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61
송사장이 영화 투자 건을 보류한다는 말에 오상훈 사장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 얼추 영화 투자를 보류한다는 말 같은데. ’
영어였지만, 오상훈 사장 역시 대충은 알아들은 모양. 어쨌거나 송사장이 통화를 이었다.
“ 아니. 아니야. 캘리. 미끄러진 건 아니고. 일단, 캘리 내가 미팅 중이야. 끝나고 다시 전화할게. 정말이야. 정말 끝나고 전화한다니까. ”
캘리가 끈덕지게 달라붙는지, 송사장이 힘겹게 말을 던지며 어렵사리 전화를 끊었다.
“ 후- 하여튼 캘리. 성격이 괴팍해. ”
짧게 통화를 마친 송사장이 혼잣말을 뱉자, 어느새 반대편에 앉은 오상훈 사장이 안경을 한번 추켜올리며 끼어들었다.
“ 죄송합니다만. 대충 들어보니, 헐리웃 영화 투자 관련 같은데, 보류하겠다는 건. ”
“ 아. ”
이에 송사장이 짧게 말을 뱉으며 강주혁을 쳐다봤고, 대답은 주혁이 대신했다.
“ 사장님. 걱정마세요. 그저 과정일 뿐이니까. ”
“ ······과정일 뿐이다? ”
“ 네. 과정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보다 사장님. 저한테 전화를 주셨다는 건, 결정하셨다는 건지. ”
“ 예. 대충 그렇습니다. ”
고개를 끄덕인 오상훈 사장이 슬쩍 웃으며 내부파티 얘기를 꺼냈다.
“ 확실히 파티에 가보니 결정하기에 도움도 됐고, 볼거리도 많더군요. ”
“ 다행입니다. 식사는 얘기를 마치고 하시죠. ”
강주혁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오상훈 사장이 말을 이었다.
“ 먼저, 강주혁 사장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
“ 네. 말씀하세요. ”
“ 저번 미팅에서 살짝 말씀하셨는데, 외화 국내 배급에 경험이 있는 MV e&m이 아니라, 저희를 선택하신 것은. ”
“ 가능하면 MV e&m을 추월하면 좋겠죠. ”
“ 역시나. ”
“ 뭐,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MV e&m을 실제로 별로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VIP픽쳐스 쪽은 저와 줄곧 일을 같이 해왔구요. VIP픽쳐스가 발전하지 않으면 저도 곤란한 거죠. ”
사실이 그랬다. 이미 강주혁은 VIP픽쳐스와 꽤 많은 작품을 같이 해왔다. 거기다 앞으로 배급 계약을 맺은 ‘간 큰 여자들’과 맺을 ‘폭풍’ 등도 있었고.
즉, 국내선 이미 VIP픽쳐스와 같은 배를 탄 셈.
이렇게 되면 VIP픽쳐스도 성장해야 높낮이가 맞았다. 보이스프로덕션이 전문 분야인 배급까지 손댈 순 없으니까.
어쨌든 강주혁의 설명을 들은 오상훈 사장이 팔짱을 꼈다.
“ 흠. 그렇군요. 만약 제가 여기서 사장님과 손을 잡는다 치면 투자하신다는 그 헐리웃 영화의 제작 스튜디오를 바로 알 수 있습니까? ”
“ 아니요. 그건 차후에 알게 되실 겁니다. 스튜디오 쪽과 얘기도 나눠야 하니까. ”
“ 음. ”
-스윽.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오상훈 사장이 물컵을 들었다. 생각하는 척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었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고.
곧, 오상훈 사장의 입이 열렸다.
“ 알겠습니다. 공식적으로 VIP픽쳐스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겠습니다. ”
바로 여기서 강주혁은 확신했다.
‘ 오상훈 사장은 로비 관련 비리와 관련이 없어. ’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VIP픽쳐스의 로비 관련 비리. 만약 오상훈 사장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주혁의 제안을 받으면 안 됐다.
