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87
급작스레 몰아치는 기획에 홍혜숙 작가가 번쩍 손을 올렸다.
“ 잠깐! 잠깐! 주혁씨. 잠깐만 스톱! ”
덕분에 미팅룸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홍혜숙 작가에게 박혔고, 곧 정적이 흘렀다.
“ 후- ”
그 정적을 만들어낸 홍혜숙 작가가 마음을 추스르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비비적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고.
“ 우리 좀 하나하나 천천히. 응? 주혁씨. 갑자기 몰아치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네. ”
말을 들은 주혁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면서 답했다.
“ 네. 그러시죠. 어디부터 풀어볼까요? ”
그런 강주혁을 얄밉다는 듯, 새침하게 바라보던 홍혜숙 작가가 주혁이 준비해온 기획서를 들어 올렸다.
“ 전부 오케이. 100% 사전제작인 것도 처음부터 들었던 부분이고, 이 나머지 미친 기획들도 들었던 거니까, 넘어간다 쳐요. 그리고 일정은 뭐, 일반 드라마 제작과 같으니까 상관없고. ”
“ 네. ”
“ 그런데! ”
-톡!
홍혜숙 작가가 급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기획서 중앙쯤을 검지로 찍었다.
“ 여주! 아니, 여주를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로만 간다는 게. ”
“ 그건 꼭 수긍해주셔야 하는 조건입니다. 그걸 수긍 못 하시면 진행 못 합니다. 이 기획. ”
“ ······허. ”
물론, 홍혜숙 작가의 반응은 충분히 나올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주혁은 강경했다. 그가 강경한 이유는 간단했다.
‘ 여주의 스캔들. ’
현재로서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줬던 시청률 30%가 넘는다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 강주혁을 모티브로 제작된다는 이 드라마가 어느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는지는 모르는 상황.
따라서 주혁은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준 미래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활로를 만들었다.
두 작품 모두 만들어 버리는 것.
여기서 문제는 ‘없어졌던 남자’가 정작가의 작품이든 홍혜숙 작가의 작품이든, 어쨌든 둘 중 하나의 작품에 캐스팅된 여주는 스캔들이 터질 것이다.
‘ 분명 드라마 중반쯤 여주의 음란한 카톡 대화가 터지면서 조기 종영이라고 했어. ’
보이스피싱의 정보대로라면 여주의 스캔들이 터지고, 얄짤없는 조기 종영.
이 드라마에 들어간 모든 것이 공중분해 된다는 말과 같았다. 거기다 스캔들이 터진다는 여자 주인공의 정보도 거의 전무한 상황.
즉, 국내 모든 여배우가 위험했다.
이쯤 되면 방법은 하나였다.
‘ 검증된 여배우를 쓰는 것. ’
주혁은 현재로선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고, 보이스프로덕션의 소속된 여배우를 캐스팅 하자는 결론이 나온 것이었다.
이어 강주혁의 강경한 반응에 입을 어버버 거리던 홍혜숙 작가가 대뜸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고.
“ 아, 아니. 다들 의견 없어요?! ”
김태우 PD나 정작가는 괜히 턱을 긁었다.
“ 아니, 뭐······지금 보이스프로덕션 배우분들 느낌 좋으니까, 100% 사전제작으로 간다 치면 제작비 세이브도 되고, 나쁘지 않은데. 전. 거기다 연기들도 출중하시고. ”
“ 저도 그렇게 썩 나쁘지 않은데요? 선생님? ”
심지어 기획서를 유심히 보던 문학창고 우진태 사장도 동조했다.
“ 그렇지. 여기 지금 있는 여배우가 강하진, 강하영, 헤나죠? 다들 작년, 이번 년 핫한 배우들이고, 잘나가니까. 연기도 좋고. 작가님. 오히려 비싼 여배우들이 독이 될 때가 많아요. 잘 아시잖아? ”
“ 아, 아니! 그래도. ”
그때 주혁이 담담하지만 낮은 음성으로 홍혜숙 작가를 불렀다.
“ 작가님. ”
“ ······뭐예요. 갑자기 목소리 착 깔고? ”
“ 이해합니다. 작가님 입장, 마음. 작가 자신의 대본 그리고 작품에 들어가는 배우 등을 휘두를 수 있는 게 작가의 권리죠. 그 부분을 뺏기면 당연히 제작, 연출 쪽에 목소리도 못 내고. 잘 압니다. ”
“ ······ ”
“ 하지만 작가님. 전 초기부터 작가님과 힘겨루기를 하고있는 게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없죠. ”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꼬았던 다리를 바꾸면서 말을 이어 뱉었다.
“ 다만, 딱 한 가지. 정보를 입수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말 못 하지만, 입수한 정보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거고, 작가님이 절 믿고 꼭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언젠가 알게 되실 테고, 저를 이해하실 겁니다. ”
주혁의 연설이 끝나자, 미팅룸에는 침묵이 흘렀다. 홍혜숙 작가는 강주혁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마치, 주혁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하듯이.
그 상황에 주혁이 부연설명을 붙었고.
