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53
사진 속 꽤 어려 보이는 남자는 분명 이강수 사장이 맞았다.
‘ 10대 후반? 20대 초반? 정도나 된 건가? ’
예전 방송국에서 이강수 사장을 주혁이 직접 봤을 때, 대충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살짝 높을 거라 주혁은 생각했었다.
즉, 이 사진은 꽤 오래된 사진이라는 뜻.
잠시간 사진을 내려보던 주혁이 흥신소 남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 이 남자와 어떤 관계입니까. ”
대뜸 던져진 물음에 흥신소 남자는 핸드폰을 거두면서 머리를 긁었다.
“ 관계···라기보다는 짧게 같이 지냈었죠. 한 5년? 같은 사무소에 있었습니다. ”
“ 사무소? ”
“ 아- 한 20년 전? 가부키조의 흥신손데. 당시에는 가부키조 뒷골목 애들은 거의 흥신소나 대부업을 겸했거든요. ”
꽤 흥미로운 대답에 주혁과 황실장은 어느새 자리에 앉았다.
의욕 넘친 황실장은 메모를 위해, 다이어리를 펼친 상태였지만, 당최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손은 멈춰있었고.
황실장 대신 강주혁이 대신 일본어로 물었다.
“ 그러니까 이 사진 속 남자들이 모두 같은 사무소 식구다? ”
“ 반은 같은 사무소였고, 반은 그냥 주변 클럽 양아치들이었죠. 빠칭코나 관리하는. ”
이어 주혁이 사진 속 어린 이강수 사장을 떠올리며 계속 질문했다.
“ 그래서요. 같은 사무소에 있던 이태평은 5년 뒤에 어떻게 됐습니까? ”
“ 음- ”
침음을 뱉은 흥신소 남자가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지, 눈알을 위로 올리며 말을 이었다.
“ 독립했죠. ”
“ 독립? 스스로 사무실을 차렸다는. ”
“ 아니아니. 그건 아니었고. 스읍- 사실, 어디로 독립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최근에. 한- 2년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이게 참 어이가 없어서. ”
“ 왜요. ”
“ 토우타 나오무네의 오른팔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
“ 토우타 나오무네? ”
순간, 토우타 나오무네라는 이름을 들은 주혁이 미간을 찌푸렸고.
‘ 어디지. 분명 어디서 들어본. ’
정답은 흥신소 남자가 대신했다.
“ 여기 딱 보니까, 엔터테인먼트 같은데. 토우타 나오무네 모르십니까? 일본에선 F레이블 프로덕션은 대기업인데. 거기 수장이 토우타 나오무넵니다. ”
“ 아. ”
그때야 주혁이 F레이블 프로덕션을 떠올릴 수 있었다. F레이블 프로덕션.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본 연예 기획사. 특이한 점은 연예 기획사임과 동시에 음반 레이블 회사이기도 했다.
일본의 유명 아이돌부터 가수, 배우 심지어 성우까지 포진된 거대 기획사였다.
‘ 맞아. 나도 몇 번 미팅한 적이 있었어. ’
주혁이 배우로 활동할 시절. 이 회사와 큰 인연이 없었지만, 어쨌든 F레이블 프로덕션은 일본에서 알아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그때 흥신소 남자가 F레이블 프로덕션의 설명을 덧붙였다.
“ F레이블 프로덕션이 원래는 태생이 연예 기획사는 아니었어요. 시작은 아마 클럽 뮤직을 전문으로 다루는 음반사였을 겁니다. ”
“ 클럽 뮤직? ”
“ 예. 뒷골목 클럽에 오는 뮤지션들 음악사다가 묶어서 판 거죠. 뭐. 그러다 노래 몇 개가 터지고, 가수 데려다 데뷔시키고. 그렇게 시작된 거죠. ”
“ 그런데 왜 뒷골목 클럽에서 시작을. ”
“ 글쎄요. 다만, 일본에선 F레이블 프로덕션 대표 토우타 나오무네가 소문이 더러워요. 과거가 그랬다더라 같은 추측만 나올 뿐이죠. ”
“ ······ ”
주혁이 대답 없이 턱을 쓸었다.
