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50
주차된 차로 가던 주혁이 벨소리를 듣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스윽.
이어 멈춘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
*070-1004-1009
전화는 보이스피싱이었다.
“ 좋아. ”
짧게 피식한 주혁이 보이스피싱을 받았고, 곧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서비스 ‘실버’의 남은 횟수는 총 5번입니다.] [유료 서비스인 ‘실버’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5번이라는 남은 횟수를 확인한 그가 1번을 눌렀고.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2번 ‘그리즐리 베어 모습’, 3번 ‘5명 그리고 3명’, 4번 ‘수원 화성행궁’, 5번 ‘오후 7시 40분경’, 6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나열된 키워드를 들은 주혁이 턱을 쓸었다.
“ 흠. ”
짧게 고민하던 그가 뭔가 생각이 있는지, 1번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키워드를 터치했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입니다! ] [11월, 국내 유명한 익명 게시판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일명 조력좌가 온라인서 인기 걸그룹의 개인정보나 국내 탑스타들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카톡 대화 등등을 판매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판매 물품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 여가수 A의 몸 접대 영상이나, 여배우 B의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좋았어요, 여배우 C의 과거 연습생 시절 성희롱 썰 등등으로 이밖에도 조력좌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자료들을 판매하면서 연예계가 발칵 뒤지어집니다.]-뚝.
역시나 보이스피싱은 가차 없이 끊겼고.
“ 조력좌? ”
짧게 읊조린 주혁이 살짝 짜증 난 표정으로 수첩을 꺼냈다. 꺼낸 수첩에 방금 들은 미래정보를 메모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시금 몸을 틀었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다시 사무실.
사무실로 돌아온 주혁이 노트북을 열었다. 그가 가장 먼저 검색한 것은 ‘조력좌’라는 닉네임이었고, 의외로 검색결과에 ‘조력좌’라는 닉네임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연예인 갤러리]
‘조력좌’는 유명한 익명 게시판 사이트 중 연예인 갤러리에서 활동 중이었다. 그가 적은 게시글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게시판 번호: 3343
-일반
-글쓴이: 조력좌
-제목:너네 걸그룹 애들이 전부 실력으로 데뷔하는 것 같지?
정도나.
-게시판 번호: 3349
-일반
-글쓴이: 조력좌
-제목: 탑여배우 일본서 찍은 수영복 사진임.
같은.
이 밖에도 연예인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조력좌’는 밥 먹고 이 짓만 하는지, 5분 또는 10분마다 게시글을 올리고 있었고.
“ ······미친. ”
‘조력좌’의 게시글을 검색하던 주혁의 짜증이 한층 깊어졌다.
-끼익.
적당히 게시글을 확인하던 주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 ‘조력좌’라는 인간이 올리는 게시글은 대부분 여자 연예인을 다루고 있었고.
“ 후- ”
‘조력좌’는 악성 중에서도 썩어빠진 악성이었다. 남이야 인생이 망가지든 어찌 되든 찌라시나 거짓된 정보를 퍼트려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는. 강주혁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
어쩌면 주혁이 그 피해의 산증인이었다.
-스윽.
이어 주혁은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다시 꺼냈고, 지하주차장에서 들었던 ‘조력좌’ 관련 미래정보를 되새겼다.
[11월, 국내 유명한 익명 게시판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일명 조력좌가······판매 물품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 여가수 A의 몸 접대 영상이나, 여배우 B의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좋았어요, 여배우 C의 과거 연습생 시절 성희롱 썰 등등으로 이밖에도 조력좌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자료들을 판매하면서 연예계가 발칵 뒤지어집니다.]“ 11월. 일단은 시간이 좀 있어. ”
보이스피싱 정보대로라면 ‘조력좌’가 사건을 터트리는 시기는 11월. 이 11월이 이번 년이라면 지금부터 약 3달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내년이라면 더욱 많은 여유가 주어지는 셈.
“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 ”
거기다 ‘조력좌’가 판매하는 연예인 관련 자료들에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연예인들도 포함될지 몰랐다. 11월~12월은 연예계의 1년 결실을 맺는 것과 동시에 바쁘다면 가장 바쁜 시기.
이딴 사건 때문에 올스톱이 걸리면 곤란했다.
기자들은 그쯤 거론된 연예인들의 기사를 신나게 써재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연예인들이든 아니든 강주혁과 같은 케이스가 발생할 것이 자명했다.
“ 쯧! ”
그때 돼서 대응해봤자 때는 이미 늦었을 테고.
무엇보다.
“ 이런 새끼 그냥은 못 두지. ”
‘조력좌’는 강주혁의 심기를 건드렸다.
다음날 8월 4일 화요일 아침, 일본 도쿄.
아침 9시경 도쿄의 어느 흥신소. 흥신소의 철문에는 흥신소의 상호와 무엇이 전문인지 적혀있었다.
-해외전문 민간조사회사.
