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17
강주혁의 셔츠 소매를 살짝 집은 서아리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 ”
그런 서아리의 떨리는 손을 쳐다보던 주혁의 시선이 서아리의 얼굴로 옮겨졌다. 그녀의 표정은 도움을 청했지만, 확신은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강주혁은 그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다.
지금껏 자신의 속마음을 숨겨가며 힘겹게 버텨왔을 서아리였고, 지금 순간 캄캄하던 앞날에 희미한 불빛이 비쳤다.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강주혁이었고.
“ 민···폐일까요? 맞아요. 민폐일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제가 마음만 앞서서. ”
그녀로선 갑자기 등장한 강주혁 덕분에 단단히 쌓여있던 마음의 벽돌들이 단숨에 무너지는 중이었다.
즉, 강주혁의 의도대로 서아리가 결심을 내렸다.
굳이 이렇게 서아리 입에서 결심이 쏟아질 때까지 주혁이 기다린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본인 스스로가 명분을 만들어 움직이는 것과 주변에서 떠밀려서 움직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
어쨌든 어느새 잡았던 강주혁의 소매를 놓고, 우물거리는 서아리를 주혁이 바라봤다.
“ 아리씨. ”
“ 네. 네? ”
“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
“ 아, 어떤. ”
이어 그녀에게 주혁이 물음을 던졌고.
“ 내 회사 올래요? ”
강주혁의 미소짓는 표정을 올려다보던 서아리가 꽤 화사한 표정으로 답했다.
“ 네. 오빠. 저 갈래요. 보이스프로덕션. ”
한 시간 뒤, 다시 공개 스튜디오.
이후, 강주혁과 서아리가 스튜디오로 돌아온 뒤로 한 시간이 흘렀다. ‘만능엔터테이너’의 진행은 거침이 없었다.
그만큼 스텝들 각자 맡은 일에 집중했다는 뜻.
모든 참가자의 무대와 초대가수 무대 그리고 진행자 김정식까지 리허설이 끝났고, 왜 지각했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도착한 장황수를 시작으로 민효정, 강주혁, 서아리까지 오프닝 리허설을 마쳤다.
“ 자! 생방 10분 전입니다! 오늘 모여주신 관객 여러분들! 힘차게 함성 한번 쏴보겠습니다!! ”
“ 와아아아아아아!! ”
“ 꺄아아아아아아아!! ”
이어 사회자 김정식이 금일 생방에 참여한 관객 약 5000여 명의 바람을 잡으며 열광적인 온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5분 뒤.
무대에 올라, 마지막까지 점검을 진행하던 스텝들이 모두 퇴장하고, 사회자 김정식 포함, 모든 이가 사라진 무대에는 오직 조명만이 쏘아졌다.
TV에서는 ‘만능엔터테이너’ 방송 직전 광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
그때 무대 아래쪽.
인터컴으로 연신 부조정실과 소통하던 박한철 PD에게 조연출이 손가락을 돌려, 스탠바이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박한철 PD가 모든 스텝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
“ 시작 1분 전. 이젠 아무것도 하지 마. 실수도 하지 마. 우리 이거 목숨 걸어야 된다? ”
그의 말이 끝나자, 무대에 펼쳐져 있던 장막이 걷혔고, 메인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번호가 붙은 서브 카메라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탁! 탁!
다 켜져 있던 조명들도 무대를 비추는 메인 조명을 빼고는 전부 꺼졌다.
바로 그때.
-스윽.
조연출이 손가락 5개를 펼쳤다. 그리고 하나씩 줄어들었고.
– 5, 4, 3, 2, 1!!
마지막 손가락이 접히자, 조연출의 반대쪽 손가락 검지가 앞을 찔렀다.
‘만능엔터테이너’ 생방의 시작이었다.
그에 따라 모든 스텝들의 침묵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 같은 전쟁은 부조정실이나 주조정실 역시 마찬가지. TV에서는 어느새 광고가 끝나고, 상암 WTVM 사옥 예술의 전경을 비춰주며 밑으로 자막이 깔렸다.
-상암 WTVM 사옥 예술원, 공개 스튜디오 LIVE.
-120분 특집 생방송.
