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10
강주혁의 지시를 받은 박과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EM엔터테인먼트.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냥 모조리 알아보면 되겠습니까? ”
“ 네.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EM엔터테인먼트는 꽤 큰 곳으로 알고 있어요. 세세하게 한번 알아보세요. ”
“ 알겠습니다! ”
-스윽.
다부진 대답과 함께 박과장이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이어 주혁이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연결 신호는 짧았다.
“ 예~ 물주, 아니. 사장님 ”
상대는 홍보팀장 박기자였다.
“ 혹시, EM엔터테인먼트. 이 바닥에서 이미지가 어때? ”
“ EM엔터테인먼트? 뭐, 빤하지. 서아리로 떼돈 벌어서, 아이돌 찍어내는 회사지. ”
“ 내부적으로는? ”
“ 글쎄. 뭐, 내 기억엔 딱히 큰 문제가 있진 않았어. 연습생들 취급이 좀 별로라는 정도? ”
“ 찌라시 도는 것도 없고? ”
“ 없고. ”
찌라시도 없다는 말에 주혁이 짧은 숨을 뱉었다.
“ 흠- EM엔터테인먼트 내부 사정 좀 알아봐. 헛소문도 상관없어. ”
“ 오호. 또 뭔가 냄새가 나네. 아! 혹시······ 지금 ‘만능엔터테이너’ 같이하는 서아리를. ”
“ 일단, 알아봐. ”
“ 오케이- ”
-뚝.
뭐가 기쁜지, 상기된 목소리의 박기자와 전화를 끊은 주혁이 핸드폰을 책상에 올리며 시선을 황실장에게 던졌다.
그러자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펼치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 사장님. 휴식은 취하십니까? ”
“ 요즘은 쉬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일하는 것보다. ”
“ 그래도 쉬면서 하셔야 합니다. ”
-후릅.
황실장의 걱정에 주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 한 모금을 넘겼고, 곧장 되물었다.
“ 추억앨범. 뭐 좀 나왔습니까? ”
-팔락.
이어 황실장이 다이어리에 껴둔 종이 한 장을 주혁에게 내밀었다.
“ 당시 기사 복사본입니다. ”
A4용지에 복사된 기사.
주혁은 말없이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내용은 길었지만, 간단히 줄여보자면 추억앨범 일가족이 집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기사.
기사의 사진은 주혁이 랜덤박스에서 확인했던 가족사진이 사용됐다.
-스윽.
짧은 시간 안에 기사를 전부 읽은 주혁이 책상에 종이를 내려놓자, 황실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배경은 기사에 나와 있는 그대로였습니다. 앨범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추억앨범. 그 회사의 사장과 이사. 즉, 부부였는데 그들이 집에서 의문사한 사건입니다. ”
“ 의문사. 그냥 이유 없이 죽었다는 겁니까? ”
“ 거기서 표현된 의문사란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왜 죽였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의문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사인은 약물이었습니다. ”
“ 즉,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 ”
“ 예. 근데 좀 알아보니까, 이 사건. 재밌는 점이 많습니다. ”
곧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황실장이 펼친 다이어리 한 장을 넘기더니 말을 이었다.
“ 먼저, 그 부부에게는 딸과 아들이 있었습니다. ”
“ 네. ”
“ 근데. 둘 다 입양이었습니다. ”
“ 둘 다요? ”
“ 예. 왜 입양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딸은 6살. 아들은 8살 때 입양한 걸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은 남매였습니다. ”
꽤 새로운 결과에 주혁이 턱을 쓸었고, 다이어리의 다음 장을 넘긴 황실장이 보고를 이었다.
