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18
서아리가 힘겹게 연 입에서 쏟아진 진실을 들은 주혁이 되물었다.
“ 동영상이요? ”
“ 네. 약점 잡힌···거죠 ”
약점이라는 말에 가장 처음 반응한 것은 홍혜수 팀장이었다.
“ 어머. 동영상? 약점? 무슨 약점이요? 무슨 소속사 사장이 소속 가수 약점을 잡아? ”
“ 그게······ ”
말하다 말고,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서아리.
그녀는 왠지 모르게 작아졌다. 그 모습에 홍혜수 팀장이 강주혁 쪽으로 시선을 던졌고, 시선을 받은 주혁이 고개를 푹 숙인 서아리를 보며 낮은 음성을 냈다.
“ 아리씨. 아리씨가 말해주지 않으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도울 수 있는 게 없어요. ”
주혁의 말은 모두 서아리에게 스며들었다. 덕분에 힘을 냈는지 어쨌는지, 서아리가 강주혁을 힐끔 쳐다봤다가, 이내 긴 한숨을 뱉으며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고.
“ ······제가 재벌가 남자를 접대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어요. ”
홍혜수 팀장이 작게 되물었다.
“ ······접대? ”
그녀의 되물음에 서아리의 대답은 딱히 없었다. 그저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그 모습에 뭔가 사연이 있다고 느낀 주혁이 끼었다.
“ 아리씨. 힘들지도 모르지만, 자초지종을.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해요. ”
안 그래도 전부 털어놓을 작정이었는지, 서아리가 앞에 놓인 커피 한 모금을 삼킨 뒤, 분홍빛 입술을 열었다.
“ 그러니까 제가 17살에 일본에 진출하고, 3년 정도 해외 쪽으로 인지도를 쌓을 때였어요. 그때 장석진이. 아, 지금 소속사 사장이요. ”
“ 네. 알아요. EM엔터테인먼트. 사장 장석진. ”
“ 20살이 됐던 해였는데, 갑자기 일본 활동 접고 국내 활동을 하자고 했었어요. ”
“ 국내 활동을? ”
“ 네······그때는 장석진 그 인간이 거의 저를 전담 마크했었거든요. 사장인데, 매니저처럼. 어쨌든 국내 활동이 시작되고, 싱글부터 내고, 콘서트다 뭐다 장석진이 여러 가지 일을 추진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쉽게 일을 물어왔었죠. ”
그때 홍혜수 팀장이 끼었고.
“ 그쯤이면······ 아리씨가 꽤 잘나가던 때 아니었나? 확실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일본에 진출하고, 그쪽에서 꽤 성공했다고. 그 정도면 국내에서 일 따오긴 쉬운 게 맞을 텐데. ”
그러나 서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 전부 언플이에요. 물론, 일본 쪽에 반응이 나쁘진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쪽에서 앨범도 내고 오리콘차트에도 들고 했었죠. 근데 딱 거기서 끝났어요. 히트곡이 없었고, 반응도 미적지근했었어요. ”
“ 아- 진짜? ”
“ 네. ”
서아리의 대답을 들은 주혁이 끼어들었다.
“ 즉, 그땐 콘서트다 앨범이다 뭐다, 국내 활동 투자를 쉽게 받을 급은 아니었는데, 장석진 사장이 아주 쉽게 일을 물어왔다? ”
“ 네. 맞아요. 솔직히 당시 저도 의아하긴 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어요. 저 그때 20살이었고, 너무 어렸어서 그냥 하라면 했었을 때라. ”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랬겠죠. ”
“ 어쨌든 언젠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곡 녹음 중에 장석진이 전화로 무슨 되게 엄청 고급스러운 술집으로 저를 불렀어요. ”
“ 술집으로? ”
“ 네. 흔히들 가라오케라고 하는. 노래 부르면서 술도 먹고 뭐 그런 곳. 입구에 딱 도착했는데, 엄청 겁나더라고요. 그래서 막 울먹이면서 장석진한테 못 들어가겠다고 때 썼는데. 장석진이 엄청 무서운 얼굴로 그랬어요. ”
잠시 뜸 들이던 서아리가 강주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마치 자신이 장석진인 양 말을 이었고.
