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0
-번쩍!
강주혁이 침대에서 눈을 떴다.
“ 그새 잠들었네. ”
새벽에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생각 좀 한다는 게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 어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던 강주혁은 부스스 일어나 입고 있던 패딩을 옷걸이에 건다.
-스윽
대롱대롱 옷걸이에 패딩에 걸려있는 채로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어 수첩과 핸드폰을 꺼내는 강주혁이었다.
먼저, 핸드폰부터 확인한다. 딱히 부재중이나 메시지가 들어온 것은 없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강주혁이 수첩과 함께 ‘브론즈’핸드폰을 침대에 올려두곤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찜찜했는지 꽤 공을 들여 씻고 나온 강주혁이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면서 다시금 침대로 향한다.
-풀썩!
침대에 널브러진 채로 똑같이 널브러져 있는 노트북을 켠다. 노트북이 바탕화면을 토해내자마자 주혁은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시간은 아침 11시. 이어서 HTS 프로그램을 켠다.
-성천바이오 14,825주
-매수 8,495 금액 125,938,375
-현재 46,700(+15.88%) 금액 692,327,500
-손익 566,389,125
“ 흠 ”
좀 미묘했다. 아닌가? 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분명 어제보다 주혁이 주식에 부은 돈은 1억이 늘어나 있다. 그런데 주가 상승 폭이 좀 낮다.
“ 좀 부담되긴 하네. ”
지금 현재 성천바이오의 주당 가격은 46,700원. 아무리 슈퍼파워 호재라 해도, 가격이 부담되면 적은 돈으로 거래를 하는 개미들은 빠진다.
슬슬 가격이 부담되는 수준까지 올라오자, 성천바이오의 주가가 서서히 진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 또 터질거니까 상관없지. ”
짧게 읊조리며 주혁이 수첩에 성천바이오의 메모가 적힌 부분을 펼친다.
-신약개발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약 제조를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 상한가 이어감.
아직 터지지 않은 미래 정보. 이 정보가 세상에 터지면 성천바이오의 주가는 다시 오를 거다. 그때까지 주혁은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수첩을 보던 그가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린다.
-성천바이오 14,825주
-매수 8,495 금액 125,938,375
-현재 46,700(+15.88%) 금액 692,327,500
-손익 566,389,125
“ 7억 ”
금액을 확인 후 HTS 프로그램을 끈 강주혁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어제 새벽부터 생각하던 고민거리를 펼친다.
-탑 여배우 A양의 마약 스캔들, 강남에 있는 파티장 루프가든 주인에 제보, 파티에 여러 유명인사가 있었으나, 오로지 A양이 마시던 ‘와인’에서만 마약 성분이 검출됨,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예상.
-마약 스캔들로 큰 파문을 일으킨 탑 여배우 ‘A’양은 여배우 류진주
“ 이걸 어떡하나. ”
솔직히 강주혁은 애초에 이니셜로만 정보를 들었을 땐, 그저 수첩에 적어둔 미래에 지나지 않았다. 가벼웠다. 이니셜만 가지고 사건을 확인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동기부여.
물론, 마약 스캔들이 터진 여배우는 불쌍하지. 불쌍하더라도, 연예계라는 곳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굳이 하나하나 쫓아다니면서 일을 해결할 필요가 없었다. 강주혁이 무슨 해결사는 아니니까.
다만, 이니셜만으로 알려줬던 보이스피싱이 마약스캔들의 미래 정보를 이어서 이름까지 알려줬다. 이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이니셜만으로 사건을 봤을 때는 감정이입이 크게 닿지 않는다. 그런데 실명이 박혀있고, 그 이름이 강주혁과도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이라면? 심지어 류진주는 최근에 본 적도 있다.
강주혁은 순간 블랙시크에서 류진주가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 저는 연락드렸어요. 선배님한테. ”
“ 근데 선배님 핸드폰은 연락할 때마다 꺼져있던데요? ”
“ 선배님한테 묻고 싶었어요. ”
“ 그때 기사 난 거 전부 진짜예요? ”
“ 선배님 입으로 듣고 싶어요. 아니죠? ”
“ 대답해주세요. ”
착한 아이였다. 그런 인성을 지녔으니 탑여배우 자리까지 올랐겠지. 강주혁은 고민한다.
방관, 무관심은 무섭다.
그 누구보다도 강주혁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어찌어찌 회복은 했지만, 그 역시 정신병에 걸렸었고, 바닥까지 추락했으니까. 저 마약스캔들이 터지면 류진주의 배우 생활은 끝이다.
