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54
강주혁의 브리핑이 끝나자, 룸 안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VIP픽쳐스의 오상훈 사장이나 김곤태 부사장이나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쳐다보는 시선은 같았다.
강주혁.
반면, 꽤 폭탄 발언에 가까운 발언을 한 직후임에도 강주혁은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상훈 부사장이 물컵을 들어 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
애초 오상훈 사장은 이 바닥을 믿지 않는 편이었다. 워낙에 앞과 뒤가 다른 인간이 많기 때문.
특히나 강주혁 같은 대어는 더더욱이 조심해야 했다.
‘ 일단, 600억이라는 금액은 사실일까? 아니. 이건 사실일 가능성이 커. 투자금 같은 건 조금만 조사해보면 금방 나오니까. ’
그 강주혁이었다.
현재 충무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그런 인간이 대뜸 찾아와서 거짓말을 떠벌리고 있을 만큼 의미 없는 짓거리를 하진 않을 것이었다.
딱 여기까지 생각한 오상훈 사장의 입이 열렸다.
“ 죄송하지만, 강주혁 사장님. 그 600억이라는 투자금의 출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 네. 됩니다. 다만, 아직은 정확히 밝히기가 곤란합니다. 물론, 곧 알게 되시겠지만. ”
예상대로의 대답이 나왔다. 오상훈 사장의 생각은 이랬다. 최근 내놨다 하면 대박이 터지는 행보를 보이는 강주혁이라 돈을 갈퀴로 쓸어 담고 있겠지만, 600억이라는 자금은 힘들 것이라고.
투자금의 몸집이 커도 너무 컸다.
그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두꺼비가. 아니, 김곤태 부사장이 대뜸 외쳤다.
“ 그럼. 그 헐리웃 영화 제작 스튜디오가 어딥니까! ”
“ 그것도 아직은. ”
“ 뭐요?! 이 사람이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어떻게 계약을. ”
“ 부사장님. 진정하세요. 스튜디오는 곧 알게 되실 겁니다. 어차피 지금 아셔봐야 계약까지는 오래 걸릴 테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죠. 저는 제안을 드릴뿐이고, 결정은 두 분이서 하시면 됩니다. ”
“ 이···이 사람이. 그걸 지금 말이라고. ”
김곤태 부사장이 어버버거렸고, 오상훈 사장이 턱을 쓸었다.
‘ 강주혁 말이 틀린 소린 아니야. 저 친구도 아직 우리가 계약한다는 얘기도 안 했는데, 대뜸 스튜디오까지 까발리진 않겠지. 그런데······어째서 지금이지? ’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혔다.
마치, VIP픽쳐스의 내부사장을 전부 알고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실, 최근 VIP픽쳐스는 외화 국내 배급 사업을 위해 해외 스튜디오를 서치중이었기 때문.
실제로 VIP픽쳐스는 몇 군데의 해외 스튜디오와 미팅도 진행한 상태.
‘ 이 정보는 아직 수뇌부밖에는 모르는데. ’
물론 ‘해외 스튜디오를 서치 중’이라는 정보는 VIP픽쳐스 내에서도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디테일한 정보는 함구하고 있었다.
이미 계약할 해외 스튜디오가 3곳 정도로 좁혀져 있다는 것은 아직 아는 사람이 몇 없었다.
‘ 거기다 비리는 또 뭐야? 여기서 왜 비리 얘기를 꺼낸 거지? ’
딱 여기서 강주혁의 입이 열렸다.
“ 안 하시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그냥 제안만 드리는 거니까요. ”
“ ······당장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군요. ”
“ 이해합니다. 시간을 좀 드리죠. 음- 9월 5일까지는 대답을 부탁드립니다. ”
약 3주의 시간. 여기서 김곤태 부사장이 다시금 끼어들었고.
“ 이봐!! 3주라니. 시간이 너무 짧. ”
오상훈 사장이 손을 올려, 부사장의 말을 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그때까지는. ”
그 순간, 주혁이 대뜸 오상훈 사장의 말을 잘랐다.
