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06
서아리의 뜬금없는 부탁에 주혁이 피식했다.
“ 춤을요? 내가? ”
그러자 핸드폰 너머 서아리의 목소리가 살짝 기어들어 갔다.
“ 역시 안···되겠죠? ”
눈에 띄게 자신감이 줄어든 서아리. 그녀의 반응에 주혁이 너튜버 서댕과 관련된 보이스피싱 미래정보를 되새겼고.
‘ 분명, 너튜버 서댕의 자작곡 ‘너무 멋진 분’을 유명 BJ, 연예인들이 SNS나 너튜브에 패러디한 것을 올리면서 ‘너무 멋진 분’과 함께 춤을 챌린지로 발전되고, 덕분에 ‘너무 멋진 분’ 노래도 대 히트를 친다고 했었지? ’
그렇기에 주혁은 서아리의 자작곡 ‘너무 멋진 분’을 ‘만능엔터테이너’의 미션곡으로 선정했다. 파급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
‘ 춤. 춤이라. 이게 혹시 ‘너무 멋진 분’ 챌린지의 시작인가? ’
다음으로 주혁은 과거 자신이 춤을 춰본 적이 있는지를 떠올렸다. 그런데 오래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개뿔 없었으니까.
강주혁 일생을 돌아봤을 때, 춤이란 것과는 인연이 없었다. 아니, 딱 한 번. 작품 내에서 한 번 정도 흔들어 본 적은 있으나, 그건 춤이나 안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냥 율동. 하지만 그에겐 별 상관없었다.
율동이든 춤이든 하다못해 각설이든 뭐든 간에 너튜버 서댕. 아니, 서아리로부터 시작되는 ‘너무 멋진 분’과 함께 춤을 챌린지를 빨리 시작되게 하는 것이 주혁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 챌린지가 시작되기만 하면 오희연이 지금 행하고 있는 언론플레이 따위, 삽시간에 잠재울 수 있지. ’
거기다가 챌린지가 시작만 되면 주혁으로서 얻을 것이 많았다. 장주연이나 수현을 포함한 ‘아마추어’팀의 인지도, 또한 자신의 화제성까지.
화제성은 곧 마케팅.
지금 영화, 드라마 제작을 앞둔 강주혁으로선 인지도를, 화제성을 지속해서 쌓는 작업은 중요했다.
만약, 이 시점이 ‘너무 멋진 분’과 함께 춤을 챌린지의 시작점이라면.
‘ 까짓 춤 한번 춰 주지 뭐. ’
춤추는 것 따위 주혁에겐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 다만, 그냥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강주혁으로선 재미가 없었다.
해서, 주혁은 그답게 답했다.
“ 내가 춤추면 아리씨도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거죠? ”
“ 네? 다, 당연하죠!! 부탁하나. 아니! 두 개 들어드릴게요! 아! 세 개도 들어드릴.”
“ 하나면 돼요. ”
“ 네네네. 무조건 돼죠! ”
기쁨이 흘러넘치는 서아리의 반응에 주혁이 미소지었고.
“ 얼마나 걸려요? ”
“ 뭘 막 배우고 그런 게 아니라서. 오빠도 ‘너무 멋진 분’ 안무 보셨잖아요? 거기 싸비. 그러니까 후렴 부분에 추는 안무. 그것만 짧게 하면 되는 거라서, 길어야 한 시간? ”
“ 알았어요. 어디서 하죠? ”
“ 제 연습실이요! ”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다이어리를 펼쳐, 내일인 일요일과 다음 주 스케쥴을 확인했다.
진심으로 꽉 차 있었다.
그나마 내일 있을 김건욱의 토크쇼 촬영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나았다. 거기다.
‘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빨리하는 게 좋겠지. ’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 아리씨. 내일 아침 일찍 만 시간이 될 것 같은데. 괜찮아요? ”
“ 네네네. 완전 괜찮아요. 오빠 진짜. 진짜 감사해요! 제가 연습실 주소 톡으로 보내드릴게요! ”
-뚝.
환희가 가득한 목소리로 답한 서아리가 전화를 끊자마자, 주소를 보내왔다. 주소를 확인한 주혁은 곧장 김건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짧았다.
