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11
난데없이 등장한 탑배우의 등장에 미팅룸이 발칵 뒤집혔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정작가였다.
“ 허······헐. ”
정작가는 지금 자신이 본 것이 진짜인지 궁금했는지, 쓰고 있던 테 없는 동그란 안경을 닦기 바빴고, 홍혜숙 작가는 꽤 태연하게, 흥미롭게 정진훈을 쳐다봤다.
“ 호오? ”
반면, 김태우 PD는 눈이 튀어나올 듯한 표정으로 입을 어버버거렸고, 박기자는 순간적으로 직업병이 도졌는지,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기 시작했다.
그때 강주혁이 정진훈을 보며 슬쩍 턱을 긁었다.
“ 흐음. ”
탑배우 정진훈. 강주혁도 언젠가는 이 배우에게 접촉할 생각이긴 했다. 그건 보이스피싱 미래정보 때문이었다.
사생팬 사건 당시의 보이스피싱.
[제작비 50억으로 관객수 13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은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의 남자 주인공 정진훈이 언론사 인터뷰에서 3년 전 개봉이 취소된 영화 도적패 촬영장에서 자신의 사생팬으로 인해······]1300만 명 관객수를 동원한다는 초대박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의 정보도 이용해 먹어야 했기에.
하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생팬 사건 이후, 주혁은 딱히 정진훈에게 접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지금 강주혁의 눈앞에 나타난 이유는 빤했다.
‘ 사생팬 사건으로 뭔가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뒤쪽은 사장인가? ’
-스윽.
대충 생각을 마친 주혁이 허리를 오른쪽으로 쭉 밀며 정진훈과 같이 온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고, 곧 허리를 꺾은 강주혁과 눈을 마주친 남자가 웃었다.
“ 강사장님!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
DH엔터테인먼트의 사장 김반석. 역시, 그가 맞았다. 김반석 사장은 정진훈의 뒤에서 서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스윽.
어쨌든 꺾었던 허리를 다시 원위치시킨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반석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
“ 아- 그 사생팬 사건 좀 마무리하고, 진훈이 ‘도적패’ 촬영 정리한다고 경황이 없어서, 지금에야 찾아왔습니다! 하하. 제대로 감사를 드려야 하고,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왔는데, 회의 중이시군요! 아- 홍혜숙 작가님도 계시네!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
“ 네에~ 오랜만이시네요. ”
김반석 사장은 정진훈이라는 대스타를 데리고 있는 엔터 사장치고는 굉장히 겸손하며 호탕했다. 어쨌거나 주혁은 자신의 앞에서 공손히 기다리고 있는 정진훈을 보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고.
“ 그러시군요. 그런데 지금 제가 제작 회의 중이라. ”
김반석 사장이 손사래를 쳤다.
“ 네네네! 그럼요! 저희가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건데,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
“ 기다리신다고요? ”
“ 예예! 기다리겠습니다. 어디 남는 의자 두 개만 주십쇼!! 하하하. ”
호탕한 김반석 사장의 말에 주혁이 피식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위층 제 사무실에서 기다리시죠. 끝나고 올라가겠습니다. ”
이어 강주혁이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자직원에게 말을 이었다.
“ 두 분. 안내 좀 부탁해요. ”
“ 아······네. 알겠습니다. ”
여전히 홍조를 띠는 여자직원이 움직이자, 김반석 사장이 따라나섰고, 정진훈이 강주혁에게 다시 허리를 숙였다.
“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
약 10분 뒤.
정진훈의 등장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미팅룸이 어느 정도 정돈되자, 팔짱 낀 홍혜숙 작가가 입을 열었다.
“ 주혁 씨랑 일하니까, 정진훈 씨 같은 배우가 무슨 신인처럼 툭툭 튀어나오네요? 그러고 보니까, 지금 들어간다는 영화에 하정훈 씨도 약간 조연 롤로 들어간다면서요? ”
하정훈의 이름이 거론되자, 주혁이 약간 미소지었고.
