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40
KBC 대회의실에서 왔던 보이스피싱. 주혁은 모두에게 쉬는 시간을 요청한 후, 복도에서 전화를 받았었다.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서비스 ‘실버’의 남은 횟수는 총 6번입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 6번. ”
이제 실버 단계가 6번 남았다는 것을 인지한 주혁이 1번을 눌렀고.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2번 ‘그리즐리 베어 모습’, 3번 ‘5명 그리고 3명’, 4번 ‘수원 화성행궁’, 5번 ‘영어와 한글이 섞인’, 6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곧 나열된 키워드들을 듣던 주혁이 턱을 쓸며 짧게 읊조렸다.
“ 간만에 검색을 좀 해볼까? ”
-스윽.
이어 주혁이 다시 듣기 #을 터치한 후,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했다. 다음으로 그가 검색사이트에 방금 들었던 키워드들을 검색했다.
“ 1번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는 꽝이고. 2번 ‘그리즐리 베어 모습’도 곰 사진만 나오네. ”
이후, 3번 ‘5명 그리고 3명’ 키워드도 4번 ‘수원 화성행궁’ 키워드도 꽝이거나 쓸모없는 검색결과가 도출됐다.
그런데.
“ 음? ”
5번 ‘영어와 한글이 섞인’ 키워드를 검색한 주혁이 검색결과를 확인하곤 눈이 살짝 커졌다. 이유는 검색결과로 나온 기사 때문.
『[오늘의 이슈] 프리 선언한 안화정, 영어와 한글 섞인 특이한 19금 드립으로 급부상!』
이어 주혁이 꽤 흥미롭게 기사를 읽었다. 내용은 길었지만, 짧게 줄이자면 아나운서였던 안화정이 프리 선언 후, 출연 중인 라디오에서 영어와 한글 섞인 19금 드립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
물론, 이 ‘영어와 한글이 섞인’ 키워드가 안화정과 전혀 관련 없을지 모르지만.
“ 안화정이라······ ”
안 그래도 백번 촬영팀 관련으로 계획을 짜고 있던 주혁이었기에 흥미가 돋은 그가 5번 ‘영어와 한글이 섞인’ 키워드를 눌렀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영어와 한글이 섞인’ 입니다! ] [1년 전 ‘영어와 한글이 섞인’ 19금 드립 컨셉으로 인기를 끈 안화정이 2022년 MBS 방송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SBC 아나운서 시절 내부 선후배 기강 잡기나 상급자 비리 등을 폭로하면서, 큰 파문을 불러옵니다.]-뚝.
보이스피싱은 그렇게 끊겼었다. 다시 사장실인 현실로 돌아온 주혁이 미래정보가 메모 된 수첩을 내려보며 읊조렸다.
“ SBC 아나운서 쪽 문제는 그렇다 치고, 안화정이 내년 MBS 방송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는다 이거지? ”
즉, 앞으로 1년 안에 안화정이 우수상을 받을 만큼 날아오른다는 것을 뜻했고.
“ 흠. ”
강주혁이 침음을 뱉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30분 뒤.
사장실의 문이 괴팍하게 열렸다.
-덜컥!
“ 강주혁!!! ”
“ 주혁아!!! ”
리허설 리딩의 뒷정리를 맡겼던 추민재 부장과 홍혜수 부장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사장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런데.
“ 너 이 자식!! ”
“ 어머. 민재야. 너 우니? ”
의외로 추민재 부장 쪽이 먼저, 눈시울을 붉혔다.
“ 우, 울긴 누가! ”
그 모습에 피식한 주혁이 되물었다.
“ 근데 눈은 왜 빨게? ”
“ ······이 자식. 야! 안 그러게 생겼냐? 거의 10년 만에 네 연기를 눈앞에서 봤는데!! ”
“ 그래. 주혁아 나도 감동이었어. 정말. ”
추민재 부장이나 홍혜수 부장은 지금 강주혁을, 사장 강주혁이 아닌 배우 강주혁으로 보고 있었다. 따라서 KBC 대회의실에서 강주혁이 펼친 연기를 보고 이들은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가 추민재 부장 입에서 흘러나왔고.
