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85
영화 ‘도적패’ 촬영에 올스톱이 걸렸다. 사건 수습 때문이었다. 덕분에 마지막 한 장면만 남은 촬영은 내일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 오늘은 일단, 철수하지. 전체적으로 진정을 좀 시켜야겠어. 남은 촬영은 내일 진행하고. ”
신고한 경찰이 오기 전까지 김삼봉 감독은 당황 섞인 현장 분위기와 촬영 전 스텝을 진정시켜야 했고, 어느새 정신을 차린 ‘도적패’의 남주 정진훈이 원로배우들이나 신인배우들 등등을 챙겼다.
“ 하영씨 침착하게 들어요. ”
그 상황에 강주혁은 당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강하영에게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녀는 처음에야 놀랐지만, 천성이 긍정적이라 그런지 곧 생기를 되찾았고.
“ 그렇구나······저분이 사생팬. ”
“ 이런 경우가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곧잘 있어요. 사생팬이 아예 영화 촬영 스텝으로 들어온 건 나도 처음 봤지만.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강하영이 여전히 가드에게 붙잡혀있는 빨간 단발 여자를 바라봤다. 평소 항시 웃는 얼굴의 강하영도 지금만큼은 진지한 표정을 일관했고.
-스윽.
곧, 그녀의 시선이 자신 앞에 서 있는 강주혁에게 박혔다.
“ 사장님. 감사합니다. ”
“ 후······정말. 위험했어요. ”
주혁이 진심 담긴 안도의 숨을 뱉으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강주혁을 보며 강하영이 숨겼던 미소를 머금었다.
“ 사장님. ”
“ 네. ”
“ 전 진짜 사장님을 만난 게 행운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
그러면서 강하영이 가장 처음 강주혁을 만났을 시절을 떠올리는 듯, 열 손가락을 펼쳤다가 하나씩 접으면서 말을 이었다.
“ 갚을 게 너무 많아요. 이거 언제 다 갚죠? ”
꽤 천진난만한 그녀의 모습에 강주혁이 피식했다.
“ 내 배우 내가 지킨 건데, 뭘 갚아요. ”
“ 아니요! 다 갚을래요! 진짜 빨리 떠서 전부 갚겠습니다. 사장님! ”
“ 그래요. 기대할게요. 그것보다 하영씨. ”
“ 네! 보스! ”
“ ······보스? 아니, 뭐. 일단, 진정 좀 됐으면 감독님이나 배우, 스텝들에 괜찮다고 인사를 도는 게 좋겠어요. 전부 불안해하고 있을 테니까. ”
“ 아하! 알겠습니다! ”
다부진 대답을 끝으로 강하영이 김삼봉 감독 쪽으로 도도도 뛰어갔다.
이후, 시간이 흘렀다. 경찰은 곧 도착했고 현장 조사와 함께 여전히 씩씩거리는 사생팬을 인계받았다.
“ 자자! 일단 철수하겠습니다!! ”
그즈음 현장을 정리하던 스텝들은 철수를 서둘렀고, 내일 촬영 스케쥴을 안내받은 몇몇 배우들도 자리를 떴다.
정신없는 상황 속, 주혁은 특히나 더욱 바빴다.
충격받은 서아리를 강하영의 벤에 태워 같이 보내야 했고, 황실장 포함 보이스가드와 보이스프로덕션 직원 역시 챙겨야 했다.
이윽고 약 30분 정도가 흐르자, 현장이 얼추 진정 됐고.
“ 박한철 PD님도 일단 돌아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 아! 저는 좀 있다 가겠습니다. ”
주혁은 어차피 ‘만능엔터테이너’ 촬영도 당장 불가능하니, 박한철 PD에게 돌아갈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의아하긴 했지만, 김삼봉 감독이 강주혁에게 말을 거는 바람에 곧 주혁의 고개가 돌아갔다.
“ 고맙네. 강사장. 자네가 오지 않았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하군. ”
“ 아닙니다. ”
“ 아니야. 자네가 이 영화를, 나를, 그리고 진훈이를 포함해 여기 있는 모든 배우를, 스텝들을 구한 거나 다름없어. 하영이는 자네 배우이기도 하면서 내 소중한 배우이기도 하네. ”
사실, 김삼봉 감독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강주혁이 들은 보이스피싱에서도 이 사건이 그대로 터졌다면 크랭크 업까지 한 영화 ‘도적패’가 개봉이 취소된다고 했었고.
‘ 출연한 여배우가 촬영 중 은퇴를 해야 할 정도로 얼굴에 상처를 입었는데, 그대로 영화를 개봉시킨다면 대중들에게 분노를 샀겠지. ’
그대로 영화가 엎어졌다면 여기에 들이부은 돈과 반년간 쏟은 배우들의 노력 그리고 스텝들의 시간 등등이 모두 공중분해 됐을 것이 자명했다.