그렇게 WTVM 사옥 예술원을 비추던 카메라가 전환 되어, 공개 스튜디오 내부를 비췄다. 웅장한 무대, 모인 5000여 명의 관객, 그 중앙에 배치된 멘토들의 자리 등등.
잠시간 내부를 보여주던 TV에서 남자 성우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왔고.
“ 최고의 ‘만능엔터테이너’를 가릴 120분 특집 생방송! 지금 시작합니다!! ”
나레이션이 끝나자, 박한철 PD가 사회자 김정식에게 사인을 내렸다. 그러자 웅장하지만, 텅 비어있는 무대에서 김정식의 목소리가 퍼졌다.
“ 최후의 승부. ”
-스윽.
사회자의 목소리가 끊기자, 무대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만능엔터테이너’ 로고가 나오며 지금까지의 ‘만능엔터테이너’ 방송 편집본이 빠르게 재생됐고.
“ 최강의 ‘만능엔터테이너’를 가릴 무대! ”
그 순간, 장막이 펼쳐지며 뒤로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회자 김정식이 한 손에 큐카드를 들고 등장했다.
“ 8명의 마지막 대결을 보기 위해, 예술홀을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 그리고 밤늦게까지 방송을 시청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MC 김정식입니다!! ”
-짝짝짝짝짝짝짝!!
예능 쪽에서도 꽤 잔뼈가 굵은 김정식의 등장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 오늘 밤! ‘만능엔터테이너’ 우승자가 가려질 것이며 그 우승자가 가질 최고의 혜택! 최대 규모의 상금, 3억 원! 영화 캐스팅! 싱글 앨범 발매! 그리고 고급 승용차까지! ”
무대 곳곳에 배치된, 우승자가 가질 상품들에 조명이 쏴졌다.
“ 이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대결을 펼칠 8명의 참가자를 지금 소개합니다!! ”
다음으로 멘트를 마친 김정식이 무대 뒤편을 가리키자, 각각 번호가 적힌 단상 위에 이미 무대 의상과 메이크업을 마친 8명의 참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우와와아아아아악!! ”
“ 와아아아아아아앙!!! ”
“ 꺄악!! 꺄아아아!! ”
그들의 등장으로 무대는 관객들의 비명 같은 환호가 박혔고.
“ 네! 이어서 8명의 참가자들을 지금까지 이끌어준 길잡이! 멘토! 여러분 모두 큰 박수로 맞이해주죠! ‘만능엔터테이너’ 심사위원분들입니다!! ”
-촤라라락!
이어 4명의 멘토들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전부 걷히며 강주혁, 서아리, 장황수, 민효정이 나타났다.
곧, 참가자들과 비슷한 환호가 무대를 적셨고.
“ 멘토분들 전원의 인사말을 듣고 싶지만,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강주혁 씨가 멘토분들을 대표하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김정식이 강주혁에게 눈짓을 보내자, 강주혁이 양옆에 선 8명의 참가자들과 정면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 순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이어 그가 쥐고 있던 핸드마이크를 들어 올렸고.
“ 제가 예선전 심사위원을 보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새 우승자를 가리는 무대까지 섰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
관객들을 쭉 훑던 강주혁이 마지막 말을 던졌다.
“ 모두 오늘은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
그의 말을 끝으로 본격적인 ‘만능엔터테이너’ 무대가 시작됐다.
같은 시각.
‘만능엔터테이너’ 생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많았다. 숙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떨리는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는 마니또 멤버들부터.
“ 도경태? 저 사람 잘한다······ 그치? ”
“ 잘생겨서 그런 거 아니고? ”
“ 아! 아니라고! ”
“ 수현이나 응원해 이것아. ”
병실에 누워 어린 손자, 손녀들과 TV를 보는 장주연의 할머니.
“ 할머니! 누나 언제 나와요?! ”
“ 곧 나올끼다. 기다리바라. ”
“ 언니가 1등 했으면 좋겠다!! ”
“ 그라믄 얼마나 좋겠노. ”
멘토 탈락자로 선정된 오희연.
“ 이사님은 누가 1등 할 것 같으십니까? ”
“ 흥. 몰라. 알게 뭐야. ”
사무실에서 턱을 괸 채, 아이 같은 미소를 머금은 이강수 사장.