“ 건욱아. 내일 ‘얘기하고 부대끼고’ 촬영 시간 좀 조율하자. ”
다음 날 일요일 이른 아침.
서아리의 연습실은 양재역 부근이었다. 그녀의 소속사인 EM엔터테인먼트 내부에도 연습실은 있겠지만, 어째선지 서아리는 개인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텅!
어쨌든 건물 주차장에 차를 댄 주혁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입구에 작은 카운터에 남자 직원과 가드 세 명이 서 있었다.
“ 아. ”
남자 직원은 강주혁을 보자마자, 짧은 목소리와 함께 검지로 갈 곳을 찍었다.
“ 2번 연습실로 가시면 돼요. ”
5층 전체를 연습실로 쓰고 있는지, 남자 직원이 서 있는 카운터를 지나니 연습실로 보이는 방들이 보였다.
-스윽.
이어 2번이라 쓰여 있는 유리문을 주혁이 당기자마자, 연습실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고.
“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고!! ”
레깅스에 회색 후드를 입은 서아리가 대답했다.
“ 말씀드렸잖아요! 다음 달까진 활동 미룬다고요! ”
“ 아니, 아리야. 미쳤어? 지금 콘서트도 미루고, 앨범 활동도 미루면! 사장님도 안 좋게 보시는데, 만능인지 나발인지 적당히 하고 빠진다며?! ”
“ 해봤자 한 달이잖아요.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 팀장님. 누가 안 한 데? 한다잖아요. 그동안 내가 한 게 얼만데. 한 달도 못 쉬어? ”
“ 그럼 염병! 처음부터 말을! ”
그 순간.
-똑, 똑, 똑.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주혁이 열린 유리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서아리를 윽박지르던 남자의 고개가 강주혁 쪽으로 휙 돌았고, 서아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오빠. ”
그 모습에 주혁이 살짝 미소지었고.
“ 제가 방해했습니까? ”
남자의 표정이 단숨에 구겨졌다.
“ 강주혁 당신! ”
그때 서아리가 남자의 팔을 붙잡으며 작게 말했다.
“ 나중에.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팀장님. ”
“ ······쯧! 끝나고 전화해라. ”
-스윽.
말을 마친 남자는 연습실을 빠져나가다, 강주혁을 스칠 때 주혁을 올려다보며 속도를 살짝 늦췄고.
“ ······ ”
주혁의 얼굴을 짜증 난 듯 올려다봤다. 키 차이 덕분이었고, 강주혁 역시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렇게 주혁을 올려보던 남자가 짧게 혀를 차며 연습실을 박차고 나갔다. 그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주혁이 입고 있던 맥코트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
“ 누굽니까? ”
질문을 들은 서아리가 연습실 중앙에서 강주혁에게로 다가와 답했다.
“ 매니지 팀장님이요. 신경 쓰지 마세요. 항상 이러니까. ”
“ 흠. ”
어느새 맥코트를 벗은 주혁이 침음을 삼키며 앞에 선 서아리를 쳐다봤다.
‘ 약간 그림이 이상한데. 아리씨 급 가수한테 팀장이 대하는 게 왜 저따위지? ’
거기다가 서아리가 팀장에게 반응하는 것도 뭔가 끌려다니는 느낌이었다. 이상했다. 이어 주혁은 본인 회사 소속인 헤나를 떠올렸다.
‘ 아리씨보다 가수로서 급이 살짝 낫다고 평가되는 헤나씨도 그렇게 자유분방한대. ’
그렇다고 서아리가 평소 성격이 유한 것도 아니었다.
‘ 뭔가······ 사정이 있나? ’
곧 주혁은 서아리에게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라 판단했지만, 딱히 묻진 않았다.
-툭.
딱 거기까지 생각한 주혁이 벗은 맥코트를 바닥 한쪽에 던지면서 주제를 바꿨고.
“ 자, 뭐부터 할까요. ”
강주혁의 한마디에 살짝 암울했던 서아리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 오빠. 이쪽으로. 이쪽으로 와보세요! ”
서아리는 연습실 중앙으로 강주혁의 팔을 잡고 이동했고.
