 전부 오디션을 통한다는 소식을 전했음에도 파일에 명시된 배우들이 꽤 많았다.
심지에 탑 여배우들까지 포함됐다.
‘ 류진주는 그렇다 치고, 김나예, 고노을, 이민정까지? 이민정 얘는 하정훈 사모임에 있는 애 아니었나? ’
‘간 큰 여자들’의 마진희 역에는 류진주를 포함해, 같은 급의 탑 여배우들이 총 3명. 거기에 도공주 역에 강하진 포함 4명, 황다빈 역에는 5명까지 몰린 상태였다.
즉, 탑 여배우를 포함해 약간 낮은 급까지 총 12명이 몰린 셈이었다.
사실, 이 정도 급의 여배우들은 오디션을 보지 않는다. 그럼 에도 이 여배우들이 오디션을 봐서라도 끼려 하는 이유는, 최명훈 감독의 차기작 ‘간 큰 여자들’이라는 작품이 탐난다는 뜻과 같았고.
“ 뭐, 괜찮지 않겠습니까? 배급사 쪽에선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이슈 거리고. 좋네요. ”
“ 그, 그렇긴 한데. 이 정도 덩치의 탑 여배우들이 오디션을 본다는 게 참. 뭐랄까 전쟁터가 따로 없겠다 싶기도 하고. 무섭네요. 벌써. ”
최명훈 감독이 그려지는 그림을 상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으로 무서운 모양. 그런 최명훈 감독을 보며 주혁이 피식했다.
“ 재밌겠네요. 미룰 것 없이. 바로 다음 주로 잡으시죠. 오디션 일정. ”
“ 아, 예. ”
주혁의 말에 제작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어리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고, 그 틈에 주혁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연결 신호는 꽤 길었지만 어쨌든 연결됐고.
“ 뭐냐. ”
상대는 하정훈이었다.
“ 너 요즘 놀지? ”
“ 누구 때문에 노는데. 아니 왜 배우 캐스팅이 이렇게 오래 걸려? 설마 아무도 안 하는 거냐? 내가 들어간다는데? ”
“ 그 반대지. ”
“ 반대? 무슨 미친 소리야. ”
“ 미친 소린지 아닌지는 보면 알 테고. 너 아르바이트 좀 해라. ”
대뜸 던져진 아르바이트라는 소리에 하정훈이 더욱 비아냥거렸다.
“ 그간 정말 미치셨나. 이게 뭔 또라이 같은 소리래? ”
반면, 주혁은 침착한 미소지으며 답했다.
“ 놀지 말고, 와서 오디션이나 도와. 상대역이 필요하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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