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16
팀장은 서아리의 손을 잡고 있고, 강주혁은 팀장의 팔뚝을 잡은 그림이, 멀리서 본다면 삼각관계를 연상케 했다.
그런 상황에 팀장이 강주혁에게 외쳤고.
“ 뭐? 손을 놔? 당신이 뭔데 지금. ”
주혁이 무심한 눈길로 그의 말을 잘랐다.
“내가 누군지가 지금 중요합니까? 여긴 WTVM 공개 예술원이고, 스텝들이 많아요. 즉, 보는 눈이 많다고. 계속 이러고 있을 겁니까? ”
여전히 자신의 팔뚝을 강하게 잡고 있는 강주혁의 말에 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스텝들이 한두 명씩 모이고 있었다.
“ 뭔 상관이야! 나는 서아리 소속사 매니지 팀장인데, 좀 보면 어떻다고. ”
“ 그럼 계속 이렇게 있던가. 나도 움직일 생각 없으니까. 참고로 말하자면 이대로 사진 찍혀서 기자들한테 넘어가면 제목이야 기자들 맘대로 정하는 것 잘 알죠? ”
“ 뭐? ”
“ 팀장이란 분이 앞뒤 분간이 안 가십니까? 기자들이 맘대로 제목 휘갈겨서 사진 떠돌면 죄다 아리씨 이미지 손상인데, 그 정도 계산은 딱딱 나와야지. ”
즉, 긁어 부스럼은 안 만드는 것이 좋다는 말이었다. 매니지 팀장도 주혁의 말을 이해했는지, 썩 반기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 틈에 주혁이 말을 추가했고.
“ 답 나왔으면 여기선 적당히 하시고, 나중에 하세요. 나중에. 사람 좀 없는 곳에서 하던가. 손 놔요. ”
짜증이 치솟은 팀장이 인중을 씰룩거리며 강주혁을 노려보던 시선을 서아리에게 던졌다.
“ ······생방 끝나고 보자. ”
-스윽.
이윽고 서아리의 팔목을 붙잡은 팀장이 손을 풀며 강주혁을 다시 올려다봤다.
“ 당신. 자꾸 끼어들지 마. 우리 회사 일에. ”
이어 꽥꽥거리는 팀장의 팔뚝을 놓은 주혁이 무심하게 답했다.
“ 내 눈에 띄지 말던가. ”
“ ······쯧! ”
무심하지만 강경한 답변에 팀장이 혀를 차며 예술원 입구 문을 거칠게 열며 멀어졌다.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주혁이 고개를 돌려 서아리를 쳐다봤다.
“ 아리씨. 괜찮······지 않군요. ”
괜찮냐고 물어보려던 주혁이 서아리의 상태를 보곤 끝말을 바꿨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아리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
끝부분에 자연스레 웨이브가 들어간 그녀의 긴 머리칼이 미세하게 떨렸다. 주혁은 서아리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 ······흐읍. ”
우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심호흡하는 건지, 서아리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상태.
“ ······ ”
그런 그녀를 주혁은 말없이 지켜보다, 혹시나싶어 주변에 모인 스텝들이 서아리를 보는 방향 쪽으로 움직여, 그녀를 가렸다.
그때 서아리가 얼굴을 가린 채, 작게 말했고.
“ 오빠. 저 화장실 좀. ”
그녀가 화장실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EM 엔터테인먼트 사장실.
자리에서 보고서를 처리하고 있던, EM 엔터테인먼트 사장 장석권의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장석권 사장은 시선은 여전히 보고서에 둔 채,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 네. ”
“ 사장님. 저 오팀장입니다. ”
상대는 방금 강주혁과 으르렁거렸던 매니지먼트 팀장이었다.
“ 그래. 오팀장. 오늘 아리랑 얘기해 본다더니, 걔 상태가 좀 어때? ”
사장의 물음에 오팀장이 씩씩거렸다.
