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62
늦은 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에 황실장과 박과장이 앉아 있고, 강주혁이 박과장의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다.
-스윽, 스윽.
주혁이 핸드폰 화면을 엄지로 올리는 속도는 빨랐고, 그가 보는 것은 익명이 보장되는 채팅앱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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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좌/갤러리 보고 연락하셨죠?] /오후 4:12
[익명/네] /오후 4:12
[조력좌/원하는 물품 말씀하세여. 동영상은 가공 중이고, 지금 바로 가능한 건 여배우나 걸그룹 ‘몸사’나 집 주소, 주민번호 가능해여]/ 오후 4:13
[익명/음…거래 방식이 어떻게 돼요?]/ 오후 4:14
[조력좌/선결제구여, 물건 확인 시켜드려여. 걱정되시면 직거래도 가능하구여]/ 오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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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좌/저기여? 거래 안하시나여?]/ 오후 4:21
가관이었다. 곧, 짧게 혀를 찬 주혁이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조력좌’ 관련 미래정보를 확인했다.
[11월, 국내 유명한 익명 게시판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일명 조력좌가······판매 물품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 여가수 A의 몸 접대 영상이나, 여배우 B의 ‘회장님 너무 감사해요’ 좋았어요, 여배우 C의 과거 연습생 시절 성희롱 썰 등등으로 이밖에도 조력좌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자료들을 판매하면서 연예계가 발칵 뒤지어집니다.]실제로 ‘조력좌’ 사건이 세상에 터지는 것은 11월. 지금은 9월. 시기가 이른 탓에 ‘조력좌’가 움직이는 것은 아직 초기 단계처럼 보였다.
‘ 판매 물품이 걸그룹이나 여배우의 개인정보 위주로 파는 것 보니, 아직 판을 크게 벌리지 않았어. ’
물론, 지금이야 이렇지만. 점점 구매자들에게 신뢰를 쌓고, 소문이 퍼지면 판을 넓혀, 보이스피싱의 미래정보대로 극악에 가까운 짓거리를 벌일 것이 뻔했다.
딱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주혁이 고개를 들어, 박과장을 쳐다봤다.
“ 수고하셨습니다. 박과장님. 이 정도면 건드릴 명분은 충분하겠어요. ”
“ 옙! 감사합니다. ”
“ 일단, 박과장님은 이 대화 내용 저한테도 보내주시고, 황실장님. ”
“ 예. ”
“ ‘조력좌’ 작업장이나 유통줄 확인됐습니까? ”
“ 진행 중입니다. 근데 애들 수법을 보니, 초짜중에 초짜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
“ 좋아요. ”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황실장을 보던 주혁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박과장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 황실장님. ‘조력좌’ 작업장이나 유통줄 확인되시면 황실장님 판단하에 움직이세요. 제가 연락이 안 되면 문자만 남겨두시고, 이 건은 선처리 후보고로 가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처리는 어떤 식으로. ”
“ 우린 이놈이 들고 있는 자료가 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확인하고, 나머진 전부 경찰에 넘기죠. ”
황실장이 다이어리에 무언가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주혁이 결론을 던졌다.
“ 이렇게 된 김에 좀 빨리 움직이죠. ”
이틀 뒤 아침, 9월 10일 목요일.
시간은 아침 8시쯤. 어제 영화 ‘간 큰 여자들’의 제작발표회 포함, 종일 마케팅 스케쥴을 소화한 최명훈 감독과 영화 편집기사 몇몇이 편집실이 있는 보이스프로덕션 광주사옥에 도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간 큰 여자들’의 편집이 시작되기 때문.
“ 먼저 편집실 들어가 계세요. 담배 하나 피고 올라가겠습니다. ”
“ 예~ ”
최명훈 감독이 담배를 꺼내자, 편집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 후- ”
이어 자욱한 담배 연기를 내뿜은 최명훈 감독이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번화 한 보이스프로덕션 광주사옥 주변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뱉었다.