“ 아! 생각해보니 9월 5일. 그날 저희 보이스프로덕션 내부파티가 있군요. 초청장 받으셨죠? ”
“ ······그렇군요. 예.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거기에 참석하기가 좀. ”
오상훈 사장이 살짝 꺼리자, 주혁이 피식했다.
“ 오시죠. 오시면 결정하시기에 여러 가지 도움이 되실 겁니다. 볼거리도 많으실 테고. ”
이어 얼굴을 찡그려서인지, 더욱 두꺼비처럼 변해버린 김곤태 사장에게도 주혁은 미소를 보였다.
“ 물론, 부사장님도 같이 오셔도 됩니다. ”
30분 뒤, 오상훈 사장의 차 안.
뒷좌석 오른쪽에 오상훈 사장, 왼쪽에 김곤태 부사장이 앉아있다. 두 남자는 딱히 말이 없었고, 오상훈 사장은 창밖을 내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 보이스프로덕션이라······그 강주혁이 헐리웃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아직 언론이 조용한 것 보면 초기 단계일 거야. ’
VIP픽쳐스는 이미 미팅을 끝낸, 해외 스튜디오 3곳 중 하나를 골라 사인만 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뜸 강주혁이 끼었다.
오상훈 사장으로선 강주혁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 확실히 버리기 아까운 카드긴 해. ’
그때 내내 침묵하던 김곤태 부사장이 끼어들었다.
“ 개소립니다. 개소리. 전 처음부터 저놈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배우 시절부터 싸가지없기로 유명했. ”
“ 김곤태 부사장님. 혹시 강주혁 사장이랑 과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
그러자 김곤태 부사장이 헛기침했다.
“ 커흠! 아닙니다. 딱히 그런 것은 없지만. 하여튼 우리는 우리 대로 하던 일 마무리하면 됩니다. 사인만 남았는데, 아무 정보도 없고 그저 기세만으로 일을 벌이는 애송이 말에 혹할 필요가. ”
하지만 오상훈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 아니요. 애송이라도 지금 시장에서 확실히 먹히고 있습니다. 무시하긴 어려워요. ‘척살’ 때부터 봐오지 않았습니까. 그의 파급력은 곁에 두는 게 맞아요. ”
“ 하지만! ”
“ 부사장님. ”
“ ······예? ”
이어 오상훈 사장이 결론을 내렸다.
“ 일단, 외화 국내 배급 사업 스톱하죠. 시간을 좀 끄는 거로. 그리고 9월 5일 파티에 가봅시다. 가보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
“ 아···예. ”
곧,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김곤태 부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같은 날, 늦은 오후. 여의도 어느 고급 일식집.
방송국 KBC 주변 고급 일식집에 KBC 드라마국 국장과 부장 그리고 홍혜숙 작가와 정작가, 김태우 PD가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분위기가 꽤 달아올랐다.
KBC 드라마국 국장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허허허 거리며 모두에게 술을 돌렸다.
“ 자자. 우리 작가님들 받아요~ 받아. ”
그러자 네이비 셔츠에 파마머리를 묶은 홍혜숙 작가가 술잔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 어우- 국장님? 너무 달리시네? 우리 들어온 지 1시간 됐는데? ”
“ 허허. 후딱 달리고, 우리 작가님들은 글 쓰셔야지. ”
“ 그렇지. 드라마국 국장이 이래야지. ”
“ 뭐. 다 그런 족속들 아닙니까? 어이구~ 정소연 작가님은 벌써 뻗으셨네? ”
정작가에게도 한잔 올리려던 KBC 드라마국 국장이 이미 탁자에 엎어진 정작가를 보며 허허거렸다.
덕분에 모자 쓴 김태우 PD가 잔을 대신 올렸다.
“ 정작가님 이렇게 냅두면 금방 깹니다. 희한하게 금방 취하는데, 또 엄청 빨리 깨더라고요.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 ”
“ 어이구- 그래요? 허허. 자자. 우리 연출님도 받으시고. ”
그때였다.
