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0
강주혁이 던진 결론에 방안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특히나 현봉그룹의 박만욱 사장은 강주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 김재황 사장이···만혁이를 언제 만난 거야. ”
“ 오늘이요. ”
“ 개새끼가. 지금 나랑 힘겨루기를 해보겠다는 거냐? 칼춤 춰서 다 같이 죽자는 거야 뭐야! ”
칼춤이라는 단어에 강주혁이 웃었다.
“ 무슨 영화 대사 같네요. ”
“ 말장난하지 마라. ”
“ 박만욱 사장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봅니다. ”
“ 오해? ”
“ 예. 왜 제가 사장님과 힘겨루기를 합니까? 저는 안 해요. 재벌가끼리 칼춤을 추든 칼부림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그쪽 바닥은 그쪽이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다만. ”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앞에 놓인 사진. 그 속에 김재황 사장을 검지로 찍었다.
“ 이분의 아들인 김재욱이 내 배우라서요. 이제 고3인데, 앞길이 창창한 내 배우가 피해를 보게 못 두죠. ”
“ ······좋다. 이렇게까지 해서, 서로 개싸움을 벌인다 치자고. 결국엔 해창그룹 쪽이. ”
“ 더 망가진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
박만욱 사장의 말을 가로챈 주혁이 턱을 쓸었다.
“ 스읍- 글쎄요. 진짜 해창이 더 피해가 클까요? 물론, 숨겨진 아들이 밝혀지면 김재황 사장님 쪽이 출혈이야 있겠죠. 그런데 해창 쪽에는 김재황 사장을 재낄만한 인재가 없는 거로 아는데요. ”
“ ······ ”
“ 당장이야 뭐, 김재황 사장님 진영이 시끄러워지겠지만, 능력 면이나 또는 지금껏 내놓은 결과만 보자면 결국, 김재황 사장님이 권력을 틀어잡지 않겠습니까? ”
사실이었다. 해창그룹은 현재 김재황 사장의 독주체제였다. 여기서 김재황 사장을 해창 측이 쳐낸다면 그건 그것대로 큰 재난이었다. 하지만 현봉 쪽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 사정을 주혁이 설명했다.
“ 그런데 현봉. 그러니까 박만욱 사장님 쪽은 사정이 조금 다르죠. 지금이야 살짝 앞선다곤 하나, 사장님과 비슷하게 힘을 겨룰 동생분. 박만혁 사장이 있죠. ”
“ 입 닥쳐. 그놈과 난 태생부터가. ”
“ 모릅니다. 현봉 내부사정이야 제가 알 순 없죠. 알 필요도 없고. 그래도 사장님은 동생분을 무시하지 못하실 겁니다. 왜? 언제라도 박만욱 사장님을 재낄 수 있는 인물이니까. ”
-꽈직!
강주혁의 말이 끝나자, 박만욱 사장이 앞에 놓인 종이를 구겼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 모습에 다시금 찻잔을 들어 올린 주혁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즉, 사장님이 김재욱을 가지고 싸움을 걸면 저도 반격을 할 것이고, 그 진흙탕 싸움은 길게 보면 박만욱 사장님의 현봉 내전으로도 번진다 이겁니다. ”
“ ······너. ”
“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기회가 있습니다. ”
“ 기회? ”
박만욱 사장이 주혁을 노려보며 되묻자, 강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예. 기회요. 아직 아무것도 시작된 것이 없으니까. ”
“ 서로 조용히 덮자? ”
곧, 침묵이 흘렀다. 오직 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전부였다. 그런 새소리가 약 1분은 이어졌고, 박만욱 사장은 강주혁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 달랐다.
저 남자의 눈은 평소 박만욱 사장이 부대끼는 여배우 이민정 주위 것들의 눈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 이 새끼······진짜 배우가 맞나? ’
강주혁에게서 나는 냄새는 흔히 배우들이 풍기는 냄새와는 뭔가가 달랐다. 뭔가 좀 더 거대한, 묵직함이 담긴 냄새였다.