“ 정말. 정말로 고맙네. ”
주혁이야 그저 강하영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주혁이 ‘도적패’를 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어 감사를 표하던 김삼봉 감독이, 평소에 무미건조하기로 유명한 그가 강주혁의 손을 붙잡았고.
“ 내가 자네한테 큰 신세를 졌어. 우리 영화사도 투자사도 전부.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만사 체치고 바로 돕지. 내가 신세 지곤 또 못 넘어가지. ”
거장 김삼봉 감독의 말이 끝나자, 주혁이 살짝 미소지었고.
“ 그렇다면. 감독님. 혹시 차기작은 정해지셨습니까? ”
“ 차기작? 아니, 아직이지. 구상은 하고 있다만. 왜 그러나? ”
곧, 도울 일을 전했다.
“ 차기작으로 시나리오 하나 보여드릴 테니, 봐주시겠습니까? 영화 제목은 나왔습니다. ‘폭풍’이라고. ”
그러자 김삼봉 감독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주혁의 손을 놓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 그러니까. 그 작품을 찍을 감독이 필요하다? 허허. 좋아. 보내주게. ”
잠시 뒤.
김삼봉 감독과 강주혁이 얘기하고 있는 사이, 남주 정진훈의 소속사 직원들이 도착했다. 거기에는 DH엔터테인먼트 사장 김반석도 포함이었다.
밤중에 터진 사건에 한달음에 달려온 그였다.
“ 진훈아! ”
곧, 현장에 도착한 김반석 사장은 벤에서 대기 중이던 정진훈에게 상황을 다시 한번 전달받았다. 물론, 오면서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긴 했지만, 곧 내보낼 공식 입장을 위해 당사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 가, 강주혁이?! 진짜야? 오면서 듣긴 했는데. ”
“ 네. 선배님이. ”
“ 허- 이것 참. 그 친구 캐릭터가 원래 그랬었나? 내 기억엔 강주혁. 방관자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
말끝을 흐린 김반석 사장이 고개를 돌려 김삼봉 감독과 같이 있는 강주혁을 쳐다봤다.
“ 어쨌든. 가자. 진훈아. 인사도 해야 되고, 물어볼 것도 있으니까. ”
“ 네. ”
-스윽.
이어 김반석 사장과 정진훈이 강주혁에게 다가왔고, 인기척에 강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정진훈이 대뜸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 감사합니다. 선배님. ”
“ 아. ”
오늘만 꽤 많은 감사를 받아서인지,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한 정진훈을 보며 주혁은 괜히 턱을 긁었고.
“ 아니. 뭐, 그렇게까지. ”
손사래 치는 강주혁에게 김반석 사장 역시, 고개를 숙였다.
“ 강주혁 사장님. 회사를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혹시 저를 기억하시는지, 한 7년 전에 촬영 현장에서 몇 번 뵀었는데. 아, 그땐 제가 실장이었습니다. ”
전혀 기억이 안 났다.
강주혁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혁은 얼굴에 웃는 가면을 쓰며 손을 내밀었다.
“ 아, 안녕하세요. ”
“ 후- 그나저나.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 오늘 강주혁 사장님이 잡아 주신 그 사생팬이. 아, 조사는 좀 더 해봐야겠지만, 아무래도 평소 진훈이를 괴롭히던 사생팬이 아닌가 싶어요. ”
“ 오래됐습니까? ”
“ 예. 한 3년은 넘었습니다. 징하죠 아주. ”
말을 들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복잡한 심경이 묻은 정진훈을 쳐다봤다. 강주혁 역시, 당장 정진훈의 기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강주혁도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
‘ 상황이야 어쨌든, 자신의 사생팬 때문에 하영씨가 위험했었고, 영화에도 피해를 줄 뻔했으니. ’
그런 정진훈의 어깨를 잡은 강주혁이 웃었다.
“ 기분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적패’의 중심인 주연배우가 축 처져있으면 안 되죠. 전부 잘 해결됐으니, 앞으로도 우리 하영씨 잘 부탁해요. ”
“ ······아. 선배님. 알겠습니다. ”
주혁의 말이 도움이 됐는지 어쨌는지, 정진훈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상황에 김반석 사장이 끼어들었다.
“ 저 이건 혹시나 해서 여쭤봅니다만. 감독님. 혹시 현장 사진이나 영상을 찍은 스텝이 있을까요? ”
“ 글쎄. 있겠지? 그때 현장에는 정식 스텝 말고도 아르바이트 학생도 많았으니까. 왜 그러나? ”
“ 아, 스읍- 공식 발표에 쓰일 사진이나 영상을 저희 쪽도 입수해야. ”
바로 그때.
“ 저······ ”
뒤쪽에서 묵묵히 있던 박한철 PD가 손을 올렸다.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박한철 PD에게 박혔다.
“ 그 건으로 강주혁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
조심스레 다가오는 박한철 PD를 보던 김삼봉 감독이나 정진훈 그리고 김반석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주혁을 쳐다봤다.
