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58
강주혁이 미소지으며 ‘이태평’이라는 이름을 내뱉자, 주혁의 손을 맞잡은 이강수 사장의 얼굴이 보기 드물게 무너졌다.
“ ······뭐라고? 당신. 지금 방금 뭐라고. ”
반면, 강주혁은 맞잡았던 이강수 사장의 손을 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 음? 뭐가요? 내가 방금 뭐라고 했었나? ”
“ 아니. 강주혁씨. 방금 무슨 이름을. ”
“ 그랬나요? 글쎄요. ”
“ ······ ”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는 강주혁 덕분에 이강수 사장의 얼굴에 더욱 금이 갔다. 하지만 더는 추궁하지 못했다.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스윽.
그쯤 강주혁이 이강수 사장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기자들 방향으로 몸을 틀며 말을 이었다.
“ 웃어요. 웃어. 가뜩이나 요즘 GM이나 내 회사 사이 안 좋다고 시끄러운데. ”
“ 사이가···좋진 않죠. ”
“ 아, 그래요?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나쁠 건 또 뭐야? 그냥 평범한 거지. ”
“ 평범? ”
이강수 사장의 되물음에 방금까지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던 강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이강수 사장에게 맞춰졌다.
“ 그렇죠. 평범. 이 바닥은 원래 전쟁터죠. 엔터회사끼리 경쟁하는 거야 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패배하면 사라지는 거고. 뭐 그런 거지. ”
간단히 현 상황을 축약한 강주혁을 이강수 사장이 진지하면서도 묘하게 쳐다봤다. 평소 웃음을 달고 사는 그에게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 그러니까. ”
이어 포토존에서 내려가던 주혁이 이강수 사장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결론을 던졌다.
“ 우리 재밌게 놀아보자. 뭐 그겁니다. 그럼 즐기다 가세요. ”
-뚜벅, 뚜벅, 뚜벅······
말을 마친 강주혁이 막힘 없는 발걸음으로 멀어졌다. 연회장으로 향하는지, 강주혁은 모인 기자들에게 작게 작게 인사하며 사라졌다.
“ ······ ”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이강수 사장이 번뜩 무언가 알아차렸다.
-스윽.
자신의 손에 적지만 땀이 절여 있었다. 덕분에 이강수 사장의 입에서 혼잣말이 흘러나왔고.
“ 내가 긴장을 했다고? ”
곧바로 강주혁이 사라진 연회장 쪽으로 고개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어 지금까지의 강주혁을 떠올렸다. 까도 까도 뭔가가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인간.
결국, 이강수 사장의 입에서 보기 드문 거친 말이 굴러 나왔다.
“ ······도대체 저 새낀 뭐야? ”
같은 시각, 김재황 사장의 차 안.
고급 세단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도로를 달리고 있다. 차 안에는 운전사, 조수석에는 김재황 사장의 제1비서 그리고 뒷좌석엔 김재황 사장이 앉아 있다.
-팔락.
김재황 사장은 여유롭게 신문을 읽고 있었고.
“ 사장님. ”
그 여유로운 모습에 참다못한 비서가 마른 침을 삼키며 김재황 사장을 조심스레 불렀다. 그러자 코끝에 안경을 걸친 김재황 사장이 시선은 여전히 신문에 둔 채 짧게 답했다.
“ 말해. ”
“ 죄송하지만, 굳이 사장님이 연예계 파티에 가실 필요가 있습니까? 사장님께서 그 파티에 모습을 드러내면 꽤 시끄러워질 겁니다. 주가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팔락.
비서는 꽤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김재황 사장은 대수롭지 않게 신문 한 장을 더 넘기며 간단히 답했다.
“ 그렇겠지. ”
“ 아신다면······왜 굳이 그런 문제점들을 안고서도 가시려고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 재밌잖아? ”
“ 예? ”
-툭.
얼굴에 물음표가 뜬 비서가 되묻자, 김재황 사장이 보던 신문을 덮으며 고개 돌린 비서와 눈을 마주쳤다.