그때 복도에 회색 셔츠에 척 봐도 40대 중반은 돼 보이는 빼빼 마른 남자가 흐느적흐느적 걷다가, 흥신소의 철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쾌활한 음성이 섞인 일본어였다.
“ 좋은 아침이네요~ 사장님. ”
흥신소 내부에 직원은 여자 한 명이었고, 단발이었다. 그녀는 비서직을 맡고 있는지, 사장의 자리에 쌓인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어 사장님이라 불린 빼빼 마른 남자가 20평 남짓한 사무실을 휘 둘러보더니 여자 직원에게 말했다.
“ 요시타는? ”
“ 아시잖아요. 우시부치상. 이 시간에 항상 빠칭코에 있는 거. ”
“ 쯧! ”
여자 직원의 대답에 남자가 짧게 혀를 차며 자신의 자리로 걸었다. 그때 여자 직원의 경쾌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사장님. 출장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
“ 망했어. 의뢰인이 자기가 찾던 사람이 아니래. ”
“ 헤에에~~~~? 진짜요? 그럼 의뢰비는. ”
“ 그러니까 말했잖아. 망했다고. ”
짧게 답한 남자가 오래된 가죽 의자에 몸을 던졌고, 잔뜩 짜증 담긴 사장의 모습에 여자 직원도 눈치 보며 전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응? ”
그때 남자의 눈에 책상 위에 올려진 흰색 서류봉투가 보였다. 잠시간 흰 서류봉투를 내려보던 남자가 여자 직원을 불렀다.
“ 이거 뭐야? ”
“ 아! 그거 사장님 출장 가 있을 때, 들어온 의뢰요. ”
“ 의뢰? 요즘 무슨 의뢰를 이런 구시대적으로 해. ”
“ 글쎄요. 근데 의뢰인이 한국인 같던데. ”
“ 한국인? ”
“ 네. ”
딱 여기까지 대답한 여자 직원의 고개가 다시금 전표가 널브러진 책상으로 내려갔고, 남자가 흰 서류봉투 안에서 의뢰지를 확인했다.
의뢰 내용은 간단했고, 간추리자면 이랬다.
-한국 이름 ‘이태평’, 한국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 일본 이름은 알 수 없으며······이 남자를 찾고 있음.
한국 이름으로 ‘이태평’이란 사람을 찾는다는. 물론, 사람만 아니라 이태평과 관련된 정보도 상관없다고 적혀있었다. 보수도 컸다.
그런데 의뢰지를 읽던 남자의 표정이 미묘해졌고.
“ ······ ”
곧, 남자가 혼잣말을 뱉었다.
“ 이···태평? 혹시 그놈을 말하는 건가?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아침 10시 무렵. 상석에 앉은 주혁이 황실장과 박과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시작은 다이어리를 펼친 황실장부터였다.
“ 현봉그룹의 박만욱 사장으로 확인됩니다. ”
“ 이민정의 스폰이 현봉의 박만욱 사장이다? ”
“ 예. 박만욱 사장은 내부 권력다툼에서 이미 승리했습니다. 덕분에 현봉그룹내에서나 외부적으로 사장보다는 회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
“ 박만욱 사장이라······ ”
주혁이 턱을 쓸자, 박과장이 보고를 이었다.
“ 현봉 측에서 제공한 광고나 투자 등등 이민정이 소화한 것이 확실합니다. 둘은 주로 현봉호텔에서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
“ 음? ”
“ 확인하다 보니 최근에도 현봉에서 투자한 드라마가 있던데, 거기에 여주가 이민정입니다. ”
“ ······그래요? ”
“ 옙! ”
보고를 듣자마자, 주혁이 꽤 크게 미소지었다. 백 프로 이강수 사장, 안숙희 작가 진영의 드라마일 것이 빤했다.
‘ 뒷배가 현봉이라는 거지? ’
사실, 연예계와 대기업의 유착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요즘같이 미디어가 어디에나 분포돼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연예계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 일단, 이 정도만 알아두면 돼. 나한테 피해만 안 주면 뭐. 상관없지. 이민정은 어차피 보험일 뿐이니까. ’
이런 가십거리들을 모아 이강수 사장 측을 공격해도 되지만, 그건 강주혁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물론, 저쪽이 주혁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야겠지만.
대충 결론을 내린 주혁이 입을 열었다.
“ 두 분 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건은 이쯤에서 스톱하죠. 정리한 자료들만 저한테 주세요. ”
“ 알겠습니다. ”
“ 그리고 이건 다른 건인데. 황실장님. ”
“ 예? ”
“ 예전에 ‘간 큰 여자들’의 송미진 작가님을 닉네임만으로 찾았을 때처럼. 사람 하나 찾아보세요. ”
“ 정보 부탁드립니다. ”
황실장의 요청에 주혁이 손바닥 반만 한 포스트잇에 정보를 적었다.
-연예인 갤러리 (주 활동 무대)
-닉네임: 조력좌.