아니, 관심조차 가져서는 안 됐다.
‘ 이미 해외 스튜디오에 약을 쳤던 안쳤던,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는 회사는 신뢰받지 못하지. ’
만약 오상훈 사장이 그 로비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미팅단계까지 진행한 해외 스튜디오들을 전부 버리고, 아직 스튜디오 이름조차 듣지 못한 강주혁에게 붙은 게 되는데, 이는 말이 안 됐다.
이미 로비로서 돈을 썼다면 더더욱 그렇고.
즉, 오상훈 사장은 그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돈이 오가는 로비 상황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이어 강주혁이 미소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 잘 결정하셨습니다. 앞으로 바빠질 겁니다. ”
“ 나쁠 것 없죠. 회사가 바쁘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하하하. ”
“ 그렇죠. ”
기분 좋게 웃은 오상훈 사장. 그런데 강주혁이 순간 분위기를 바꿨다.
“ 그런데요. 사장님. ”
“ 예? ”
“ 제가 해외 스튜디오와 합의점을 찾는 동안,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하실 일이 하나 있습니다. ”
“ ······어떤? ”
고개를 갸웃하며 오상훈 사장이 되묻자, 주혁이 몸을 앞으로 당겼고.
“ 거사를 앞두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VIP픽쳐스 내부를 한번 탈탈 털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중에 잡소리가 튀면 곤란하니까요. ”
“ 내부를 탈탈 털다니. 그게 무슨. ”
주혁의 입에서 대답이 아주 가볍게 굴러 나왔다.
“ 뭐든. 예를 들어 어느 스튜디오와의 유착 관계라든지, 로비 같은. 그런 귀찮은 것들 말이죠. ”
같은 시각, 현봉 자동차 사장실.
현봉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박만욱 사장이 해창 관련 기사를 보며 자신의 본진인 현봉 자동차 사장실에 앉아 있다.
그는 꽤 능력 있는 오너였다.
다만,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탓에 현봉 내부 권력 다툼에서 질 뻔도 했으나, 어찌어찌 승리하여 현재는 내부 전쟁보다는 외부 전쟁에 귀추가 쏠려있는 상태였다.
“ 음. ”
사실, 탑 여배우 이민정의 스폰이 현봉의 박만욱 사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었다. 아니,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아는 사람 모두 박만욱 사장 라인이었으니.
물론, 강주혁만 빼고.
어쨌든 다리를 꼰 채 입에 담배를 문 박만욱 사장이 팔짱을 끼며 기사를 정독했다.
그가 보는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공식] 보이스프로덕션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김재황 사장, 문화산업 소문 솔솔 퍼지는 해창그룹』
이어 기사를 보던 박만욱 사장이 곧, 해창전자의 주가를 확인했다.
“ 의외로 치솟았단 말이야······ ”
해창전자의 주가가 파티 사건이 퍼진 후, 의외로 3%가량 치솟았다. 덕분에 박만욱 사장의 얼굴에 곤란함이 묻었다.
“ 스읍- 이러면 꽤 귀찮아지는데. ”
-톡, 톡, 톡.
말을 마친 박만욱 사장이 검지로 책상을 때리다가.
-다라락.
책상 서랍을 열어, 작은 종이를 꺼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사진같이 보였다. 사진을 꺼낸 그가 사진에 박힌 남자아이를 물끄러미 내려보며 담뱃재를 털었다.
“ 슬슬 움직여야 하나. ”
다음 날, 9월 8일 화요일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의 3층 휴게실이 붐볐다. 보이스프로덕션의 제작 2팀의 제작팀 그리고 제작사 김앤미디어의 스텝, KBC의 지원 스텝 등.
모인 스텝만 50명이 넘었다.
이들 전부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참여한 스텝들이었고, 전부 온 것도 아니었다.