방금 여러 정보가 나왔기 때문. 이태평이 일본에 넘어가 뒷골목에 있었고, 과정은 모르지만, 지금은 F레이블 프로덕션 대표 토우타 나오무네의 오른팔이다 라는.
그중 무엇보다 큰 정보는.
‘ 랜덤박스에서 나온 추억앨범 일가족 의문사. 그 이태평이 이강수라는 건데. 어째 일이 재밌게 흘러가네. ’
이강수 사장이 이태평이었다는 사실에 주혁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흘렀다. 이렇게 되면 이강수 사장 역시, 일본에서 엔터계에 몸담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어 잠시간 강주혁의 얼굴을 쳐다보던 흥신소 남자가 고객을 접대하는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 알아보라고 하시면 더 깊숙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의뢰하시겠습니까? ”
반면, 주혁의 대답은 칼 같았다.
“ 때가 되면 저희 쪽에서 연락하죠. 오늘 주신 정보까진 의뢰비를 지급할 테고, 아. 추가로 그 사진까지 사도 되겠죠? ”
“ 이 사진이요? ”
“ 네. ”
“ 아- 됩니다. 안될 것 없죠. ”
대답한 흥신소 직원이 황실장을 통해, 사진을 전송했고 그 틈에 황실장이 주혁에게 작게 물었다.
“ 저 업체로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
“ 아니요. 적당히 돈 주고 돌려보내세요. 저 남자를 믿기도 힘들고, 뭣보다 얻을만한 정보는 다 얻은 것 같습니다. ”
“ 음. 그럼 확실히 저 남자의 입단속을. ”
“ 됐습니다. 떠벌리고 다녀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저 친구도 쉽게 말하고 다니진 못할 겁니다. 저 업계에선 정보가 돈이니까. ”
황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흥신소 남자를 문 쪽으로 안내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주혁이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 이태평이 이강수 사장 그리고 토우타 나오무네. 그럼 대가리는 토우타 나오무네 그놈인가? ”
잠시 뒤.
흥신소 남자를 안내하던 황실장이 휴게실로 돌아왔다. 그가 내내 일본어로 진행된 대화 때문인지, 주혁에게 바로 물었다.
“ 사장님. 찾으시던 이태평이 맞습니까? ”
“ 맞는 것 같네요. ”
“ 그럼 바로 다음 지시를. ”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펼치며 전투력을 높였지만, 강주혁은 의외로 평온했고.
“ ······아니요. 황실장님은 일전에 말씀드린 ‘조력좌’놈을 찾는 데 힘써주세요. 이태평은. ”
약간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 이강수는 일단, 이 바닥. 연예계 그리고 내 영역에서 치워버린 다음에 보죠. 급한 것도 아니니까. 내가 고생한 만큼 천천히 즐기면서. ”
이 순간 주혁은 내내 캄캄했던 방 안에 작은 불빛이 비치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11일 GM엔터테인먼트.
시간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강수 사장이 방금 출근했는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쳤다.
“ 오늘은 홍차가 좋겠어. ”
이어 혼잣말을 뱉은 이강수 사장이 꽤 화려한 차들이 진열된 미니 탕비실에서 은색 찻잔에 홍차를 내렸다.
-스윽.
진한 홍차를 탄 이강수 사장이 의자에 앉으며 혼잣말을 뱉었고.
“ 설마. 아예 폭로해버릴 줄이야. ”
전날 보이스프로덕션 측에서 뿌린듯한 계약 기간 1년 소식을 이강수 사장이 떠올리며 피식했다.
“ 하긴. 그 강주혁이 잽 좀 날린다고 흔들릴 리가. ”
그때.