“ 어머. 홍작가? ”
대뜸 여자 목소리가 홍혜숙 작가를 불렀다. 덕분에 홍혜숙 작가의 고개가 돌아갔고.
“ ······안작가. ”
그곳에는 여럿의 보조 작가들과 주얼리를 주렁주렁 매단 안숙희 작가가 서 있었다. 곧바로 홍혜숙 작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숙희 작가가 호호거렸다.
“ 웬일이니? 진짜 우연이네? 어머. 국장님도 계셨구나? ”
“ 허허. 안작가님 오랜만이네요. ”
“ 그러게요. 그치- 여기가 진짜 맛집이긴 해. 무슨 자리야? 보니까, 그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 멤버들이네? 하긴 지금 한창 으쌰으쌰 해야 될 때지? ”
말을 마친 안숙희 작가가 같이 온 보조 작가들에게 먼저 가서 자리 잡으라는 시늉을 던졌고, 홍혜숙 작가가 톡 쏘듯 말했다.
“ 안작가도 가지? 여기 안작가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
“ 어머머. 홍작가. 왜 그렇게 날이 섰어? 대본이 잘 안 써지나? 하긴. 짜증도 날 거야. ”
이어 안숙희 작가가 탁자에 엎어진 정작가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 시즌젠데 새파랗게 어린 제자 뒤로 들어간다며? 그게 뭐니. 강주혁 그 사람도 참- 웃겨. ”
“ 뭐라고? ”
싸늘해지는 분위기에 KBC 드라마국 국장이 중재에 나섰다.
“ 자자. 허허. 안작가님 쪽도 투자 잘 받고 분위기 좋은데 그만하시고, 가셔서. ”
“ 그러니까요. ”
“ 예? ”
“ 누가 봐도 우리 쪽이 힘이 좋은데, 자꾸 언론서는 나랑 홍작가를 비등하게 몬단 말이야. 전쟁이네 어쩌네 하면서. 이쪽은 누가 봐도 망할 게 뻔한데. 그쵸? ”
곧, KBC 드라마국 국장의 얼굴도 일그러졌고,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김태우 PD가 외쳤다.
“ 안숙희 작가님! 말씀이 조금 지나치시. ”
그 순간.
“ 내기하실래요? ”
내내 엎어져 있던 정작가가 언제 일어났는지, 동그란 안경을 통해 안숙희 작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안숙희 작가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 얘가 지금 뭐래니? ”
“ 안숙희 작가님이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저희 거 망할 게 빤하다고. 전 안 그럴 것 같아서요. 그러니까 내기해요. 우리. ”
“ ······너 새파랗게 어린 것이. ”
“ 이 바닥은 나이로 글 쓰는 게 아니라고 배웠는데요 전. 홍혜숙 작가님한테. ”
담담하게 대답한 정작가의 말에 김태우 PD가 참고 참던 웃음을 터트렸고, 여전히 안숙희 작가의 눈을 똑바로 보는 정작가가 말을 이었다.
“ 딱 첫방 시청률만으로 내기해요. 진 사람이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하면서 절하기 어때요? 너무 심한가? ”
내기 내용을 들은 안숙희 작가가 짜증과 웃음이 섞인 표정으로 입꼬리를 실룩거렸고.
“ 너···적당히. ”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보던 홍혜숙 작가가 거들었다.
“ 어머. 왜? 안작가 쫄려? ”
“ 뭐? ”
“ 쫄리면 뒈지시던가. ”
곧 국내 스타작가인 홍혜숙 작가와 안숙희 작가의 눈싸움이 시작됐다. 그렇게 1분. 약 1분간 홍혜숙 작가의 눈을 쏘아보던 안숙희 작가가 어금니를 물며 답했다.
“ 하! 그래! 해! 하자고. 내빼기만 내빼봐. 기사 확 뿌려버릴 테니까. ”
이후, 시간에 모터가 달린 듯 정신없이 흘러갔다. 2주가 2시간처럼 흘렀고.
어느새 8월 24일. 월요일 아침.
두 가지 희소식이 있었다.
