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4
보이스피싱이 끊기자마자, 강주혁은 다급하게 MTS 앱을 실행시켰다. 주식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성천바이오 14,825주
-매수 8,495 금액 125,938,375
-현재 99,900(+29.58%) 금액 1,481,017,500
-손익 1,355,079,125
오히려 성천바이오의 주가는 오전에 확인했을 때보다 1% 정도 더 올라있었다. 주가를 확인한 주혁이 이번엔 인터넷을 켠다. 검색어는 성천바이오.
핸드폰 화면이 재빠르게 검색결과를 뱉어냈고, 주혁이 엄지로 화면을 슥슥 터치하면서 결과를 확인한다.
“ 아직 괜찮아. ”
성천바이오의 검색결과로 보자면 아직 뜨거웠다. 여전히 기사들은 성천바이오를 떠받드는 듯한 내용이었고, 주식을 파악하는 블로그나 카페 등 성천바이오의 주식을 열광하고 있었다. 그런데.
“ 가짜약이라니. ”
짧게 읊조린 주혁이 패딩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1번 ‘아침 11시’, 2번 ‘13’, 3번 ‘저녁 8시’, 4번 ‘가짜’)
일단, 방금 들었던 키워드를 적었고 이어서.
-영화 ‘척살’ (진행 중)
-신약개발 ‘성천바이오’ (진행 중)
-탑 여배우 A양, 마약 스캔들 (진행 미정)
나열돼있는 목록 중 이미 해결된 류진주 마약 사건은 지운다. 해서 남은 목록은.
-영화 ‘척살’ (진행 중)
-신약개발 ‘성천바이오’ (진행 중)
두 가지였고, 성천바이오의 미래정보를 간략하게 적어둔 부분을 펼친다.
-성천바이오 신약개발 중, 췌장암 동물에 투여,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부작용인 체중 감소 없이 암 조직이 사멸 수준까지 감소됨, 공식 입장 아침 9시 30분 시작,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으로 인해 ‘아침 9시 56분’에 끝남.
-신약개발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약 제조를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 상한가 이어감.
여기까지.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준 성천바이오의 미래는 이미 전부 현실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에 계약을 체결해서 상한가를 치는 것까지.
주혁은 방금 들은 정보를 떠올리며 내용을 추가한다.
-성천바이오가 신약개발 초창기부터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구개발기금 약 40억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 ‘가짜‘약 논란이 불거진 해당 제품 개발에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국민들은 정부가 ‘가짜’약 개발에 결과적으로 혈세를 투입했다며 항의.
추가한 내용을 모두 적어낸 주혁이 가만히 서서, 한 글자, 한 글자 곱씹기 시작한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본 결과.
“ 핵심은 ‘가짜’ 약이네. ”
방금 보이스피싱이 알려준 미래정보의 핵심은 가짜약이었다. 대충 내용상 가짜약 논란이 터진 후의 미래정보 같았다.
먼저 가짜약 논란이 터진 후, 성천바이오가 연구개발기금 40억을 받아 국민이 화가 났다는 일이 터진다는 건데.
어떤 방식으로 가짜약 논란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가짜약 논란이 터지고, 발전기금논란이 터지면 성천바이오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는 건 확실했다.
문제는 언제 터질지는 모른다는 것.
당연히 이 논란들이 터지는 게 한참 후 일지도 모른다.
한참 후에 터지면 그건 것대로 문제였다. 척살 영화의 촬영 시기는 아무리 늦게 잡아도, 3개월 뒤. 성천바이오의 주가는 현재야 폭발적이지만, 분명 어느샌가 안정권에 접어들 테고, 까딱 매도 시기를 놓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지 모를 일.
만약 논란이 터지는 게 반년 뒤에나 일어나면?
