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47
아침 9시 정도가 되자, 콘서트가 열릴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가는 지하철 입구부터 사람들이 넘치기 시작했다.
“ 와- 9시밖에 안 됐는데,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냐. ”
방금 지하철에서 내려,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걸어가는 남자가 같이 온 친구를 보며 묻자, 이런 경험이 풍부한 친구가 답했다.
“ 우린 좀 늦게 온 거. 원랜 더 일찍 와서 사진도 찍고, 아침 겸 점심 챙겨 먹고 대기타야 돼. ”
“ 뭘 이렇게 일찍 가? ”
“ 야. 티켓팅만 존나 오래 걸려. 그것만 해? 굿즈도 사야 하고, 응원봉도 사야 하고, 또. ”
“ 아아- 그만. 알았어. 난 너 따라만 다닐게. ”
이렇게 남자 두 명은 대화 중에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도착했다. 곧, 보인 광경에 콘서트에는 처음 온 남자가 입을 벌렸다.
“ 와······여기서부터 콘서트 슬로건이 쫙 걸려있네? ”
“ 당연하지. 아까 지하철 주변에서 못 봤냐? 가로등마다 깃발 걸린 거? ”
이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걸어가는 길목에 세워진 가로등마다 ‘서아리X헤나X마니또’의 얼굴이 박힌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새로운 신세계로 걸어가는 입구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때 콘서트 경험이 많은 남자가 미소지었다.
“ 야. 이걸 보고 놀라면 어떡하냐? 이건 약관데. ”
“ 뭐?! ”
실제로 그랬다. 광고 깃발이 펄럭이는 길목을 따라가다 보니, 정말 눈을 돌릴 때마다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 왁! 야 저거 봐! 존나 크다! ”
사람을 줄줄이 15명을 세워야 가릴 수 있는 가로형 광고판부터.
“ 야야. 나 여기서 사진 좀 찍어주라. 딱 요 헤나 옆에서. ”
딱 사람 키만 한 세로형 배너나.
“ 찍으려면 저기 저 현수막 밑에서 찍어. ”
나무와 나무에 걸린 가로형 현수막 등등. 그야말로 눈만 돌리면 죄다 ‘서아리X헤나X마니또’의 얼굴이 박힌 광고 천지였다.
“ 워-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데? ”
“ 훨씬 많아지지. 오늘 여기 14,000명이 오는데. ”
“ 지, 지금 줄 서야 되는 거 아니냐? ”
“ 서야지. 12시면 서아리나 헤나, 마니또 출근하니까, 펜스 앞에 자리 잡아야 돼. ”
이들이 사진 삼매경에 빠져있을 땐 이미 시간이 아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올림픽 체조경기장 앞은 어느새 대충 봐도. 아니, 못해도 1000명은 넘게 모여 있었다.
일찍 모인 관객들은 제각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아리X헤나X마니또 존’이라는 글씨가 적힌 현수막이 걸린 행사 부스 앞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 응원봉하고, 그거! 그거 주세요! 포토집! ”
“ 헤나 응원봉은 없어요?! ”
“ 와!! 케이스 존예다. 주세요! 2개. 아니, 3개 주세요! ”
10명은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서아리X헤나X마니또 존’ 행사 부사는 총 4개가 붙어 있었는데, 이미 꽉 차 있어서, 뒤로 이미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고.
“ 아!! 밀지 마요!! ”
“ 죄송합니다~ 친구가 앞에 있어서요~ ”
“ 여기는 티켓팅 부스 앞인데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네요? 아! 고령시 배트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
가장 부스가 많이 준비된 티켓팅 존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 와씨! 이거 언제 티켓팅하냐?! ”
줄마다 쇠로 된 펜스가 쳐져 있었는데, 펜스가 쳐진 공간 뒤로도 끝없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핫한 곳은 가수들이 출근할 공간인 올림픽 체조경기장 바로 앞쪽이었다.
“ 오- 박기자. 너도 왔냐? ”
“ 와야지. 보이스프로덕션이 처음 선보이는 콘서튼데. 너도 그래서 온 거잖아? ”
“ 크크. 맞는데. 우리랑 같은 생각으로 온 기자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다. ”
기자들만 20명은 넘게 모였고, 올림픽 체조경기장 입구 앞으로 커다랗게 쳐진 펜스, 그 앞으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들의 출근길을 최대한 가까이서 찍기 위함이었고.
“ 아직도 11시네! 몇 시쯤 도착하지? ”
“ 보통 12시면 도착해. ”
아까 전 등장했던 남자 두 명이 어느새 펜스 주변에 자리를 잡고 떠들어댔다. 시간은 아침 11시. 그런데 이쯤부터 입구 펜스 주변으로 사람들이 말도 안 되게 몰려들었다.
사람 모이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11시 정도부터 다들 어디 있다가 나타났는지, 100명 200명은 우습게 몰려들더니, 이윽고.
“ 와~ 이거 시발. 대충 4~5000명은 되는 거 아니냐? ”
11시 40분 정도부터는 사실상 움직일 수조차 없이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인원이 이 정도나 모이다 보니 각자 작게 말을 뱉어도, 전체적으로는 확성 마이크로 떠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상황이 이 정도쯤 되니, 콘서트 주최 측에서 안전 요원들이 주변으로 배치됐고.