“ 강주혁 그놈은 요즘 내 텁텁한 인생에 몇 없는 재미 중에 하나야. 놓칠 수야 없지. ”
“ 하, 하지만! 사장님. 주가가! ”
“ 석태야. ”
“ 예······사장님. ”
“ 쫄지마. 우리 해창. 주가 며칠 흔들린다고 안 망해. 숫자 바뀔 때마다 전전긍긍하면 사업 어떻게 하나? 초연해져야 해. ”
농담 섞인 말을 던진 김재황 사장이 웃었다.
“ 그리고 길게 보면 이 일은 우리 해창 주가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강주혁 그놈이 그랬거든. 내가 파티에 등장하는 연출이 해외 문화산업에 필요하다고. ”
“ ······사장님. 전 그것도 걱정이 됩니다. 그런 큰 산업을 강주혁에게 맡겨도 괜찮은 건지. ”
“ 그래서 가는 거야. ”
“ 그래서라면. ”
비서가 되묻자, 김재황 사장이 팔짱을 끼며 흥미로움이 낀 표정을 지었다.
“ 해외 문화산업. 지금까지의 그놈 움직임을 봐선, 내 생각에 앞으로 우리 해창 이름을 달고, 사냥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나를 뒷방에 처박아두고 직접 움직이겠다 이거지. 노친네는 빠져라 같은. ”
“ 그, 그런!!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
“ 그놈이니까 가능한 거야. 그놈이니까. ”
-스윽.
강주혁을 떠올리며 꽤 인자한 웃음을 짓던 김재황 사장이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 흐음- 내 생각은 이런데, 해외 문화산업 관련으로 그놈 생각과 움직임이 궁금해. ”
“ 한마디로 강주혁의 능력을 확인하러 가신다는. ”
“ 아니아니. 그 친구 능력이야, 볼 만큼 봤어. 지금도 성장 중인 것 같고. 그 정도면 재능이지. 재능. 그런데 이게 또 국내랑 해외는 사이즈가 다르거든. 이번 기회에 확실히 확인해 둬야지. ”
“ ······무엇을. ”
-지잉.
이어 김재황 사장이 창문을 내렸다. 밖이 한창 여름이라 그런지, 뜨끈한 공기가 차 안으로 흘러들어왔고.
“ 그놈과 한 내기는 그렇다 쳐도. ”
차 안으로 들어오는 뜨끈한 공기를 들어 마신 김재황 사장이 작게 혼잣말을 뱉었다.
“ 이놈 능력이 해외서도 일을 굴릴만한 재능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길게 가려면. ”
다시, 해창 호텔 연회장.
보이스프로덕션 제1회 내부파티는 기자들에게 그야말로 먹잇감 천지였다.
“ 저 남자······어디서 많이 봤는데?? ”
“ 박기자. 너는 연예계 기사 써서 밥 벌어 먹고사는 인간이 저 사람을 몰라? 대형 배급사 VIP픽쳐스 오상훈 사장이잖아! ”
“ 아! 맞아! 근데 저 옆에 두꺼비같이 생긴 남자는? ”
“ 몰라. 무슨 비서쯤 되겠지. ”
“ 무슨 비서가 저렇게 늙었다냐? ”
공중파 방송국 국장이나 관계자들부터 난다긴다하는 배급사, 제작사, 기타 엔터 회사들까지.
“ 빅엔터 박찬규 사장! ”
“ 박찬규 사장님! 류진주씨 이번 영화 ‘간 큰 여자들’ 반응이 어떨 것 같습니까!! ”
연예계라는 바닥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책들이 줄을 이었다.
물론, 영향력 있는 인물도 많았다.
“ 김삼봉 감독!! 감독님!! 여기 좀!! ”
“ 감독님!! 이번 ‘도적패’가 관객수 1,000만을 넘겼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거장이라 불리는 김삼봉 감독이나.