“ 너 뭐 하는 새끼야. ”
“ 그냥 배우 겸 작은 소속사를 운영하는 사람이죠. ”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책상 위에 올려진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었다. 핸드폰에 화면에 뜬 발신자는 탑 여배우 이민정이었다.
이 타이밍에 울리는 이민정의 전화에 박만욱 사장은 헛웃음이 터졌고.
“ 허- 나 참. ”
얼마간 울리던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을 멈췄다. 이어 박만욱 사장이 강주혁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뱉었다.
“ 후- 졌다. 그래. 덮자. ”
그런데 강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 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 뭐? ”
“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진 사람도 없겠죠. ”
곧, 살짝 멍하게 강주혁을 쳐다보던 박만욱 사장이 파하하 웃었다.
“ 크큭. 그래. 그렇지. 알았다. ”
“ 그럼 가보겠습니다. ”
-스윽.
이어 강주혁이 간단하게 자리를 털자, 박만욱 사장이 대뜸 주혁을 불렀고.
“ 야. 너. 해창 말고, 나랑 일 할 생각 없냐? ”
주혁이 문을 열며 피식했다.
“ 전 해창과 일하는 게 아닙니다. 해창이 저랑 일하는 거죠. ”
-드르륵, 탁!
짧은 주혁의 대답을 끝으로, 방문이 닫혔다. 이제 방안에는 박만욱 사장 혼자만이 남았고, 책상 위 종이나 사진들을 내려보던 박만욱 사장.
그가 방금 나간 강주혁을 떠올리며 자리에 없는, 해창 김재황 사장에게 말을 전하 듯 혼잣말을 뱉었다.
“ 망할 노친네. 엄청난 걸 숨겨놨었네. ”
같은 시각, ‘대등한 법조인’ 촬영현장.
안숙희 작가의 차기작 ‘대등한 법조인’ 현장. 스텝들이나 배우들이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 아까부터 손톱을 뜯으며 핸드폰을 내려보는 여배우 이민정은 뭔가 다급해 보였다.
“ 씨. 갑자기 전화를 왜 안 받아! 궁금해 죽겠네! ”
그때 이민정의 스타일리스트가 그녀에게 물었다.
“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 ”
“ 아! 조용히 해봐. 잘하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도 있는 판국이니까! ”
“ 어? 어어. ”
순간, 찌그러진 스타일리스트가 사라지자, 이민정이 의자에 앉았다.
“ 왜. 왜!! 전화를 안 받지? 이 늙은이가? ”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이민정이 바라고 바라던 상대에게서 전화가 왔다. 현봉그룹의 박만욱 사장. 곧, 얼굴이 화색이 된 이민정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 어머! 오빠! 바빴어?? 아이 너무 궁금해서 내가 전화를. ”
그런데 대뜸 박만욱이 욕을 뱉었다.
“ 야!! 이 번호가 니년 전용 번호야?!! 왜 분마다 전화하고 지랄이야!! ”
“ ······어? 오빠. 아니, 회장님. ”
“ 시끄러워!! 다 된 밥이었는데, 너 때문에! 후- 시발. 앞으로 전화하지 마. 알았어? 지금 그 드라마에 들어간 투자는 이어줄 테니까, 그거 먹고 떨어지라고! 알아들어?!! ”
“ 왜···그래. 오빠. 내가 뭘 잘못. ”
“ 먹고 떨어지라면 떨어져! ”
-뚝!
그렇게 대뜸 전화가 끊겼다. 덕분에 얼굴에 잔뜩 당황함이 묻은 이민정이 핸드폰을 내려보며 외쳤다.
“ 뭐야! 이 미친 새끼!! ”
1시간 뒤, 강주혁의 차 안.
방금 신호에 걸린 주혁의 차가 천천히 멈춰섰다.
“ ······ ”
강주혁은 브레이크를 밟은 채, 앞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톡, 톡, 톡.