“ 피똥 싸는 거지. ”
그럼 반대로 참고 기다린다면? 논란이 터진 다음 대처를 하는 건 이미 늦었다는 소리다. 주식이란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돈이 되는 게 아니다. 주식을 매도, 즉 팔아야 돈이 되는 거다. 그러려면 해당 기업의 호재가 뜨거울 때 매도해야 빠르게 팔린다.
논란이 터졌거나 논란이 터질 찌라시가 돌면 주가는 폭락한다. 강주혁은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오싹거렸다.
어쨌거나 성천바이오의 주식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다.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강주혁은 곧바로 리딩실의 문을 열었다.
“ 나 잠시 화장실 좀. ”
리딩실에 있는 송사장이나 최명훈 감독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주혁은 리딩실의 문을 닫고, 화장실이 아닌 복도 끝 휴게실에 들어갔다.
휴게실 내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주혁은 재떨이 앞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자리를 잡고 MTS를 실행시킨다.
“ 후- ”
깊게 숨을 내쉰 강주혁은 곧장 주식 매도에 돌입한다.
-성천바이오 14,825주
-매수 8,495 금액 125,938,375
-현재 99,900(+29.58%) 금액 1,481,017,500
-손익 1,355,079,125
한 번에 던지진 않았고, 대충 잡히는 대로 주식을 던졌다. 그런데 성천바이오의 뜨거운 호재로 인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폭발적이라, 주혁이 던지는 주식은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매도체결
-매도체결
-매도체결
마치.
‘나도 살래! 나한테도 팔아!’
같이 미친 듯이 집어간다. 강주혁이 던지는 주식이 팔려나갈 때마다 마치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듯, 핸드폰이 ‘지잉, 지잉, 지잉’ 진동이 울렸다.
주혁은 이름 모를 쾌감을 느꼈다. 핸드폰 진동이 한 번씩 울릴 때마다, 통장에 억 단위 돈이 박힌다고 생각해보라. 주혁은 웃음을 머금으며 빠르게 주식을 던졌고 어느새.
“ 다 팔렸네. ”
강주혁이 들고 있던 성천바이오의 모든 주식은 돈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강주혁의 통장에는.
-1,476,574,448
14억이란 돈이 박혔다. 돈이 조금 빠진 듯 보였으나 세금이라 생각했다. 14억이다. 세금 좀 낸다고 뭐가 어떠하랴.
이제 실제로 돈이 통장에 박히는 건 3일 뒤가 되겠지만, 어쨌든 강주혁에게 14억이란 돈이 생겼다.
“ 음······ ”
핸드폰을 패딩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주혁이 고민에 빠진다. 애당초 성천바이오의 정보를 들었을 땐, 14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생길지는 몰랐다.
“ 일단, 척살 투자금. ”
투자금을 얼마나 부어야 할까? 어차피 투자금 회수는 1년 뒤에나 만질 수 있을 거다. 일차적으로 영화가 개봉하고 영화관에서 내려가야 수익금을 배분할 테니. 2차 판매인 온라인과 VOD 판매 등은 배제한다고 쳐도 1년은 넘게 걸린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생활비와 비상금 정도는 챙겨두는 게 타당했다. 거기다.
“ 또 보이스피싱이 주식 관련 정보를 뱉을지도 몰라. ”
느닷없이 주식 관련 미래정보를 듣게 됐을 때, 주식 살 돈 정도는 챙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래저래 생각을 정리한 주혁이 결론을 내렸다.
“ 투자로 10억. ”
우수리 없이 딱 10억.
10억도 영화판에서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이다. 실제로 메이저급 은행이나 중견기업 등이 투자를 하면 보통 5억에서 10억 사이로 투자금을 정하는데, 강주혁은 개인으로 10억을 투자하는 거니 큰 투자금이라 볼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한 강주혁이 수첩에 적힌 척살의 미래정보를 확인한다.
-1, 영화 척살, 85억이라는 매우 적은 제작비,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 찍는다면 ‘900’만, 하지만 다른 감독이 찍으면 망작, 관객 수 80만으로 똥 영화 만듬.
