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32
잠시 1층에 내려갔다 온 캐스팅팀 팀장이 많은 인원이 모여있는 4층 미팅룸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미팅룸에 들어선 캐스팅팀 팀장이 뭔가 긴가민가 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제작 2팀 서경수 팀장이 물었다.
“ 박 팀장님. 표정이 왜 그래요? ”
“ 네? 아, 1층에서 본 사람. 스읍- 아무래도 최상희 감독이 아닌가 해서요. ”
캐스팅팀 팀장의 대답에 핸드폰을 보고 있던 추민재 부장이 고개를 들었고.
“ 최상희 감독? 유명한 감독인가? 난 처음 듣는데? ”
김태우 PD가 눈이 커졌다.
“ 어? 최상희 감독? 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사람 아닌가? 며칠 전에 뉴스도 본 것 같은데. ”
“ 맞아요. 국내보다는 일본이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감독인데, 최근에 일본에서 만든 작품이 잘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아······ 근데 잘못 봤겠죠? 최상희 감독이 우리 회사에 있을 리가. ”
캐스팅팀 팀장이 설명을 붙이자, 어느새 핸드폰으로 최상희 감독 이름을 검색해봤는지, 추민재 부장이 혀를 내둘렀다.
“ 오- 유명한 감독이네. 애니메이션 쪽으로는 알아주는 모양이네. ”
“ 예. 맞습니다. 국내야 뭐, 시장이 워낙에 좁기도 좁고, 대중들이 애니메이션을 잘 안 보니까 잘 모르는데,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근데 잘못 봤나 봅니다. 하하하. ”
살짝 겸연스럽게 웃는 캐스팅팀 팀장이었다. 그런데 순간, 추민재 부장이 짧은 탄성을 뱉었다.
“ 아. ”
“ 예? ”
대뜸 뱉은 탄성에 캐스팅팀 팀장이 고개를 갸웃하자, 추민재 부장이 불현듯 떠오른 단어를 뱉었다.
“ ‘폭풍전야’ ”
강주혁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린 것.
바로 그때.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추민재 부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 사장님인데. ”
발신자를 확인한 추민재 부장이 전화를 받았다.
“ 어어. 아- 알았어. ”
-스윽.
이어 전화를 끊은 추민재 부장이 살짝 미소지었고, 모두에게 전했다.
“ 그 사람. 최상희 감독 맞는 것 같은데? ”
한편, 사장실.
강주혁이 앉은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퍼졌다.
“ 네. ”
짧게 답한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곧, 검은색 테가 짙은 안경을 낀 최상희 감독이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
“ 네. 반갑습니다. 앉으세요. ”
“ 네네. ”
-스윽.
주혁의 권유에 최상희 감독이 의자를 끌었다.
최상희 감독은 마치 출근하는 회사원의 모습이었다. 네모난 서류가방과 짙은 갈색 재킷을 한 손에 걸친 모습.
그런 그가 강주혁이 반대편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 일단,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아니었으면 제 딸이 시집가는 것도 못 봤을지 몰라요. ”
“ ······ ”
대뜸 감사를 표하는 최상희 감독을 보며 주혁은 살짝 난감했다.
‘ 난 줄은 어떻게 알았지. ’
주혁은 분명,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앞에 앉은 남자를 구한 후, 신고만 하고 현장을 빠르게 벗어났다. 이번 건은 세상에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행했던 조치였다. 다행히 현재로선 그 사고현장에 강주혁이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터지는 기사들만 봐도 그랬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을 구해준 것이 강주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지금 강주혁을 보고도 크게 놀라는 눈치도 아니었다.
즉, 확신이 있다는 소리.
‘ 잡아떼는 것도 무리겠어. ’
강주혁이 짧게 숨을 뱉으며 최상희 감독을 쳐다봤다. 그런데 최상희 감독이 대뜸 입을 열었다.
“ 압니다. ”
“ ······예? ”
“ 곤란하신 거죠? 그 사고현장에 계셨다는 게 밝혀지는 거. ”
최상희 감독이 은은한 미소를 띠며 뱉은 말에 주혁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고, 그가 말을 계속 이었다.