핸들을 때리는 그의 검지는 빨랐고, 강주혁의 표정만으로는 지금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30초 정도.
약 30초 정도가 지나자, 뭔가 결단을 내린 주혁이 김재황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어쨌는지, 김재황 사장의 전화 받는 속도는 빨랐고.
“ 그래. 나야. 어떻게 됐나. ”
“ 잘 끝났습니다. ”
“ ······고맙네. 커흠. ”
고맙다는 말이 민망한지, 김재황 사장이 괜한 헛기침을 하는 바람에 주혁이 피식하며 말을 이었다.
“ 사장님. 오늘 일도 있고, 재욱이 관련해서 할 말도 있는데. 밤에 좀 보시죠. ”
“ 그래. 알았어. 오늘 일정이 끝나면 늦은 밤이나 가능할까 싶은데. 괜찮은가? ”
“ 상관없습니다. ”
“ 그럼 자주 보는 그 횟집에서 밤 11시에 보지. ”
“ 그러시죠.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주혁은 곧장 김재황 사장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다. 연결 신호는 꽤 길었으나, 상대가 받긴 받았다.
“ 아! 네. 사장님. ”
“ 최명훈 감독님. 한창 편집 중이죠? ”
전화를 받은 상대는 영화 ‘간 큰 여자들’ 편집이 한창인 최명훈 감독이었다.
“ 아닙니다! 안 그래도 뻐근해서, 담배 하나 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
최명훈 감독의 물음에 주혁이 빠르게 답했다.
“ 감독님. 제가 위치 하나 보내드릴 테니까, 있다가 밤 11시 좀 넘어서 그쪽으로 좀 넘어오세요. ”
늦은 밤.
시간은 10시 50분쯤. 강주혁과 자주 만나는 횟집에 도착한 김재황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오늘은 횟집 전체를 빌렸는지, 어쨌는지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락.
어쨌든 룸의 문을 연 김재황 사장이 살짝 놀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 벌써 와 있었나? ”
“ 예. 뭐, 오늘은 술이 좀 땡겨서. ”
정장 재킷을 벗은 채 셔츠만 입은 강주혁이 혼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
“ 허허. 그래. 오늘은 자네가 고생이 많았지. ”
허허 웃던 김재황 사장이 종업원에게 손을 올렸다.
“ 여기. 전화로 말한 것들 바로 넣어주지. ”
“ 네. 알겠습니다. ”
곧, 고개를 끄덕이며 종업원이 사라지자, 김재황 사장이 강주혁의 반대편에 앉았고.
-스윽.
강주혁의 빈 술잔에 소주를 채웠다.
“ 그래. 어떻게 진행됐는지, 들어볼까? ”
김재황 사장이 소주를 따르며 묻자, 주혁이 채워진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 일단은 묻기로 했습니다. ”
“ 일단은? ”
“ 지금이야 박만욱 사장한테 약빨이 먹혔지만, 쭉 이어지긴 어렵겠죠. ”
“ 기간을 얼마나 보나? ”
“ 글쎄요. 길어봐야 1년? ”
“ 흠. ”
곧,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낀 김재황 사장. 그에게 주혁이 점심쯤 만났던 현봉의 박만욱 사장과 나눴던 얘기, 상황 등을 전부 자세하게 전했다.
“ 박만욱 사장도 뭐, 당장은 협조적으로 나온다 해도, 동생인 박만혁을 처리하면 바로 공격해 올 겁니다. ”
“ 그렇겠지. ”
“ 그리고. ”
다시 말을 잇던 주혁이 김재황 사장의 소주잔을 채웠다.
“ 오늘 재욱이 학교에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
“ 그래! 그거! 무슨 사건이었나?!! ”
김재욱의 사건이 터졌다는 말에 김재황 사장의 눈이 대뜸 커졌다. 얼마나 아들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고, 주혁은 오늘 아침 김재욱의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설명했다.