“ 잠시 서 계세요! 앵글 확인 좀 할게요. ”
정면, 죄다 거울이 박혀있는 곳에 세워진 작은 카메라를 약간 조정했다. 이어 자신의 핸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세팅, 강주혁에게 안무 교육을 시작했다.
“ 오빠. 제가 먼저 보여드릴 테니까, 한번 보세요. ”
노래 ‘너무 멋진 분’이 틀어지고.
“ 이렇게. 여기서 턴, 그리고 살짝 앞으로 나가고. ”
서아리가 강주혁을 보며 당당하게 안무를 펼쳤다. 짧긴 진짜 짧았다. 1분 내외. 안무도 굉장히 간단했다.
쉽게 말해, 커플 댄스 같은 느낌.
이어 약 10분간 커다란 연습실에서 서아리와 단둘이 안무연습을 하던 주혁이 웃었고.
“ 됐어요. 다 외웠어. 바로 해보죠. ”
서아리가 양손을 부딪치며 방방 뛰었다.
“ 와! 오빠. 진짜 유연하네요? 대박. 배우라서 그런가? 되게 춤 선이 예뻐요. 오빠 이대로 아이돌 데뷔해도 애들 얼굴로 전부 압살······으흠! ”
신나서 속마음을 줄줄 뱉었다고 생각했는지, 서아리가 헛기침을 하며 강주혁 옆에 섰다.
“ 좋다. ”
“ 음? 뭐가요? ”
“ 오빠. 제가 저번에 말했잖아요? 이 곡. 오빠가 모티브라고. 오빠가 제일 처음에 와줘서 좋다. 뭐, 그런 거예요. ”
“ 아- ”
이어 연신 강주혁을 올려보며 웃던 서아리의 고개가 정면 거울로 돌아갔다.
“ 오빠. 하나, 둘 하면 시작할게요? ”
두 시간 뒤, 보이스프로덕션 앞.
서아리와의 커플 안무는 정말 빨리 끝났다.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끝나자마자, 주혁은 곧장 회사로 돌아왔고, 도착 시간은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 이미 진을 치고 있네. ”
강주혁이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김건욱 포함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제작진이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었다.
한팀은 김건욱이 자신의 소속사를 가리키며 무언가 설명을 하는 모습을 촬영 중이었고, 다른 팀은 보이스프로덕션의 180도 달라진 주변을 찍고 있었다.
아마 예고편이나 오프닝에 담을 영상을 담고 있는 듯.
어쨌든 주혁이 갓길에 차를 대곤 걸어오자, 연신 설명 중이던 김건욱이 강주혁을 발견했다.
“ 형! ”
“ 어- 빨리 온다고 왔는데. 늦었나? ”
“ 아니. 딱 좋을 때 왔어. ”
그때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메인 PD 황만수가 강주혁에게 다가왔다.
“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
“ 네. PD님. 드디어 첫 촬영이군요. ”
“ 하하. 그러게요. 첫 게스트 승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촬영 일정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약 15분 떨어진 막걸릿집에서 3시간 정도 촬영을 진행하고, 끝나면 바로 준비된 무대 세트장에. ”
“ 잠깐. 잠깐만요. 어디요? 막걸리? ”
“ 아, 예. 하하. 건욱씨가 낸 아이디언데. 사장님을 시작으로 게스트마다, 설정을 다르게 가져가서······ ”
황만수 PD의 설명은 길었지만, 주혁이 간략하게 되물었다.
“ 그러니까. 지금 술을 먹으면서 토크쇼를 진행하겠다는? 그런 거 방송에 나가도 됩니까? ”
“ 하하. 요즘 뭐, 술 정도야 나가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살짝 거시기하니까, 막걸리로 대체하기로 한 거고요. ”
주혁이 살짝 놀라며 뒤쪽에 선 김건욱을 쳐다보자, 김건욱이 느리게 미소지었다.
이후, 강주혁과 김건욱 그리고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제작진은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예약을 끝낸, 막걸릿집에서 촬영을 시작.
막걸리와 해물파전이 나온 상황에 진행자인 김건욱의 첫 질문이 던져졌다.