“ 아, 박한철 PD님이라고 ‘만능엔터테이너’ 메인 PD님이십니다. ”
“ 아, 그 오디션 예능? ”
그때야 다가오는 남자가 누군지 이해됐다는 분위기에 이어, 강주혁 앞에서 멈춰선 박한철 PD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고.
“ 그······사장님. 제가 전부 찍었습니다. ”
“ 찍어요? 뭘? ”
“ 전부. 그러니까 사장님이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전부 찍었습니다. ”
박한철 PD가 뒤쪽에 서 있던 VJ에게 카메라를 넘겨받았다.
“ 여기에. ”
그러자 김반석 사장이 외쳤다.
“ 전부 찍었단 말입니까? 싹다?! ”
“ 아, 예. 그렇죠. ”
즉, 사생팬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전부 카메라에 담겨 있다는 뜻이었고.
“ 뭐든 일단, 찍고 보는 게 제 직업병 같은 거라서······ 찍긴 찍었는데. 이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어서요. ”
말을 마친 박한철 PD가 강주혁을 쳐다봤고, 이어서 모두의 시선이 강주혁에게 박혔다.
이들 전부 강주혁을 쳐다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박한철 PD가 찍은 이 영상은 그저 이슈를 위한 영상이 아니었다.
‘ 만약. 이 영상이 공개되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생팬에 관한 대중들의 경각심과 더불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파급력이 다르겠지. ’
즉, 이 영상이 공개되는 루트가 공식적이든 비공식이든 공개만 된다면 이번 사건에 연관된 강주혁과 강하영, 보이스프로덕션, ‘만능엔터테이너’, ‘도적패’, 정진훈, 서아리 등 모두를 띄울 수 있는.
그야말로 마법의 영상과도 같았다.
따라서 평소, 아니 어쩌면 평생을 가도 다시는 얻지 못할 영상.
“ ······ ”
때문인지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강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가 됐든 강주혁의 허락 없인 이 마법 같은 영상을 사용하지 못하기에.
그때 김삼봉 감독이 슬며시 입을 열었고.
“ 괜찮지 않나? 어차피 숨기지도 못할 거야. 여기 사람이 얼마나 있었다고 생각하나? 이미 SNS에 사진이 돌고 있을지도 몰라. 그럴 바엔 공식적으로 터트리는 것이 낫지 싶은데. 자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이건 칭찬받아 마땅하네. ”
모두가 격하게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강주혁의 대답만이 남았다. 그런데 주혁의 대답은 꽤 단박에 나왔다.
“ 네. 상관없겠죠. 공개해도 됩니다. ”
1시간 뒤, 정진훈의 차 안.
어느새 뒷정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의 차 안. 김반석 사장은 뭐가 급한지, 정진훈의 옆자리에 앉아 누군가와 다급하게 통화를 하고 있었고.
“ ······ ”
정진훈은 멍하니 앞쪽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뜻 보면 깊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바로 그때.
“ 후- 진훈아.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
어느새 통화를 마친 김반석 사장이 무표정의 정진훈을 보며 걱정 섞인 말을 꺼냈다. 그러자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던 정진훈이 답했다.
“ 사장님. ”
“ 어어어. 그래그래. ”
“ 나 다음에 들어간다고 했던 거. 취소해줘요. ”
“ 엉? 뭐? ‘강남 2번 출구’? ”
“ 네. ”
“ 상관없긴 한데. 왜? 아니 너 그 영화 캐릭터 재밌다며? ”
고개를 갸웃하는 김반석 사장에게 돌아온 정진훈의 대답은 간단했다.
“ 다른 거. 다른 게 하고 싶어졌어요. ”
같은 시각, 강주혁의 차 안.
하루가 꽤 길었는지, 운전하는 내내 주혁은 하품을 해댔다. 덕분에 그의 목적지는 회사가 아니라 오피스텔이었다.
그 순간.
-끼익.
주혁의 차가 빨간 신호에 걸렸고.
“ 시끄러워지겠네. ”
내일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주혁이 피식했다. 그러다 주혁이 ‘아’ 따위의 짧은 말을 뱉으며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팔락.
이어 최근 미래정보가 적힌 장으로 넘긴 주혁이 턱을 쓸었고, 이내 앞쪽에 꽂힌 펜을 집었다.
-스윽.
이어 자신이 메모한 미래정보에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몇 초간 두 단어에 동그라미를 그리던 주혁이 들고 있던 펜으로 수첩을 툭툭 때렸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그가 보던 미래정보.
[제작비 50억으로 관객수 13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은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의 남자 주인공 정진훈이 언론사 인터뷰에서 3년 전 개봉이 취소된 영화 도적패 촬영장에서 자신의 사생팬으로 인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사라진 여배우 강하영을 언급하며······]“ 1300만 명이라. ”
여기서 주혁이 동그라미를 친 두 단어는.
‘관객수 1300만 명’ 과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였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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