제작비 85억. 이렇게 따지면 강주혁이 영화 한 편 찍어내는 총제작비 중 10%가 넘는 비율을 투자하는 셈이었다. 그것도 아직 사업자도 안 낸 개인이 말이다.
마음이 나름 편안해진 주혁은 패딩 주머니에 수첩과 핸드폰을 쑤셔 넣고, 다시금 리딩실로 향했다. 기다리다 살짝 짜증이 났는지 송사장은 강주혁이 리딩실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 몇 년 치 똥을 묵혀서 쌌냐! ”
“ 아, 미안미안. 어디까지 얘기했죠? ”
최명훈 감독의 어깨를 잡고 미안함을 표한 주혁이 아까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주혁이 자리에 앉자, 송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작 이야기를 이어간다.
“ 투자금! 투자 얼마나 할 거냐고 임마! ”
“ 10억 정도 할까 봐요. ”
“ 그래. 10억정······뭐?! 얼마? ”
송사장과 더불어 최명훈 감독의 눈알이 휘둥그레진다.
“ 10억이요. ”
“ 야 이 미친! 장난치지 말고. ”
“ 이 타이밍에 내가 장난쳐서 뭐해? ”
“ 진짜?! 진짜 10억 한다고? ”
“ 네. 진짜. 이거 뭐 싫어요? 싫으면 말고. ”
강주혁이 장난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송사장이 냅다 자리에서 뛰쳐나와 강주혁의 팔뚝을 잡는다.
“ 사랑하는 투자자님. 제가 실언했습니다. 앉으시지요. ”
“ 투자금 싫다는 제작사 사장은 또 처음입니다만. ”
“ 무슨! 제가 요즘 기가 허해서, 자꾸 헛소리가 들리거든요. 그래서 되물어본 겁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투자자님. ”
송사장의 빠른 태세전환을 지켜보던 최명훈 감독이 웃음이 터졌고, 강주혁도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투자자님이 자리에 다시 앉자마자, 송사장이 웃는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 시나리오 읽어보시죠. 투자자님. 잘빠졌습니다. ”
“ 그만 해요. 몇 절까지 할 거야 대체. ”
낄낄거리는 송사장을 뒤로하고, 강주혁이 완성된 척살 시나리오 첫 장을 펼쳤다. 주혁에게는 안 들렸지만, 최명훈 감독은 묘한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첫 장, 둘째 장, 셋째 장.
잘나가던 배우 시절부터 수많은 시놉과 시나리오를 읽었던 강주혁이었다. 누구보다 리딩실력이 탁월했다. 빠르게 넘어가는 종이. 어느덧 주혁이 40장 정도를 넘겼을 때쯤 입이 열렸다.
“ 재밌어요. ”
“ 후- ”
순간 최명훈 감독의 안도에 한숨이 터져나왔다. 안도의 한숨이 끝나자, 강주혁이 말을 잇는다.
“ 이거 시놉 어딨어요? ”
“ 아, 시놉 맨 뒤에 같이 껴뒀어요. ”
최명훈 감독의 말을 들은 주혁이 읽던 시나리오 제일 뒷장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눈에 띈 시놉을 빠르게 읽어나갔다.
척살의 주 내용은 사실상 복수였다. 하정훈이 맡을 역인 주인공 태수. 태수는 킬러였고, 영혼 없이 사람을 죽여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똑같이 죽일 목표가 핸드폰에 도착하는데, 어린 여자였다. 태수는 빠르게 목표에 접근한다. 그런데 그녀가 태수를 보자마자 말한다.
“ 오빠? ”
태수는 당황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에. 그러면서 자신에게 죽일 목표를 전달하는 일명 ‘회사’의 비밀을 파헤치고, 복수하는 내용.
그렇다고 스토리처럼 무작정 무거운 내용도 아니었다. 라이트하게 중간중간 코미디 요소와 로맨스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인스턴트 영화.