“ 사장님! 강주혁. 아주 거슬려 죽겠습니다! ”
“ ······누구? 강주혁? 그 친구는 갑자기 왜? ”
느닷없이 튀어나온 강주혁의 이름에 장석권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오팀장이 방금 전 WTVM 공개 예술원에서 있었던 일을 줄줄 뱉었다.
장석권 사장은 그저 듣고만 있었다.
“ 거기다가 저번에 아리 양재동 연습실까지 찾아왔었습니다! 그때도 방해하더니! 이 새끼 이거 아리 노리는 것 같습니다!! ”
“ 으흠. 그래? ”
반면, 자초지종을 전부 들은 장석권 사장은 꽤 여유롭게 답했다.
“ 일단, 알았어. ”
-뚝.
그렇게 전화를 끊은 장석권 사장이 옅은 웃음을 뱉으며 읊조렸고.
“ 그때 아리가 말한 오빠라는 인간이. 강주혁인가? 뭐, 슬슬 경각심을 줘야겠군. ”
-스윽.
이어 그가 핸드폰을 들어 서아리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시, 상암 WTVM 사옥 예술원.
시간은 어느새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만능엔터테이너’ 생방까지는 기껏해야 3시간. 덕분에 강주혁이 들어선 공개 스튜디오 안 스텝들은 하나 빠짐없이 뛰어다녔다.
“ 음향!! 부조정실에 말해서, 음향 체크하라고 해봐!! ”
“ 카메라!! 1번 카메라! 부조정실에서 화면 안 나온답니다!! ”
“ 세트맨 어딨어? 여기 삐걱거리는데!! 빨리 찾아봐! ”
생방송은 녹화방송과는 다르게, 전쟁이다.
녹방(녹화방송)이야 후반 편집 작업이 있으니, 당장 실수가 있어도 문제가 안 되지만, 생방송은 한번 실수가 바로 방송사고로 직결되기 때문.
그렇게 되면 곧, 채널 이미지가 손상된다.
따라서, 지금 ‘만능엔터테이너’ 제작진과 WTVM 지원 인원들은 카메라, 음향, 세트, 미술, 조명 등등 각 팀으로 나누어져, 미친 듯이 점검 중이었다.
“ PD! 박PD! 야! 김군! 박한철 PD 어딨어?! ”
거기다 오늘 ‘만능엔터테이너’ 생방송이 진행될 공개 스튜디오에는 녹방 때와는 들어가는 기기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카메라만 종류별로 10대가 넘었다.
뿐만 아니라, 조명, 세트, 음향 등 평소 녹방에선 쓰이지 않던 기기들도 대거 참여하기에 점검할 것이 많은 것이 당연했다.
이렇게 수많은 점검과 확인, 준비 작업의 총 컨트롤은 현장 지휘자인 메인 PD와 부조정실이 맡는다. 그리고 생방송이 시작되면 현장 PD가 미리 짜둔 스케쥴로 그림을 찍고, 부조정실이 받아서, 주조정실로 넘기는데.
이 그림이 바로 생방송 그림인 것.
-스윽.
이런 정신없는 전쟁통 속, 강주혁이 정면에 펼쳐진 장관을 쳐다보며 멘토석에 나타났다. 그러자 스텝 한 명이 뛰어와 강주혁에게 마이크를 채웠고.
“ 사장님! ”
저 밑에서 전체를 컨트롤 하던 박한철 PD가 계단을 두세 개씩 뛰어올라 강주혁에게 다가왔다.
“ 일찍 오셨네요? ”
“ 네. 저도 생방은 오랜만이라. ”
“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거. ”
-스윽.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던 박한철 PD가 강주혁에게 종이 몇 장을 내밀었다.
“ 오늘 스케쥴 푠데, 멘토들 리허설 전에 파악하고 계시면 편하실 겁니다! 그럼 전 다시 준비하러. ”
“ 아, PD님. ”
“ 예? ”
“ 이거 하나 더 주세요. 곧 아리씨도 오니까. ”
“ 아하! 알겠습니다. ”
이어 고개를 끄덕인 박한철 PD가 옆 작가에게 스케쥴표 한 부를 더 받아 강주혁에게 건넸고, 주혁이 자신의 멘토 자리에 앉았다.