“ 왔다!! ”
정확히 12시 10분.
커다란 벤 3대와 승합차 2대가 펜스 쳐진 공간으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헤나와 서아리, 마니또 그리고 그녀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이스가드의 차량이었고.
“ 꺄아아아악!! ”
“ 언니!!! 예뻐요!! 언니!! ”
“ 아리!! 서아리!! 이쪽 좀 봐주세요!! ”
“ 누나!! 안녕하세요!!!! ”
곧 여기저기서 괴성이. 아니, 이것을 괴성으로 표현해야 될진 모르겠지만, 천둥 치는 듯한 어마어마한 소음이 퍼졌다.
서아리와 헤나 그리고 마니또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
“ 헤나씨! 헤나씨!! 이쪽 좀 봐주세요!! ”
“ 자세 좀 취해주세요~!!! ”
“ 여성시대 잡지에서 나왔습니다!! 아리씨! 손 좀 흔들어주세요! ”
덕분에 몰린 인파들도 인파들이지만,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기자들도 목청껏 소리를 질렀고.
“ 창규야. 뒤쪽 잘 봐라. 팬들 난입하지 않게. ”
“ 예. 알겠습니다! ”
등장한 서아리와 헤나 그리고 마니또 주변으로 열댓 명의 보이스가드들이 넓게 서며 그녀들을 지키기 시작했다.
덕분에 헤나와 서아리는 꽤 여유로웠다.
“ 안녕~ 안녕하세요~ 거기! 조심해요! ”
“ 안녕하세요! 어? 너 왔어? 언제 왔어? ”
색은 다르지만, 비슷한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헤나와 서아리는 나란히 걸으며 팬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마련된 포토존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 헤나야. 너 콘서트 얼마 만에 하는 거야? ”
“ 음. 한 2년 됐나 봐. 아리언니는? ”
“ 나는 1년. 작년에 중국에서 했어. ”
얼마나 여유로웠는지, 서아리와 헤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서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한편.
“ 안녕하세요!! ”
“ 열심히 하겠습니다!! ”
“ 와주셔서 진짜! 진짜 감사드려요!! ”
“ 자세요? 이렇게?! ”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몰려든 팬들에게 넙죽넙죽 배꼽 인사를 하는 마니또 멤버들. 내버려 두면 온종일 인사를 던질 기세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녀들은 콘서트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
어쨌든 회색빛 머리카락을 찰랑대는 서아리가 마니또 멤버들을 불렀다.
“ 애들아!! 들어가자! 리허설 준비해야 돼! ”
2시간 뒤.
시간은 2시 20분. 강주혁이 올림픽 체조경기장 측에서 준비해준 관계자들만 댈 수 있는 야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텅!
그대로 차에서 내린 주혁이 주변을 대충 둘러보며 몰린 인파에 깜짝 놀랐다.
“ 어후. ”
곧, 다시 차 문을 연 주혁이 마스크를 찾아 썼다.
이어 천천히 걸어 콘서트 스텝이 출입하는 올림픽 체조경기장 뒤, 입구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문 앞을 지키는 체격 좋은 보이스가드 인원이 마스크 쓴 강주혁을 보자마자 손을 올려 막아섰다.
“ 죄송합니다. 티켓팅은 앞에서 하시면 됩니다. 여기는 아무나 출입하는 곳이. ”
그때.
-타닥! 타다닥!!
화장실을 갔다 왔는지 어쨌는지, 비슷한 체형의 가드가 뛰어오더니 주혁을 막아선 남자를 밀어냈다.
“ 사장님! 죄, 죄송합니다! 얘가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들어가십쇼! ”
“ 네. 수고해요. ”
“ 옙! ”
-철컹!
이어 주혁이 여유롭게 철문을 열고 사라지자, 강주혁을 들여보낸 가드가 소리쳤고.
“ 야 이런 미친!! 아무리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됐어도, 강주혁 사장님을 막으면 어쩌냐! ”
주혁을 막아선 가드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 예?!! 저분 사장님이셨어요?! ”
잠시 후, 가수 대기실.
30명은 거뜬히 수용될 가수 대기실에 이미 1차 리허설을 끝낸 서아리와 헤나 그리고 마니또 멤버들이 메이크업 중이었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렸고.
“ 오빠!! ”
나타난 남자를 보자마자, 립밤을 바르던 서아리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 모습에 강주혁이 마스크를 벗으며 미소지었고, 헤나와 마니또 멤버들이 덩달아 외쳤다.
“ 아, 사장님. 오셨어요?! ”
“ 사장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이어 그녀들의 스타일리스트, 매니저, 백댄서 등등 뒤쪽 소파에서 점심을 챙겨 먹던 스텝들이 전부 일어나 주혁에게 인사했다.
“ 네네. 편하게 드세요. 저 금방 나갈 겁니다. 드세요. ”
그때 짧은 핫팬츠 무대의상을 입은 서아리가 단숨에 달려왔다.