“ 뭐, 걔는 저랑 오래된 놈이라. ”
강주혁의 담담한 반응에 홍혜숙 작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28주, 궁궐’ 들어갈 때도 난데없이 김건욱 씨나 헤나 씨 꽂았잖아요. 결국, 두 명 모두 보이스프로덕션으로 옮겼고? ”
“ 그렇죠. ”
“ 하여간 요지경이야. ”
그때 김태우 PD가 대뜸 물어왔다.
“ 저, 정진훈 씨가 갑자기 왜 오셨을까요? ”
“ 글쎄요. 얘기를 해봐야 알겠죠. ”
“ 그렇겠죠? 근데 설마······ 우리 드라마 때문에 온 건. ”
꽤 조심스레 말하는 김태우 PD의 말을 박기자가 잘랐고.
“ 그건 가능성이 좀 작죠. 정진훈 씨 드라마판 떠난 지 오래돼서. ”
강주혁이 다시 한번 분위기를 정돈했다.
“ 일단, 진훈 씨 얘기는 제쳐두고, 회의 속행하죠. ”
이후, 주혁은 홍혜숙 작가와 정작가의 대본에 관해 수정할 부분 또는 추가할 부분 등을 요청했고, 작가들은 주혁의 말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 대본 회의는 3부 분량이 나왔을 때마다 진행하겠습니다. 세계관이 공유되니까, 저한테 따로 연락할 것 없이 작가님들은 따로 만나셔서 집필 미팅은 하셔야 할 것 같고. 대본 완성은 같은 시기에 끝나도 상관없습니다. ”
-스윽.
“ 다음. 제작 부분인데. ”
보던 대본을 옆으로 치운 주혁이 회의 주제를 제작 쪽으로 바꿨고.
“ 드라마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추가 제작사 하나를 끼고 가겠습니다. 일단, 김앤미디어 쪽에 연락은 해뒀습니다. ”
김태우 PD가 되물었다.
“ 김앤미디어요? ”
“ 예. 그쪽을 1순위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28주, 궁궐’을 같이해서, PD님 연출 분위기도 익숙할 테고요. 그때 보니까, 신생회사임에도 일 처리도 빠르고, 스텝들 실력도 좋습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스텝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
즉, 보이스프로덕션의 스텝, 김앤미디어, KBC에서 조건으로 내건 키스텝까지 포함하여 한꺼번에 움직이겠다는 소리였다.
“ 이제 형태를 좀 잡아 볼까요? 일단, PD님. ”
“ 네. ”
“ 내일 KBC에 저랑 들어가서, 계약 및 키스텝 현황 확정 짓고, 김앤미디어까지 제가 정리하면 토스하겠습니다. 그렇게 제작진 꾸려지면 캐스팅보드부터 진행하죠. ”
“ 알겠습니다. ”
“ 그리고 박팀장님은 PD님이랑 소통하면서 언론에 계속 제작 진행 상황 흘리고. ”
주혁의 말에 홍보팀장 박기자가 대답하며 다이어리에 지시한 사항을 적었고.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강주혁이 결론을 던졌다.
“ 자, ‘없어졌던 남자’ 프리 빨리 쳐내고, 시작해봅시다. ”
잠시 뒤, 사장실.
회의를 마치고, 주혁이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던 정진훈이나 김반석 사장이 벌떡 일어났다.
“ 죄송합니다. 좀 오래 걸렸네요. ”
그러자 김반석 사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 하하하. 저희는 한 3시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엄청 빨리 오신 겁니다. ”
“ 그렇습니까? ”
짧게 미소지으며 그들의 반대편에 앉은 주혁이 바로 본론을 내뱉었다.
“ 그래서. 말씀해보세요.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이유. ”
“ 예예. 일단, 이것. ”
-스윽.