“ 그리고 15년 된 이 기사. 오래전 일이라 그런지, 오류가 많았습니다. ”
“ 오류? ”
“ 제가 알아본 바로는 추억앨범 일가족 의문사가 아닙니다. 집 안에서 약물로 사망한 것은 부부. 딸은 원래도 몸이 약했는지, 어쨌는지 비슷한 시기에 병원에서 사망했고, 뭣보다 아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
“ ······그럼 이 기사가. ”
“ 오보겠죠. 원래 좀 덩치가 큰 사건이 터지면 기자들은 대충 써 갈기고 보니까요. ”
충분히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실제로 랜덤박스에서 주혁이 받은 미래 기사는 과거 기사를 그대로 받은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어쨌든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실장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 사건 이후, 남은 아들에게 조사가 집중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혐의가 없다가 나왔고, 다시 혼자가 된 아들은 시설에서 15살까지 지내다가, 다시 입양됐습니다. ”
“ 다시? 그 아들은 지금 어딨습니까? ”
“ 국내에 없습니다. 일본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일본이요? ”
“ 예. 고등학교 졸업 후, 그를 입양한 가족과 전부 일본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어- 당시 아들의 이름은 이태평, 딸의 이름은 이태희였습니다. ”
-스윽.
그대로 보고를 마친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덮었다. 주혁은 짧은 침음을 뱉으며 다리를 꼬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블록버스터급 사건.
‘ 아들인 이태평. 인생이 참 파란만장하네. ’
바로 그때, 황실장이 끼어들었고.
“ 이 이상 조사를 위해, 제가 일본으로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
주혁이 단칼에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그건 안 되겠습니다. 보이스가드 인원들과 넘어가도 너무 위험하겠어요. ”
“ 음. 그렇다면 한계가 있습니다. ”
분명, 황실장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테지만, 주혁은 왠지 모를 위험을 감지했다.
‘ 조사도 조사지만, 황실장님 보호가 더 우선이야. ’
이어 주혁이 잠시간 생각에 빠졌다.
‘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
생각해보니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혁은 내린 결론을 황실장에게 전했다.
“ 황실장님. 일본에 따로 사람을 고용하죠. ”
같은 시각, GM엔터테인먼트 사장실.
이강수 사장이 다리를 꼰 채, 녹차를 마시며 오늘 오후 결과발표가 난 ‘만능엔터테이너’ 관련 기사를 확인하고 있다.
“ 강주혁이 또 1등을 했네? ”
-드륵, 드륵.
어느새 아이같은 미소를 머금은 이강수 사장이 스크롤을 주륵주륵 내리며 기사를 확인.
“ 강주혁 1등에. 장황수 2등. 오희연이 꼴등. 명색에 MV e&m 제작 이사라는 여자가. ”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책상 위, 이강수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어냈고.
“ ······누구야. 이건. ”
액정에 출력되는 모르는 번호에 이강수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 네에- 이강수. ”
그런데 상대방이 이강수 사장의 말을 잘라먹었다.
“ 나 오희연인데요. 나 알죠? ”
곧 상대가 누구인지 인지한 이강수 사장의 웃음이 짙어졌다.
“ 알죠? 모를 리가요. 기사 잘 봤어요. ”
“ ······혹시. 지금 나 놀리는 거? ”
“ 진짜 기사를 잘 봐서 말씀드린 거죠. ”
“ 하! 됐고요. 지금 우리 MV랑 안숙희 작가랑 준비하는 드라마. 나도 껴볼까 하는데. ”
“ 끼셔서 제게 도움이 될까요? ”
“ MV에서 들어가는 지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거라고 말씀드리죠. 거기에 투자금도 밀어붙여 줄게요. ”
오희연은 MV e&m의 제작이사. 지금 하는 말들이 헛소리는 아닐 것이라고 이강수 사장은 판단했다.
“ 그렇게 해서, 오희연 이사님이 얻는 건 뭘까요? 궁금해지는데. ”
이어 이강수 사장이 약간 비아냥이 섞인 말투로 묻자, 오희연이 속내를 뱉었다.
“ ······대신. 대놓고, 강주혁과 전쟁을 선포하고.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싶은데. ”
대답을 들은 이강수 사장이 키득거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 성공할수록 적은 많아지는 법이죠. 주혁씨. ’
다음 날 5월 13일, 수요일. DCS타워.