-벌컥!
대뜸 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일전에 이강수 사장과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연예인들에게 접촉하라는 작당을 나눴던 GM엔터테인먼트의 스카웃 팀장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그 모습에 이강수 사장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 팀장님. 아침부터 운동하는 건 좋지만, 이렇게 벌컥벌컥. ”
“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
“ 큰일이요? ”
“ 예! ”
“ 무슨 큰일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
허락이 떨어지자, 스카웃팀 팀장이 외쳤다.
“ 보이스프로덕션 측에서도 우리 소속 연예인들한테 접근한 것 같습니다!! ”
“ 그래요? 뭐, 그건 애초 우리도 예상했던. ”
“ 그런데 벌써 이혜성을 포함해서, 몇몇이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
순간, 이강수 사장의 얼굴에 작은 금이 갔다.
“ 뭐라구요? ”
점심. 고급 횟집.
VIP픽쳐스의 최혁 팀장과 함께 강주혁의 고급 횟집 룸 앞에 섰다. 그때 최혁 팀장이 어색한 웃음을 뱉으며 주혁을 쳐다봤다.
“ 저는 여기까지만 동행하겠습니다. ”
“ 왜요? 같이 안 드시고요? ”
“ 어후- 대표님이랑 사장님이랑 얘기하는데, 껴서 밥이 넘어가겠습니까? 저는 우리팀 애들이랑 저기 밑에서 불고기 먹기로 했습니다. 하하. ”
그의 대답에 주혁이 피식했다.
“ 알겠습니다. 애니메이션 배급 관련해서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 옙! ”
-스윽.
간결한 대답을 뱉은 후 멀어지는 최혁 팀장의 뒷모습을 보던 주혁이 룸의 문을 열었다.
-드륵.
“ 아. ”
곧, 주혁의 시야에 룸 안에 앉아있던 중년 남자 두 명이 보였다. 한 명은 대체로 인자한 얼굴이지만 동그란 안경에 눈이 작았고, 한 명은 앞머리가 살짝 벗겨진 두꺼비 상의 남자였다.
주혁은 먼저 두꺼비 상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 강주혁입니다. ”
“ ······김곤태라고 합니다. ”
이어 눈이 작은 남자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눈이 작은 남자는 눈가에 눈주름을 만들어내며 자기소개를 뱉었다.
“ 오상훈입니다. ”
간단한 인사를 나눈 남자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고, 곧 명함이 오갔다. 결과적으로.
‘ 오상훈 사장, 김곤태 부사장. ’
눈이 작은 오상훈은 VIP픽쳐스의 사장이었고, 두꺼비 상의 김곤태는 부사장이었다. 그렇게 주혁이 VIP픽쳐스 사장과 부사장의 명함을 확인하고 있을 때, 김곤태 부사장이 팔짱을 꼈다.
“ 그래서. 국내서 가장 바쁘실 강주혁 사장님 아닙니까?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는지. ”
두꺼비처럼 생긴 김곤태 부사장이 살짝 비아냥대자, 주혁이 속으로 읊조렸고.
‘ 부사장은 보자고 한 적 없는데. ’
오상훈 사장이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끼었다.
“ 자자. 이유가 있으시겠죠. 강주혁 사장님? 지금까지 저희랑 계속 같이 오셨는데, 처음 뵙습니다. 봬야지 봬야지 했는데, 이게 참 시간이 하하하.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딱 한 마디씩을 나눠본 강주혁이 VIP픽쳐스의 사장이나 부사장의 성향을 파악했다. 어쨌든 강주혁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 제가 사장님을 뵙자고 한 이유는. 영화 하나를 배급하고자 해서입니다. ”
“ 영화를? ”
그때 두꺼비 김곤태 부사장이 살짝 언성을 높였고.
“ 어허! 그런 거로 우리를 부른 겁니까? 그 정도는 최팀장이나 아니면. ”
오상훈 사장이 손을 올려, 부사장의 말을 막았다.