“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네 국내 활동 지원해주는 분이랑 미팅하는 자리다. 가서 장단 좀 맞춰주고, 대답 좀 해주고, 술 몇 번 따라주면 끝난다. 그런데 네가 이걸 못 해주면 너 가수 생활은 이걸로 끝이다. 라고. ”
말을 듣자마자, 홍혜수 팀장이 욕을 뱉었다.
“ 미친 새끼네 그거. 20살 핏덩이한테! ”
“ 맞아요! 미친 새끼! 후······ 어쨌든. 들어갔어요. 무서웠는데, 진짜 무서웠는데. 저한테는 가수라는 꿈을 접게 된다는 말이 더 무서웠어요. 그리고 장석진을 믿었어요. 그냥 투자자와 미팅하는 자리라는 말을. 그래도 제 소속사 사장이니깐. ”
이쯤 되자, 홍혜수 팀장은 이미 서아리에게 바싹 붙어 앉았고.
“ 그래서? 그래서요! ”
서아리가 양손을 비비며 해탈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 그다음은 잘 기억이 안 나요. 무슨 큰 룸에 들어갔고, 되게 돈 많아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고, 장석진이 그 남자한테 굽실거리다가 저 쳐다보면 웃으면서 장단 맞춰주고, 술 몇 번 따라주고. 전 그게 진짜 이 바닥 미팅하는 방식인 줄 알았어요. ”
그녀의 말에 주혁이 팔짱을 꼈다.
“ 뭐, 아직도 이 더러운 바닥에서 행해지는 미팅이긴 하죠. ”
“ 맞아요. 어쨌든 그때 그러다가 장석진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저랑 그 남자만 남았는데. ”
“ 그랬는데? ”
홍혜수 팀장이 되묻자, 서아리가 피식했다.
“ 저도 몇 분 있다가 도망 나왔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날 밤에 장석진이 처음으로 저한테 쌍욕을 퍼부었어요. 다음날은 또 웃으면서 사과하더라고요. 완전 싸이코. 그때 느꼈어요. 이 인간이랑 오래가면 큰일 나겠다 싶은? 그 순간부터 이를 악물고 노력했어요. ”
“ 장석진한테서 벗어나려고? ”
“ 네. 덕분에 다음 앨범이 대박이 났어요. ”
“ 그게 전 국민이 알고 있는. ”
“ 맞아요. ‘걸크러쉬’. 그 곡이 터지고, 그다음 해가 계약이 끝나는 해여서, 장석진한테 통보했어요. ”
통보라는 단어에 주혁이 거들었다.
“ 헤어지자고? ”
“ 네. 더는 당신이랑 못 해 먹겠다고. 그쯤부터는 거의 폭군이었거든요. 그랬더니 피식 웃는 거예요. 네가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냐면서. ”
이어 서아리의 시선이 다시금 강주혁에게 향했다.
“ 그러더니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여줬어요. 그때 제가 그 남자와 룸에 있던 영상을. ”
“ 어머? 정말? 아니! 그걸 어떻게 찍었어요? ”
“ 방법은 잘···모르겠어요. 어쨌든 제 얼굴은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자질구레한 장면은 전부 편집한. 완벽하게 제가 그 남자를 접대하는 듯한 영상으로 재탄생돼있었어요. 영상을 보면 딱 아, 서아리 접대하는 장면이네? 싶은. ”
결국, 설명을 마친 서아리가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렸고, 얼굴을 감싸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 8년···8년을. 그 개자식 밑에서. 8년을. ”
감정이 복받친 서아리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홍혜수 팀장이 그녀를 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그 장면을 보던 주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친 새끼가. ’
당장이라도 장석진의 턱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냉정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강주혁이었고,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도 그였다.