“ 처음엔 이상했어요. 왜 그 자리에 사장님이 계셨는지. 그런데 좀 검색해보니까, 사고현장과 이 회사가 굉장히 가깝더라고요.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우연이죠. ”
우연이 아니었지만, 주혁은 그저 턱을 긁으며 답했다.
“ 아, 네. ”
“ 그런데 사고처리 후 아침에 기사들을 봤는데, 사장님 이름이 언급조차 안 되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밝히실 마음이 없으시구나. 밝히고자 하셨으면 진작에 실검을 장악하셨겠죠. 워낙에 브랜드 파워가 어마어마하시니까. ”
말을 마친 최상희 감독이 가져온 서류가방에 손을 넣으면서 말을 이었고.
“ 사실, 제가 강주혁 사장님을 엄청 싫어합니다. ”
강주혁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 ······? ”
덕분에 최상희 감독이 꽤 호탕하게 웃었다.
“ 하하하. 제 아내가 사장님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팬클럽도 가입하고, 그 뭐였죠? ‘강단있게’ 였나? 연애할 때 엄청 싸웠어요. 진짜. 지금이야 다 추억이지만. ”
“ 아. ”
-스윽.
어느새 가방에서 지갑을 꺼낸 최상희 감독이 책상에 명함을 내밀었다.
“ 어쨌든. 공개는 못 하지만, 개인적으로라도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명함입니다. 워낙에 대단하시니까, 안 그러실 거라 생각하지만,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 ”
작은 명함을 강주혁 앞에 내민 최상희 감독은 내렸던 재킷과 가방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럼. 가보겠습니다. ”
“ 아, 예. ”
-달칵.
그렇게 최상희 감독이 사장실을 빠져나갔고, 주혁이 앞에 놓인 명함을 집었다. 그런데.
“ 음? ”
다른 건 모르겠고, 한가지가 강주혁의 눈길을 끌었다.
-Animation director
10분 뒤, 4층 미팅룸.
최상희 감독이 돌아간 후, 주혁이 서둘러 미팅룸의 문을 열었다.
“ 늦었습니다. ”
미팅룸에는 사람이 많았다. 김앤미디어 사장과 제작실장, 홍혜숙 작가와 정작가, 추민재 부장과 제작 2팀 서경수 팀장부터 직원, 캐스팅 팀 등등등.
어쨌든 강주혁이 상석에 앉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추민재 부장이 슬쩍 물었다.
“ 혹시, 최상희 감독. 만난 거야? ”
“ 어떻게 알았어? ”
“ 아니- 캐스팅 팀장이 1층 로비서 봤다고. ”
대답을 들은 주혁의 시선이 캐스팅팀 팀장에게 박혔고.
“ ······그렇게 알아볼 정도로 그 감독이 유명합니까? ”
캐스팅팀 팀장의 대답은 빨랐다.
“ 예.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유명합니다. 해외선 인지도가 높습니다. 살짝만 검색해보셔도 금방 나올 겁니다. ”
꽤 흥미로운 대답이었는지, 주혁이 슬쩍 미소지었다.
“ ······오호? 그래요? ”
그때 내내 가만히 듣고 있던 홍혜숙 작가가 팔짱을 꼈다.
“ 여긴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요? ”
“ 뭐, 못할 건 없죠. ”
담담한 주혁의 대답에 홍혜숙 작가가 앞에 놓인 파일을 펼치며 피식했고.
“ 어련하시겠어. ”
강주혁도 파일을 펼쳤다.
“ 자, 캐스팅 회의 시작하죠. ”
-팔락.
보이스프로덕션의 수장이 스타를 끊자, 미팅룸에 모인 모두가 앞에 놓인 캐스팅보드를 펼쳤다. 가장 첫 장에는 ‘없어졌던 남자’의 남주를 맡을 배우들이 나열돼 있었고.
발표는 캐스팅팀 팀장이 맡았다.