김반석 사장이 책상 위로 가져왔던 여러 개의 종이가방을 올렸다.
“ 약소하지만, 일전에 사생팬 사건 처리에 관해 제 개인적으로 준비한 겁니다. DH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서. 진짜 작은 겁니다. 그리고. ”
이어 내내 말없이 강주혁의 얼굴을 쳐다보는 정진훈을 김반석 사장이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곧, 큰 프로젝트로 드라마 들어가신다고 들었습니다. ”
“ 그렇습니다. ”
“ 우리 진훈이는 어떠십니까? ”
김반석 사장의 앞뒤 다 잘라낸 물음에 주혁의 시선이 정진훈에게 박혔다.
“ ······남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 하하. 솔직히 그래 주시면 바랄 게 없고, 저 역시 진훈이 이미지상 남주를 당연히 원하지만. ”
이때 정진훈이 대답을 대신했다.
“ 전 조연도 상관없습니다. 선배님. ”
꽤 결심이 선 듯한 정진훈의 대답에 김반석 사장이 머리를 긁으며 현 상황을 표현했다.
“ 이놈이 이런 상태라. 대뜸 찾아온 것도 저희고, 바라는 것도 저희니.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
“ 흠. ”
주혁이 침음을 뱉었다.
‘ 정진훈 정도면 회당 2억 정도 하려나. ’
실제 탑배우 정진훈의 시장가치가 그랬다. 물론, 현재 드라마판을 떠나, 영화 위주로 작품 필모를 쌓고 있는 그였지만, 대충 몸값이 그랬다.
‘ 저번에 보니까 연기는 괜찮았어. 뭐, 김삼봉 감독님 작품 단독주연으로 낙점될 정도니. ’
사실, 탐나는 배우긴 했다. 물론 티켓파워로는 하정훈보다는 급이 조금 낮다는 평을 받을지 모르지만, 하정훈은 쌓인 경력이 정진훈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참 후배인 정진훈 역시, 대단한 배우긴 했다.
하정훈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지닌 배우.
유려하고, 찬란하지만, 냉소적인 마스크.
분명 정진훈의 합류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에 큰 힘이 될 터였다. 거기다.
‘ 묘하게 나랑 비슷한 느낌이란 말이지. ’
어쨌든 정진훈 정도면 배우 위시리스트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다만, 당장 결정하기에 재미없다고 느낀 주혁이 살짝 웃었고.
“ 알겠습니다. 작가님이나 PD님께 전달하겠습니다. 곧, 캐스팅 관련으로 대본 돌릴 텐데, 얼추 얘기가 진행되면 연락드리죠. ”
결론이 내려진 상황에 정진훈이나 김반석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강주혁과 간단히 인사를 마친 두 남자가 사장실의 문을 열 때였다.
“ 선배님. ”
사장실을 빠져나가던 정진훈이 대뜸 몸을 돌렸다. 덕분에 약간은 댄디한 그의 짙은 흙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렸고, 이어 강주혁을 쳐다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 참고로 전 회당 3천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진심입니다. ”
그러자 김반석 사장이 사색이 돼 외쳤다.
“ 지, 진훈아!! ”
이후, 다음 날 아침 해가 밝자마자, 주혁은 김태우 PD와 빠르게 움직였다. KBC 드라마국을 들러 드라마국 국장과 CP 등의 인원과 회의 및 계약을 진행했다.
KBC 드라마국 국장은 기뻐 보였다.
“ 솔직히 MBS에서 돈으로 밀어붙였다고 들어서, 좀 안될까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하하하.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겠습니다. ”
다음으로 세세한 제작 이야기가 오갔고, 대부분 강주혁이 주도했다.
