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43
7월 22일, 이른 점심. 삼성동 코엑스.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시네마 대형관에서 ‘도적패’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도적패’ 마케팅 스케쥴을 소화하기 위해, 출연한 배우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코엑스 옆쪽 갓길, 무대인사를 위해 준비된 공간에 멈춰섰다.
“ 뭐야? 사람들 왜 저렇게 모였데? ”
“ 보디가드들 일자로 서서 길 만들어 놓은 거 보니까, 무슨 연예인 오나? ”
버스 앞쪽으로는 덩치 큰 가드들이 한 줄로 서서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놨고, 주변으로 메가시네마 측 행사 매니저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며 모여들었다.
그때.
-푸쉬!
버스 문이 열리면서, 한눈에 봐도 배우다 싶은 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 여기저기서 괴성이 터졌다.
“ 정진훈?! 정진훈이다!! ”
“ 꺄아아아!! ”
“ 여기 영화 무대인사 왔나 봐!! ”
“ 오빠!!! ”
시작은 ‘도적패’의 남주 정진훈부터였다.
버스에서 내린 정진훈은 악을 지르는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손을 흔들며 무전기로 배우 도착을 알리는 영화관 측 행사 매니저들의 안내를 따랐다.
“ 지금 ‘도적패’ 배우들 도착했습니다! 정진훈씨! 사람 더 몰리기 전에 저쪽 손 흔드는 매니저 따라가실 게요! 빨리요! ”
배우들이 도착하자, 영화관 측 행사 매니저들이 바빠졌다. 어쨌든 정진훈을 시작으로 버스에서 속속 배우들이 등장했다.
“ 송정태다! 와- 송정태 생각보다 키 엄청 크네. ”
“ 어? 야야. 이난희. 이난희! ”
정진훈 다음으로 송정태, 이난희.
“ 언니!! 이쪽! 이쪽 좀요!! ”
“ 아!! 밀지 좀 마요!! ”
송정태와 이난희 다음은 김성미까지 버스서 내렸고, 다음 몇몇 조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배우님들! 빨리 움직이실 게요! 최대한 빨리!! ”
버스 바로 앞에서 첫 안내를 맡은 행사 매니저의 손짓이 바빠질 때쯤.
“ 매니저님! 수고하십니다! 이것 좀 드세요! ”
딱 달라붙는 스키니 진에 반팔 블라우스를 입은 강하영이 사탕 두세 개를 행사 매니저에게 건네며 버스에서 내렸다.
“ 쟤 강하영이지? 와 완전 귀엽네. ”
“ 얼굴이 무슨 내 주먹만 하냐. ”
“ 몸매도 되게 좋다.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고. ”
“ 그니까. 실물로 보니까, 강하진이랑 진짜 안 닮았는데. ”
어느새 단발로 머리카락이 바뀐 강하영이 행사 매니저에게 사탕을 건네곤 곧장 모인 사람들에게 양손을 흔들었다.
“ 안녕하세요!! ”
“ 강하영 귀엽다!! ”
“ 언니! 이쪽도 봐주세요!! ”
“ 예뻐요!! ”
강하영의 인지도는 이미 신인급이 아니었고, 신이 난 강하영이 방방 뛰며 사람들에게 답했다.
“ 네네! 감사합. ”
그때 강하영의 뒤쪽에서 사탕을 손에 쥔 행사 매니저가 재촉했다.
“ 강하영씨. 죄송한데, 빨리 좀. ”
“ 아! 죄송합니다! ”
강하영을 끝으로 ‘도적패’의 배우들이 모두 영화관으로 들어간 뒤에야 급작스레 몰려든 인파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10분 뒤, 메가시네마 M관(대형관).
버스에서 줄줄 내린 배우들이 상영 스크린 앞에 한 줄로 서 있다. 무대인사 사회를 맡은 사회자를 시작으로 정진훈, 송정태, 이난희, 김성미 등등 거의 끝쪽에 강하영이 섰다.