“ 대본 전부 놨어요? ”
“ 네네! 8부까지 대본 전부 놨습니다~ ”
“ 부족할지 모르니까, 여분 대본도 챙겨놔요! ”
“ 옙! ”
오늘은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제1차 대본리딩이 있는 날.
참여하는 배우와 스텝 등등 인원이 많은 만큼 보이스프로덕션에 있는 리딩실로는 턱도 없기에 넓은 3층 휴게실을 빌렸고, 지금은 책상을 ㄷ자로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이어 정확히 아침 9시 30분쯤.
“ 안녕하세요. ”
“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흰색 티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모자를 쓴 강하진, 검은색 티셔츠에 블랙진을 입은 김재욱이 리딩장에 1등으로 도착했다.
-스윽.
곧 강하진이나 김재욱 두 명은 자신의 이름표가 올려진 자리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곤.
“ 도와드릴게요. 뭐 남았어요? ”
“ 어머. 안 그래도 되는데. ”
“ 괜찮아요. 어차피 선배님들 오려면 시간도 남았고. ”
“ 그럼 우리 의자 날라야 하는데, 좀 도와줄래요? ”
스텝들의 남은 준비를 돕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5분 정도. 서서히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주·조연 급부터 원로배우, 조연 등등 줄줄 도착하기 시작했다.
“ 어이구- 엄청 넓네. 여기. ”
“ 선생님 안녕하세요. ”
“ 그래~ 진훈이, 건욱이 안녕~ ”
“ 안녕하십니까! 일찍 왔다고 왔는데, 내가 늦었나? 어-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
“ 그래. 정훈이 자네는 드라마에선 오랜만에 보는군. ”
주연 정진훈부터 하정훈, 김건욱 그리고 긴 생머리를 뽐내는 정혜인까지.
그야말로 탑스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어 미니멀 느낌의 정진훈이 옆자리, 여자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의 김건욱에게 입을 열었다.
“ 형. 내부파티 왜 안 왔어요? 형은 보이스프로덕션 직계잖아요? ”
정진훈의 물음에 김건욱이 느릿느릿 대본 1부를 펼치며 답했다.
“ 어? 아아- 나도 가고 싶었지. ‘얘기하고 부대끼고’ 녹화랑 쪽나서 못 갔어. ”
이렇게 정진훈과 김건욱이 담소를 나누던 때에 반대편 책상에 하정훈과 정혜인은 전쟁 중이었다.
전쟁 선포는 정혜인부터였다.
“ 야. 하정훈. 너 까메오 한다며? 갑자기 이거 왜 해? ”
“ 네가 알아서 뭐하게? ”
“ 너 강주혁이랑 그닥 안 좋지 않았나? 그냥 까메오해 까메오. ”
“ 정혜인. 이 새끼 이거 시비 트기 시작하네. 너야말로 이거 왜 하냐? 너 조연 안 하잖아? ”
“ 조연 아니거든? 주·조연이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
“ 그거나 그거나. ”
“ 아!! 최류도 짜증 났지만, 너도 짜증 나거든? 내가 너랑 어떻게 키스를 하냐고!! ”
사실, ‘없어졌던 남자’에서 하정훈이 맡은 역과 정혜인이 맡은 역에는 묘한 러브라인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내로라하는 탑스타 선배들이 떠들고 있을 때, 극 중 여주 강하진과 아역 김재욱은 조용히 대화 중이었다.
“ 재욱아. ”
“ ······ ”
“ 야. 김재욱. ”
“ 어? 어어어. 누나. ”
“ 너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멍때려? 무슨 일 있으면 사장님한테 말해서. ”
“ 아냐. 별거 없어. 그나저나 누나 진짜 예뻐졌네? ”
“ ······아닌데. 너 무슨 일 있는데. 지금. ”
그때였다.
-끼익!
휴게실의 유리문이 열리며 연출을 맡은 김태우 PD, 홍혜숙 작가, 정작가 포함 촬영 감독 등 키스텝들이 포함된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사단이 모습을 드러냈고.