“ 그래서요? 영화를 배급하고자 하시는데, 저를 왜 봐야 합니까? ”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하는 오상훈 사장에게 강주혁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 그 영화가 헐리웃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
곧, 김곤태 부사장의 눈이 커졌다.
“ 뭐?! 지, 지금 헐리웃 영화라고! ”
“ 예. 헐리웃 영화. 맞습니다. ”
여기서부터는 중요했다. 주혁은 적당한 진실과 적당한 거짓 그리고 냄새 좋은 떡밥을 잘 버무려, 애매한 것들 투성으로 이들을 혹하게 해야 했다.
“ 제가 최근에 투자 관련해서, 해외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벌써 영화 하나에 컨텍도 넣었고 그 영화에 제가 투자자로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
미묘한 표정의 오상훈 사장이 되물었다.
“ ······그렇습니까? ”
“ 예. 그런데 이게 참. 뭐랄까요. 기껏 600억 규모의 투자를 들어가는데, 이 헐리웃 영화의 국내 배급을 해외 직배사가 맡으면 아깝겠구나 싶어서요. ”
딱 여기서 김곤태 부사장이 놀랐다. 아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 얼마?!! 지금 얼마라고 하셨습니까!! ”
“ 600억입니다. ”
“ ······600억? ”
입 벌린 김곤태 부사장은 그저 강주혁을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반면, 오상훈 사장은 꽤 담담하게 대처했다.
“ 그러니까. 강주혁 사장님은 지금 그 영화의 국내 배급을 우리 VIP픽쳐스에 맡기고 싶다 이겁니까? ”
“ 맞습니다. 물론, 하신다고 하시면 그 해외 스튜디오 작품들의 국내 배급을 도맡아 하는 계약을 단독으로 맺으셔야겠지만, 타이밍은 나쁘지 않죠? 슬슬 VIP픽쳐스도 MVe&m처럼 외화 국내 배급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 테니까요. ”
“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런데 강주혁 사장님. 왜 굳이 저희입니까? 지금 국내서 떨치는 사장님의 위세라면 굳이 저희와 안 해도. ”
한 회사의 대표라면 당연하게 가지는 의문.
바로 여기서 주혁이 미소지었다.
마치, 저 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강주혁이 오상훈 사장의 말을 자르고 곧바로 침투했다.
“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뭐, 자잘하게 VIP픽쳐스는 ‘척살’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인연이 깊기도 하고, 제가 MV e&m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리고 뭣보다. ”
-스윽.
말을 살짝 멈춘 주혁이 물잔을 들어 올렸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거짓으로 주혁이 선수 치는 부분.
“ 제가 최근에 헐리웃 영화에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화 국내 배급에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워낙에 예민한 문제니까요. 그래서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알아보니까- 스읍. 이쪽 계열도 비리가 많더군요. ”
“ ······비리? ”
“ 예. 비리. 로비나 뭐 그런 것 있잖습니까. 해외 유명 스튜디오와의 활로를 뚫기 위해 돈이 오간다거나 계약 자체에 돈이 오가는. 자체적으로 조사해보니까, 국내 난다 긴다 하는 배급사 몇 곳의 비리 정보 입수했고요. ”
이어 룸에 정적이 흘렀고, 주혁은 앞에 앉은 두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 ······ ”
김곤태 부사장은 여전히 커진 눈으로 강주혁을 쳐다보고 있었고, 오상훈 사장은 흘러내린 동그란 안경을 추겨 올리며 생각에 빠져있었다.
‘ 여기서 결정타. ’
그런 고요한 룸의 분위기에서 주혁의 입이 다시 열렸고.
“ 비리 정보는 지금도 계속 수집하고는 있는데, VIP픽쳐스는 아직 깨끗하더군요. ”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 그래서 저는. 이 일을 VIP픽쳐스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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