“ 정진훈 씨.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 이렇게 정진훈씨 옆에 서 있으니까, 저 남잔데도 떨립니다. ”
사회자의 재치로 모인 4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웃음이 터졌다. 이것으로 ‘도적패’의 무대인사가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터지는 플래시.
배우들의 무대 인터뷰가 시작되자 400명의 관람객은 물론이고, 앞쪽 50석 정도의 VIP석에 앉은 기자들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무대인사.
쩌렁쩌렁 울리는 배우들의 인터뷰 소리와 번개처럼 쏟아지는 플래시가 터지는 와중. 끝쪽에 선 강하영이 VIP석, 마스크 쓴 남자를 발견하곤 대뜸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VIP석 바로 뒤쪽에 앉은 여자 두 명이 마스크 쓴 남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 저 남자 누군데 강하영이 아는 척하지? ”
“ 그냥 매니저겠지. ”
“ 야야. 무슨 매니저 기럭지가 저렇게 착하데? 엄청 길다. 요즘 매니저들 저런 거 보고 뽑나 봐. ”
“ 그런가? 하긴 요즘 매니저 예능도 많고, 이미지 보고 뽑겠지. 저 매니저 옆에 여자도 몸매 좋다. ”
수군거림이 점점 퍼질 무렵. VIP석에 기럭지가 착하다 칭해진, 마스크 쓴 매니저에게 옆자리의 몸매 좋다는 여자가 썽을 냈다.
“ 아! 무슨 배우 보러 무대인사까지 오냐!! ”
그녀의 썽에 남자가 피식했다.
“ 네가 납득을 해야지. 뭐 어때. 너 ‘없어졌던 남자’ 말곤 스케쥴 없다며. ”
“ 아니거든? 많거든? 광고에 화보에. 나 글도 써야 되거든? ”
VIP석에 나란히 앉은 남자와 여자는 강주혁과 정혜인이었다. 주혁이 글 쓰랴 활동하랴 바쁜 정혜인을 ‘도적패’ 무대인사에 데려온 이유.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배우 정혜인이 아닌, 시트콤 캐스팅 작업이 한창인 작가 정혜인에게 강하영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 야. 강주혁. 하여튼 보고 아니다 싶으면 땡이다? 아무리 네가 메인 투자자라도 아닌 건 아닌 거야. 너도 잘 알지? ”
“ 알았으니까. 보기나 해. 나도 어물어물 밀어 넣을 생각 없으니까. ”
“ 내가 시트콤에선 장녀니까 내 동생들은 내가 정할 거야. ”
바로 그때 무대인사를 진행하던 사회자가 마무리를 지었고.
“ 자! 여러분! 못 찍은 사진 얼른얼른 찍으세요! 곧 ‘도적패’ 상영이 시작됩니다! ”
관람객들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배우들이 스크린 밑으로 줄줄이 퇴장할 모습을 보이자, 강주혁이 정혜인에게 귓속말했다.
“ 잠깐 보고 있어. ”
“ 어? 왜? 야! 강주···아니. 저기야!! 어디가!! ”
강주혁이 대뜸 ‘도적패’ 배우들 뒤를 따랐다.
잠시 뒤, 코엑스 지하주차장.
메가시네마 무대인사를 끝으로 ‘도적패’ 배우들의 오늘 마케팅 스케쥴이 끝인지, 지하주차장에는 커다란 승합차나 벤이 많았다.
“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
“ 응~ 하영이 너도 수고했어~ 내일 봐~ ”
“ 들어가세요. 선배님!! ”
강하영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배우들이 마무리 인사를 던졌다.
“ 진훈 오빠. 내일은 강남 무대인사니까, 제발 멘트 좀 준비해와. ”
“ 알았다. 알았어. ”
“ 가~ 오빠. ”
“ 어어- ”
이어 이난희와 인사를 나눈 정진훈이 자신의 벤 쪽으로 가는 중.
“ 진훈씨. ”
누군가 정진훈을 불렀고.
“ 아. ”
매니저와 같이 고개를 돌린 정진훈이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을 부른 남자에게 인사했다.