“ 이젠 뭐, 도시구만 도시. ”
보이스프로덕션 광주사옥 주변으로 수많은 빌딩과 점포들이 즐비한 모습에 최명훈 감독이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놀라운 변화였고.
-탁, 탁!
얼추 담배를 다 핀 최명훈 감독이 담배를 털며 꽁초를 쓰레기통에 넣을 때였다.
“ 최명훈 감독님? ”
순간, 누군가 최명훈 감독을 불렀다. 불린 그가 고개를 들어보니, 독립영화팀 최철수, 류성원 감독이 웃고 있었다.
“ 허- 감독님들 오랜만입니다. ”
“ 그러게요. 못 뵌 지 한 반년은 된 것 같은데? ”
“ 하하. 그런가요? ”
곧, 더욱 살이 빠져 보이는 최철수 감독이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 광주사옥엔 웬일이세요? ”
“ 아아- 저 편집 때문에. 오늘부터 후반 작업 들어갑니다. ”
그러자 더욱 몸집이 후덕해진 류성원 감독이 양손을 부딪쳤다.
“ 어! 맞아. ‘간 큰 여자들’ 촬영 끝났다고 그러 덴데! 벌써 편집 들어갑니까?! ”
“ 예예. 그렇게 됐습니다. 그나저나 감독님들은 아침부터 여기엔 왜. ”
“ 하하. 저희 여기 박혀 산 지 꽤 됐어요. ”
“ 아 그렇습니까? ‘상품을 소개합니다’ 한창 촬영 중인 줄 알았는데. ”
최명훈 감독이 되묻자, 언제 꺼냈는지 류성원 감독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답했고.
“ 겸하고 있습니다. 촬영이랑 편집이랑. ”
꽤 놀랐는지, 최명훈 감독의 눈이 커졌다.
“ 예?! 촬영이랑 편집을 라이브로 쳐내고 있다고요?!! 아니, 왜 그렇게 무리를. ”
“ 하하하. 저희 출품까지 시간이 없어서. ”
“ 출품이요? ”
이어 고개를 끄덕인 탓에 볼살이 살짝 흔들린 류성원 감독이 의아함에 입을 열었다.
“ 어······모르셨습니까? 사장님이 ‘상품을 소개합니다’를 베를린 국제 영화제 독립영화 부문에 출품하자고 말씀하셔서, 저희 지금 죽어라 준비 중인데. ”
“ ······베를린 국제 영화제요? ”
“ 예예. 아! 철수야 가자! 벌써 시간이. ”
“ 어? 어어! 그럼, 감독님 편집하시다가 연락 주세요. 점심 같이하시죠! ”
말을 마친 최철수, 류성원 감독이 후다닥 건물로 달려갔다. 사라진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최명훈 감독이 쥐고 있던 빈 담뱃갑을 구겼고.
“ 해외라······ ”
말끝을 흐린 최명훈 감독은 지금 왠지 모를 승부욕이 치솟고 있었다.
“ 흠. ”
독립영화팀 감독들에 관한 승부욕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승부욕이랄까?
-뚜벅, 뚜벅, 뚜벅.
곧, 몸을 돌린 최명훈 감독이 작게 중얼거리며 편집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차기작······해외······시나리오. ”
30분 뒤, 보이스프로덕션 5층 대회의실.
커다란 회의실에 김태우 PD를 필두로 연출부, 제작부, 김앤미디어, KBC 지원스텝,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등등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키스텝들이 모였다. 작가들은 보이지 않았다.
중요 키스텝들만 모였음에도 인원은 30명이 넘었고, 지금은 김태우 PD가 주도하여 배우들의 스케쥴을 정리하고 있었다.
“ 정진훈 스케쥴부터 가볼까요? ”
“ 예. 정진훈 쪽은 종일 촬영은 힘들고 대부분 아침부터 점심 그리고 주말엔 빼기 어렵답니다. ”
“ 하정훈. ”
“ 최근에 들어갔던 ‘간 큰 여자들’ 끝나서, 하정훈 쪽은 꽤 자유로운데, 가능하면 새벽엔 빼달라고. ”
“ 건욱씨는 내가 알고, 여배우 쪽은? ”
“ 강하진이 좀 빡빡합니다. 아시다시피 돌리는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
그때 배 나온 촬영감독이 허허 웃었다.