“ 홍혜숙 작가님! 차기작으로 안숙희 작가님과 경쟁을 펼친다는 말이 도는데, 사실입니까?!! ”
“ 차기작이 시즌제로 간다는 게 정확히 어떻게 진행됩니까?!! ”
스타작가 홍혜숙 작가.
“ 저기. 저 사람! 최상희 감독 아니냐? ”
“ 그 해외에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근데 저 사람이 여길 왜 와??”
“ 씨- 뭔 참석하는 인원이 죄다 이렇게 덩치가 커!! 일단 찍어! ”
최상희 애니메이션 감독 등등.
국내 영향력 있는 셀럽들이 속속 도착했다. 물론, 이 파티에서 기자들이 진짜 군침을 흘리는 것은 연예인들이었다.
“ 하정훈이다 하정훈!! ”
“ 류진주씨!! 안녕하세요! 류진주씨! ”
“ ‘19살 그리고 20살’로 지금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강하진씨!! ”
“ 장주연씨! ‘만능엔터테이너’ 끝나고 바로 작품 들어간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영화 ‘간 큰 여자들’ 팀.
“ 안녕하세요!! 아! 박기자님! 오랜만! ”
“ 어어- 안녕하세요! 하영씨. ‘도적패’ 팀인데, 정진훈씨는 안보이네요? ”
“ 아아- 진훈 선배 화장실 가셨어요! 긴장된다고! ”
“ 하하하하. ”
영화 ‘도적패’ 팀.
“ 어어- 유지석! 유지석! ”
“ 유지석씨! 벌써 방송 연예대상으로 거론 중이시던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
“ 재욱군!! 해창전자 브랜디드 콘텐츠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어요?? ”
“ 아들! 기자님들한테 손 흔들어야지? 안녕하세요~ 말숙 아들입니다~ 해! ”
예능 ‘레시피를 내놔’ 팀 등등.
아쉽게도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를 진행하는 김태우 PD와 정작가 그리고 김건욱, 베니스 국제 영화제 출품 준비가 한창인 독립영화팀의 최철수, 류성원 감독은 불참했다.
한편.
1층 로비에 만들어진 포토존에 워낙에 기자들이나 참석 인원들이 많이 몰린 탓에 해창 호텔 입구 쪽에 임시 포토존이 추가로 만들어졌고.
“ 이쪽! 이쪽도 봐주세요! 헤나씨!! ”
그곳에는 이미 합동 콘서트로 대성공을. 그리고 현재 음원 플랫폼을 휩쓸고 있는 헤나X서아리X마니또가 기자들과 인터뷰 중이었다.
“ 서아리씨. 이번 합동 콘서트로 화려하게 국내 복귀하셨는데,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
“ 으음- 일단, 전국투어 콘서트를 잘 마무리한 뒤에 정규앨범으로 넘어갈 것 같아요! ”
“ 아아- 그럼 마니또 여러분들은? ”
“ 저, 저희는 회사에서 하자는 대로 하겠습니다!! ”
“ 하하하. 패기가 좋네요. 그런데 이 분은 누구세요? 어디서 많이 뵀는데? ”
한창 질문하던 기자 중 한 명이 헤나X서아리X마니또 사이에 껴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그 모습에 피식한 헤나가 답했다.
“ 최화진 작사가님인데, 제 노래 작사하신 분이요. ”
“ 아아! 그 유명한! ”
“ ······아, 안녕하세요. ”
작사가 최화진이 어색하게 웃음 짓고 있을 때, 임시 포토존에 방금 도착한 작가 겸 배우 정혜인은 이미 기자들에게 둘러 쌓여있었고.
바로 그 순간.
“ 어? 어어어? 저기 태신식품 박종설 부사장! ”
박종설 부사장이 펼쳐졌던 정장 재킷을 여미며 방금 차에서 내렸다. 그 모습에 입구에 분위기가 술렁였다.
“ 박종설 부사장까지 온다고? 박종설은 거물이잖아? 기업인도 오는 건가? ”
“ 아- 그거네. 이번 분기에 태신식품 광고나 모델 계약을 보이스프로덕션이 싹 쓸어 먹었잖아. 그것 때문에 왔네. ”
“ 오호. 그럴 수도. ”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끼익.