바로 그때.
“ 오빠. ”
어느새 망가진 메이크업까지 정돈했는지, 화사해진 서아리가 강주혁의 어깨를 툭 치며 나타났고, 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 아리씨. 괜······아니, 앉아요. 이건 스케쥴표. ”
주혁은 서아리에게 ‘괜찮냐’는 말을 던지려다 말을 삼키곤, 그녀의 자리 위에 스케쥴표를 올렸다. 그러자 카키색 항공 점퍼를 벗으며 서아리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푹 쉬었고.
“ 후-! 여기 의외로 덥다. 그쵸? 참. 아까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자주 있는 일이고, 제 소속사도 좋은 곳이라. ”
마치, 누군가에게 종용이라도 당하듯, 변명거리를 늘어놨다.
“ 아까 그 팀장님도 평소엔 엄청 좋으신. ”
“ 아리씨. 내 회사 올래요? ”
주혁이 시선은 스케쥴표에 둔 채, 담담히 그녀의 말을 잘라냈고, 서아리가 단박에 답했다.
“ 네. 갈래요. ”
그리고 곧 그녀의 눈에 물음표가 떴다.
“ ······응? 아니, 네? 방금 뭐라고! ”
답해놓고 보니 뭐지 싶었는지, 서아리가 다급하게 되묻자, 주혁이 피식하며 서아리와 눈을 마주쳤다.
“ 말 그대로. 내 회사 오고 싶냐고 물었는데? 왜요. 싫어요? ”
“ 아, 아뇨!! 싫기는! 당연히······어- 그런데 오빠. 제가. 그. ”
손사래를 치던 그녀는 금방 현실을 받아들였고, 우물거렸다. 그 모습에 주혁이 다시 시선을 스케쥴표에 돌리며 말을 이었다.
“ 생각해봐요.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어디서든 연락해요. ”
도와주는 거야 쉽게 도와줄 순 있었지만, 주혁은 그러지 않았다. 명분은. 시동은 서아리가 걸어야 하기에. 즉, 그녀의 결심이 먼저였다.
“ 아리씨는 내 가수든 아니든 도와줄 테니까. ”
강주혁이 살짝 유도 떡밥을 던졌다.
“ ······ ”
서아리는 말을 마치곤 무심하게 스케쥴표를 보는 주혁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벨 소리를 토해냈고.
-스윽.
자연스레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서아리가 대뜸 물었고.
“ 오, 오빠. 생방 리허설 곧 시작인데, 어디 가세요?! ”
주혁이 피식하며 답했다.
“ 아, 이건 꼭 받아야 되는 전화라. ”
잠시 뒤, 공개 스튜디오 밖 복도.
빠르게 복도로 나온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보이스피싱었고, 주혁이 1번을 누르자 키워드가 펼쳐졌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2번 ‘그리즐리 베어 모습’, 3번 ‘5명 그리고 3명’, 4번 ‘끝없이 막장으로 치닫는’, 5번 ‘새벽 1시 30분’, 6번······]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들을 들은 주혁이 턱을 쓸었고.
“ 5번 ‘새벽 1시 30분’. 이것도 꽤 오래 있었지? 간만에 시간 키워드로 간다. ”
결정을 내린 주혁이 5번 ‘새벽 1시 30분’ 키워드를 선택했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새벽 1시 30분’ 입니다! ] [아이돌 프로젝트 예능 프로로 데뷔한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빅몬스터의 리더인 고원이 ‘새벽 1시 30분’쯤 자신의 SNS에 3년 전 아이돌 프로젝트는 모두 조작됐다는 양심 고백을 올리면서 가요계가 발칵 뒤집어집니다.]-뚝.
역시나 보이스피싱은 가차 없이 끊겼고.