“ 선배님. ”
“ 네. 진훈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요? 매니저님 시간이 좀 괜찮나요? ”
“ 아······10분 정도는. ”
“ 고마워요. ”
정진훈을 부른 것은 강주혁이었고, 주혁이 입은 슬랙스 주머니에 왼손을 집어넣으며 정진훈을 쳐다봤다.
“ 진훈씨. ‘없어졌던 남자’ 촬영 스케쥴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최근에 헐리웃 작품 들어온 거 있어요? ”
후진 없는 직진 질문에 정진훈이 곤란한 듯 흑발을 슬쩍 긁었다.
“ 아. 그건······대답하기가 좀. ”
“ 아아- 아니아니. 곤란하면 대답 안 해도 돼요. 그냥 소문을 좀 들어서. ‘없어졌던 남자’와 스케쥴 쪽나면 어쩌나 해서요. ”
강주혁이 미소지으며 묻자, 정진훈이 정직하게 답했고.
“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선배님. 절대 드라마에 피해 가지 않게 하겠습니다. ”
순간, 주혁이 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 미팅은 이미 한 건가?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정진훈에게 손짓했다.
“ 그럼. 다행이고. 가봐요. 매니저 기다리네. ”
“ 네. 선배님. 그럼. ”
강주혁에게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던진 정진훈이 자신의 벤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주혁이 작게 읊조렸다.
“ 이미 한국 배우들과 만나고 있다? 스읍- 시간이 없다는 얘긴데. ”
2시간 뒤.
나란히 마스크를 쓰고 앉아, ‘도적패’를 감상하던 강주혁과 정혜인 중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보며 팔짱 낀 정혜인이 작게 말했다.
“ 둘째. ”
대뜸 던져진 정혜인의 말에 강주혁이 되물었다.
“ 뭐? ”
“ 강하영. 쟤 둘째로 하자고. 물론, 쟤가 하고 싶다고 해야겠지만. ”
새침하게 말을 뱉은 정혜인이 영화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방방 거리던 강하영의 모습과 영화 속 백미주 역의 강하영을 섞어보며 감상평을 뱉었다.
“ 애가 색깔이 다채롭네. ”
그리고 잠시 뒤.
정혜인과 강주혁은 상영관을 나왔고, 매표소 주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장면을 보며 정혜인이 입을 열었다.
“ 아까 보니까 영화도 잘 뽑혔던데. 뭐, 김삼봉 감독님 작품이니까 당연한 건데. 개봉 첫날부터 사람 봐라? 이거 잘 되겠는데? ”
이어 주혁도 영화관 로비에 비치된 ‘도적패’의 포스터나 광고판 그리고 무인 매표소나 매점에 몰린 사람들을 보며 피식했다.
“ 그러게. 분위기 좋네. ”
실제로 영화 ‘도적패’의 개봉 첫날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대표로 꼽는 3사 영화관의 매진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었고.
『‘도적패’ 개봉 첫날, 매진행렬···오프닝 관객수 얼마나 나올까?』
『역시 김삼봉! ‘도적패’ 본 관람객들 첫날 평점 9.8점!』
타이밍을 지켜보던 ‘도적패’의 배급사가 홍보용 기사를 쏟아냈다. 뒤이어 분위기를 지켜보던 타 언론사도 따라붙었다.
『벌써 호평 일색! 김삼봉 감독의 ‘도적패’, 올여름 최고 흥행작 예약』
『“보고 싶어도 표가 없어” 불붙은 온라인 예매, ‘도적패’ 퇴근 시간대 표 매진』
『[무비is] ‘경쟁작 시들’, 개봉 첫날 성적 기대되는 ‘도적패’』
거기다 아침부터 기대감에 영화를 관람한 관람객들의 평점도 10점 행렬이었다.