“ 오빠. 금방 가요? 아예 못 봐요? ”
“ 아뇨. 아리 씨나 헤나 씨. 그리고 마니또 분들 무대 하나씩은 봐야죠. 다는 못 보고. ”
“ 헤헤. 그래도 다행이다. ”
서아리의 수줍은 웃음이 퍼질 때쯤, 그녀의 메이크업을 하던 스타일리스트가 서아리를 불렀다.
“ 아리야. 그만 정신 차리고, 앉아야지? 시간 없어. ”
“ 아! 언니 내가 무슨 정신이! 오빠! 잠시만요. ”
그 모습에 피식한 주혁이 오늘따라 금발이 돋보이는 헤나에게 시선을 던졌고.
“ 컨디션 어때요? ”
“ 컨디션이요? 최고최고! 간만에 콘서트라 기분도 좋아요! ”
이어 사장님을 마주한 탓에 얼어붙은 마니또 멤버들을 마지막으로 보며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 기대하고 있어요. ”
시간은 오후 3시, 콘서트장 내부 무대 뒤편.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주혁이 벌써부터 좌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 내 가수들 콘서트를 14,000명이 본다는 거지? ”
그렇게 홀린 듯 관객석을 바라보던 주혁이 짧은 숨을 뱉으며 핸드폰을 꺼내,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고.
“ 콘서트도 시작됐고, 대충 일도 쳐냈으니 슬슬 그쪽도 움직여야 돼. ”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곧,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어어- 나다. ”
상대는 송사장이었고.
“ 형. 슬슬 움직이자. 캘리랑 미팅 잡아. ”
강주혁이 해외 문화 산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1시간 50분 후, 서울 어느 고급호텔.
시간은 4시 50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는 콘서트가 바로 직전인 시각.
파자마 차림에 연주황색 머리를 묶은 캘리. 그녀가 허벅지에 노트북을 올린 채, 침대에 앉아있다. 뭘 보는 건지 꽤 흥미로운 웃음이 섞여 있다.
바로 그때.
-똑, 똑, 똑.
룸에 노크 소리가 퍼졌고.
“ 응. 들어와. ”
캘리가 이미 누군지 아는 듯 대답하자, 곧 방문이 열렸고, 큰 키에 근육이 우람한 외국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캘리에게 말했다.
“ 캘리. 아까 송한테 전화 받았는데. ”
“ 알아. 에반. 나도 전화 받았어. ”
캘리가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에 둔 채, 대답하자 에반이라 불린 남자가 더욱 캘리에게 가까이 섰고.
“ 송이 미팅을 원하던데. 무슨 일인지 알아? ”
던져진 물음에 캘리가 피식했다.
“ 글쎄. 그런데 아마 우리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일 거야. 에반 너도 강을 알고 있지? 같이 나올걸? ”
“ 강이? 왜? ”
“ 난 이미 강을 만났어. ”
“ 벌써? ”
“ 응. 음- 만나보자. 왠지 강은 뭔가 재밌어. 월요일 어때? 그날은 배우 한 명만 만나면 되잖아? ”
애초에도 에반은 캘리에게 끌려다니는 느낌인지, 딱히 의견을 내지 않았고, 노란색 머리를 벅벅 긁으며 노트북 보는 캘리에게 물었다.
“ 그런데 캘리.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
“ ······에반. ”
“ 응? ”
대뜸 에반을 부른 캘리가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 기억나? 해창전자 브랜디드 콘텐츠 영상. ”
“ 기억나. 그 단편영화 ‘창의적 AI’? 너튜브에서 봤던. ”
“ 맞아. 거기 배우 중에 내가 눈여겨봤던 아이 있지? ”
“ 아아- 김재욱? ”
에반의 대답에 캘리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노트북을 옆으로 꺾으며 화면을 에반에게 보여줬다.
-스윽.
캘리가 보여준 노트북 화면에는 보이스프로덕션 공식 홈페이지의 Actor 메뉴, 그중 어린 남자 배우가 자세를 잡은 프로필 사진이 출력되고 있었다.
곧, 캘리가 검지로 노트북 화면을 찍으며 입을 열었다.
“ 그 아이가 강에게 있어. ”
같은 시각, 무비트리.
사장실에 홀로 있는 송사장이 캘리와 에반에게 전화를 걸었던 책상 위 핸드폰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약 1분 동안 멍하게 핸드폰을 내려보던 송사장이 곧 짧게 혀를 찼다.
“ 쯧! 강주혁 그놈 당최 무슨 생각인지. 까딱 잘못하면 500억을 갚아야 하는데. 어후! 몰라! ”
곧, 깊었던 고민의 결말을 대충 내린 송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벌컥!!
사장실의 문이 대뜸 열렸고.
“ 사장님! 끝났답니다! ”
제작부 남자 직원이 다급하게 외치며 들어왔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송사장이 되물었다.
“ 끝나? 뭐가? ”
“ 영화요! 방금 김필수 감독님 편집실에서 나왔어요! ”
“ 뭐?! ”
영화 ‘19살 그리고 20살’의 편집이 끝났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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