주혁은 다시 침착해졌다.
같은 시각, EM엔터테인먼트.
사장 장석진이 이미 ‘만능엔터테이너’가 끝나고, 다른 프로를 출력하는 WTVM 채널을 그대로 보며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탁자에 올려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곧 발신자를 확인한 장석진 사장이 전화를 받았다.
“ 그래. 오팀장. 지금 어디쯤. ”
상대는 EM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오팀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꽤 다급했다.
“ 사, 사장님! 아리 그거 도망쳤습니다!! ”
“ ······뭐? 도망을 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 그게요. 생방 끝나고, 하도 안 나오길래 공개 스튜디오 들어갔더니, 이미 없었습니다! 스텝 붙잡고 물어보니까, 생방 끝나자마자, 강주혁이랑 사라졌답니다. 그래서 클로징 멘트도 없었다고. ”
평소 꽤 여유로움을 달고 살던 장석진 사장의 얼굴에 살짝 금이 갔다.
“ 너는 입구 안 지키고 뭐 하고 자빠졌었는데. 오팀장. ”
“ 아, 아! 저는 어련히 주차장으로 올까 싶어서. ”
“ 야! 이 미친 새끼야! 팀장 달고 일 그따위로 할 거야?!! 당장 찾아!! ”
“ 예, 옙!! ”
-탁!!
이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던진 장석진 사장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커다란 서아리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장석진이 짧게 읊조렸다.
“ 이년 봐라? ”
약 30분 뒤, 다시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울먹이는 서아리가 진정하는 동안, 주혁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 후- 어쨌든. 그 영상은 폭탄이 맞아. ’
이 연예계란 바닥에는 불변의 법칙이 몇 가지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또는 문제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 굳이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되지. ’
즉, 그 접대 영상의 진실 여부는 상관없었다.
대중들은 아마 그 영상의 자초지종 따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고, 터지면 끝. 서아리처럼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입는 피해는 막심하다는 것을 주혁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직접 겪어봤으니까.
그 접대 영상이 퍼지면 모든 피해는 오롯이 서아리에게 박힐 것이 자명했다. 거기다 서아리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팬들이 분포되어 있다. 영상이 공개되면 그녀가 입을 정신적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이미 서아리는 개미지옥에 빠져있었다. 그야말로 진창 속. 현재까지는 장석진 사장 쪽이 너무나도 유리했다.
다만, 그것은 강주혁이 이 판에 끼기 전의 판세였다.
‘ 일단, 정보를 얻는 것이 먼저. ’
강주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어느새 다이어리를 펼친 주혁이 조금은 진정한 듯 코를 훌쩍거리는 서아리에게 물었다.
“ 아리씨. 장석진 사장은 어떤 부류의 인간이죠? ”
“ 에? 쿨쩍. 큼. 독사? 음. 지독해요. 되게 철저하고, 결벽증도 있어요. 사람 잘 안 믿고. ”
대충 장석진 사장이 어떤 인간인지를 파악한 주혁이 다이어리에 뭔가를 메모하면서 질문을 추가했다.
“ 지금 EM엔터테인먼트가 주로 사용하는 언론사는 어디에요? ”
“ 언론···사라고 하긴 뭐하고. 보통 자잘한 일은 회사 홍보팀을 움직이고. 장석진 사장이 직접 움직일 때는 ‘파워 팩트’ 언론사의 전담 기자를 사용하던데. 아! 저 그 기자 명함 있어요. 잠시만요. ”
-스윽.
이어 서아리가 코를 쿨쩍이며 자신의 지갑에서 꽤 헤진 명함 한 장을 주혁에게 건넸다.
-파워 팩트.
-연예부/ 서정철 기자.
‘ 파워 팩트라면 디쓰패치와 비슷한 힘을 가진 언론사였지? 언론사 파이프는 여기겠군. ’
받은 명함을 자신의 다이어리에 낀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서아리에게 박혔고.