한참을 멍하니 생각하던 강주혁이 이내 인터넷에 류진주를 검색했다. 탑여배우 답게 수많은 기사와 카페 블로그 등 정보들이 검색된다.
당장 기사를 봐서는 아직 마약에 대한 사건이 터진 건 없다. 인형 같은 몸매, 공항패션, 화보 촬영 등의 기사들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 흠······ ”
짧게 숨을 뱉은 강주혁이 스크롤을 쭉 올려서 류진주의 프로필을 확인한다. 그런데.
“ 허? ”
-소속사 : 빅엔터테인먼트.
소속사가 낯익었다. 그리고 이내 강주혁이 알아차렸다. 빅엔터테인먼트.
보이스피싱이 초기에 알려줬던 유지석의 이적에 대한 미래 정보. FNF 엔터테인먼트로 갈 줄 알았던 유지석이 막판에 빅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그 미래 정보를 강주혁은 보이스피싱으로 먼저 들었고, 그때 처음 주식에 손을 댔다.
“ 묘한 곳에서 이어지네? ”
본능적으로 묘함을 느낀 강주혁이 빅엔터테인먼트와 류진주의 관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몇 분 뒤.
꽤 오랫동안 검색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강주혁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FNF엔터 ‘류진주’ 놓아주나?』
『‘류진주’ 자유! 소속사들 군침.』
『15년 동안 몸담았던 소속사와 재계약 안 해. ‘류진주’와 FNF 엔터의 속사정은?』
“ 얘가 FNF에 있었어? ”
애초에 류진주는 오랫동안 FNF엔터에 소속되어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탑여배우 ‘류진주’ 빅엔터테인먼트 선택!』
『‘유지석’과 한 식구 된 ‘류진주’』
빅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모양이다.
“ 왤까? ”
자그마치 15년이다. 검색해보니 류진주가 이번 연도로 데뷔한 지 16년이라 그랬으니, 따지고 보면 FNF에서 다 키워냈다는 건데.
“ 왜 나왔지? ”
뭔가 확실하게는 아니지만, 냄새가 났다. 그냥 본능이었다.
누군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 그림의 완성본을 강주혁만 이미 본 느낌? 아니 보이스피싱이니까 들었다고 말해야 할 테지만.
어쨌든 누군가 류진주를 나락으로 빠트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그냥 전화로 알려줘? ”
그럴경우 미친놈 취급을 당하거나, 욕을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너의 미래를 내가 알고 있소 하면 믿어줄까?
거기다 혹시라도 말해준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면 그건 그것대로 골치 아프다. 의심은 없는 편이 낫다.
다시 한번 머리를 벅벅 긁어대던 주혁이 수첩을 다시금 정독한다.
-탑 여배우 A양의 마약 스캔들, 강남에 있는 파티장 루프가든 주인에 제보, 파티에 여러 유명인사가 있었으나, 오로지 A양이 마시던 ‘와인’에서만 마약 성분이 검출됨,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예상.
-마약 스캔들로 큰 파문을 일으킨 탑 여배우 ‘A’양은 여배우 류진주
일단 핵심을 파악한다. 류진주가 강남에 파티장 루프가든에서 마신 와인. 그 속에서 마약이 검출된다. 여러 유명인사도 있다지만, 딱히 필요 없는 정보 같다. 현재 주혁이 신경 쓰는 건.
강남에 있다는 루프가든.
수첩을 검지로 툭툭 치던 주혁의 입이 열린다.
“ 살짝 한번 보기나 해볼까? ”
어차피 영화 ‘척살’은 최명훈 감독의 독립영화 마무리 편집과 시나리오의 와꾸를 짜기 전까진 강주혁이 당장에 할 일은 없었다.
정확한 계획이 짜여야 움직일 수 있다.
이내 결심이 선 듯, 강주혁이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과 수첩 그리고 차 키를 챙기곤 현관문을 열었다.
도착한 루프가든.
루프가든은 강주혁의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렸다. 외관상 루프가든은 5층짜리 건물 전체가 파티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애초에 파티장을 생각하고 만든 건물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보기엔 다른 상가의 간판은 안 보였다. 1층에 걸린 루프가든의 간판 빼고는.
“ 흠 ”
딱히 이상한 점은 안 보였지만, 주혁은 일단 루프가든의 건물 사진을 찍어두기로 했다. 차 안은 점점 추리 수사물의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찰칵!
-찰칵!