“ 그래도 스케쥴 잡기가 편하네. 사전제작이 이게 좋단 말이지. ”
그러나 조명감독이 반기를 들었다.
“ 처음에나 좋지, 중후반부부터는 시청자들 반응 없이 벽보고 찍는 건데, 전 사전제작 들어가면 그게 무섭던데요. ”
“ 괜찮아! 괜찮아! 우린 미다스의 손! 강주혁 사장님이 있잖아! ”
대뜸 강주혁의 이름이 던져지자, 김앤미디어 제작실장이 파란 단발을 팔랑거리며 끼었다.
“ 어우- 긴장 안 되실까요? 언론 여론 할 거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텐데. 언제 망하나~ 하면서. ”
그녀가 오바이트 쏠리는 듯한 몸짓을 표현하자, 김태우 PD가 피식했다.
“ 괜찮아 보이시던데요. 진행 자체도 전부 일임하셨고. 우린 뭐, 죽어라 찍는 수밖에요. 누가 되지 않으려면. ”
적당한 잡담이 끝나고, 회의는 다시 이어졌다. 꽤 긴 시간 동안 출연 배우들의 스케쥴과 세트, 촬영 장소 등의 회의 주제가 오갔고.
2시간 뒤.
촬영 스케쥴표 가안을 한참 내려보며 펜을 휘휘 돌리던 메인 연출 김태우 PD의 입에서 딱 한 마디가 굴러 나왔다.
“ 음- 첫 촬영 날은 9월 25일 금요일로 픽스하죠. ”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 첫 촬영 날이 약 2주 뒤로 잡혔고.
같은 시각,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 부근.
한눈에 봐도 무언가 촬영을 하러 나온 듯 보이는 촬영팀이 촬영 준비에 분주했다.
“ 시민 통제 똑바로 하고!! ”
“ 야야! 제작팀! 여기 헬기 왜 이렇게 자주 나다녀?!! 시간 확인 안 했어? ”
“ 예~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
모든 스텝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현장 중앙, 깔끔한 정장 차림의 탑여배우 이민정이 다리를 꼰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 응. 오빠. 오늘? 아- 오늘은 안돼. 나 오늘 첫 촬영! 내일은 어때요? 응응. 알았어요~ ”
곧, 이민정은 핸드폰에 ‘회장님’ 이라 저장된 남자와의 전화를 끊었고, 표지에 ‘대등한 법조인’이라 적힌 대본을 펼쳤다.
사실, 여기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전쟁 구도가 잡히고 있는 안숙희 작가의 ‘대등한 법조인’ 촬영 현장이었다.
그때 아시아 프린스라 불리는 탑배우 임성민이 걸어왔다.
“ 이민정 오랜만이다? ”
“ 아- 성민오빠. 남주가 현장에 이렇게 늦게 와도 되는 거야? 아시아에서 날린다고 뻐기는 거? ”
“ 너는 하나도 안 변했네. 그나저나 우리 드라마 왜 이렇게 일찍 들어가는 거야? 처음엔 다다음 달이나 들어간다더니. 넌 뭐 좀 아냐? ”
임성민의 질문에 이민정이 미소지었다.
“ 글쎄에? 피디님이나 작가님 똥줄이 타나? 그림 빨리 찍고, 편집에 매달리거나 아니면 후촬영 해서, 그림 끼워 넣으려나 봐. ”
“ 이 속도면 첫 방 전에 6부는 찍겠구만. ”
그 순간.
“ 이민정님!! 준비하실게요!! ”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 조연출이 이민정을 호출했고, 이민정이 대본을 대충 의자에 던지며 일어났다. 꽤 즐겁게 웃으면서.
“ 전쟁 보는 맛도 있겠네. ”
‘없어졌던 남자’와 전쟁을 치를 ‘대등한 법조인’의 첫 촬영이 시작됐다.
늦은 오후, 미국 LA.