·
·
포스트잇에는 나름 주혁이 어젯밤 확인한 정보들이 적혔다. 닉네임과 활동 사이트, IP 등등등.
-스윽.
정보를 적은 포스트잇을 황실장에게 전달한 주혁이 간단하게 지시했다.
“ 두 분 합동으로 움직이시고, 시간은 지금부터 약 두 달. 그러니까 10월까진 뭐가 나와도 나와야 합니다. ”
“ 충분합니다. ”
“ 그런데요. 황실장님. ”
“ 예? ”
대뜸 주혁의 표정이 짐짓 진지해졌고.
“ 이 인간이 누군지 확인되면 그의 모든 것을 알아보세요. 뭐 하는 인간인지, 어디 사는지, 몇 살인지. 그러니까. ”
그의 눈빛이 살짝 싸늘해졌다.
“ 이 새끼. 먼지 한 톨 빼지 말고 전부 탈탈 털어보세요. ”
이후, 강주혁은 여지없이 바빴다. 그의 하루는 길었지만, 일주일은 빨랐다. 시간에 휘발유가 발린 듯 활활 타 없어졌다.
그 사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폭발적인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 ‘도적패’.
[2020년 8월 8일 관객수 조회]1. 도적패/ 개봉일: 7월 22일/ 관객수: 520,129/ 스크린수 : 1120 / 누적관객수: 7,943,458
개봉 18일. 즉, 2주하고 4일이 넘은 시점에 관객수 700만을 돌파했고, 800만이 눈앞이었다.
『[뮤비IS]영화 ‘도적패’, 개봉 18일째 700만 관객을 넘어 800만 눈앞!』
『관객수 800만 달성 직전, 영화 ‘도적패’ 1000만 영화에 합류할까?』
언론에서는 이미 관객수 1000만을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고 있었고, 덕분에 강하영의 스케쥴 역시 급격하게 바빠졌다.
『‘도적패’의 최고 수혜자, 정진훈과 강하영 몸값 ↑ 영화판 눈독』
『[디쓰패치]충무로의 팔방미인 ‘강하영’, 심층 인터뷰!』
이렇듯 영화 ‘도적패’의 흥행이 이어지는 한편, 가요계에선 헤나X서아리X마니또의 흥행 역시 엄청났다.
『[이슈체크]3사 음반플랫폼 석권! 보이스프로덕션의 헤나X서아리X마니또』
『‘헤나’ 1~3위, 마니또 4위, 서아리 5위, 음반 시장 상위권을 차지한 그녀들』
『보이스프로덕션 측 “서아리, 마니또 정규 앨범 작업 중, 곧 선보이겠다”』
콘서트 이후 발표한 음원이 여전히 음원 플랫폼 상위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어느새 8월 9일 일요일. 아침.
무비트리가 제작한 영화 ‘19살 그리고 20살’의 음향을 맡은 ‘빅사운드’ 편집실 안. 편집실은 불이 꺼져 있었고, 여러 인원이 모여 음향 편집까지 끝난 ‘19살 그리고 20살’을 감상 중이었다.
인원 중에는 감독을 맡은 김필수부터 송사장, 투자사, 배급사 그리고 강주혁까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빼고는 관련된 모든 인원이 모인 테스트 시사였고.
“ 오빠. 나 오빠 좋아해요. ”
여주인 강하진이 바스트로 당겨지며 치는 대사를 끝으로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갔다. 곧, 간단한 쿠키 영상이 비칠 때쯤, 편집실의 불이 켜졌다.
-짝짝짝짝짝짝!
불이 켜지자마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졌다.
“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
“ 김필수 감독! 그림 아주 잘 뽑았어! 기대해도 되겠어! ”
“ 감사합니다! ”
배급사나 투자사 쪽에서 김필수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 강사장님. 어땠어? ”
약간은 구석진 곳에서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던 강주혁에게 송사장이 슬금 다가와, 감상을 요청했다. 그 목소리에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던 모두의 시선이 강주혁에게 박혔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 그, 그래. 강사장님! 어떠셨습니까? ”
“ 하하. 미다스의 손 강주혁 사장님이 보시기엔 잘 뽑힌 것 같습니까?! ”
현재 영화판에서 강주혁의 목소리는 쉬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 있었기에.
“ ······ ”
반면, 주혁은 아직도 크레딧이 올라가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고.
‘ 언뜻 보면 평범할지 몰라, 하지만 분명 여타 로코 영화와는 다르다. 그림 자체가 달라. ’
곧, 자신을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는 김필수 감독에게 시선을 돌린 주혁이, 지금까지 모니터에 나온 여주 강하진. 오직 강하진만 극대화된 미장센(시각적 연출)을 떠올렸다.
‘ 저 감독. 모니터에 여배우 담아내는 스킬이 기가 막힌 데? ’
영화 속 강하진이 정말 미치도록 예뻤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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