전체 한번. 입구 한번. 나눠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 엉? ”
루프가든 입구에서 회색 정장을 빼입은 남자 한 명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온다. 차 안에서 그를 유심히 보던 주혁의 입이 열린다.
“ 어디서 많이 봤는데? 이름이······ ”
결정적으로 이름이 기억이 안 났다. 스포츠머리로 짧게 자른 머리하며 저 뭉개진 얼굴. 분명 본 적 있는 남잔데, 신경을 안써도 되는 인물이었나? 싶었다.
혹시 몰라 남자의 모습도 사진에 담는다.
-찰칵!
차 안에서 찍는 거라 소리가 안 들리겠지만, 혹시나 해 강주혁은 최대한 수그리며 찍어댄다. 그때였다.
남자가 차 안으로 몸에 반만 집어넣어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는 다시 차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다시 계단을 척척척 올라간다.
“ 와인? ”
순간 강주혁의 본능이 반응했다. 재빨리 와인이 들어있는 길쭉한 박스를 들고 올라가는 남자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이후 남자가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강주혁이 수첩을 꺼내 들었다.
-탑 여배우 A양의 마약 스캔들, 강남에 있는 파티장 루프가든 주인의 제보, 파티에 여러 유명인사가 있었으나, 오로지 A양이 마시던 ‘와인’에서만 마약 성분이 검출됨,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예상.
“ 와인······, 루프가든 주인······. ”
수첩에 적힌 미래 정보를 확인하며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그리곤 이내.
“ 아. ”
자신이 중요한 정보를 누락시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정보가 바로 루프가든 주인의 제보였다.
“ 어떻게 알고 제보를 했지? ”
내부야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와인에 마약 성분이 있다는 걸 주인이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시끄럽다거나,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면서 신고할 수야 있지만.
여긴 파티장이다.
사람들이 이상한 게 당연했다. 점점 냄새가 강렬해진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 확실히 해둘 건 해둬야지. ”
주혁은 파티장의 주인도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확신을 했고, 건물 안으로 사라진 남자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건물 안으로 사라졌던 남자가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두세 개씩 건너뛰면서 뛰어 내려온다.
약속에 늦었는지 어쨌는지, 계단을 다 내려온 남자가 차에 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인다. 남자의 차가 출발하고, 몇 초 뒤 주혁도 천천히 남자의 차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차는 강남역을 지나, 청담역 방향으로 움직였다. 워낙에 거리에 차가 많아서 몇 번이고 놓칠뻔했으나, 용케도 강주혁은 남자의 차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는 중이었다.
남자의 검은색 세단은 건물 사이사이 골목길을 쑤셔 들어가기 시작했고, 강주혁은 너무 바짝 붙지 않는 선에서 따라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의 차가 섰다.
“ 여긴 뭐야? ”
건물이 많기는 했지만, 딱히 눈에 띄는 상호는 없었다.
“ 잘못짚었나? ”
살짝 불안한 마음에 강주혁은 남자의 차를 주시했다. 남자는 잠깐 차에서 무엇을 하는지 내리지 않고 있다가, 몇 분이 지나서야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핸드폰을 귀에다 붙이고 어디론가 뛰어들어간다.
-딸랑
남자가 뛰어들어간 곳은 편의점이었다.
-톡톡톡
강주혁이 초조했는지 운전대를 검지로 치기 시작한다. 편의점으로 들어간 남자는 살 것이 많았는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톡톡톡톡
그럴수록 주혁이 운전대를 치는 검지는 빨라진다.
십 분 정도 흘렀을까?
-딸랑
드디어 남자가 양손에 뭐가 가득 담긴 흰 봉투를 차에 집에 던지고서, 다시 차에 탄다. 남자의 차는 지체없이 출발한다.
남자의 검은 세단이 출발함에 따라, 강주혁의 미행은 이어진다. 다행히 여기에 정차한 것은 편의점에 들리기 위함이었나 싶었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지속해서 파고들던 남자는 이윽고 커다랗고, 주차장까지 완비된 위로 길쭉한 건물에서 멈춰선다.
“ 씨! ”
남자가 갑자기 멈춰선 바람에 주혁은 건물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차를 갓길에 세운 주혁이 차에서 내려, 건물을 확인했다. 그런데.
“ 이건 또 뭐야? ”
-빅엔터테인먼트
앞에 있는 건물의 간판은 빅엔터테인먼트라는 글자가 걸려있었고. 남자는 흰 봉투를 들고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저놈 빅엔터 직원인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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