[2020년 8월 23일 관객수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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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적패/ 개봉일: 7월 22일/ 관객수: 280,751/ 스크린수 : 1120 / 누적관객수: 10,64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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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영화 ‘도적패’가 관객수 천만을 달성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는 밀려났지만, 상관없었다.
『‘도적패’ 개봉 한 달, 1,000만 돌파…올 여름 최고 흥행작』
『[무비IS] 손익분기점 진작에 넘긴 ‘도적패’ 관계자들 돈파티 예상』
이미 천만 영화 ‘도적패’ 마케팅은 최대치였고.
『천만 넘긴 ‘도적패’로 정진훈X강하영 몸값 들썩[공식]』
가장 큰 수혜자는 정진훈과 강하영이었다.
그리고 강하영의 다음 타자로 나설 강하진의 로맨틱 코미디영화 ‘19살 그리고 20살’의 개봉이 이틀 남은 것.
『‘도적패’의 강하영 다음으로 동생 강하진 출격! 로코 영화 ‘19살 그리고 20살’, 과연 성적은?』
관계 기자들은 벌써부터 강하영과 강하진이 자매라는 컨셉을 잡아서, 기사를 뿌리고 있었고.
『[무비토크]깨고 부시는 영화가 즐비했던 여름 극장가, 오랜만에 로코 영화 ‘19살 그리고 20살’ 관객들 눈길』
바로 이쯤 보이스프로덕션의 홍보팀이 움직였다.
『[공식] 보이스프로덕션 측 “김삼봉 감독 차기작, 여주 강하진 가능성 높아” 』
『거장 김삼봉 감독 사단에 ‘강하진’ 포함될까? 관계자들 귀추 쏠려』
『‘19살 그리고 20살’ 개봉 앞둔 ‘강하진’, 희소식! 김삼봉 감독의 차기작 여주로 거론 중.』
영화 ‘19살 그리고 20살’이 개봉되기 전, 김삼봉 감독이 사령탑으로 세워진 영화 ‘폭풍’의 소식을 살짝 흘리면서, 강하진을 띄웠다.
『[이슈체크]곧바로 작품 들어가나? 김삼봉 감독 측근 “ 차기작은 보이스프로덕션과 함께한다”』
이 모든 것은 강하진을 영화에 예쁘게 담아준 김필수 감독에게 던지는 강주혁의 고마움의 표시였고.
대망의 8월 26일 수요일이 밝았다.
26일 이른 아침, 삼성동 주변 영화관.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길쭉한 남자가 츄리링 차림으로 영화관 로비에 나타났다.
변장한 강주혁이었다.
“ 진짜 간만이네. 이렇게 혼자 영화 보는 거. ”
그는 곧, 무인 발매기에서 영화표를 발권했다.
-영화: 19살 그리고 20살.
-시간: 8:10~9:51(101분)
‘19살 그리고 20살’의 조조 영화표였고.
“ 팝콘 큰 거 주세요. 일반, 카라멜, 치즈 섞어서. ”
“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표를 뽑은 주혁이 매점에 들러 팝콘을 챙겼다. 이어 10분 뒤, 영화 상영관의 문을 연 주혁이 살짝 놀랐다.
‘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데? ’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19살 그리고 20살’을 보러온 커플이 꽤 보였고, 좌석의 3/1은 채워져 있었다.
“ 나만 혼자네. ”
상영관의 하트하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와중, 혼잣말을 뱉은 주혁이 자리를 찾아 앉았고.
-와삭!
카라멜 팝콘을 두세 개 정도 맛나게 집어먹을 때였다.
“ 한다! 한다한다. 오빠 핸드폰 집어넣어! ”
“ 어? 어어. ”
강주혁의 뒤쪽에 앉은 커플들의 목소리와 함께, 정면 대형스크린의 광고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스윽.
곧, 주혁이 등을 의자에 파묻으며 영화 감상 모드에 돌입했고.
‘대형스크린에선 하진씨가 어떻게 뽑히려나······’
영화 ‘19살 그리고 20살’이 시작됐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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