박종설 부사장이 연회장으로 들어감에 따라, 그가 타고 온 차가 빠져나가고, 그 뒤로 도착한 고급 세단.
“ 저건······누구지? ”
“ 딱 차 때깔을 보니까, 저것도 기업인인데? ”
그 고급 세단에서 비서로 보이는 남자가 먼저 내렸고, 곧 비서가 뒷좌석의 문을 열자,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정장 재킷의 단추를 잠그며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리자, 입구에 모인 수십 명의 기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 김재황 사장!!! 해창전자 김재황 사장!! ”
“ 미친!! 뭐야 대체 이 파티는!!! ”
그 시각. 파티 연회장 안.
이미 100명은 거뜬히 넘긴 셀럽들이나 연예인들이 즐비한 연회장 안. 파티 분위기는 그야말로 영화제를 방불케 했다.
“ 하정훈 자네 오랜만이구만. 살아 있었나? ”
“ 아, 김삼봉 감독님. 죄송합니다. 연락을 드린다는 게. ”
“ 아니야. 자네 그런 변명이 하루 이틀인가? 이젠 별수롭지 않네. ”
입장할 때는 팀별, 회사별로 들어왔지만, 그 경계선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백 명에 가까운 모두의 손에는 음식이 담긴 접시나 샴페인 잔을 들고 스텐딩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 진주 언니!! 오랜만이다 진짜!! ”
“ 하영아! ”
물론, 영화제보다야 느낌은 가벼웠지만, 파티에 모인 인원들의 몸값만 따진다면 영화제와 다를 바 없었다.
“ ······ ”
그 파티 모습을 강주혁은 연회장 입구 쪽에 서서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파티를 즐기는데 정신이 없는지, 강주혁은 신경 쓰지 못했고.
바로 그때였다.
“ 모인 사람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사장님. ”
대뜸 끼어든 목소리에 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보기 드문 정장을 입은 황실장이 서 있었고, 강주혁이 미소지었다.
“ 황실장님. 정장이 잘 어울리시네요. ”
“ ······아직도 어색합니다. 정장은 경조사 때나 입어놔서. ”
어색하게 머리를 긁던 황실장이 강주혁의 옆에 서서 연회장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스윽.
그러다 영화 ‘도적패’팀과 하하 깔깔 즐기고 있는 추민재 부장과 홍혜수 부장을 가리키며 피식했다.
“ 저기 두 분과 저랑 해서, 분당에서 시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새삼 신기합니다. 이젠 여기 계신 수백 명 사람들이 사장님과 일을 같이 하는 것 아닙니까? ”
그 순간.
“ 나도 그렇고. ”
황실장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대뜸 끼어든 목소리에 강주혁과 황실장이 고개를 돌리니, 김재황 사장이 비서와 걸어오고 있었다.
김재황 사장이 보이자마자, 강주혁이 연회장 살짝 외진 곳에 있는 홍보팀 박팀장을 찾았다.
“ ······ ”
그런데 박팀장 역시, 방금 도착한 김재황 사장을 발견했는지, 머리 위로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그려 강주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바로 그쯤 김재황 사장이 강주혁 앞에 섰다.
“ 여기 있는 수백 명 사람 중에 나도 포함이야. 그렇지? 오랜만이군. 황실장. ”
“ 예. 오랜만입니다. ”
가볍게 황실장과 악수를 나눈 김재황 사장이 강주혁과 마찬가지로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주혁의 오른쪽에 섰다.
“ 그래서. 강사장. ”
김재황 사장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강주혁의 시선은 오른쪽 구석진 곳에 있었다.
-찰칵, 찰칵!
그곳에는 머리카락이 노란 외국인이 강주혁과 김재황 사장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김재황 사장에게 닿았고, 피식 웃었다.
“ 좀 늦으셨네요. 사장님.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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