“ 잘~ 생기셨네요. 역시 화면빨 잘 받네. 주혁 씨. ”
여유롭게 다리를 꼰 채, TV를 보고 있는 서아리의 소속사 EM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장석진.
“ 어- 그래. 오팀장.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끝나면 아리랑 같이 복귀해. ”
그 밖에도 강주혁과 관련된 수많은 인물들과 각 종편 방송국, 공중파 방송국 사람들, 8명의 참가자를 노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무대에 초대받지 못한 8명의 참가자의 가족들.
거기에 기자와.
“ 지금 ‘만능엔터테인먼트’ 시청률 얼마래! ”
“ 19%!! 19% 넘었다는데요?! ”
“ 기사 갈겨! 실시간으로 갈겨!! 강주혁 이름 빼놓지 말고, 무조건 넣고! ”
시청자들.
-와 투표율 비등비등한 것 보소ㄷㄷㄷㄷㄷ
-솔직히 도경태는 품절남만 아니었으면 훨씬 더 잘됐을 듯.
-왘ㅋㅋㅋㅋ‘만능엔터테이너’ 시청률 18% 넘었다는뎈ㅋㅋㅋㅋ
-존나 기네. 결과나 빨리 알려줘라!!
-근데 오늘 멘토들 왜 나옴? 참가자 무대 끝나고 대충 심사도 아니고, 칭찬도 아닌 말만 되풀이하네.
-무조건 수현이다! 수현 코인 손!!
-잼났는데, 오늘 끝이라니 좀 아숩다ㅠㅠ
-와~ 방금 도경태 연기 뭐임? 오지네?
-ㅋㅋㅋㅋ아주 다들 물고 빨고 지랄 났네. 니네는 이게 잼있냐?
-ㅇㅈㅋㅋㅋㅋ오디션 예능 지겹다 지겨워.
이어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만능엔터테이너’ 생방 시작 15분 만에 실검은 ‘만능엔터테이너’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빨리 흘렀다.
생방을 시작한 지 어느덧 1시간.
방송 포맷은 꽤 단순했다. 생방송을 시작으로 투표는 이미 시작됐고, 참가자의 이름이 호명되면 그 참가자의 지금껏 살아온 환경이나, 예선전 때의 모습 등을 보여주고, 끝나면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가 끝나면 스케쥴표에 정해진 멘토가 무대를 평가하고 바로 다음 참가자.
이렇게 빠르게 진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2시간 안에 8명의 참가자 전부의 무대가 실수 없이, 꽉 차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돼야 하기 때문. 거기에 실시간 투표 집계도 빠짐없이 쳐내야 했다.
어쨌든 약 1시간 30분이 지난 시점.
약간은 파란색으로 탈색한 숏컷으로 나타난 장주연의 무대가 있었고, 그녀를 강주혁이 어떤 작품의 배역을 떠올리며 바라봤다.
“ ······ ”
그녀의 무대 다음은 마니또 수현의 무대였다.
“ 음. ”
수현의 무대를 감명 깊게 보는 것은 강주혁의 옆자리, JH엔터의 장황수 사장이었다.
이윽고.
“ 네! 참가자들의 평가 무대는 끝났습니다!! 다음으로 국내 탑 가수! 서아리 씨와 민효정 씨의 합동 축하 무대가 있겠습니다! ”
남은 약 30분 동안은 여러 이벤트 무대가 꾸며졌다. 사실상 8명의 참가자들의 투표가 집중될 시간이었다.
“ 꺄아아아악!! 아리언니!! ”
“ 워!!! 개섹시하다!! ”
“ 민효정 아직 안 죽었네!!! ”
“ 와아아아악!! ”
공개 스튜디오에 모인 관객들은 여러 이벤트 무대에 심취해져 갈 때였다. 하나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투표 종료 시간은 가까워졌다.
5분, 10분, 15분, 20분.
어느새 종료까지는 약 5분이 남은 상황.
이쯤 되니 TV 화면 하단에 출력되는 8명의 참가자 중 얼추 상위권이 정해지고 있었다.
수현, 이미소, 장주연, 도경태.
이들 4명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이 정도 결과가 대충 나오자, 사실상 이미 상위권 다툼에서 밀린 하위권 참가자들 중 이미 눈물을 흘리거나, 상위권 참가자들을 축하해주는 장면들이 속속들이 잡혔다.