“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 진짜.”
추민재 부장 뒤를, 홍혜수 부장이 이었다.
“ 주혁아. 대회의실에서 보여준 네 연기가 그저 최류 그 똥멍청이한테 진짜가 뭔지 보여주기 위해 했다고 해도, 난 너무 좋았어. 네 과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걸 뜻하니까. ”
“ 그래. 내 생각도 같다. ”
눈 주변을 문지르던 추민재 부장의 호응에 홍혜수 부장이 강주혁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 그렇게. 조금씩 털어내면 되는 거야. ”
“ 그래!! 후딱 털어내고, 빨리 보고 싶다. 주혁이 네가 예전처럼 연기로도 이 바닥 씹어먹는 거! ”
흥분한 추민재 부장을 보며 주혁이 기분 좋게 웃었고.
“ 그래. 그러자. ”
바로 사장 강주혁으로 돌아왔다.
“ 일단, 형. 최류 빼고 오늘 참석한 배우들한테 전부 계약서 돌려. 그리고 배우 확정 공식발표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 미루고. ”
“ 어? 박대수 역은? ”
추민재 부장의 되물음에 주혁이 하정훈의 얼굴을 떠올리며 답했다.
“ 기다려보자. 떡밥은 던졌으니까. 그리고 오늘 보니까, 재욱이 힘이 좀 없는 것 같던데. 무슨 일 있나? ”
“ 엉? 딱히 별거 없는데? 요즘 스케쥴이 늘어서, 피곤한가? ”
리허설 리딩에서 본 김재욱의 모습에서 뭔가를 느낀 주혁이 침음을 뱉었다.
“ 한번 알아봐. 몸이 안 좋거나 그럴 수 있어. 신경 써줘. 애가 아직 어리니까. ”
“ 어어- 알았어. ”
“ 그리고. 누나. ”
“ 응. 사장님. ”
언제 움직였는지, 커피머신 앞에서 커피를 뽑고 있던 홍혜수 부장이 고개를 돌렸고, 주혁이 물었다.
“ 내가 저번에 알아보라고 한 거 있잖아? 개그맨이나 프리 선언한 아나운서, 방송인 알아보라고 한 거. ”
“ 어머. 맞아. 아까 김팀장한테, 톡으로 명단은 받았는데, 깜빡했어. ”
“ 응. 그 SBC 아나운서 하다가 프리로 전향한 안화정이라고, 한번 접촉해봐. ”
“ 안화정? 어······응? 잠깐만. 본 것 같은데. ”
다 내려진 커피잔을 들었던 홍혜수 부장이 책상에 커피를 내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정확히 1분 뒤.
“ 그래. 여기 있네. 내가 여기서 봤었나 봐. ”
홍혜수 부장이 강주혁에게 핸드폰을 내밀었고, 곧 주혁의 눈에 김수열 팀장이 보낸 톡이 보였다.
{우희정(종편 고정예능)/ 박보람(시사)/ 최성준(시사)/ 안화정(라디오).}
{인지도는 우희정이 제일 높고, 다음으로 박보람 최성준 순입니다.}
{안화정은 인지도도 가장 낮고, 프리 이후 잡은 19금 컨셉도 좀 안 먹히는 모양입니다. }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안화정이 이미 매니지먼트 2팀에서 거론됐던 모양. 그때 톡을 보는 강주혁에게 홍혜수 부장이 물었고.
“ 그런데 왜 안화정? 인지도도 낮고. 제일 후순위 아니야? ”
그녀의 물음에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 어쨌든 접촉해봐. 최대한 빨리. ”
다음 날 7월 4일 토요일 아침.
시간은 10시 30분. 아침 11시에 맞춰서 하는 SBC 라디오 ‘아침엔 김소영입니다’의 라디오 부스. 30분 먼저 도착한 안화정이 오늘 나갈 사연을 읽고 있었다.
그때 라디오 PD가 부스 문을 열었다.
“ 화정씨! 오늘은 19금 멘트 많이 치면 안 돼요? 나 국장님한테 어제 엄청 깨졌어! ”
“ 네넵! ”
당차게 대답한 그녀. 사실, 안화정은 이 라디오의 고정 진행자는 아니었다. 고정 진행자인 김소영의 출산으로 인해, 그녀가 후배인 안화정에게 부탁한 것.