“ 에- 먼저 남주 도수혁 역에는 정진훈, 김건욱, 박건수, 최류, 고수형, 송백훈 쪽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죄다 S급 탑배우였고, 무심히 펜을 돌리던 주혁이 추민재 부장에게 물었다.
“ 건욱이가 여기 왜 들어갔어? ”
“ 하고 싶다고 징징거려서. ”
“ 스케쥴이 돼? ”
“ 이번에 ‘19살 그리고 20살’ 끝나서, 맞춰볼 순 있어. ”
그때 김앤미디어의 제작실장이 단발을 팔랑거리며 헛웃음을 뱉었고.
“ 허- 진짜. 이게 무슨 일일까요? 지금 거론되는 배우 전부 그냥 저희한테는 캐스팅 전에 기운이나 돋구자고 말하는 이름들인데. ”
공감한다는 듯 김앤미디어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 대답을 이쪽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배우 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오케이만 내리면 바로 고라는 뜻? ”
“ 네. 맞아요. ”
캐스팅팀 팀장의 짧은 대답에 김앤미디어 사장은 그저 ‘허허’ 정도로 웃었고, 주혁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작가들에게 물었다.
“ 작가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두 시즌 끝까지 가야 할 남주니까, 작가님들 생각이 중요합니다. ”
말을 들은 홍혜숙 작가가 귀걸이를 짤랑거리며 정작가를 쳐다봤다. 이미 작가끼리 얘기가 끝난 상황처럼 보였다.
이어 정작가가 테 없는 동그란 안경을 추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 선생님이랑 얘기해봤는데요. 배우님들 전부 좋은데, 정진훈 님이 가장 도수혁 역에 맞는 것 같아요. ”
“ 정진훈. ”
“ 네. 이게 사장님이 모티브다 보니까, 무조건 냉정한 면이 보여야 하거든요. 캐릭터가. 대사를 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보기에. ”
“ 그러니까. 제가 냉정하다? ”
“ 네!! ······네? 아? 아뇨! 아뇨아뇨아뇨! 그게. 제 말을 그게 아니라! ”
“ 아니면 내가 차갑다? ”
“ 아니요! 사장님. 그게······이잉. ”
강주혁의 장난에 정작가가 결국 울상을 지었고, 그 장면을 재밌게 보던 홍혜숙 작가가 결론을 뱉었다.
“ 마스크로 보나, 필모로 보나, 여러모로 도수혁 역에는 정진훈 씨가 딱이죠. 참, 그리고 5부까지 이어지는 회상 씬. 도수혁 아역에 그 애는 어때요? 김재욱이였나? ”
“ 재욱이를요? ”
“ 어차피 넣어야 할 아역, 같은 회사에 괜찮은 애가 있는데 굳이 딴 곳에서 쓸 필욘 없잖아요? ”
홍혜숙 작가의 말을 들은 주혁이 추민재 부장을 바라봤고, 추민재 부장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문제없다는 뜻이었다.
“ 흠. ”
주혁의 시선은 다시금 아래쪽 파일로 향했고, 곧 빈 공간에 주혁이 메모를 했다.
– 도수혁 역: 정진훈, 김재욱(아역)
이어 주혁이 추민재 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 건욱이한테 말해서, 이 작품 조연롤도 괜찮다고 하면 태진성 역으로 가보자고 해봐. 작가님 괜찮으시죠? ”
“ 어머. 당연하죠. 건욱 씨가 태진성 역 한다고 하면 분량 조금 늘려볼 생각도 있어. ”
“ 자, 다음은 여주. 안세희 역인데. ”
그런데 느닷없이 홍혜숙 작가나 정작가가 이구동성으로 외쳤고.
“ 강하진씨! ”
“ 강하진 님이요. ”
“ 하진씨로? ”
고개를 끄덕인 홍혜숙 작가가 추가로 질문했다.