“ 그리고. 하진씨, 하영씨, 헤나씨. 모두 그 어떤 여배우들보다 저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즉, 캐릭터 이해도가 높죠. 대본 해석도 빠를 겁니다. 연기도 좋죠. 그런데 여타 탑 여배우보다 쌉니다. 이정도면 가셔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
실제로 강주혁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홍혜숙 작가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었고, 곧 그녀가 ‘내가 졌다. 졌어’ 정도의 말과 함께 길게 숨을 뱉었다.
“ 후- 알았어요. 대신, 다른 캐스팅 건도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알았죠? ”
같은 날, 늦은 오후.
강주혁이 ‘없어졌던 남자’의 제작 회의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그와 관련된 일들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영화 ‘도적패’였다. 단 한 씬이 남은 상황에서 사생팬 사건으로 멈췄던 촬영이 지금 마무리가 되려는 참이었다.
“ 컷. 인물 후방 잡고, 다시. ”
하루를 쉬어서 그런지, 김삼봉 감독의 ‘오케이’ 사인은 좀처럼 나올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배우 중 누구도 불평불만을 쏟지 않았다.
마지막이니만큼 혼신의 힘을 다한 것.
여기서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나온다면 아쉽다, 다시 가고 싶다고 한들, 배우들은 이 영화에서 펼친 연기를 되돌릴 수가 없다.
“ 자! 다시 가겠습니다! ”
즉, 지금의 연기가 차후 자신의 필모가 될 것이기에, 배우들은 김삼봉 감독의 수많은 리-액션에도 감정을 다잡으며 죽어라 연기하는 것이고.
“ ······컷. 좋아. 오케이. ”
그 연기가 빛을 발할 영화 ‘도적패’의 마지막 촬영이 지금 끝났다.
한편, ‘도적패’가 크랭크업을 알린 시간에 해창전자의 브랜디드 콘텐츠 역시 진행 중이었다.
시간은 오후.
브랜디드 콘텐츠의 시작을 알리는 대본리딩이 있었기에 계약을 마친 배우들이 해창전자 측에서 준비한 호텔 연회실에 모였다.
“ 와- 해창에서 하니까, 리딩도 해창호텔에서 하네. 고급지다! 고급져. ”
이어 모인 배우들은 하나같이 해창전자의 스케일에 놀랐고, 이는 감독이나 제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 이번 브랜디드 콘텐츠에 주연을 맡은 김건욱입니다. 긴 시간 잘 부탁드립니다. ”
배우들의 소개.
“ 신인배우 김재욱입니다.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많이 배우겠습니다. ”
이어진 감독까지.
“ 에- 다들 들어서 알겠지만, 단편부터 장편까지로 넘어가는 일정이고, 끝에는 넷플렉스와도 얘기가 오가는 상황인데. 단편은 속도를 내볼까 합니다. 현재 목표는 촬영만 달에 한 편입니다. ”
최종 브리핑 이후, 빨라진 속도에 맞춰 모여있는 배우들 모두가 대본을 펼쳤다.
이어서 최근 정규앨범 준비가 한창인 헤나와 독립영화팀인 최철수 감독과 류성원 감독.
“ 헤나야. 오늘 노래 받은 것 좀 확인하자. ”
“ 응응! 아, 맞아. 화진이는? 보냈데? ”
“ 며칠만 더 달라고 하더라. 마무리 중이라고. ”
헤나는 정규앨범 소식을 여러 작곡가들에게 뿌려 노래를 받는 중이었고, 헤나를 위해 노래를 만들던 최화진 역시, 곡의 완성이 임박한 상황.
그런 상황에 헤나의 일정 변화로 독립영화팀 역시 변화가 일어났다.
“ 헤나씨. ”
“ 네! 최철수 감독님. ”
“ 콘서트가 밀렸으니까. 헤나씨 건은 이쯤에서 정리할게요. ”
“ 아- 그렇죠. 아쉬워서 어째요. 항상 붙어있었는데. 이제 편집하신다고 했죠? 와! 드디어 제 웹드라마가 나오겠네요! ”
“ 하하. 네. ”
어쨌든 제1차 보이스프로젝트의 첫 영상이 세상에 나올 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 철수 너 작업 들어가면 난 먼저, 하진씨한테 붙어서 그림 좀 뽑고 있는다? ”
“ 그래야지. 이거 편집 얼마 안 걸리니까, 금방 넘어갈게. ”
전체 샷을 독립영화로 만들 류성원 감독 역시, 속력을 내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밤샘이 많은 것은 역시 최근 강주혁이 손댄 큐애니스튜디오였다.
“ 진아야······ 얼마나 남았니? ”
“ ······나. 한 30% 남았어. 오빠는? ”
“ 일주일 정도 밤새우면 되지 않을까? ”
김진구와 고진아 그리고 큐애니스튜디오의 전 직원들의 다크서클은 이미 턱까지 내려온 상태.
“ 그래도. 죽더라도 다음 주 안으로 끝내자. 이걸 빨리 끝내야 제작 들어가는 거야. ”
하지만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속력을 내고 있었다.