이어 마지막 이벤트 무대가 끝나자, 사회자 김정식이 큐카드를 들고, 다시 무대 중앙에 서서 외쳤다.
“ 이제 투표 종료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자 카운트 세겠습니다! 5! 4! 3! 2! 1!! 투표 종료!! ”
그의 투표 종료 외침과 함께 스텝들은 더욱 바삐 움직였다. 이어 약 5분 뒤, 투표 집계를 하는 팀에서 투표 결과가 박한철 PD에게 도착했고.
“ 이거 김정식 씨한테 전달해. ”
투표 결과가 적힌 카드를 스텝 한 명이 사회자 김정식에게 전달했다.
“ 네- 이제 최종 우승자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바로 지금 제 손에 결과가 도착했습니다! 그 결과는! ”
말을 끊은 김정식이 잠시간 카메라를 응시하다가 외쳤다.
“ 30초 뒤에 공개됩니다!! ”
곧, 공개 스튜디오에 야유가 쏟아졌다.
정확히 30초 뒤.
송출을 멈췄던 주조정실이 바빠졌다. 광고가 전부 나가고, 다시 카메라가 무대를 비췄기 때문.
“ 이제 진짜 결과 발표를 하겠습니다!! ”
-스윽.
다시 긴장감을 조성하던 사회자 김정식이 봉투에 담긴 결과지를 꺼냈고.
“ 와하! 결과가 이렇게 나왔군요! 이게 바로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
-두두두두두두두둥.
이어 웅장한 BGM이 깔렸다. 무대를 쏘는 조명은 오직 사회자 김정식을 밝히는 조명이 전부. 카메라들은 하나같이 참가자들의 얼굴을 바짝 당겨 그들의 표정을 담아 냈고, 마지막 카메라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곧 TV 화면은 풀샷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지금껏 ‘만능엔터테이너’의 예선전부터 지금까지 스쳐 갔던 심사위원들이 TV를 보며 한마디씩 던졌다.
초기 예선전부터 장주연을 두고, 강주혁과 으르렁거렸던 연극 연출자 김진철부터.
“ 장주연이 우승하면 내 꼴이 우스워지는데. 옘병! 괜히 예선 심사위원 따위를 받아서는!! ”
영화촬영장에서 핸드폰으로 ‘만능엔터테이너’를 보고 있는 심향미 감독도.
“ 장주연이나 수현이나 강주혁이 싸고돌던 얘들이었지?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애들 대부분이 강주혁 걔가 눈여겨보던 애들이네. 나참. 대단하다고 할지, 미쳤다고 할지. ”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오희연까지.
“ 시청률이 19%?! 하- 참나. 또 내일 되면 언론 여론 할 거 없이 빨아댈 게 뻔하잖아? 드라마! 드라마로 무조건 이겨야 돼! ”
이렇듯 스쳐 지나간 심사위원들이 하나둘 감상을 늘어놓고 있을 때, 무대 중앙에서 내내 뜸 들이던 김정식이 참가자 중 한 명을 가리켰고.
“ ‘만능엔터테이너’의 최종 우승자는! ”
크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단 한 명에게 강렬한 조명이 쏴졌다.
“ 장주연 씨입니다!! ”
-파악!!!
-푸쉬시시시시!!
쏘아진 폭죽과 꽃가루가 온 무대를 뒤덮었고, 관객들의 축하 실린 함성과 박수, 경쾌한 BGM이 틀어졌다.
“ 우승자는 장주연 씨로 결정됐습니다! 자, 장주연 씨는 무대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
“ ······어? ”
반면, 우승자 장주연은 마치 자신의 자아를 찾는 듯 아니면 현 상황을 못 믿겠다는 듯, 어리둥절 크게 뜬 눈으로 무대와 쏟아지는 꽃가루 등등 여기저기를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 어어? ”
곧 그녀에게 여러 꽃다발과 3억이라는 금액이 표시된 판, 우승 트로피 등이 전달 됐고.
-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쏟아졌다. 그 상황을, 흩날리는 꽃가루와 동시에 성공적인 생방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박한철 PD가 짧게 읊조렸고.
“ 장주연. 그때 포기했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네. 우승이라니. ”
옆에 있던 파란색 모자를 쓴 조연출이 공감했다.