“ 조작? ”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당장 들어서는 이 정보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감도 안 왔다. 분명 확인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지금은 ‘만능엔터테이너’ 생방이 직전이었다.
“ 일단, 끝나고 확인해보자. ”
-스윽.
말을 마친 주혁은 방금 들은 미래정보를 수첩에 메모하기 시작했고.
“ 주혁씨? ”
주혁이 메모 중에 복도 끝에서 대뜸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고개를 돌린 강주혁이었고, 복도 끝 검은색 블레이저로 멋을 낸 민효정이 걸어오고 있었다.
“ 여기서 뭐 해요? ”
“ 아, 전화 좀 받았어요. 들어가죠. ”
“ 네. 아, 참! 그때 알리에 관해서, 말했던 거 있잖아요? 그거. ”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민효정이 서아리의 말을 꺼냈을 때, 주혁이 웃었다.
“ 일단, 좀 기다려보죠. 아리씨한테 떡밥은 던져 놨으니까. ”
이후, 생방송 준비는 빨랐다.
시간은 어느새 6시를 넘기고 있었고, 생방까지는 이제 2시간 남은 상황. 공개 스튜디오의 세팅되던 기기들은 전부 점검을 마쳤고, 무대에는 8명의 참가자 전원이 올라와, 박한철 PD에게 무언가 설명을 듣고 있었다.
“ 자! 수현씨부터 리허설 들어갑니다!! 빨리빨리 움직입시다!! 우리 시간 없어요!!! ”
이어 박한철 PD가 참가자들에게 설명을 끝냈는지, 불특정 다수인 스텝들에게 소리쳤다.
그의 시기는 곧 스텝들을 포함해, 부조정실과 주조정실에도 전해졌고.
“ 아, 멘토분들은. 어? 장황수님은 아직 안 오셨습니까? ”
다급하게 멘토석까지 뛰어온 박한철 PD가 아직 비어있는 자리를 보며 주혁에게 물었다.
“ 아직 못 봤습니다. ”
“ 아하- 이거. 저기야. 저기 누구냐. 지연아!! 장황수님 빨리 전화 때려봐! ”
“ 네에! ”
“ 일단,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이제 참가자들 리허설 들어가는데, 여기 스케쥴표에 적힌 것처럼. 심사 순서는 다 적혀 있어요. 시작은 강주혁 사장님부터 민효정 님, 장황수님, 서아리님. 아, 아리씨는. 엉? 아리씨! ”
다급하게 설명을 이어가던 박한철 PD가 멍하니 아래를 내려보던 서아리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고, 그때야 서아리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 ······네? 아, 네! ”
“ 아리씨. 무슨 일 있어요? ”
“ 아뇨. 아니에요.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죠? ”
“ 심사 순서요. ”
박한철 PD는 이제야 정신을 차린 서아리에게 던진 설명을 끝으로 마지막 안내를 뱉었고.
“ 오늘 하는 심사해봐야 그냥 시청자들에게 도움 될 만한 것들만 해주시면 됩니다. 간단히 하셔도 돼요. 아! 그리고 참가자들 리허설 들어가면 화장실 가실 시간 없습니다. 지금 다녀오세요! ”
-스윽.
박한철 PD는 다시금 전쟁통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손목에 두른 시계를 잠시 확인하던 주혁은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5분 뒤.
-촤아아아아아.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주혁이 묻은 물기를 대충 털어대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점검했다.
“ 흠. ”
아직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주혁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 응? ”
반투명 유리문을 열자마자,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아리가 남자 화장실 바로 앞에 양손을 모은 채, 서 있었기 때문.
“ 아리씨? ”
주혁이 화장실 문을 닫으며 서아리 앞에 서자, 웨이브 진 긴 머리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서아리가 대뜸 강주혁을 올려봤고.
“ 오빠. 저 좀. ”
분홍색 입술을 살짝 떨며 그녀가 강주혁의 셔츠 소매를 붙잡았다.
“ 저 좀 도와주세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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