“ 형. 요즘 연예계를 거의 휘어잡고 있는데. 어때? ”
“ ······뭘 어때? 것보다. 그냥 이렇게 가는 거냐? 대본은? ”
“ 없어. 그냥 자연스럽게. 아까 타고 온 차나 여기 가게에도 카메라 세팅 끝났어. 그래서. 어때? ”
다시 던져진 질문. 덕분에 가게를 휘 둘러보던 주혁이 피식하며 답했다.
“ 아직 멀었지. ”
같은 날 늦은 오후.
막걸릿집에서 촬영을 마친 주혁은 그대로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무대 세트장으로 향했다. 도착 후, 대기실에 들어간 주혁은 곧장 메이크업을 진행했다. 그가 메이크업을 진행하는 동안, 세트 무대에는 관객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 진행자랑 게스트 누굴까? ”
“ 완전 비밀유지 쩔던데. ”
“ 그러니까. 입구에서 비밀유지 서약서까지 쓸 줄 나도 몰랐어. ”
“ 기대된다. 진행자는 개그맨이나 MC가 하려나? 유지석? ”
“ 에이 설마. ”
하지만 관객들은 토크쇼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진행자와 첫 게스트마저 모르는 상태였다.
김건욱과 제작진의 결정.
어쨌든 점점 관객석이 채워지고, 곧 스텝 한 명이 무대로 올라와 슬레이트를 쳤다. 그 순간 무대의 장막 뒤, 김건욱과 강주혁이 나란히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형. 나 먼저 들어가고, 내가 형 소개하면 들어오는 거 알지? ”
“ 반대로 해도 재밌겠네. ”
“ ······어? 그러네? 다음 게스트 때 써먹어 볼까? ”
바로 그때, 진행스텝이 김건욱에게 사인을 내렸고, 강주혁이 살짝 숨었다. 그러자 곧장 장막이 펼쳐지며 눈부신 조명이 쏘아졌다.
그리고 함성도 쏟아졌다.
“ ······? ”
그런데 함성이 어마무시했다. 주혁은 초기 모여봐야 100명이나 모일 거란 얘기를 들었었는데, 이 소리는 100명이 내는 소리라고 보긴 너무 컸다.
이상함을 느낀 주혁이 옆에서 인터컴을 목에 두른 스텝에게 물었고.
“ 지금 관객이 몇 명이나 모였습니까? ”
스텝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 500명이요. ”
“ ······500명? ”
“ 네. 아! 사장님! 입장 10초 전이요! ”
500명이란 숫자에 살짝 놀란 주혁이 영결에 암막 중앙으로 움직였고.
“ 5초 전이요! 4! 3! 2! 들어갑니다! ”
-촤락!
곧, 암막이 걷혔고, 거대한 인파와 함께 눈부신 조명을 더불어.
“ 꺄아아아아악!! ”
“ 와아아아아아!!! ”
“ 어떡해!! 강주혁?!! 오빠!!!! ”
어마어마한 비명, 박수, 함성소리가 주혁의 귀에 파고들었다.
같은 시각.
이른 아침 강주혁을 시작으로 종일 인맥들을 만나며 ‘너무 멋진 분’ 관련 안무 영상을 찍던 서아리가 개인 SNS에 제목 ‘너무 멋진분’! 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그런데 이 영상의 확산속도가 엄청났다.
애초 강주혁이라는 희귀한 인물이 스타트를 끊고, 거기다 팔로워 수가 300만이 넘는 그녀의 SNS에 서아리가 사진 말고 영상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어쨌든 이 영상은 SNS를 타고 여기저기 퍼져나갔고, 검색사이트를 비롯.
-서아리 SNS에 올라온 영상인데, 졸귀!!
카페, 갤러리, 블로그 등등으로 번졌고.
-다들 눈 정화하고 가라~ 서아리 움짤.
결국, 너튜브에까지 확산됐다.
“ 음? ”
그리고 한 댄스커버 전문, 200만 구독자를 가진 너튜버 ‘DANCING’이 컨텐츠를 고민하던 차에 이 영상을 접했고.
“ 안무. 쉽고, 귀엽네? ”
일어나 춤을 슬쩍 따라 하기 시작했다.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