“ 지금 EM엔터테인먼트. 내부 상태는 어때요? 아직도 아리 씨가 전부 먹여 살리는 구돕니까? ”
서아리가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지금은 인지도 있는 아이돌 후배들이 꽤 있어요. 보이그룹 빅몬스터나 걸그룹 샤인걸즈 애들이 잘해요. 특히나 빅몬스터 애들은 1년 전에 아이돌 프로젝트 프로 1등 그룹이라 요즘 잘나가요. ”
“ 그래요? ”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던 강주혁.
그러다 순간.
-멈칫.
“ 잠깐. 잠깐만요. 보이그룹 이름이 뭐라고요? ”
“ 에? 빅몬스터라고······ ”
순간, 무언가 뇌리에 스친 주혁이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고, 아까 전 메모해둔 보이스피싱 미래정보를 펼쳤다.
[아이돌 프로젝트 예능 프로로 데뷔한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빅몬스터의 리더인 고원이 ‘새벽 1시 30분’쯤 자신의 SNS에 3년 전 아이돌 프로젝트는 모두 조작됐다는 양심 고백을 올리면서 가요계가 발칵 뒤집어집니다.]‘ 빅몬스터······ 맞네. ’
잠시간 수첩을 확인하던 주혁이 미소지었고.
“ 조작이라. ”
서아리나 홍혜수 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 오, 오빠? ”
“ 어머. 사장님. 무슨 조작? ”
“ 아, 아니야. 것보다 아리씨. ”
“ 네? ”
“ 이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
언제 미소지었냐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주혁이 여전히 코를 훌쩍이는 서아리에게 물었고.
“ 그 접대 영상. 거기 나온 재벌가 남자라는 인물. 혹시 누군지 알아요? ”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쌈빡했다.
“ 이름만 알아요. 박종설. 그때 막 자기 이름 말하면서 돈은 많은데, 쓸 곳이 없어서 투자사를 설립했다 어쩐다 했던 건 정확하게 기억나요. ”
“ 박종설이라······ ”
-스윽.
이름을 들은 주혁이 혹시나싶어, 핸드폰을 꺼내 검색사이트에 박종설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그런데.
“ 응? ”
꽤 눈길을 끄는 검색 정보가 도출됐다.
-인물 정보.
-박종설/ 기업인.
-소속: 태신식품(부사장)
-가족: 아버지 박종세/ 어머니 김태연/ 누나 박종희/ 동생 박종주······
박종설. 그는 박종주의 형이었다.
같은 날, 늦은 밤.
이미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에는 강주혁 혼자 남아 있었다. 서아리는 일단, 지낼 곳을 마련하기 전까진 호텔을 이용, 주혁은 그녀에게 철저히 잠수 타라는 내용을 전했다.
“ 일단, 철저하게 숨긴다. ”
핸드폰과 기타 필요한 물품이 준비될 때까지 그녀는 보이스가드 비호를 받아야 했다.
“ 아리씨는 그렇다 치고. ”
이어 주혁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와 알고 있는 정보 그리고 보이스피싱의 정보 등.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조각들을 맞춰나갔다.
“ ······어쨌든. 그 영상. 원본을 얻는 건 불가능해. ”
장석진 사장에게서 서아리가 찍힌 접대 영상의 원본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복사본이 존재할지도 모르고. 아니, 무조건 존재한다고 봐야 했다.
무엇보다.
“ 뱀같이 철저한 성격의 장석진 사장이 여기 있소 하면서 원본 영상을 넘길 일은 죽어도 벌어지지 않겠지.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혁이 다이어리에 적힌 정보들을 보며 펜을 돌렸다.
“ 흠. ”
이어 그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고, 그만큼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3분, 5분, 10분.
정확히 10분이 지난 시점에 설계를 대충 마친 주혁이 도출한 답은 한가지였다.
“ 내가 원본 영상을 얻지 못한다면야. ”
그 답이 옅은 미소를 짓는 강주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 무력화시켜버리면 돼.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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