“ 국장님. 저희는 이르면 다음 달 안으로 프리를 쳐내고,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에 따라 말씀하신 키스텝들은 그쯤 합류를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CG팀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
“ 허허. 물론이죠. ”
“ 당연한 얘기지만, 전반적인 핸들링은 여기 김태우 PD님이 하실 거고, 앞으로 모든 얘기는 김태우 PD님과 진행하시면 됩니다. ”
강주혁의 소개에 김태우 PD가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KBC 측과의 회의는 꽤 오래 진행됐다. 그만큼 KBC 드라마국도 이번 드라마에 꽤 심혈을 기울인다는 뜻이었고.
“ 참. 강사장님. 편성 자율권 말입니다. ”
“ 예. ”
“ 자율 보장은 맞지만, 최소 한 달 전에는 말씀해주셔야 제가 맞출 수 있습니다. ”
“ 물론이죠. 촬영이 끝나는 순간 결정해서,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게 사전제작의 장점 중 하나였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생방송 드라마와 비교하면, 쓰는 시간이 꽤 자유롭다는 것.
어쨌든 길고 길던 회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음으로써 종료되었고, 그 순간 보이스프로덕션. 아니, 강주혁과 KBC는 파트너로서 손을 잡았다.
-스윽.
이어 강주혁과 김태우 PD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KBC 드라마국 국장이 넌지시 주혁에게 물었다.
“ 그런데······ 강사장님. ”
“ 예. ”
“ 이건 그냥 궁금한 겁니다만. 당연히 저희는 강사장님과 홍혜숙 작가님 보고 가는 건데, 혹시 어떤 배우가 물망에 올랐습니까? 이걸 알아두면 제가 어디 말하기가 편해서. 허허. ”
꽤 어색하게 웃는 국장의 모습에 주혁이 피식하며 짧게 답했고.
“ 아직 캐스팅은 디테일하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남주에는 정진훈씨가 물망에 올랐습니다. ”
국장이 화들짝 놀랐다.
“ 예?! 누구요?!! ”
같은 날, 늦은 점심.
KBC에서 계약을 마친 주혁이 사무실에 복귀했다. 이어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간 휴식을 취하던 주혁의 머릿속에 번뜩 무언가 떠올랐다.
“ 아. 현실에서 이미 일어난 키워드. ”
보이스피싱이 내미는 키워드 중 이미 현실에서 일어난 키워드. 키워드가 현실에서 발생하면 보이스피싱이 제시하는 키워드는 바뀌고, 그 현실에서 이미 일어난 키워드를 주혁은 꼼꼼히 적어 놨었다.
-스윽.
이어 빠르게 수첩을 꺼내는 강주혁.
-‘킬링타임 내한’
-‘누나 넷 3대 독자’
지금까지 주혁의 수첩에 적힌 유통기한 지난 키워드는 총 2가지. 키워드를 확인한 주혁은 노트북을 열어, ‘킬링타임 내한’ 키워드부터 검색했다.
검색결과는 의외로 빨랐다.
『[해외이슈] 5월이었던 ‘킬링타임’팀 내한, 6월로 밀려』
『여름 개봉 예정 ‘킬링타임’, 헐리웃 배우들 6월에는 볼 수 있나?』
검색결과를 보며 주혁이 말없이 침음을 뱉었다.
“ 흠. ”
이어 주혁은 검색창에 적힌 ‘킬링타임 내한’ 키워드를 지우고, ‘누나 넷 3대 독자’ 키워드를 채워 넣었고.
-탁!
경쾌한 엔터 소리와 함께 노트북 화면에는 ‘누나 넷 3대 독자’ 키워드 관련 검색결과들이 쏟아졌다.
의외로 도출되는 검색결과는 많았고.
-드륵, 드륵.
주혁이 천천히 마우스 스크롤을 내려가며 검색결과를 파악했다. 그런데.
“ 음? ”
노트북 화면 중간쯤.
기사 하나가 주혁의 눈길을 끌었다.
『[TV팩트] ‘누나 넷 3대 독자’로 시트콤 부활 꿈꾸는 MBS, 투자유치에 난항』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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