“ 그리고 들어보니까, 정혜인씨 왔었다면서요? 우리 드라마 때문에 미팅한 거예요? ”
“ 아, 그건. ”
“ 정혜인씨 한다고 하면 요요요 류담희 역이 딱 좋은데. 서브긴 해도 주연 같은 조연롤이고. ”
“ 작가님. 제가 정혜인을 만난 건. ”
“ 왜요? 싫데요? 하긴. 정혜인 씨한테 조연롤은 좀 그런가? ”
그녀의 말에 캐스팅팀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 하하하. 작가님. 아무래도 그건 좀. 정혜인 씨가 받아줄 리도 없고요.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
그런데 어느새 표정이 바뀐 강주혁이 턱을 쓸고 있었다. 약간의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 사장님? ”
단박에 표정이 바뀐 사장님을 캐스팅팀 팀장이 부르자, 주혁이 지시를 내렸고.
“ 팀장님. 정혜인 쪽에 대본 보내세요. 류담희 역. 제안으로. ”
“ 예?! 안될 것이 빤한데, 왜 굳이. ”
강주혁이 웃었다.
“ 글쎄요. 저는 될 것 같은데요. ”
약 2시간 뒤.
주연부터 조연, 조단역까지 캐스팅 회의가 계속해서 이어가던 무렵. 잠시 쉬는 시간 강주혁이 복도로 나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짧았다,
“ 넵! 사장님. ”
“ 김진구 PD(프로듀서)님 뭐 좀 물어볼게요. ”
상대는 큐애니스튜디오의 김진구였다.
“ 예예! 말씀하세요. ”
“ 혹시 최상희 감독이라고 알아요? ”
“ 네. 압니다! 애니메이션 하면서 그 감독 모르면 인간도 아니죠. ”
“ 어떤 느낌입니까? ”
“ 음. ”
잠시 뜸 들이던 김진구가 외쳤다.
“ 아! 배우 쪽에 사장님 같은 느낌? ”
“ ······예? ”
“ 하하. 이건 좀 아닌가. 죄송합니다. 하여튼 뭐랄까요. 최상희 감독님은 애니메이션 쪽에선 거의 신 급이죠. 국내 강의하실 때 몇 번 갔었는데, 사인도 받고. 국내선 활동을 거의 안 하셔서 전설의 동물 급이시죠. ”
대충 최상희 감독이 애니메이션 쪽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이해한 주혁이 되물었고.
“ 만약. 만약에 그 최상희 감독이 ‘폭풍전야’를 맡아준다고 하면 어떠시겠어요. ”
“ ······ ”
대뜸 침묵하던 김진구가 짧게 답했다.
“ 국내 애니메이션 바닥이 뒤집어지겠죠. ”
같은 날, 늦은 밤.
회사 주변 고급 한정식집 5번 룸. 주혁이 정장 재킷을 벗어, 옆 의자에 걸친 채 앉아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한.
바로 그때.
-드르륵.
옆으로 열리는 나무문이 열렸고.
“ 아, 오셨어요? ”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자 검은 뿔테안경을 쓴 최상희 감독이 얼결에 손을 잡았다.
“ 예. 그런데 이렇게 바로 연락 주실 줄은 몰랐는데. ”
“ 그렇게 됐습니다. 앉으세요. ”
“ 네. ”
최상희 감독은 한 손에 걸친 재킷과 가방을 아래쪽에 내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어 그가 입을 열었다.
“ 그래서. 제가 도울 일이 생겼다는 게. ”
-스윽.
주혁이 대뜸 최상희 감독에게 책을 내밀었다. 아니, 이건 책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의 시나리오였다.
“ 뭔가요 이게? ”
“ 애니메이션 제작 시나리옵니다. ”
“ 애니메이션? ”
순간, 최상희 감독의 표정이 변했고,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제가 이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영화까지 스토리가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생각 중인데. 내용은 6.25 전쟁이 모티브입니다. ”
“ 예? ”
“ 여기서 감독님이 도움 주실 건 간단합니다. 이 작품을 감독님이 맡아주실 것. 그리고. ”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다리를 꼬며 결론을 뱉었다.
“ 맡은 김에 해외에도 걸릴만한 퀄을 뽑아 주실 것.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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