한마디로 임시였다.
어쨌든 방송인으로서는 신인인 안화정은 기합이 잔뜩 들어간 상태였고, 라디오 PD가 안화정 옆에 서서 새로 들어온 광고에 관해 설명하고 있을 때.
“ 화정씨~ ”
라디오 메인 작가가 부스 안으로 몸의 반만 내밀며 안화정을 불렀다. 덕분에 라디오 PD에게 설명 듣던 안화정의 고개가 돌아갔다.
“ 네? ”
“ 밖에 누가 찾아왔는데. 무슨 계약 관련이라고 하던데? ”
“계약···이요? ”
“ 응. 중요한 일 같은데 얼른 가봐요. 어- 시간 한 20분 남았네. 얼른. ”
“ 아! 네네! ”
등 떠밀리듯 복도로 나온 안화정의 눈에 남자 두 명이 보였다.
“ 저······저를 찾아오셨다고. ”
“ 안화정씨? ”
“ 네. 제가 안화정. ”
-스윽.
이어 두 남자 중 어깨가 널찍한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고.
“ 라디오. 언제쯤 끝나십니까? ”
“ 예? ”
고개를 갸웃한 안화정의 고개가 받은 명함으로 내려갔다가.
-보이스프로덕션.
-캐스팅팀.
곧바로 튕겨 오르듯 얼굴을 들었다.
“ 보이스프로덕션?!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
토요일 점심 무렵. 자리에 앉아 강주혁이 밀린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무비트리 송사장.
상대는 송사장이었다. 피식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 예예. 송사장님. ”
“ 아이고~ 강사장님. 어딥니까? ”
“ 나? 사무실이죠. ”
“ 삼성동? ”
“ 삼성동. ”
“ 잠깐 시간 돼? ”
송사장의 물음을 들은 주혁이 시간을 확인하곤 답했다.
“ 곧 점심인데. 점심이나. ”
그런데 송사장이 대뜸 끼었다.
“ 밖에서 말고, 내가 거기로 갈게. ”
“ 여기로요? ”
“ 어어- 보여줄 사람도 있고. ”
“ 누굴 보여줘? ”
강주혁이 되묻자, 송사장이 크게 웃었다.
“ 하하하. 있어. 삼겹살 좋아하는 여자. ”
한 시간 뒤.
사장실에 꽤 묵직한 노크 소리가 퍼졌다. 그 소리에 곧장 송사장 일 것을 직감한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들어오세요. ”
-끼익.
“ 어이구! 강사장님! 주말에도 나와 일하시는 일 중독자! ”
“ 피차 마찬가지잖아요. ”
“ 아니지. 난 지금 일하는 거 아니야. 이분이랑 놀다 왔어. ”
-스윽.
이어 송사장이 미소를 머금으며 서 있던 자리에서 살짝 비켜섰다. 그러자 한눈에 봐도 육감적인 몸매, 선글라스로 얼굴 반이 가려진 여자가 서 있었다.
‘ 여자? 송사장님 애인인가. ’
그런데 머리카락 색이 연주황색.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지만, 일단 주혁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반가워- 억! ”
그런데 대뜸 그녀가 강주혁의 내밀어진 손을 지나쳐, 강주혁을 와락 안았고.
“ 강!! ”
반갑게 강주혁의 강을 불러댔다. 요상함을 느낀 주혁의 고개가 송사장 쪽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송사장은 키득거리고 있었고, 곧 진정한 송사장이 대뜸 영어를 뱉었다.
“ 캘리.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여긴 한국이라니까. ”
“ 오! 맞아. ”
갑자기 영어로 대화하는 둘. 물론, 주혁도 과거 해외 시장을 노려 영어 정도는 할 줄 알았고 이 둘의 대화를 알아들었지만, 대뜸 오가는 언어가 영어라는 것에 살짝 놀랐다.
-스윽.
어쨌든 캘리라 불린 여자가 손을 풀었고,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렸다. 곧, 그녀의 바다색 눈이 보였다.