“ ······몰랐어. 애비가 돼서 전혀. ”
“ 저도 몰랐습니다. ”
“ 그래서 아까 전화로 황림건설 쪽 거래를. ”
“ 네. ”
곧, 김재황 사장이 어금니를 빠득 물었다.
“ 황림건설. 이 미친것들이. ”
“ 대충 제가 처리는 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구흥 고등학교와 그 학교의 일진들 그리고 황림건설을 탈탈 털 건데. ”
“ 내가 하지. ”
“ ······ ”
“ 이건 내가 하게 해줘. ”
“ 알겠습니다. 황실장님에게 말해서, 자료들 전부 넘겨드리죠. 이후 사장님이 구흥 고등학교 윗선들을 전부 잘라내고, 후원도 맡으시면 됩니다. 그 일진 것들도 확실하게 터셔야 하고. ”
김재황 사장의 눈에는 불이 났지만, 얼굴은 꽤 담담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보며 주혁이 셔츠 소매 단추를 풀며 얘기를 꺼냈다.
“ 사장님. ”
“ 그래. ”
“ 이번 박만욱 사장, 구흥 고등학교. 두 사건으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
“ 느낀 것? ”
김재황 사장의 되물음에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언제든지 재욱이는 사장님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반대로 사장님은 재욱이의 성장을 방해할 겁니다. ”
“ 그렇···겠지. ”
“ 이제 숨긴다고 숨겨지는 범주를 넘어섰어요. 실제로 박만욱 사장이 알아채기도 했고, 언젠가 사장님과 재욱이의 관계는 시한폭탄이 될 겁니다. ”
“ ······ ”
생각만 해도 속이 타는지, 김재황 사장이 채워진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고, 비워진 김재황 사장의 소주잔을 다시 채운 주혁이 무심하게 말을 툭 내뱉었다.
“ 슬슬 때가 됐지 싶어요. ”
곧, 채워진 소주잔을 다시 들던 김재황 사장이 멈칫했다.
“ 때가 되다니? ”
“ 세상에 밝힐 때. ”
“ 나와 재욱이의 관계를? ”
“ 예. ”
-탁.
강주혁의 짧은 대답을 듣자마자, 들었던 소주잔을 탁자에 내린 김재황 사장이 이마를 짚었다.
“ 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거기다 지금 밝히는 건 말도 안 되는. ”
“ 맞습니다. 지금 밝히는 건 말도 안 되고, 쌩으로 발표하는 건 미친 짓이죠. ”
이어 이마를 쓸던 김재황 사장이 강주혁을 대뜸 흥미롭게 바라봤고.
“ ······자네. 뭔가 생각이 있어. 그렇지? ”
작게 미소짓던 강주혁이 말을 이었다.
“ 먼저 1년. 딱 1년 안에 해외 문화산업으로 국내 누구도 찍소리 못할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
“ 다음에? ”
던져진 되물음과 동시에 주혁이 술병을 들며 답했다.
“ 보란 듯이 개봉하는 거죠. 영화가. ”
“ 영화? 무슨 영화? ”
바로 그때.
-드르륵.
닫혔던 룸의 문이 열리며 검은색 반팔 차림의 최명훈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 사장님. 죄송합니다. 길을 잘못······어? ”
최명훈 감독이 머리를 긁으며 룸에 들어오다, 자신을 올려보는 김재황 사장을 쳐다보곤 멈칫했고, 갑자기 들어온 최명훈 감독을 보던 김재황 사장의 시선이 다시금 강주혁에게 닿았다.
이어 원하는 사람이 다 모였는지, 강주혁이 입을 열었고.
“ 김재황 사장님과 재욱이의 이야기. 그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재욱이 주연으로. ”
“ 뭐?! 나와 재욱이의 이야기를 영화로?!! ”
소스라치게 놀라는 김재황 사장을 보며 주혁이 웃었다.
“ 예. 물론, 해외에도 걸릴만한 퀄리티로 만들어야겠죠.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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