강주혁은 이른 아침부터 홍혜수 팀장과 DCS타워에 들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 괜찮은데? ”
“ 어머. 사장님. 괜찮다니, 내가 바쁜 와중에 틈틈이 심혈을 기울여서 진행한 인테리언데! ”
보이스프로덕션의 서울 사옥이 될 DCS 타워의 공사가 끝났기 때문.
“ 응. 고생했어. 누나. ”
이어 주혁은 바람막이 비슷한 점퍼를 입은 홍혜수 팀장과 DCS 타워의 1층부터 5층까지 돌았다. 냄새도 다 빠졌고, 청소도 이미 끝나 있었다.
‘ 지금 바로 옮겨도 문제없겠어. ’
점포가 들어와 있는 1층을 제외한 2층부터 5층까지 상태가 아주 깔끔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DCS 타워를 돌아다니던 주혁은 5층 자신의 사무실이 될 사장실에서 멈춰섰다.
“ 이사는 5월 30일로 확정하고, 비품과 집기들 등등은 그 전까지 채우는 것으로 진행하자. ”
바로 지시가 내려지자, 홍혜수 팀장이 분홍 다이어리를 꺼내며 되물었다.
“ 광주사옥에 있는 것들은? 쓸만 한 건 다 들고. ”
“ 아니, 그쪽에 있는 건 그대로 둬. 거길 사용 안 할 건 아니니까. 광주사옥은 앞으로 연습실 및 보이스가드 사무실과 감독 및 작가 등등 보이스 타운 개념으로 자유롭게 사용하게 할 거야. 그러니 거기도 비품이나 집기들은 필요해. ”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적는 홍혜수 팀장에게 주혁이 말을 추가했고.
“ 여기 삼성동 사옥은 내가 저번에 넘겨준 목록보다는 여유 있게 비품, 집기 전부 새 걸로 구입해서 채워. 얼마나 걸릴까? ”
홍혜수 팀장이 여유로운 웃음을 뱉었다.
“ 사장님이 워낙에 워커홀릭이라 이미 구도도 다 정해져 있고, 거기에 살 것 사고, 배치하고, 적당히 마무리할 것들 한다고 오래 걸리겠어? 2주면 충분하지요. ”
한마디로 보이스프로덕션의 서울 입성이 2주도 안 남았다는 소리였다.
1시간 뒤.
DCS 타워에서 일정을 마친 주혁은 곧장 회사로 출근했다. 수요일 오전 10시에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대본 회의와 최종 제작 회의가 있었기 때문.
오늘 자리에서 세세한 숫자들 및 기획들이 확정되면 내일부터는 곧바로 기본적인 캐스팅부터 장소헌팅, 스텝계약 등등이 진행될 참이었다.
-끼익.
회사에 도착한 주혁은 사장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3층 미팅룸의 문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
“ 오셨어요? ”
“ 왔어요? 어서 앉아요! ”
미팅룸에는 이미 홍혜숙 작가나 정작가 그리고 김태우 PD, 홍보팀장 박기자가 앉아있었다. 주혁이 그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나누곤 바로 본론을 던졌다.
“ 작가님들. 대본부터 보죠. ”
대뜸 강주혁이 본론을 던지자, 홍혜숙 작가나 정작가가 서로 챙겨온 대본을 꺼냈다. 아직 정식 대본이 아닌, A4용지로 뽑힌 대본.
-스윽.
홍혜숙 작가 3부. 정작가 3부. 합쳐 총 6부 분량의 대본이 강주혁을 포함해,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졌다.
“ 오호! 드디어! ”
특히나 최근 몸이 근질근질했던 김태우 PD가 눈을 빛내며 외쳤고, 그런 김태우 PD를 보던 주혁이 피식하며 정작가의 대본 1부부터 펼쳤다.
-팔락.
이어 미팅룸에 모인 모두가 각자 앞에 놓인 종이 대본을 넘겼다.
-팔락, 팔락.
이후, 미팅룸에는 숨소리와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모두 대본을 읽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10분, 30분, 1시간, 2시간.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모인 모두는 대본을 읽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했다. 당연했다.