최명훈 감독이 쓴 시놉시스만 봐도 얼마나 공을 들인지 알 수 있었다. 당연했다.
보통 영화 파이낸싱 (투자자를 찾는 것)에 필요불가결 요소는 시놉시스, 배우, 예산서, 감독 정도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척살의 주연배우는 국내에서 최정상급 배우 하정훈. 반면에 감독인 최명훈은 무명이기에 시놉시스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
배우나 감독은 사실 조건일 뿐이고, 결국 몇십 장짜리 시놉으로 투자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니까.
주연이 하정훈이고, 시놉시스가 잘빠졌다면 감독이 무명인 것은 어느 정도 상쇄가 될 것이다. 잘빠진 시놉시스를 읽으며 주혁의 입이 열린다.
“ 제작일정 나왔어요? ”
대답은 송사장이 한다.
“ 세부적인 건 안 나왔어. 일단 예상 예산서만 나왔다. 여기. ”
송사장이 투명파일을 내민다. 시놉을 보던 주혁이 파일을 받아서 펼친다. 뭐 이것저것 정신없는 숫자들이 적혀져 있는데, 이런 걸 본다고 주혁이 알 리가 없다. 그는 곧장 제일 끝으로 넘어간다.
-총제작비 5,850,000,000
“ 58억······ 이거 마케팅비용은 어떻게 한 거야? 합친 거예요? ”
“ 아니 그건 따로 봐야지. 대충 20억 정도 합치면 될 거다. ”
순수 제작비 58억과 마케팅비용 20억을 합치면 78억.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준 제작비는 85억이다. 영화라는 게 그렇다. 초기 예상 제작비로 딱 떨어질 수가 없다. 물론, 줄어들기도 하지만 통상 제작비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 새삼 대단하네. ’
순수 제작비 58억으로 900만을 만들 예정인 영화 척살. 거창한 CG나 대단한 세트가 없는데도, 900만이면 가성비 탑에 속하는 영화다. 예산서를 확인한 주혁이 묻는다.
“ 일정은 어떻게 짰어요? 하정훈가지고 파이낸싱부터? ”
“ 안되지. 일단, 여주랑 기본적인 캐스팅은 확정하고, 파이낸싱 정해지면 그다음부터 스텝, 세부일정 정할까 한다. ”
“ 그러니까, 캐스팅부터? ”
“ 그렇지. ”
투자사 대부분이 시나리오와 함께 구체적인 주요 캐스팅 안을 요구하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은 파이낸싱에서 거의 필수요건이다.
강주혁이 최명훈 감독을 쳐다보며 말을 건다.
“ 감독님은 생각한 배우들 있어요? ”
“ 아, 저는 솔직히 하정훈씨면 충분합니다. ”
그때 송사장이 끼어든다.
“ 안되지. 그래도 하정훈이 혼자 멱살 잡고 끌고 갈 순 없잖아. 힘들어서 안 돼. ”
송사장의 말에 최명훈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고, 강주혁이 말을 이어받는다.
“ 그럼 일단, 정훈이가 주연이니까 걔랑 같이 주요 캐스팅은 따로 미팅을 진행하죠. 형이랑 감독님, 하정훈, 캐스팅팀 이렇게. ”
“ 좋아, 그럼 에······ ”
송사장이 핸드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한다. 그러다 이내 결정을 지었는지 다시 말을 꺼낸다.
“ 우리 쪽에서 일차적인 캐스팅보드를 만들고, 일정은 거기에 맞춰서 잡는 게 어때? ”
“ 여주는? 감독님은 여주 생각해봤어요? ”
“ 그게······ 아직. ”
머리를 긁적거리던 송사장이 일단 결론을 짓는다.
“ 여주가 골치긴 한데. 일단 찾아봐야지. 그렇게 하자고, 캐스팅부터.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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