[도적패 평점/ 관람객, 네티즌 ] [1233건]-솔직히 진짜 재밌게 봤다. 나 알바 아님. 내 닉네임 클릭해보면 암. / K****
-정진훈 진짜 존멋ㅠㅠㅠ 거기에 강하영 오열하는 장면에서 나도 같이 광광 울어따…/ 44***
-김삼봉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듯. 스넥같은 영화로 재미와 감동도 있었음/ T*****
-도적패 부하들 죽을 때 진짜 개슬펐다…/ 22*****님
-나 남잔데. 강하영 ㅈㄴ이쁨. 아 남자라 그런가?/ 32*****
관람객 평점은 시작부터 극찬이었고.
-마지막에 한국판 오션스일레븐 보는 줄…스넥영화라도 이렇게만 만들어라!!/ Y****님
이런 ‘도적패’의 반응은 개봉날인 22일 내내 이어지는 중이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도적패’ 개봉으로 한창 시끄러운 저녁 무렵. 강주혁은 사무실에서 황실장, 박과장과 미팅 중이었다.
“ 황실장님. 일본에선 별일 없으셨죠? ”
“ 네. 사장님. 아무 문제 없이 다녀왔습니다. ”
황실장은 7월 초. 강주혁의 지시로 랜덤박스에서 나왔던 이태평 관련으로 약 2주간 일본에 갔다가 어제 한국으로 돌아왔다.
“ 그래서 몇 군데 정도 선별하셨습니까? ”
“ 도쿄 부근 5곳 정도에 의뢰지 전달하고 왔습니다. ”
“ 민간조사업체라고요? ”
“ 맞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흥신소에 가깝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흥신소보다는 훨씬 전문성이 높습니다. 그중에서 사람 찾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선별했습니다. ”
-후릅.
황실장의 보고를 들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한잔을 삼켰고.
‘ 스읍- 조금 기다리면 왜 랜덤박스에서 이태평 관련 정보를 나한테 줬는지, 알 수 있겠지. ’
생각을 마친 주혁이 황실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 그럼 일단, 기다려 보죠. 수고하셨습니다. 황실장님. ”
“ 예. ”
다음 차례는 박과장이었다. 주혁이 고개를 돌리자, 꽤 침통한 표정으로 박과장이 입을 열었다.
“ 하- 이민정. 스폰이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
꽤 팬이었는지 어쨌는지, 박과장이 길게 한숨을 쉬며 보고를 이었다.
“ 이민정 데뷔 때부터 파봤는데······ ”
“ 그런데요? ”
“ 뒤에 현봉그룹이 있는 것 같습니다. ”
“ 현봉? 스폰이 현봉이라는 겁니까? ”
“ 예. 줄이 현봉과 이어집니다. ”
박과장의 보고에 주혁이 턱을 쓸었다.
‘ 현봉이라. ’
생각지도 못한 대기업이었다. 국내 대기업 순위상으론 해창그룹보다야 조금 아래지만, 그래도 TOP 5위 안에 드는 현봉그룹.
‘ 어째 일이 좀 재밌게 굴러가는 데. ’
이어 주혁이 박과장에게 다시 물었고.
“ 현봉에 누군지는 확인됩니까? ”
“ 아직 거기까진. ”
황실장, 박과장 모두에게 강주혁이 지시를 내렸다.
“ 그럼. 이민정 스폰이 누군지 까지만 확인해 보세요. 조용히. ”
늦은 밤.
모두가 퇴근한 시각. 하지만 사장실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 이유는 간단했다.
-딸깍!, 딸깍!
주혁이 자리에 앉아, 오늘 개봉한 영화 ‘도적패’의 전체적인 반응과 강하영 관련 이슈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
“ ······좋아. 슬슬 신인 때가 벗겨지네. ”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잠자고 있던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무비트리 송사장.
약 2주 만에 걸려온 송사장의 전화였다.
“ 네. 형. 아직 퇴근 안했. ”
그런데 송사장의 목소리는 꽤 진지했고.
“ 주혁아. 알아봤는데, 네 말이 맞다. ”
“ ······‘화이트 빅 마우스’? ”
“ 어- ‘화이트 빅 마우스’에 중국 자본이 포함된 게 맞아. ”
송사장의 진지한 음성이 다시 들렸다.
“ 근데 꽤 덩치가 크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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