다시 보이스프로덕션 미팅룸.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없어졌던 남자’의 제작 회의에도 끝이 보였다.
어느새 계약도 마친 상태였다.
“ 좋아. 1차 제작 회의에선 이 정도만 잡아도 괜찮아요. 투자나 제작사 선정 같은 건 2차에 세세하게 정해요. 오늘은 어차피 계약서를 쓰기 위해 모인 거였으니까. ”
말을 마치며 기획서를 덮는 홍혜숙 작가. 그녀를 시작으로 미팅룸에 모인 인원들 전부가 곡소리를 냈다.
그때 우진태 사장이 책상에 엎어졌고.
“ 어후- 무슨 1차 제작 회의가 사람 죽이네. 죽여. ”
홍혜숙 작가가 작게 웃었다.
“ 다 이 미친 기획 때문이잖아요. 왜? 사장님은 저번에 이거 보더니 될 것 같다며? 죽겠지 이제? 참고로 이제 한 30% 정한 건 알죠? ”
그녀의 말에 우진태 사장이 더욱 죽는소리를 냈다. 그런 죽는소리를 내는 것은 김태우 PD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주혁을 제외한 남자들이 넉다운 된 상태.
그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정작가가 테 없는 안경을 끌어 올리며 강주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 참. 사장님. 아까 판도 깔렸으니까, 슬슬 흘린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
“ 말 그대롭니다. 이 ‘없어졌던 남자’ 기획 자체를 언론에 살짝 흘리는 겁니다. 제 이름이 한창 소비되고 있으니까. 지금이 딱 좋죠. ”
“ 어······ 근데. 이렇게 빨리 흘리는 이유가 있어요? 아직 배우나 뭐 정해진 게 없어서, 대중들이 찌라시 정도로 보고 관심 가지지 않을 것 같은데. ”
그녀의 물음에 대답은 홍혜숙 작가 쪽에서 나왔고.
“ 소연. 아니, 정작가님? 주혁씨는 지금 이 떡밥을 대중들 보라고 흘리는 게 아니야. 아마 타켓은 다른 쪽이죠? 어쨌든 드라마는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
“ 맞습니다. 이건 대중들 보라고 흘리는 게 아니죠. ”
“ 그럼······어디? ”
주혁이 웃었다.
“ 방송국. 이건 방송국들 보라고 흘리는 정보입니다. ”
다음 날, 수요일. 상암 WTVM 사옥 예술원.
이른 아침부터 예술원에 모여 녹화 준비를 하는 ‘만능엔터테이너’ 스텝들은 부산스러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 너 강주혁 영상 봤어? ”
“ 봤지. 대박이더라. 확실히 배우라 그런가 메이크업 아예 안 해도 담기는 게 다르던데. ”
“ 나 새삼 또 반했잖아. ”
아직까지 실검을 장악하고 있는 강주혁 덕분.
거기다 이야기의 주제는 강주혁뿐만 아니라, 정진훈, 강하영, 서아리 그리고 얻어걸렸지만, 어쨌든 실검 끝자락에 걸린 ‘만능엔터테이너’까지 스텝들은 녹화 준비 중에도 쉴새 없이 떠들어 댔다.
그런 상황에 ‘만능엔터테이너’ 심사위원들이 한 명씩 도착했다. 장황수는 녹화 현장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이 말없이 곧장 심사위원석으로 향했고.
“ 어후- 시끄러워. 대체 사생하나 잡은 게 무슨 대수라고 이 난리들인지. ”
오자마자 부산스러운 녹화 분위기에 오희연이 혀를 차며 장황수 옆에 앉았다. 이어 박종수나 민효정까지 도착.
“ 나도나도 봤어! 지금도 주혁씨 실검 1위죠? 아직 안 떨어졌지? ”
민효정은 어느새 스텝들과 섞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 아! 깜짝이야!! 야 이년, 아니. 아리야. 너 언제 왔어? 왔으면 말을 해야지. 인기척 좀 내라!”
“ 나? 방금 왔는데. ”
언제 왔는지, 강주혁 관련 얘기를 하는 민효정 옆에 청재킷을 입은 서아리가 서 있었다.
바로 그때.
박한철 PD의 외침이 들렸고.
“ 자자! 언제까지 잡담하고 있을래!! 녹화 시작 안 할 거냐!! ”
입구, 서로 얘기를 하다 왔는지, 박한철 PD는 강주혁과 함께였다.
잠시 뒤.
강주혁을 포함해, 심사위원 모두가 심사위원석에 앉았고, 오희연이 투덜거렸다.
“ 주혁이 아주 잘나가네? 난리야 난리. ”
“ 칭찬 감사합니다. ”
“ 어머. 이게 어딜 봐서 칭찬. ”
그런데 대뜸 서아리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대답을 대신했다.
“ 그 정도 사건을 해결했는데, 난리 날만 하죠. ”
“ 아니. 아리씨? 내가 아리씨한테 물었어요? ”
“ 아- 그냥 들리길래. ”
“ 이상하네. 아리씨 왜 저번부터. ”
바로 그때, 박한철 PD가 크게 외쳤다.
“ 참가자 올라갑니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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