대본 회의는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기에.
그렇게 어느새 흐른 시간이 2시간 30분. 이쯤 되니 거의 모두가 과거 이야기를 맡은 정작가의 대본을 읽는 것을 완료했다.
-스윽.
반면, 평소 빠른 리딩 실력을 자랑하던 주혁이 오늘따라 읽는 것이 더뎠다. 그만큼 세세하게 대본을 읽고 있었다.
-툭.
이윽고 강주혁이 보던 총 3부 분량의 대본을 책상에 내렸고.
“ 흠. ”
침음을 뱉으며 팔짱을 꼈다. 그 바람에 내내 강주혁의 표정을 살피던 정작가가 테 없는 동그란 안경을 추켜세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사장님. 어, 어떠세요? ”
그녀의 물음에 미팅룸에 모인 모두의 시선이 강주혁에게 향했다. 그도 그럴게 애초 이 ‘없어졌던 남자’ 드라마의 실제 인물이 강주혁이었기 때문.
그만큼 그의 결정은 중요했다.
어쨌든 여전히 팔짱을 낀 주혁이 짧게 답했다.
“ 일단은 괜찮아요. ”
“ 지, 진짜요?! ”
그러자, 홍혜숙 작가가 약간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강주혁에게 물었고.
“ 정말? 정말 그냥 괜찮아요? ”
주혁이 기다렸다는 듯이 감상을 추가했다.
“ 다만, 정작가님이 맡은 시즌 1은 주인공의. 그러니까 전데. 저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주인공이 혼자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정작가님의 장점인 날 것 같은 대사가 적어서 장면 자체에 생명력이 많이 죽습니다. ”
그러자 홍혜숙 작가가 정작가를 휙 돌아봤다.
“ 그것 봐 이것아. 내가 말한 것 주혁씨가 줄줄줄 말해주잖아? 그렇게 장면 좀 고치라고 해도 안 고치더니. ”
다음으로 주혁이 정작가의 눈을 쳐다보며 슬쩍 웃었고.
“ 지금도 나쁘진 않아요. 그런데 우리 100% 사전제작으로 가니까, 조금 더 퀄이 높아졌으면 싶은 거죠. 즉, 장면을 시청자들이 집중해서 꿀꺽꿀꺽 삼켰으면 좋겠어요.”
강주혁이 검지로 1부 대본을 찍었다.
“ 이 대본에서 보완할 점은 주인공의. 그러니까 저의 심리상태나 주변 척박한 상태. 그리고 1화 초반, 정상에서 바닥까지 추락하는 장면이 더욱 처절하게 표현되는 게 그림은 잘 나올 것 같은데. PD님은 어때요? ”
그러자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대본을 보던 김태우 PD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죠.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망가지려면 아예 쓰레기같이 망가져 버리는 것이 그림은 예쁘죠. 아! 사장님을 보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
화들짝 놀라며 강주혁에게 손사래를 치는 김태우 PD에게 웃음을 보인 주혁이 다시 작가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 그런데. 어차피 좀 있다가 캐스팅 회의에서 나올 말이지만, 작가님들. 주인공. 즉, 저를 맡을 배우. 생각하는 배우가 있습니까? 어떤 배우가 맡느냐에 따라 대본 수정도. ”
바로 그때.
-똑, 똑, 똑.
미팅룸에 노크 소리가 퍼졌고.
-끼익.
곧 문이 열리며 보이스프로덕션 제작부 여자직원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 저······ 회의 중에 죄송한데, 사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
“ 손님이요? ”
주혁의 되물음에 여자직원이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짝 열었던 문을 활짝 열었고, 곧 여자직원 뒤쪽에 남자 두 명이 주혁의 눈에 띄었다.
그 남자 두 명 중 누가 봐도 배우상의 잘생긴 남자가 문 앞에서 강주혁에게 허리를 깊숙하게 숙였다.
“ 강주혁 선배님. 안녕하세요. ”
탑배우 정진훈. 그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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