“ 캘리에요. ”
이어 주혁도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 전 강주혁입니다. ”
“ 알아요! 강. 제가 기억나지 않나 봐요. ”
“ ······전혀요. ”
캘리는 강주혁을 아는 눈치였다. 하지만 주혁은 캘리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송사장이 중재에 나섰다.
“ 자, 얘기는 앉아서 할까? 서서 하기도 뭐하니까. ”
10분 뒤.
나란히 앉은 송사장, 캘리 그리고 강주혁이 반대편에 앉았다. 이미 각자 앞에 커피가 놓여 있었고, 그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송사장이 입을 열었다.
“ 내가 일전에 말한 적 있지? 해외서 제작 공부할 때 아는 친구들 있다고. 캘리가 그중 한 명이야. ”
“ 아. ”
그때야 주혁이 캘리의 정체를 알아차렸고, 캘리가 송사장의 어깨를 툭 치면서 끼어들었다.
“ 송! 영어로 해줘. 못 알아듣겠어! ”
“ 하하하. 알았어. ”
이어 입술을 삐죽 내밀었던 캘리가 흘러내린 연주황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주혁을 바라봤다.
“ 강. 나는 강을 알아요. ”
“ 네. 그래 보이시네요. ”
“ 예전 강이 찍었던 영화. ‘좀비스틸’을 보고 욕심이 나서. 강은 나와 오래전에 미팅을 한 적이 있어요. ”
“ ‘좀비스틸’······ ”
‘좀비스틸’은 강주혁이 망하기 전, 군대 전역을 하자마자 찍었던 황수림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 영화는 천만을 넘었고, 지금의 강주혁을 있게 한 영화 중 하나였다.
이어 캘리가 픽하고 웃었다.
“ 하지만 난 실패했어요. 강이 우리 작품에 참여할 수 없다는 대답을 했었죠. ”
강주혁이 괜히 머리를 긁었고.
“ 그땐 어렸고, 해외보단 국내에 치중할 때라. ”
“ 괜찮아요! ”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송사장이 끼었다.
“ 캘리. 그때 이놈이 얼마나 비쌌는지 알아? 하하하. ”
기분 좋게 웃는 송사장에게 주혁의 시선이 닿았다.
“ 그래서. 이 자리는 왜 만든 거예요? ”
“ 어? 아아. 맞아. 캘리. 말해줘. ”
-스윽.
이어 캘리가 허벅지에 올려뒀던 흰색 서류봉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 난 강이 배우로서 복귀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송에게 들어보니, 배우로서 복귀한 건 아니더군요. ”
“ 아직은. 뭐, 그렇죠. ”
“ 너무나 아쉬워요! 난 강이 배우로서 복귀한 줄만 알고, 미팅할 한국배우에 강을 넣었는데. ”
-팔락.
아쉬움을 표한 캘리가 흰 서류봉투에서 얇은 종이뭉치를 꺼냈고.
“ 강. 송에게 들어보니, 제작일도 한다면서요? ”
“ 네. ”
“ 하는 것마다 성공한다고 하던데. ”
대답을 송사장이 대신했다.
“ 진짜라니까? 내가 캘리에게 말해준 건 정말 일부분이었어. ”
“ 그래.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 강. 이걸 좀 봐줄 수 있어요? ”
-스윽.
말을 마친 캘리가 꺼낸 얇은 종이뭉치를 주혁에게 밀었다. 이어 잠시간 캘리의 바다색 눈을 쳐다보던 주혁의 고개가 내려갔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한 단어였다.
-시놉시스
‘ 시놉? ’
-팔락.
주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종이의 첫 장을 넘기자, 곧 이 시놉시스의 제목이 보였다.
-‘화이트 빅 마우스’
“ ······이거. ”
제목을 확인한 주혁이 재빠르게 수첩을 꺼내 들어 어떤 미래정보를 확인했다.
[관객수 13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은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의 남자 주인공 정진훈이 언론사 인터뷰에서 3년 전 개봉이 취소된 영화 도적패 촬영장에서 자신의 사생팬으로 인해······]“ 화이트 빅 마우스. ”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가 여기서 튀어나왔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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