“ 죄송합니다. 올라가서 강주혁 사장님한테 말씀 좀 드린다고. 자, 바로 시작해 볼까요? ”
‘없어졌던 남자’의 1차 대본리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편,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없어졌던 남자’만이 아니었다.
“ 최명훈 감독님. 이번 작품에 탑 여배우 류진주씨, 국민 첫사랑 강하진씨, ‘만능엔터테이너’ 우승자 장주연씨 해서, 핫한 여배우 3분과 작업하셨는데요. 어떠셨나요? ”
“ 아- 세 분 다 연기를 워낙에 잘하셔서, 정말 편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
“ 그렇군요? 류진주씨나 강하진씨는 영화 ‘척살’에 이어 두 번째로 같이 하시는데, 언론에서는 그 두 분이 최명훈 감독님 사단 배우로 등극했다는 말이 돌거든요? ”
“ 하하하. 이제 두 작품 한 감독한테 사단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
며칠 전 촬영이 끝난 영화 ‘간 큰 여자들’의 최명훈 감독이 초기 마케팅 스케쥴 중 하나인 언론사 인터뷰 중이었다.
“ 감독님은 보이스프로덕션 소속으로 유명하시죠? 최근 보이스프로덕션이 내부파티로 시끄러운데, 소속 감독으로서 회사는 어떤가요? ”
“ 딴말은 필요 없고, 최곱니다. ”
“ 오- 자신감! 그럼 전작인 ‘척살’이 워낙에 히트를 쳐서 그런지, 대중들이 감독님 차기작에 관심이 많은데요? ”
이 인터뷰를 이어 ‘간 큰 여자들’의 최명훈 감독은 며칠 뒤 있을 공식적인 제작발표회를 마치면.
“ 네. 저도 기대를 받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초기 마케팅 스케쥴 끝나면 바로 편집실에 박혀 지낼 생각입니다. 하하. ”
후반 작업. 일명 포스트 프로덕션으로 일컫는 편집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었다.
즉, 영화 ‘간 큰 여자들’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몇 시간 뒤, 이른 오후.
보이스프로덕션 광주사옥의 보이스가드 사무실. 삼성동 사옥보다는 광주사옥이 편한 탓인지, 박과장이 개인 사무실에서 턱을 괸 채, 새로고침을 연신 누르고 있었다.
“ ······ ”
박과장이 이렇게 말없이, 영혼 없는 얼굴로 새로고침을 누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사장님인 강주혁에게서 ‘조력좌’를 모니터링 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
나름 착실하게 임무를 수행 중인 박과장이었고.
-똑, 똑, 똑.
와중에 노크 소리가 퍼졌다. 곧, 보이스가드 직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 과장님. 저희 지금 ‘없어졌던 남자’ 대본리딩 곧 끝난다고 해서, 삼성동 넘어가면서 저녁 할 건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
“ 아니~ 나는 패스. 거기 지나다니는 사람 많으니까, 배우분들 케어 신경 쓰고. ”
“ 옙! ”
우람한 남자가 사무실의 문을 다시 닫자, 박과장의 시선은 다시금 컴퓨터 모니터에 닿았다.
“ 아오- 이 새끼. 움직이려면 빨리 움직여라. 지겨워 죽갔네. ”
그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박과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어 박과장이 발신자를 확인. 상대는 황실장이었다.
“ 예예. 형님. ”
“ 어- 뭐 좀 나와? ”
“ 개뿔 없어요. 형님은요? ”
“ 난 작업장부터 확인해볼. ”
바로 그때.
“ 어? 잠깐만. ”
-멈칫.
연신 새로고침을 누르며 통화를 하던 박과장이 황실장의 말을 자르며 멈칫했고, 핸드폰 너머 황실장이 되물었다.
“ 왜? 뭔데? ”
“ ······형님. ”
어느새 새로고침하는 손이 멈춘 박과장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형님. 이 새끼 물었어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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