한국은 점심이 되기 전이었지만, LA는 늦은 오후인 시각. 방금 미팅이 끝났는지, 무비마운틴 픽쳐스 본사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정장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르 몰려나왔다.
반은 외국인, 반은 동양인이었다.
곧, 복도 끝에 선 외국인 중 수염 난 남자가,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동양인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 그럼 왕팡. 오늘 얘기 나눈 건은 내부적으로 얘기를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
그러자 동양인이 꽤 유창한 영어로 답변했고.
“ 존. 우리는 오늘 나온 안건 중 대부분이 성사됐으면 좋겠어요. 기대 하겠습니다. ”
모인 인원 중 끝쪽에서 선 연주황 머리칼을 단정하게 묶은 캘리가 바로 옆, 근육질 에반에게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작게 읊조렸다.
“ 이거 봐. 이거. 중국 것들 벌써 시나리오 간섭 들어오네. 아주 자기들이 감독인 줄 아네. ”
“ 그러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간섭하는데? 이미 픽스된 중국인 배우 포함 더 뽑으라는 건 좀 심한데. ”
“ 에반. 내가 말했잖아. 저것들 이대로 두면 아예 작품에 중국 배우 반 이상을 채워 넣는다니까? 이래서 내가 중국을 싫어해. ”
그때 왕팡이라 불린 올백 남자가 마무리를 지었다.
“ 들어가는 자금이 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 회장님이 꽤 기대 중이십니다. 좋은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그가 말을 마치자, 정장 입은 중국인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수염 난 존이 크게 외쳤다.
“ 우리는 다시 회의실로! ”
이후 30분 뒤.
다시 회의실에 모인 무비마운틴 픽쳐스 중책들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 극 중 촬영지를 중국 쪽으로 반 정도 잡는 것은 감독한테 말해서, 적당히 맞춰볼 순 있어. ”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지금 시나리오 작가들이 작업 중인데, 촬영지가 바뀌면 시나리오 수정이 들어가야 돼! 돈도 돈인데, 그들이 해주겠어? ”
“ 그것도 그거지만, 중국 배우 둘 이상 조연급으로 더 캐스팅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 작품 분위기가 달라질 거야. ”
결국, 내내 작은 모자를 쓰고 있던 콜슨이 모자를 집어 던졌고.
“ 망할! 그랬다간 샘 감독이 그만둘지 몰라! 샘 멕케이 감독은 시나리오가 좋아서 합류한 감독이라고. ”
콧수염이 수북한 존이 미간을 찌푸렸다.
“ 이대로 가다간 진짜 반 이상을 중국에서 찍어야 할지 몰라. ”
“ 그건 안되지! 이미 여기저기 장소 협조 공문을 보내 놨다고! ”
“ ······미치겠군. 중국 쪽이 이렇게 단번에 태세를 바꿀 줄이야. ”
무비 마운틴 픽쳐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모인 열댓 명의 중책들의 표정은 점점 썩어갔다.
“ 안 좋아. 까딱하면 시작도 해보기 전에 엎어지겠어. ”
“ 그거야말로 막아야 할 일이지!! ”
이쯤,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콜슨이 캘리에게 고개를 획 돌렸다.
“ 캘리! 한국 쪽에선 아직 연락이 없는 거야?!! ”
“ ······없어. ”
“ 이런 망할! 한국 쪽은 갑자기 연락 두절. 중국 쪽은 크레이지 하게 나오고! 돌겠군. ”
그 순간. 무언가 가만히 생각에 빠졌던 캘리가 근육질 에반과 작게 얘기를 나누더니, 곧 고개를 돌려 제안을 던졌고.
“ 모두 들어봐. 우리 무비 마운틴 픽쳐스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가서, ‘강’과 만나보는 게 어때? ”
“ 강을 직접? ”
제안을 던진 캘리는 진지했다.
“ 맞아. 협상팀을 꾸려서, 공식적으로 ‘강’의 보이스프로덕션과 만남을 요청하자는 거야. ”
강주혁이 흔하지 않은 VIP가 되는 순간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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