“ 그야말로 강주혁 사장님이 만든 작품이네요. ”
“ 뭐, 그런가? ”
“ 장주연 씨. 예선전 초기에 프리패스로 멱살 잡아 올린 것도 그렇고, 패자부활전 녹화 때도 강주혁 사장님 아니었으면 장주연 씨 무대. 실수 컷으로 똥 쌀 뻔했잖아요. ”
“ 그랬지. 맞아. ”
이어 박한철 PD가 피식하며 바로 뒤, 심사위원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박수 치고 있는 강주혁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뭐, 장주연도 장주연인데. ‘만능엔터테이너’ 자체가 저 양반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지. ”
짧게 감상을 마친 박한철 PD가 양손으로 머리를 헝클었고.
“ 아쉽다! 이제 우리 같은 종편채널이 뭘 하기엔 저 양반. 급이 너무 높아졌어. 망할 사장!! ”
그때 양손에 꽃다발을 가득 안은 장주연은 보기 드문 눈물을 흘리며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 ······할머니. 흡! 내 동생들. 너무 사랑하고. 저를. 제 인생을 바꿔준 그분께 너무 큰 빚을 져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
마이크를 쥔 손을 벌벌 떨며 장주연이, 정면 심사위원석에 자신을 쳐다보는 강주혁을 바라보며 허리를 숙였다.
“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그 순간, 방송 송출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 박한철 PD가 무전을 때렸다.
“ 자자! 현장 무대 뒤풀이는 그렇다 치고, 방송 송출 마감은 때려야지? 그림 좀 예쁘게 뽑아보자! 일단, 카메라 팀! 무대 풀샷 잡았다가 참가자들 하나하나 바스트로 옮기고, 앵콜 무대 준비하자! ”
방송종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
어느새 무대에는 눈물이 범벅된 장주연이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는지 흐느끼는지 모를 앵콜무대가 진행 중이었고, 그 장면을 TV에선 마무리 자막과 함께 송출 중이었다.
이어 5분 뒤.
예정된 생방시간이 끝나고, 주조정실에서 문제없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현장 박한철 PD에게 전했다.
즉, 공식적인 ‘만능엔터테이너’의 종방이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박한철 PD가 무전으로 모두에게 외쳤다.
“ 다들 그동안 수고했다!! 뒷정리 준비하고, 오늘 종방 뒤풀이는 멘토분들하고. ”
그때 스텝 한 명이 박한철 PD의 무전을 끊었고.
“ PD님! 지금 강주혁, 서아리씨가 없어요! ”
“ 뭐? 자리에 없다고? 무대에 나가 있는 게. ”
스텝이 다급하게 답했다.
“ 아뇨아뇨!! 아예 공개 스튜디오를 빠져나가셨다고요!! ”
약 한 시간 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사장실에는 ‘만능엔터테이너’ 생방을 마치자마자, 돌아온 강주혁과 이벤트 공연 때문에 준비한 무대 의상 그대로인 서아리 그리고 카키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홍혜수 팀장이 앉아 있다.
강주혁이 홍혜수 팀장을 호출한 이유는 간단했다.
‘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 몰라. ’
얘기하기 어려운 예민한 문제가 나온다면 곤란했기 때문.
어쨌든 ‘만능엔터테이너’ 생방 덕분에 메이크업이 그대로인 강주혁과 한술 더 떠 무대 의상까지 입은 서아리를 보던 홍혜수 팀장이 장난스레 입을 먼저 열었다.
“ 뭐야? 둘이 메이크업이 그대로네? 어머. 혹시, 도망쳐온 거야? 드라마처럼? 사랑의 도피 뭐 그런. ”
“ 누나. ”
장난스레 분위기를 잡아가던 홍혜수 팀장의 말을 주혁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잘라내자, 홍혜수 팀장이 겸연쩍게 턱을 긁었고.
“ 아리씨. 이제 얘기해봐요. 내가 뭘 도와줬으면 좋겠는지. ”
주혁의 물음에 서아리가 잠시간 자신의 엄지손톱을 톡톡 뜯으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초 뒤.
“ 오빠······ 저 사실. ”
그녀의 입이 힘겹게 열렸다.
“ 동영상이 있어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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